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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89화 (189/385)

야안 189화

쉽게 볼 수 없는 부족인 것이다.

야안은 첫 전투라는 것을 고안하여 후방에 속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것은 배려라기보다는 자신들이 공을 세우기 위해 기존의 대전사들이 수를 쓴 것에 불과했다.

공을 세워야 자신의 재산을 늘릴 수 있고, 자신의 핏줄을 더 늘릴 수있다. 하기에 전장에서 후방에 빠진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고 이성적인 야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철저하게 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자신들의 전사 또한 첫 전투였기에 전장의 그 기이한 열기에 이성을 놓을 수 있었다.

야안은 이것을 오히려 기회로 보며 수하들로 하여금 그 열기에 휩쓸리지 않게 일일이 챙겨주었다. 또한, 만약을 위해 언제든 투입될 수 있게 전투 준비를 시켰다.

다행이라 할지 아니면 아쉬운 일이라 할지 야안의 부대는 이번 전투에 나서보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부족에서 내 보낸 전사들의 수나 물품의 지원이 워낙 대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피해도 상당했지만,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그들 입장에서는 대수로운 것은 아니다.

야안은 첫 전투에서 쟈칼 종족 사이의 전쟁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전투는 전략이나 전술 따위는 없었다. 가장 강한 이가 앞장서고 수하들은 그를 따라 부딪치는 무식한 힘 싸움에 불과했다.

오로지 돌격만이 있을 뿐인데, 그렇기에 그 전장의 피해는 승자도 패자도 상당했다.

야안은 여러 측면에서 고민했다. 자신이라면 어떻게 군을 다룰 것인가? 그러다 그는 기이한 경험에 의해 깨달은 힘의 묘용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화접목은 적이 내지르는 힘의 가장 약한 부위를 내리쳐 그 힘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직선으로 내려치는 상대의 공격을 측면에서 쳐 흔들게 하는데 야안은 이 또한 전장에서 다룰 방법이라 생각했다.

오직 직선으로 달려드는 적이라면 옆면을 쳐 버리면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 여긴 것이다. 그는 실제로 전투에 나서지 못해 의기소침해진 수하들을 다독여 여러 차례 실험을 하였는데 과연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그래, 이것이라면.”

한 번 시작된 발상의 전환은 여러 가지를 낳았다. 야안은 대단위의 전투를 작게 보아 일대일의 전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싸우게 하고 상대의 장점을 피하고 단점만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전쟁이라 파악한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수하들을 이용하여 모의 전투를 하였고, 점차 자신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자 크게 기뻐했다.

야안은 자신이 깨달은 전투형식을 수하들에게 적용시켰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정을 해야 했지만, 대단히 뛰어난 두뇌를 지닌 야안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해 겨울, 야안의 부대에도 기회가 생겼다.

지난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쟁이었다. 영역 확장을 하던 타 대부족이 야안이 속한 대부족을 노리면서 생긴 전쟁이었다.

야안은 그간 더욱 엄격한 규율로 수하들을 다스린 터라 자신의 부대가 더 이상 전쟁의 그 열기에 휘말리지 않을 것임을 자신했다.

요란한 발 굴림과 함성과 함께 대전사만 수십에 전사의 수가 오만이 넘는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야안은 요란히 병기가 부딪치며 살육이 시작되는 전장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상대와 자신의 진형은 백중세였다.

대전사들이나 동원된 전사들의 수나 실력이 비슷해 생긴 일이다. 야안은 곧 전장의 움직임을 파악하자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애초 연습했던 것처럼 여타 부대와 달리 크게 진형을 돌려 움직였는데, 곧 상대의 약한 부위인 측면 측을 향해 야안과 그의 부대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400에 달하는 거대 방패 병이 노도처럼 밀어 붙여가자, 곧 앞만을 향해 달려가던 부대가 단숨에 갈라지더니 몇 번 부딪히지도 못한 채 전멸을 맞이했다.

방패도 어떻게 본다면 거대한 둔중 병기라 방패에 맞아 무너진 이들이 상당수였다.

틈을 노려보려 해도 서로의 방패가 빈틈을 보완하며 밀어붙였고, 더구나 밀어치는 순간 생기는 빈틈 속에 위에서 내지르는 창은 사신의 낫과도 같았다.

그것만이라면 어떻게 상대할 텐데, 그들을 이끄는 대전사는 여태 쟈칼 종족이 보이지 못한 괴기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이니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손에 죽은 대전사만 해도 둘이나 되었고, 전사 수는 백이 넘었다. 그럼에도 그 작은 체구와 달리 힘이 넘치니 그것이 더욱 불가사의해 두려움이 느껴졌다.

야안이 거대한 창이 되어 길을 뚫고 방패 병이 그 뒤를 지지하니 그들을 감히 막을 수 있는 부대가 없었다.

해가 저물어갈 때 쯤 되어서야 이 거대한 전쟁이 끝이 났는데, 야안의 그 같은 활약으로 인해 이미 승기는 야안이 속한 대부족에 넘어간 뒤였다.

첫날의 전쟁에서 모두가 야안의 그 엄청난 전공에 놀라워하였다.

야안의 손에 잡힌 대전사가 다섯에 그의 부대에 깨진 부대가 일곱에 달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야안의 손에 가져온 상대 대전사의 목과 부대의 깃발을 눈앞에 본 이상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들로 인해 전장의 양상이 크게 자신에게 기운 것을 본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안의 아버지이자 족장은 야안의 그 같은 공에 크게 반겼다.

한때는 걱정거리이기도 했고, 타 종족과 달리 부자지정도 없었지만 그래도 타 핏줄이 아닌 자신의 핏줄이 그 같은 위대한 전공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지지가 높아지는 탓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틀간 더 지속된 전쟁 끝에 야안의 부족이 승리를 하게 되었다. 또한 야안은 그 공을 인정하여 그에게 일천에 달하는 부대를 끌게 하였으며 이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 중 상당수를 야안에게 내렸다.

그 전리품의 양은 여타 자리를 잡고 있던 대전사들을 위협할 수준에 달했지만, 야안은 그것을 자신이 다 가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약속한 대로 일정량의 자신 몫만을 남긴 채 얻은 전리품을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운 이들부터 시작하여 나누어 준 것이다.

야안의 그 태도에 그들은 그 낯설면서도 기이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신의였다.

이후 야안은 600에 달하는 전사들을 더 뽑았다. 그 뽑은 기준은 전과 동일했다.

모두가 이번 전쟁에서 놀라운 공을 세운 야안의 부대에 들어서기를 원했지만, 야안의 그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의 선에 대부분의 강자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새롭게 들인 600의 전사들은 기존의 야안의 부대의 전사들로부터 야안이 자신에게 어떤 약속을 실천하였는지,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들었으나 그들 모두가 반신반의한 모습을 보였다.

수하들을 그처럼 챙기는 우두머리라니. 그것은 정말이지 쟈칼 종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 또한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존의 전사들처럼 야안에게 신의를 가지게 되었다.

공을 세우고, 그 숫자가 늘면서 야안은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대전사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으로 꼽히는 상위 대전사가 되었다.

무려 오천에 달하는 전사들을 이끄는 상위 대전사가 되었는데, 그의 부대는 타 종족들의 정예 군대를 보는 듯했다.

나아가고 물러섬에 흐트러짐이 없었고, 야안이 내린 명령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키려 했다. 스스로 탐욕을 물리고 이성을 더욱 쫓게 되었는데, 이는 야안이 그간 그들에게 보인 신의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야안은 부족의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매번 놀라운 전공을 세우는 야안의 군대는 부족의 자랑거리였다.

기존의 쟈칼들 또한 야안의 부대처럼 행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야안이 스스로 탐욕을 자제하는 이들을 뽑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지난 몇 년간의 전공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전공을 세울 때마다 휘하의 전사들을 늘릴 수 있었기에, 그들은 처음 그 부대에 들어가려는 욕심으로 이성적이게 되도록 노력하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이성적인 면이 탐욕을 이기게 되는 일이 많았다.

야안과 같은 부족의 2명의 상위 대전사는 야안이 살아온 시간의 3배가 넘는 시간을 전장에서 보낸 만큼 그 휘하의 전사들 또한 일 만에 달했다.

그들은 이제 노쇠한 족장의 후계를 노리던 터라 서로 견제하는 사이였지만 야안이라는 걸출한 젊은 용사의 등장에 더 이상 서로 견제만 할 수 없었다.

비록 야안 휘하의 전사가 자신들의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야안과 함께하는 그들의 힘은 자신들 못지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자신들이 힘을 합친다 하여도 그의 군대와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타 종족의 군대에서도 보지 못한 그 신속한 움직임이라니.

더구나 이 젊은 쟈칼 대전사의 무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무위를 갖추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래도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었는데, 이년 전부터는 감히 그의 창을 받는 것도 버거울 듯 보였다.

자신의 대부가 바위를 쪼갠다 한다면 야안의 창은 바위를 관통한다. 2년 전 상위 대전사에 오르는 의식에서 보여준 그의 일격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단 한 번이었다. 자신의 대부도 최소 열 번을 내려쳐야 박살이 날 것 같은 바위를 한 번의 찌르기로 자갈로 만든 것은.

이후 그의 놀라운 신위 앞에 감히 상대할 수 있다 자신하는 자는 부족에서 사라졌다.

그 같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라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탐욕이 많은 그들로서는 부족의 절대 권위의 자리인 족장은 너무나 탐이 났다.

주술사로부터 족장이 길어야 반년이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는 더욱 그랬다.

고민을 하던 차 마을에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쟈칼에게서 하나의 꾀를 듣게 되었다. 바로 마란이라는 용사를 데려오자는 것이다.

쟈칼 종족에서 몇 되지 않는 용사이기도 한 마란은 홀로 삼백의 전사를 상대했다는 전설을 가진 자이다.

걸출한 무력을 지닌 만큼 스스로 부족을 만들거나 대부족에 의탁하여 권세를 가져도 되나 그의 탐욕은 재물을 모으거나 세력을 모으는 것이 아닌 강해지는 것에 있었다.

단신의 힘으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 이를 위해 전장에 뛰어들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는데, 용사라는 칭호를 받은 이후부터는 강자와의 전투를 위해 대륙을 떠돌았다.

자코의 나라까지 가서 수많은 무인과 전투를 하기도 한 그는 몇 년 전에야 쟈칼의 나라에 돌아왔다.

하니 야안이 아무리 뛰어난 무위를 지녔다 해도 이 마란 용사에 비하면 보잘것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그들은 판단하였다. 그를 잘 구슬려 야안을 제거한다면 부족은 자신의 것과 다름없다.

이 계획을 위해 그들은 야안에게 물러서지 못할 내기를 걸었다.

만약 자신이 데려온 자와 싸워 이긴다면 자신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야안을 족장으로 모시겠다는 것인데 주술사와 족장의 이름 아래 하는 것인 만큼 야안은 미심쩍으면서도 그 내기를 수락했다.

자신의 꿈은 단순히 대족장에 오르는 것에 있지 않았다.

오래전 자신의 첫 수하가 자신에게 부탁한 그의 바람을 이루는 것에 있다. 죽음 따위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저급한 욕망에 지지 않는 쟈칼 종족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의 꿈은 모든 부족을 자신의 휘하에 내려놓겠다는 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것이었다. 하기에 그는 힘이 필요했다.

다행히 그는 대부족의 족장의 자식이었기에 여러 차례 고난이 있었으나, 시간 안에 후계를 노릴 수 있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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