야안 188화
그랬다. 이는 무의 나라라고 불리는 자코 종족에서도 없었다. 그들 또한 마나라는 것을 다루지만, 이는 고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전문적으로 마나를 모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 놀라운 아니, 믿어지지 않는 일을 야안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창을 다루는 과정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기이한 기억의 단편들 때문이다.
그곳에서 야안 그 자신은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대륙의 어떤 존재에게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몸에 털도 별로 없었고, 팔다리 또한 얇고 길었으며 마치 자신처럼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신위는 놀라웠다.
상대의 힘을 이용하여 그것을 오히려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힘의 묘용도 그러하거니와, 1의 힘으로 10의 힘을 상대하기도 했다.
그것은 아주 짧게 스치는 기억의 파편에 불과했지만, 놀라운 두뇌를 지닌 야안은 그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로서 야안의 창술은 놀라운 변하게 되었다.
그간 수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매번 상승의 길로 가는 벽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짧은 기억의 파편 이후 그 벽을 단숨에 뛰어넘게 된 것이다.
전사가 자신에게 준 자코 군사 창술은 창술에 관한 모든 동작이 들어 있어 여타의 창술에 비해 뛰어났지만, 상승의 것은 아니었다.
한데, 야안은 그때의 그 기억에 의해 그 기이하고 놀라운 힘의 묘용을 얻게 된 뒤 그것을 접목시키자 놀라운 상승의 창술로 그 모습이 환해졌다.
만약 그 같은 기이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자신은 대전사는커녕 전사 계급도 얻기 버거웠을 것이다.
고작 1년으로는 상승의 경지에 입문하기 지극히 어렵다는 창으로 그 같은 실력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후 그 같은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이라면 크게 신경을 쓸 일이 분명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이 자리한 야안은 더 이상 그 같은 기현상에서 행운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야안의 그 뛰어난 두뇌로도 이해되지 않는 이 일을 그는 그저 축복이라 받아들일 따름이다.
하지만, 대전사를 가리기 위한 비무장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야안이 정신을 잃었을 때 그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
그때의 그 기이한 종족의 모습이었고, 여러 특징을 볼 때 그 사내의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여겨졌다.
그 아이는 과연 저런 몸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연약해 보였지만, 그 어린 기이한 종족이 하는 일에 야안의 사고가 멈추어졌다.
아이는 마나를 다루고 있었다.
대부족에서 하나 밖에 없는 주술사나 다룰 법한 마나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 방식은 달랐는데 오히려 그 방식이 그를 경악하게 했다.
마나를 체내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 운기 과정에서 야안은 잠시 동안 그 아이와 동조화의 과정을 가지게 되었는데, 야안은 그 운기 과정이 끝이 나기 무섭게 분리되더니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는 며칠의 긴 과정 끝에 오늘 그 운기를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의 동조화로 인해 그때의 여운이 남았기 때문에 이 같은 빠른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야안은 그 잠시의 동조화에서 이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그리고 이 마나의 힘이 수많은 쟈칼들 중에서 용사라는 칭호를 받은 자들이 다루는 힘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육체의 한계를 무너뜨리게 해주는 힘이었다.
쉬이 지치지 않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고, 어떤 거대 둔중 병기보다 강력한 힘을 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야안은 그것을 알았기에, 자신이 어떤 이기보다 더 한 보물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나에게 이 같은 기이한 일이 생긴 것인가? 나와 그 괴이하게 생긴 종족의 사내는 무슨 연관이 있던 것인가? 왜 나는 일순간이지만 그 종족의 아이와 동조화가 되어 마치 나라고 느꼈던 것일까?’
예전 그 위대한 두 힘의 묘용을 깨달았을 때 생긴 의문은 다시 이번에 생긴 일로 그 자신이 그 사내와 상당히 관련이 있음을 직감했으나, 이번에도 야안은 그 연유를 알지 못했다.
야안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털어내었다.
‘이번 일로 앞으로도 그 같은 일이 있을 확률이 높아졌지만 그렇다 하여 반드시 이 같은 일이 생길 리는 없다. 또한, 이유야 어쨌든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니 나쁜 일은 아닐 터. 그저 신의 축복이라 받아 들여야겠지.’
이 운기행공을 통해 이득인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비록 창술의 묘용에 의해 대전사가 되었지만, 본래 쟈칼 중에서도 미숙한 몸을 지닌 그로서 그 회복속도는 여타의 쟈칼에 비해 더뎠다.
하기에 다른 쟈칼 전사였다면 그 정도의 부상은 벌써 털고 일어났어야 할 것을 지금까지도 고생하고 있었다.
한데, 이 운기행공으로 인해 그 육체 회복도 상당히 빨라져, 여타의 대전사 못지 회복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전투를 많이 하는 쟈칼 종족의 특성상 야안에게 있어 큰 축복과 같았다. 이로써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야안은 대전사의 권위에 따라 자신의 직속부대를 창설하였다.
대전사의 직속부대는 전사 조장 스무 명을 거느릴 수있다.
또한 이 전사 조장 즉 상위 전사라 하는 이들은 각자 하위 전사 스무 명을 거느릴 수 있는지라 그 말은 야안이 400명의 전사를 다룬다는 말이 된다.
전사를 뽑는 것은 대전사의 권위였지만, 또한 그의 능력을 실험하는 일이기도 했다. 얼마나 강한 전사가 그의 직하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그의 앞으로의 전망도 달라진다. 하기에 야안의 이번 전사를 뽑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한데, 야안이 대전사를 뽑는 기준이 기이했다. 그는 기존의 대전사들과 달리 그들 중 본능보다 이성이 강한 이를 우선적으로 뽑았다.
야안은 여타의 대전사들과 달리 생각했다. 일대일이라면 그저 강한 전사들을 뽑는 것이 맞을 것이다. 소수라면 그것이 옳다.
하지만, 개인으로 전투를 벌이는 일보다 단체로 전투를 벌이는 것이 많다면 자신의 본능보다 이성적으로 명을 따라 움직이는 전사들을 뽑는 것이 옳다 생각한 것이다.
물론 폭력에 의한 공포로 군을 다스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군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기고 있는 상승세일 경우 통제가 잘 되지만 비슷한 병력이나 지는 전투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게 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통제불능이 된다.
상급자가 휘두르는 공포를 뛰어넘게 되면서 생기는 일인데, 이럴 경우 백이면 백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가 없다.
하기에 야안은 이성이 강한 이들을 위주로 전사들을 뽑았는데, 그로 인해 뽑히지 못하는 전사들은 야안에게 큰 불만을 품었다.
역대, 이처럼 압도적으로 대전사가 된 이가 있었던 것인가?
있다면 초대 부족의 족장님 정도일 것이다.
그가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쟈칼 종족의 몇 안 되는 영웅의 칭호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기에 전사들은 그의 밑에 들어오고 싶어 했고, 그리하여 그 영광을 옆에서 누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정작 야안은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게 자신들보다 대부분 약한 전사들을 뽑아대니 전사들이 불만을 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감정의 크기만을 따진다면 야안에 의해 뽑힌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들 입장에서 행운이나 다름없기에 크게 감명 받는 모습이었다.
보통 이성이 강한 전사들은 힘이 약한 편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힘이 강하면 그 힘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여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생각이 많아지면 함부로 힘을 쓰려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길지 미리 알게 되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야안이 뽑은 이성이 강한 전사들의 대부분은 다른 전사들보다 사고방식이 깊었다.
야안은 다른 대전사들과 달랐다.
수하들 것을 약탈하기보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부대에 내려진 지원물품마저 자신의 몫을 줄이고 수하들이 받을 몫을 늘렸다.
욕심이 많은 다른 쟈칼이라면 자신이 그 물품의 반을 먹겠지만, 야안은 여타 일개 상위전사보다 약간을 더 챙길 뿐, 넉넉하게 나누어주었다.
그 모습에 야안의 전사들은 이해되지 눈빛을 보였다. 강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왜 그처럼 자신들을 챙겨주지는 몰랐다.
그런 수하들의 모습에 야안이 무겁고 진중하게 말했다.
“나는 나의 명령을 따르는 너희에게 내가 받은 모든 것을 나눠 줄 것이다. 너희는 나의 명을 무조건 따라라. 내가 바라는 것은 그 뿐이다.”
무조건 명령을 따르라는 것이 아닌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주겠다는 야안의 말이었다. 야안의 그 말에 수하들은 더욱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야안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수하에 대한 약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모습이었다. 야안 또한 한 번에 그들의 사고를 바꿀 수 있다 여기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전사들은 야안을 따랐다.
그 압도적인 무위라면 훗날 다음 대의 족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대전사에 오르게 되면 처음 반년은 출정을 나가지 않는다.
자신의 부대를 자신의 것으로 다듬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기에 야안의 부대도 야안이 생각하는 부대로 바뀌어갔는데, 야안이 생각하는 것을 따르던 전사들 대부분이 혼란스러워하였다.
야안의 훈련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안은 자신과 달리 쟈칼 전사들이 힘이 대단히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어떤 둔중 병기로도 뚫을 수 없는 두꺼운 방패를 들게 했다.
힘이라면 둘째가라 할 정도로 강한 쟈칼 족이기에 들 수 있는 방패로 몸을 조금 숙인다면 능히 자신의 몸을 다 가릴 수 있는 거대한 방패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 방패 훈련을 지난 4달간 지독하게 받았다.
그나마 이성이 강한 전사들 대부분이 크게 괴로워할 정도로 철저한 규율 속에 훈련을 받았는데, 만약 야안이 그들과 같이 구르고 땀을 흘리며 작은 것이라도 나눠주며 그들을 이끌지 않았다면 이들 대부분이 오래전에 포기하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4달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각하는 규율을 맞추게 되자 야안은 그제야 그들의 손에 무기를 쥐게 했다.
야안의 무기와 같은 창을 다른 손에 쥐게 해 주었는데, 야안은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찌르고 빼는 연습만을 시켰다.
방패로 밀어 치고 창으로 찌르고 빠지다 다시 방패로 밀어치는 것을 연습시켰는데, 워낙 힘이 대단한지라 단순히 찌르는 창은 어느 보호구도 꿰뚫을 힘이 자리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훈련을 끝마칠 때쯤 야안 또한 변화가 생겼다.
근 6달의 시간 동안 약간이지만 움직일 수 있는 마나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양은 많지 않았지만, 그로서 보이는 힘은 놀라웠다.
일순간 적이지만 여타 대전사들의 힘은 가볍게 상회할 정도의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잘 운용한다면 긴 시간 전투를 해도 체력을 보존할 수 있기도 했다.
야안의 부대도 반년의 시간이 지나자 바로 전투에 투입됐다.
바로 이번 겨울을 생각하여 중소 규모의 부족의 약탈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중소 규모의 부족이라 하지만 대전사가 셋이나 되고 그 전사 수도 이천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