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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25화 (225/385)

야안 225화

그가 일으킨 야수는 아직 홀로는 초급 익스퍼트의 기사를 상대할 수는 없었지만 둘이라면 제압하고도 남을 저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야수의 특성상 소형 몬스터에게 강했는데, 이 때문에 코볼트는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요란하게 피안개를 일으키며 잡은 터라 축지술로 한걸음에 다가간 야안은 어스를 펼쳐 코볼트의 시체를 끌어모은 뒤 불의 술로 태워 지워버렸다.

요란스럽게 타오르던 연기가 어둠 속에 점차 사그라져갔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야안과 카르샤는 제로스 후작 가에 도착하였다.

과연 문명이 극에 달했을 때의 왕국의 대도시다웠다. 마치 카이엘 제국의 황성 도시의 중심가에 온 듯했다.

그 넓고 고른 도로와 길가에 늘어진 조명등, 그 이외에도 번번이 공공장소에 볼 수 있는 마법 물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이곳 도시의 시민들은 저마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반 시민들이 이 정도의 생활을 지닌 것을 보아도 이곳의 복지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이 세상에서도 노예는 자리했다. 물론 노예 중에는 이종족은 없었다. 이종족에게 그 관계가 나빠질 꼬투리가 될 수 있고, 이것은 국가적으로 큰 피해이기에 이종족 노예는 국가의 반역 바로 밑의 단계의 죄질로 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노예들은 대부분 인간이었는데, 그중 일부는 이종족과 인간 사이에 난 혼혈도 자리하고 있었다.

귀족의 사치적인 행각이 실상 경제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최소한 그 부분까지는 예외로 놔둔 것이다.

야안에게는 상당한 금화가 자리해 있었지만, 그 돈 대부분이 천년은 훌쩍 지나야 사용되는 금화인 터라, 그는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마법상점에서 물건을 팔기로 했다.

그가 팔 물건은 등급으로는 C+급에 해당하는 방어갑옷으로 예전에 잡은 블랙 오우거에 ‘카’의 마법을 인첸트 시킨 것이다.

하루 한 번 삼십 분 정도이지만 반영구적인 기간까지 이 놀라운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자 수많은 마법 물품을 보았던 주인도 놀란 기색이 완연했다.

“이런 대단한 물건이 우리 가게에 들어오다니.”

주인은 현자는 아니었지만, 마법 물품을 감식하는 마법 물품을 가지고 있는 터라 이 물건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그가 다루는 물건들은 주로 용병들이나 제법 돈이 있는 민간인들을 상대로 거래를 하는 터라 그 종류는 많아도 실상 이같이 높은 등급의 마법 물품은 처음 겪는 것이다.

이번 거래를 제대로 성사시킨다면 그는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터라 잠시 고심하다 말을 꺼내었다.

“현재 저의 금력으로 어렵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돈이 아닌 마법 재료로 남은 대금을 대신 내도 되겠습니까? 마치 질 좋은 요정의 가루가 들어왔습니다.”

야안은 주인의 말에 다시금 자신이 고대 시대에 왔음을 인지했다. 그 구하기 힘든 요정의 가루가 이 작은 마법 상점에서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안이 잠시 얼굴을 굳히자, 다른 뜻으로 오해를 한 주인은 망설이다 다시 말을 꺼내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오리하르콘의 가루가 좀 있습니다만.”

그의 말에 야안은 놀람을 보였다. 가루의 형태라 하지만 설마 전설의 금속이라는 오리하르콘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야안이 반응을 보이자 주인은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양은 겨우 20g 정도에 불과하지만 순도는 확실합니다. 예전 저희 할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제국에 여행을 가셨다 우연히 드워프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보답으로 얻은 것인데, 이것으로 남은 잔금으로 가능하겠는지요.”

미스릴에 비해 열배나 더 가치가 있다는 금속이었기에, 충분히 잔금이 되고도 남았다. 진실의 눈을 통해 살펴본 결과 그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예전 실험에서 소량의 오리하르콘을 사용한 적이 있었던 카르샤 또한 그것이 진짜임을 인증한지라 야안은 더 이상 망설임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도록 하지요. 대신 저 요정의 가루도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구입하고 싶소. 대금으로는 이것이면 될 것 같소만.”

그렇게 야안은 또 다른 마법 물품을 꺼내었는데, 등급은 앞서보다 몇 단계 낮은 D+ 정도로 불의 구를 하루 스무 번 펼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급 마정석과 최하급 마정석 두 개가 들어간 이 공격 마법 물품은 여타의 공격 마법 물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급박한 순간 자신의 목숨을 몇 번이고 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비록 하위마법이라 해도 그 같은 이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살 만한 것으로, 주인은 매우 크게 반기었다.

“물론입니다. 이런 마법 물품은 저도 몇 번 거래하지 못한 상급의 것이군요”

결국 그는 자기 가게에 자리한 모든 요정의 모래들과 오리하르콘의 가루가 담긴 주머니, 그리고 약 팔천구백 골드에 해당되는 돈을 건네었다.

오리하르콘의 가루도 물론 놀라웠지만, 그 주인에게서 받은 요정의 모래는 예전 스승이신 로뎅에게서 받은 것보다 그 질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고, 그 양은 서른 배에 달한지라 놀라울 따름이다.

그날은 늦은 터라 이곳에 자리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돈이 넉넉한 터라 좋은 방을 잡은 터라 카르샤는 그간의 노숙에 대한 여독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식사를 할 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라 야안은 칭호를 대장인으로 바꾸고 오리하르콘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확실히 칭호가 바뀌자 그 물질에 대한 보는 시선과 그 감각 등이 확연하게 질이 높아진지라 오리하르콘 또한 어떻게 그 물질을 쓰이게 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놀랍군. 왜 전설의 금속이라 하는지 이해가 된다.’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금속이 있는지에 대해서.

오리하르콘은 마나의 절연도가 상당히 뛰어난 금속이다. 아니, 단순히 그 자체가 절연도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와 혼합된 금속들의 마나의 절연도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것은 마법 물품은 물론이고, 일부 현자들이 쓰는 마나의 촉매를 위한 마나의 지팡이나 검에 기운을 담는 이들에게 그 힘의 손실을 크게 줄일 수가 있다.

마나는 잔류 마나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검기가 몬스터를 베어냈을 때 몬스터의 그 상처 부위에서는 피가 터지지 않는다.

이는 그 검기에 자리한 뜨거운 불 같은 열기에 의해 녹아 붙어 버리면서 생긴 현상인데, 이 검기에 자리한 열기가 바로 잔류 마나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한 번 형성을 하면 쉽게 소모되거나 무너지지 않는 검강과 달리 검기는 소모되는 마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마나가 소모가 되는 과정에서 의지와 달리 흐트러지는 마나의 열을 잔류 마나라 하는 것이다.

한데, 이 오리하르콘의 일부를 혼합한 무구는 그 잔류 마나의 발생률이 크게 줄어 그 검기의 위력이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야안의 전설의 검처럼 거의 대부분의 마나 잔류를 막아 배 이상의 검기의 위력이 늘어나려면 최소 50%이상의 오리하르콘이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데 문제는 앞서 이야기를 들었듯이 오리하르콘은 대단히 귀해 비싸며 또한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것이다.

인간 중에는 없다시피 하고 드워프 중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는 수석 장인은 되어야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

한데 그런 오리하르콘을 40%나 사용해 하나의 무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에 따르는 비용은 웬만한 왕국의 반년 치에 해당하는 돈을 부어야 한다.

그야말로 한 나라 전체에서도 욕심이 난다해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그 솜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야안의 솜씨라면 미스릴 일부분과 더불어 야안의 20g 정도의 오리하르콘을 적절하게 혼합한다면 20%정도의 마나 잔류를 막을 수 있을 터였다.

대장인의 칭호를 달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야안은 당장에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참아내었다.

“시간이 나면 한 번 도전해 볼 가치가 있겠군.”

야안은 물의 술로 몸을 씻고 가부좌를 틀어 뇌전신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드래곤과의 전투는 야안에게 있어, 단순히 정령에서만이 아닌 마법과 검강의 활용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효과적인 전투를 할 수 있게 된 것인데, 특히 검에 일으키는 검강은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미숙한 면이 있었던 뇌전검법의 제 2초식인 노여움을 담는 검식을 자유롭게 다루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방어에는 1초식을, 공격에는 2초식의 연계가 자유로워지면서 야안의 검은 한층 더 상대하기가 까다로워졌다.

뇌전신공을 끝낸 야안은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펼쳤다.

‘아직 멀었는가?’

유피테르가 의식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안은 지금도 유피테르의 힘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실제 정령의 스탯이 매우 늘어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으로 못해도 이년은 꼬박 모아야 할 정령력이 지난 이십여일 사이에 모여졌으니 말이다.

만약 유피테르가 왕의 권능을 펼쳐 다스린 것이 아니었다면 아직 하급 정령 마스터에 불과한 야안이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이런 유피테르의 왕의 권능을 경험할 때면 새삼 그가 전설의 현자를 보조하였던 정령의 왕임을 인식하곤 한다.

‘벌써 몇 차례나 그 덕분에 위기를 넘겼는지.’

야안은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마치며, 앞으로 정령술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마쳤을 때쯤에는 석양이 지고 있는 식당이 자리한 아래층에 내려서니 이미 카르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양 갈래로 묶었던 붉은 머리를 하나로 묶어 머리 위에 올리었는데, 그 어린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맑고 깊은 눈빛이 상반되어 묘한 매력을 가져다주었다.

말없이 창가 너머로 사람들을 구경하던 그녀는 왠지 씁쓸해 보였다.

야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자신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왔음에도 이방인의 취급을 받은 그 아이러니함에서 오는 괴리감은 그 감성을 흔들기 충분할 일이다.

“먼저 나와 계셨군요.”

“네. 추천하는 음식을 시키기는 했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카르샤님 덕분에 입맛이 높아진지라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야안의 농에 카르샤는 미소를 보였다.

그 맞은편에 앉아 야안 또한 밖을 바라보았는데, 이번에 늦은 시간에 들어온 상단이 눈에 띠었다.

여타의 상단이 아닌 노예를 사고파는 노예 상단인 것이다.

야안은 그들 중, 말이 끌고 가는 철장을 친 마차 속에 자리한 한 아이에게 눈이 갔다. 그 외모가 인간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귀 끝이 조금 길고 뾰족했고 피부의 광택은 어린아이보다 더 맑고 밝았다. 그러면서도 그 아름다움은 자신의 제자인 한스와 비견해도 부족함이 없는 사내아이였는데, 그 재질이 범상치 않은 듯해 카르샤에게 물었다.

“저 철장 속의 아이는 이종족입니까?”

그 말에 마치 카르샤도 그 아이를 눈여겨보던 터라 이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보아하니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야안은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모습을 보였다. 아이는 정령 친화력이 대단히 높았고, 무재도 상당해 자연히 제코가 생각이 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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