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30화
그의 가르침 하나하나가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오랫동안 몸으로 행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는 상승의 것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확실히 그의 재능은 검에 한해서는 테리보다 더 뛰어난 면이 자리했고, 야안에 비해 크게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경지에 오른 야안이었고, 또한 뛰어난 현자의 재능으로 그 지혜가 높은 그였으니 탈론으로서는 야안에게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기연이었다.
여정을 떠난 지 보름이 지나, 제로스 후작 가의 세력은 베로니안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귀족이 있는 대도시와 왕성까지 도로가 닦여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급하게 도착하려 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드워프와 교류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 왕성 도시를 지나쳐야 하기에 상당히 붐비고 있었다.
과연 고대 문명의 왕국답게 그 물자는 물론이고, 그 생활 수준도 대단히 뛰어났다.
직업의 종류도 대단히 많았고, 서민 중 마법 물품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마다 가정집에 마법등이 자리해 밤에도 낮처럼 밝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고, 백화점이라는 거대한 건물이 시장을 대신하여 자리했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장사를 하는 터라 어느 시간대이든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백화점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은 몇 되지 않았다. 아니, 돈만 있다면 어떻게서든 구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었다.
이곳 백화점은 귀족과 서민 사이에서의 분쟁을 막기 위해 고급관가 일반관으로 나누기는 했지만 사실 돈만 있다면 고급관으로 가는 것을 막는 이는 없었다.
야안은 자체적으로 신세를 지고 가는 것이라, 헤롤스 용병단이 머무는 여관에 따로 방을 빌렸다.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백화점을 구경하였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였다.
말이 건물이지, 그 층수는 20층에 달하고 그 넓이는 웬만한 마을 하나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 넓이가 20층에 달했으니 그야말로 그 건물 자체만으로도 영지라 해도 과함이 아닐 것이다.
야안은 고급관에서 가격은 비싸지만, 자신의 시대에서는 결코 구하기가 불가능한 마법 재료들을 사들였다.
가지고 있는 돈 대부분을 소비하고도 부족했던 터라 그는 자신이 만들었던 마법 물품을 팔아야 했다.
그가 판 물건은 상급 보호의 목걸이로, 하루 다섯 번의 마케를 펼칠 수 있고, 또한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문명의 최절정기에 올라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상급 보호의 목걸이는 이 시대에서도 귀족들 사이에 흔히 통용된 물건이었지만, 만들기가 까다로워 언제나 그 수량이 부족한지라 제법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야안은 돈보다는 마법 재료들을 원하였고, 그런 일은 흔한지 그곳의 점원은 10%에 할인하는 가격으로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백화점에서 좋은 거래를 마치고 여관에 돌아온 야안은 자신의 방 앞에서 서성이던 탈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매우 결연해 있었던 터라, 무언가 문제가 있는가 싶어 그에게 다가갔다.
“탈론,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야안의 말에 탈론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더사 결연한 표정을 보이며 야안에게 예를 보이며 물었다.
“하고자 하는 청이 있습니다.”
그 모습이 워낙 경건한지라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자신의 방으로 들이었다.
곧 방에 자리한 의자에 걸터앉게 한 야안은 그제야 탈론에게 물었다.
“그래, 하고자 하는 청이 무엇인가?”
야안의 그 말에 탈론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의자에서 일어나 큰 예를 보였다. 몸을 크게 세 번 절을 올리고 머리를 아홉 번 땅에 대며 소리쳤다.
“부디, 저의 스승님이 되어주십시오. 저 탈론 야안 님을 스승님으로 모시어 불경의 마음을 단 한순간이라도 먹는다면 아리스 님이 그 어떤 고통을 주신다 해도 달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의 말에 자리한 의지가 너무 확고한지라 야안은 탈론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야안은 그런 탈론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지금껏 그대를 나의 제자가 아니라 여긴 적이 없네. 다만 그대가 가고자 하는 인생이 자리하기에 그저 강요하지 않았을 뿐이네. 하지만 그대가 이처럼 나를 스승으로 모신다 하니 어찌 이보다 더 기쁠 수 있겠는가?”
그 야안의 말에 탈론의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뚝뚝하기라면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할 것이라는 자신이었건만, 평생을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었으니 아무리 무뚝뚝한 그도 마음의 격동을 막을 수 없었다.
야안은 그런 탈론에 마케를 펼쳐 그를 진정시켰다.
“그대가 나를 최고의 경의로 스승으로 모시었으니 나 또한 그대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일이다. 어쩌면 놀랍고 길고 긴 이야기일 것이니 마음을 바로 하고 듣기를 바란다.”
그렇게 야안은 탈론에게 자신에 대해 말을 하였다. 이미 그간 진실의 눈이나 그를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그는 신의가 있고 입이 무거운 자임을 잘 알기에 걱정 없이 꺼내는 말이기도 했다.
탈론은 야안의 말에 마음을 진정시키며 스승이 하는 말에 대해 경건한 자세로 듣기 시작했지만, 그는 자신의 상식을 한참이나 넘어서는 스승님의 이야기에 듣는 도중 그 자세가 몇 번이나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 대략적인 일들에 대해서만 들었을 뿐임에도 어느새 날은 새어 새벽이 지나 아침의 햇살이 창가를 타고 들어섰다.
“하여, 그 세력에 네가 들어 왔으면 한단다. 하지만 너에게도 너의 꿈이 있을 것이니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날이 온다면 인류는 물론 모든 인종이 하나가 되어 그자와 그가 이끄는 세력을 막아야 할 것이니 말이다.”
탈론은 자신이 이번에 모시는 스승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알며 크게 감
명하였기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스승님의 위대한 뜻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숨이 끊겨도 기쁠 것입니다. 저에게 그 같은 위대한 진실과 사상을 같이 하게 해 주어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고맙구나.”
야안은 인베토리에서 그 자신이 만들었던, 지난 백화점에서 판 것보다 더 상위의 품질인 보호의 목걸이와 그가 만들었던 명검을 하사하였다.
명검이라 하지만, 야안이 만들었던 것 중에서 하위에 자리한 물건에 불과했다. 야안이 더 귀한 물건을 줄 수 있음에도 이 물건을 제자에게 내어 준 것은 아직 그의 수준이 여타의 명검들을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안이 내 준 명검은 그 예기는 다른 명검에 비해 낮으나, 매우 견고한 강도를 지닌 덕분에 이제 상급 유저에 들어서 강검을 펼칠 수 있게 된 탈론에게 있어 가장 알맞은 형태의 검이었다.
탈론은 지금까지 하급 품질의 검을 쓰다 이처럼 명검을 손에 쥐게 되자, 그 기쁨을 단순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놀랍고, 기쁠 따름이다.
야안은 탈론의 그 같은 모습에 미소를 흘리다 말을 이었다.
“내가 준 이 마법 물품은 너의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는 물건이다. 또한 하루 한 번 그레이트 힐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아닐 겨우 10번의 힐을 펼칠 수 있는 물건이니 몸에서 떼어내지 마라.”
그저 하나의 증표라 생각한 물건이 그 같은 놀라운 마법 물품이라 듣자 탈론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이다 이내 다시금 감사드렸다.
탈론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 용병단장인 헤롤스에게 탈퇴를 말한 적이 있는지라, 이에 대해 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야안은 다시금 탈론에게 헤롤스 단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라 말을 꺼내었다.
왜 그가 탈론 그에게 그 같은 모습을 보였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주면서 말이다.
탈론은 그제야 그 또한 자신이 큰 신세를 지었음을 알았다. 여타의 심성이 고약한 단장이었다면 그가 어찌 되었든 당장 써먹을 수 있게 가르치며 나몰라라 했을 것이니, 어찌 신세를 지지 않았다 하겠는가?
탈론은 마음이 뭉클해하며 바로 단장과 그간 같이하였던 선배 용병대원들에게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알렸다.
그들은 저마다 야안이 결코 범임은 아님을 알았기에 탈론이 그의 제자가 되었음을 마음 놓고 기뻐해 주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야안은 탈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그는 자신이 가장 문제라 본 그의 심법에 대해 말을 꺼내었다.
“지금 네가 만든 심법서는 확실히 기운을 모으고 일순간에 힘을 터뜨리는데 유용한 것이다. 심법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네가 그 같은 물건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나는 찬사를 보이고 싶구나.
하지만, 너의 심법서는 너무 강경하다. 지금은 너의 마나의 기운이 미비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후에 이는 스스로 갉아 먹는 독이 되고 말 것이다. 모름지기 뛰어난 심법이란 물과도 같다. 어떤 형태의 그릇이든 담을 수 있으며, 부드럽기란 바람과도 같으며 언제나 그 본질이 변함이 없어 한순간 격한 모습을 보여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야안은 그렇게 말을 꺼내며, 그가 구술한 심법을 새롭게 뜯어고쳐 능히 상급 심법서 수준에 맞추어주었다.
아직 그의 경지가 낮아 제대로 이 심법을 활용하려면 익스퍼트의 벽을 넘어서야 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의 심법 수준으로 맞추어 건네어 준 것은 그의 재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과연 탈론은 다른 상급 유저라면 겨우 40% 정도를 활용했을 그 심법을 50% 이상에 달하는 효율성을 보이며 다루었다.
이제 막 이 심법을 다루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그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능히 70% 달하는 수준까지 효율을 보일 수 있을 터였다.
탈론은 지금까지 스스로 만든 심법에 대해 자부심이 강했는데, 자신의 심법을 기반으로 새롭게 뜯어고쳐준 심법을 직접 운기하자 자신의 것이 얼마나 조잡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그런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키우던 자만심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스승께서 자신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헤롤스 단장이 그 같은 배려를 했었지만, 자신이 모시게 된 스승에 비한다면 자신의 재능은 감히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 하여 그 같은 천재들이 자신의 넘어서는 천재를 만나면서 시기를 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이미 큰 사명을 가지신 스승에게 품은 존경심은 그런 마음을 감히 가질 수도 없게 하였다.
아직 다시 여정을 떠나는데 이틀의 여유가 더 있던지라 야안은 탈론에게 그의 수련법을 가르쳤다.
아직 태어나기도 전인 대현자 테무드가 조언을 하였고, 그가 만들어낸 탈론 수련법을 가르친 것이다.
과연 그 스스로 만들었던 만큼 탈론 수련법은 그 어떤 이보다 그 자신에게 맞았다. 이미 초인에 올라선 뒤 수정하고 수정하였던 탈론 수련법이기에 본래의 탈론 수련법 못지않은 것이 야안의 탈론 수련법이었다.
탈론은 마치 맞춰진 옷을 입은 것 같은 수련법에 놀라 경이를 보이다 다시, 야안이 그에게 가르친 이십사수검법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십사수검법은 이곳 고대 문명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검법이라 탈론은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야안이 하나하나 검식을 풀어 그의 수준에 맞게 설명을 해주자 그는 놀라운 속도로 이 검법의 오의를 막역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뛰어난 제자를 가르친다는 기쁨이 이런 것인가?’
물론 그가 가르친 테리나, 제코, 한스 등 그들도 하나같이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이지만, 탈론의 재능은 그들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