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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23화 (223/385)

야안 223화

그들이 아니었다면 그 과도기의 문명 속에서 새롭게 왕국을 일으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 왕의 동료가 아니었다면 대현자 테무드가 그 경지에 오르기도 또한 전설의 현자의 유물을 찾으려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 그들이 아니었으면 테무드는 전설의 유물들을 얻기 어려웠을 터였다.

유일한 왕족이기도 한 왕은 테무드를 총애하여 그가 하는 일을 크게 지원하였는데, 당시 이에 대해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야안은 스렌이라는 왕국을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그저 지금 자신이 거슬러온 기간을 대충 짐작하며 애초 물으려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하면 대륙을 가로지를 정도의 거대한 산맥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본래 이곳에 온 목적이었고 그 같은 거대한 산맥이니 당연히 그녀가 알 것으로 생각해 말을 꺼낸 야안이었다.

하지만 라티샤는 야안의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오히려 되물었다.

“대륙을 가로지를 정도의 산맥이라니요? 저는 그런 곳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야안은 그녀의 말에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어 동요를 금치 못하였다.

다른 곳도 아닌 야루스 산맥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다니, 더 이상 이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야안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잠시 고심하다 다시 물었다.

“두 대륙 중 이곳은 어디에 위치하였습니까?”

혹시 무슨 대륙 간의 문제가 있어 이곳이 융 제국 쪽에 자리한 대륙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는 그 말에 라티샤는 더욱 충격적인 말을 꺼내었다.

“두 대륙? 그것이 무슨 말씀이 모르겠군요. 대륙은 총 세 곳입니다. 바, 샤, 라 이렇게 세 대륙으로 나누어지지요. 이 이름은 가장 큰 대륙부터 작은 대륙 순입니다. 현재, 베로시안 왕국은 이 세 대륙 중 라의 대륙에 자리합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대륙이 본래는 세 곳이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떤 자료에도 또 다른 대륙이 있었다는 학설은 찾을 수 없었다.

왕국도, 제국의 존재도 아닌 대륙의 존재였다. 그런 중요한 자료가 없다는 것은 이에 죽음의 지배자가 관련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저나 대륙에 이름이 있었다니.’

야안은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왜 이에 대해 드래곤도 유피테르도 말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이 또한 죽음의 지배자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이라면 유피테르가 답을 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

죽음의 지배자가 저주를 내리기 전의 시대였으니 이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된 유피테르가 알려줄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아쉬운 일이나 현재 유피테르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야안이 새로운 육체를 얻게 되면서 그와 계약의 관계를 맺은 유피테르 또한 모든 것이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야안이 지난 드래곤의 전투에서 죽음 직전까지 몰리며 얻은 깨달음으로 인해 새롭게 중급 정령의 그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되면서 생겼다.

유피테르는 소멸 직전 그 깨달음을 공유하면서, 이를 놓치지 않고 왕의 권능을 스스로 부여하여 중급 정령의 길로 들어서는 길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그로 인해 유피테르는 그 소멸 직전의 힘을 복원한 상태였지만, 스스로 내린 왕의 권능에 묶여 그에 따르는 힘을 가지기 전까지 깨어날 수 없었다.

야안은 그 시일을 길게 보아도 한 달 정도로 보았기에 이를 알았을 때 초조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하루빨리 유피테르가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카르샤는 왠지 초조한 기색이 자리한 야안에 잠시 걱정스러운지라 말을 건넸다.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그 말에 야안은 고개를 저었다.

“없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덕분에 중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야안 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제가 감사의 인사를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야안은 작게 미소를 보였다. 과연 그 자신이 진실의 눈에 통해 본 것처럼 소탈한 여인이었다.

카르샤는 그러다 갑자기 방금 기억났다는 듯 다급히 일어섰고, 야안이 놀라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음식을 올려놓은 것을 잊고 있었군요.”

그러며 이내 다급히 방을 나섰고, 야안은 그 모습이 마치 시골의 어린 소녀처럼 느껴져 저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음식은 검은 밀 빵과 고기와 스튜, 향신료를 넣고 끊인 스튜였다. 오랫동안 삶은 탓에 야채가 상당히 풀어져 있었지만, 본래 솜씨가 좋은 듯 간이 맞아 그 맛이 좋았다.

야안은 그녀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현재 이곳 대륙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그녀는 자신이 아는 5년 전의 대륙의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현재 야안이 자리한 베로시안 왕국이 속한 라의 대륙은 모두 6개의 왕국과 연합종족이 일으킨 베론 제국이 자리했다.

이 베론 제국은 모두 다섯 종족이 연합이 되어 있었고, 그중 인간 또한 그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간, 드워프, 엘프, 라토스, 멀머던으로 이루어진 이 베론 제국은 돌아가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현재는 하얀 태양 부족의 하이 엘프가 다스리고 있었다.

베론 제국의 26번째 황제인 푸른 빛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하이 엘프는 벌써 980년의 세월을 살았던 고령 엘프인지라 빠르면 십 년을 늦으면 이십 년 안에 운명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여러 종족이 자리한 만큼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도 시간이 지나자 이런 형태의 연합이 서로의 종족에게 크게 도움을 알고는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현재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식량을 책임지는 라토스, 무구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드워프, 바다를 지배하는 멀머던, 숲의 아들이며 수많은 현자와 정령사가 자리한 엘프, 마지막으로 가장 바르면서도 가장 이기적이기도 한 인간은 그런 그들의 물류를 책임져 그 조화를 이루는 데 협조하였다.

이들 연합종족 제국인 베론 제국이 만약 대륙정복전쟁을 일으킨다면 여섯 왕국은 감히 십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정도로 그 지닌 힘이 대단했다.

다행히 인간들의 왕국이었다면 모를까? 다섯 종족이 모여 만들어진 국가인지라 지금까지 그런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가장 안정적인 체제를 갖춘 지금 전쟁을 일으키다 이 체제를 무너뜨리게 된다면 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안은 대장인이기도 하기에 드워프라는 존재의 이야기에 크게 빠져들었다. 금속을 다루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할 종족인 드워프였다.

그들과 서로의 작품을 교류하다 보면 그들에게 배울 점들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할 방법으로 금속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드워프의 이야기에서 호기심을 보이던 야안은 다시 카르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 베로시안왕국을 비롯해 다른 다섯 왕국 또한 이종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수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그 세력이 미비했다.

그나마도 자유로운 성정을 지닌 라토스나 바다를 향해 하며 물류 교류를 하다 정착을 한 멀머던이나 볼 수 있었지, 드워프나 엘프는 그 수가 매우 희귀해서 한 왕국에 많아야 두 부족 정도에 불과했다.

이곳 베로시안 왕국에서도 드워프와 엘프 부족이 각 한 부족씩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사는 곳은 왕 직할지로 왕국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다.

그들이 필요한 것들이나 여러 가지를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크게 우대하여 주었다. 물론 이렇게 우대해 준다 할지라도 베론 제국 시민의 삶에 비해 그 질이 낮았지만 그래도 본래 터를 잡으면 쉽게 안 떠나는 그들의 특성상 그 대우에 만족해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까지 그들을 잡는 이유가 무엇인가 싶겠지만, 실제 이렇게 함으로써 국가가 얻는 이득은 상당했다.

정령사나 현자가 많은 엘프로부터 여러 가지 현명하면서도 실용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었으며, 드워프가 만든 예술품과 무구로 그 전체적인 문화의 질을 올릴 수 있었다.

거기까지 왕국과 제국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그녀는 이내 이곳 라의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섯 인물에 대해 말을 꺼내었다.

그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 모두 왕의 신분이 아니었다.

이들은 인간으로 치면 초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현재 베론 제국을 다스리는 하이 엘프인 푸른빛을 필두로 베론 제국의 공작이자 실제적으로 베론 제국 인간들의 왕과 같은 텐지 공작, 군사 왕국으로도 유명한 프랭 왕국의 칼렉스 공작이 있었으며, 라토스 종족의 공왕인 붉은 흙, 멀머던 종족의 가장 큰 대족장인 해로스가 자리했다.

이렇게 라의 대륙에만 다섯 초인이 있었으며, 현재 자리한 이곳 시대의 초인들은 총 36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인간들이 열다섯에 달했는데, 실제로 그 초인의 숫자만큼이나 이 세 대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종족 또한 인간이었다.

야안은 자신의 시대보다 네 배에 달하는 초인들이 있었고, 거기에 대현자 테무드가 있었음에도 이 번성한 고대문명을 지워 버린 죽음의 지배자의 힘에 짙은 공포심을 느껴야 했다.

그녀는 그처럼 야안에게 그녀가 아는 이 시대에 대한 것을 간략하게 말해 주었지만 야안에게 왜 이 과거로 온 것인지, 그 미래의 시대는 어떠했는 지는 묻지를 않았다.

진리의 길을 걷는 야안의 판단력에 믿고 맡긴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야안의 말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녀는 함부로 말을 꺼내지 않았고, 야안은 그런 그녀의 배려에 감사했다.

여러 생각을 하던 끝에 야안은 그녀에게 어렵게 말을 꺼내었다.

“저는 아리스 님께서 저를 이 시대에 보낸 것을 결코 우연이라 믿지 않습니다. 지금의 시간이 언제인지 제가 알고 기록들이 몇 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짧으면 백오십 년, 길면 이백 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대륙의 생명을 띈 모든 것을 멸할 전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수 천년동안 쌓아 올린 문명이 무너질 것이며, 이에 휩쓸려 모든 타 종족들이 그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소멸을 할 것이며 오직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대부분의 문명이 지워지면서 마치 처음처럼 새롭게 문명을 일으킬 수밖에 없겠지요.”

야안의 그 담담하게 꺼내는 말에 라티샤는 소름이 돋았다. 입술이 바짝 메마른 터라 옆에 자리한 물을 들이켠 그녀는 눈빛을 바로 하며 물었다.

“그 적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드래곤이 존재한다 하셨는데, 그 드래곤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까? 만약 드래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어째서 그 적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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