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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08화 (208/385)

야안 208화

만약 단순한 수련으로 이 같은 발전을 하려 했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간 그의 무의식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행운 스탯은 34개나 올라서게 되었다.

야안과 같은 경지에 오른 자일수록 무의식은 상당히 중요했는데, 현재 금빛 진주는 그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물건이라 하겠다.

행운 스탯과 연관이 깊은 주술 또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 짧은 시간에 행운 스탯이 34개나 올라서는 데에는 황가의 주술이 큰 영향을 끼쳤다.

황가의 주술 자체가 행운 스탯을 올리게 하는 기묘한 효능이 자리했는데 금빛 진주 또한 그러했기에 서로가 보완하면서 큰 발전을 이룬 것이다.

덕분에 야안은 물의 술을 끝내고 불의 술을 앞두고 있었다.

자이한 조차 십 년이 넘게 걸린 과정을 고작 1년도 되지 않아 그 같은 발전을 이룬 것이다. 물론 이는 황가의 주술과 연관이 많은 리트담의 주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발전이었다.

또한 이방인의 재능과 초인으로 올라서며 생긴 극한의 육체와 상급 현자 비기너 수준의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이한은 그것을 잘 알았기에 놀라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같은 수련의 공간 속에서 야안의 힘을 느끼게 될수록 그 같은 일이 당연하다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두 달의 지났다.

두 달 사이 야안은 고뇌에 빠진 광인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매우 맑았고, 그의 움직임은 매우 가벼웠다.

현재 야안은 그가 그린 레필 공작과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소멸의 시간을 거쳤다 부활하면서 일부 왕의 권능을 찾아 크게 성장한 유피테르는 야안과 시선을 같이 하고 그의 생각을 읽으며 더 없이 부드럽게 야안을 보조하였다.

야안의 신체를 순간적으로 활성화시키기도 했고, 강력한 바람을 만들기도 했으며 요란한 뇌전의 불꽃을 보여 상대의 기감을 어지럽히기도 했다.

하지만, 레필 공작은 그런 유피테르의 방해 속에서도 야안을 몰아붙여 갔다.

현재 야안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방어에 치중한 것 정도인데, 야안은 벌써 한나절에 가깝게 그의 공격을 받아치고 있었다.

그간 습득률이 더 올라 54%에 달하는 건곤대나이와 뇌전검법이 어울려지면서 생긴 상승효과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이었다면 건곤대나이의 힘의 묘용을 실은 마법은 상당히 위협적인 힘이 될 것이지만 검강으로 이루어진 검의 구 앞에서는 그 힘을 발하지 못해 그저 보조의 형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은 주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기에 불의 술로 몸을 가볍게 만들고, 물의 술로 유연하게 하여 축지술을 북돋아 주는 것 외에는 이 전투에서 쓰일 것은 없었다.

만약 그 상대가 레필 공작이 아니었다면 물과 불의 술로 만든 안개와 환각으로 시선을 속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불의 술부터 만들 수 있게 된 야수를 만드는 등 수 많은 주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쿠구구궁-’

다시금 반나절이 더 지난 뒤에야 야안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칠게 밀려갔다.

그리고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을 날아 반대편에 자리한 벽에 부딪히며 거칠게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초인의 육체를 지녔기에 그 같은 전투를 버틴 것이었지, 그가 초인의 육체를 가지지 못했다면 반나절도 버티지 못하고 혼절하였을 것이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를 흘리던 야안은 땀에 젖은 피로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가부좌를 틀었다.

그 과정은 몹시도 느리고 힘겹기 그지없었다.

곧 뇌전신공을 일으킨 야안은 육체를 회복하기 시작했고, 마나집약진으로 인해 그 마나 또한 더욱 빠르게 습득되고 있었다.

한 시간의 시간이 지날 때쯤에서야 야안은 눈을 떴다.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지난번에 들인 건량으로 대충 끼니를 채웠다. 오랫동안 씹으며 영양을 보충하던 그는 한쪽에 준비된 물을 마시면 식사를 마쳤다.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벌써 아침인가?’

조금 전 거친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과 달리 야안은 본래의 현자의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저택의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초감각의 기감이 아니었다면 파악하기 힘들었을 벌써 한 달째 기식에 의지하며 주술에 빠져 있는 자이한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달 전 문득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었던지 그는 자신에게 진체의 술의 진정한 묘용을 깨달았다는 말과 함께 폐관수련에 빠졌다.

황가의 주술과 리트담의 주술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정리하기 위해 모습을 감춘 것인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주술에 있어 현 대륙에 자리한 이들 중 최고라 할 만한 자가 바로 그인 터라 야안은 이내 걱정을 접었다.

아직 불의 술에 자리하였지만 이미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끝을 낸 터라 진체의 술의 경지에 오른 주술가는 한 방울의 물조차 섭취하지 않아도 반년을 버틸 수가 있었다.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난다면 자신이 나서야겠지만, 그 이전이라면 괜한 걱정으로 그의 수련을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야안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그가 쥔 전설의 검이 아니었다면 그처럼 무식하게 기운을 운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단한 명검이라 불릴 정도의 검이라도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해 폭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흘 전 억지로나마 야안은 검강을 형성할 수 있었는데, 말 그대로 억지로 한 것이었다.

전설의 검의 기운을 증폭하는 묘용과 절대 부서지지 않는 검의 특징이 아니었다면 검강을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억지로 형성한 검강은 사실 검강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검사 수십 가닥을 억지로 뭉쳐 형성시킨 것에 불과했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기의 운용인 터라 몇 초 버티지 못해 겨우 몇 번 검을 휘두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 같은 검강에 의념을 담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검강을 형성하였고 그 느낌, 그 감각을 알았다는 것은 야안에게 큰 도약이라 할 수 있다.

이도 금빛 진주가 무의식을 크게 확장하게 되면서 알게 된 방법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렇게 형성한 검강이라지만 그래도 검강이라 레필 공작의 검강을 더욱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 차례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그랬기에 이처럼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야안은 한 차례 몸을 풀고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운기 한 뒤 다시 가상 대련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그 상대가 레필 공작이 아닌 악마 파란토였다.

레필 공작이 대단하다 하지만 악마 파란토 앞에서는 부족했다. 물론 초인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 실력자이고 그가 본 그의 놀라운 검을 생각하다면, 제압은 몰라도 홀로 그의 공격을 막아설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다. 온전하지 않은 파란토를 상대하는 것이라지만 공간을 걸어 다니며 또한 그 공간으로서 적을 베어버리는 악마 파란토를 막아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당시 파란토를 상대하기 전 로뎅이 그의 그 힘을 묶어 크게 약화시키지 않았다면 당시 야안으로서는 그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공격을 성공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야안은 얼마 전부터 스승이신 로뎅이 가르쳐준 문헌 속을 근거로 그때 당시 파란토의 힘을 복구하여 상대를 하기 시작했는데, 과연 야안은 삼십분도 채 버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이도 악마와 철저하게 상극인 유피테르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놀라운 속도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긴 기록이기도 했다.

어제는 고작 10분을 버틴 것이 다였는데, 만약 검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야안은 보았다.

지금같이 억지와 같은 형식의 검강이 아닌, 의념을 담을 수 있는 강맹함의 극에 달은 기운의 형태를 띤 검강을 검에 실을 수만 있다면 전투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여 야안이 악마 파란토에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말이며 또한 운이 닿는다면 치명타를 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했다.

파란토 그가 모습을 보였고, 야안은 먼저 선제공격을 하였다.

기습적인 공격이었으며, 검에는 검강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파란토는 야안의 그 강맹한 검강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버린다.

공간을 왜곡시킨 것인데, 만약 야안의 검강에 의념이 자리할 수 있었다면 그처럼 쉽게 공간 왜곡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곧 뇌전의 기운이 터져 나왔고, 유피테르 또한 모습을 보였다.

거대한 뇌전의 기운을 쉼 없이 뿜어 대며 파란토를 압박하는 유피테르의 모습은 경이적이었다.

그 악마와 같은 사기에 휩쓸린 존재들에게 있어 천적인 유피테르는 본래의 기량을 배 이상으로 상승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피테르는 아직 겨우 하급 정령에 불과했고, 하기에 악마 파란토는 귀찮을지언정 두려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야안이 모았던 한손에 쥐어진 뇌전의 정화의 전력의 일격은 아무리 그라 할지라도 놀란 기색이 완연했는데, 초인에 올라서고 그 경지를 다지면서 보인 뇌전의 정화의 힘은 검강만큼이나 강력한 것인 탓이다.

악마인 그에게 있어서 두 배는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이었으니 그가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도 파란토를 주춤하게 할 뿐 시간이 지나자 잠시 득을 보았던 야안은 힘없이 그의 공격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파란토의 공격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검사로 이루어진 검의 구 안에 들어서고 나가는 것을 어린아이 손목 꺾는 듯했으며, 공간을 넘나들며 움직이는 그의 그 은밀한 움직임은 야안의 초감각이 아니었다면 쉽사리 숨이 꺾이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그를 상대하기 위해 야안의 왼손에서는 쉼 없이 신마법을 펼쳐졌고 그의 주술은 공간을 뒤흔들었다. 뇌전검법과 극에 달한 건곤대나이가 검에서 일어나면서 겨우 파란토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은 복잡했지만 눈 몇 번 깜짝 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악마 파란토의 힘은 진정 놀라웠다.

야안은 그를 상대하려면 못해도 로뎅 스승님과 레필 공작 정도의 두 초인이 힘을 합해야 그를 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는 아직 그 자신의 힘을 모두 찾지 못한 악마 파란토를 과정으로 말한 것이다.

오늘은 운이 닿았던지 야안은 그날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는데, 그래봤자 10분이 더 늘어난 40분에 불과했다.

겨우 40분 간의 전투였지만,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야안은 녹초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그 호흡은 가팔랐으며 몸은 거대한 쇠사슬에 동여 묶인 듯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리젠을 펼쳐 회복을 도왔고, 이내 기력을 찾자 그는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조금 전 야안에 의해 파괴된 대지에 의해 피어오른 먼지는 봄바람에 휘말려 이리저리 대기를 떠돈다.

날씨는 몹시도 무더웠다.

사람들의 옷은 점차 얇아졌으며, 마을의 시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이 종종 모습을 보였다.

더위에 축 늘어진 가축들은 주인이 준 물에 허겁지겁 마셔댔고, 논밭에서는 물을 대기 위해 장정들이 모여 끙끙거리며 힘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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