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31화
이방인의 재능을 지닌 야안에 가까울 정도였으니 야안이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짧아, 지금은 급한 대로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쳤지만, 여정 중에 그를 잘 가르친다면 상급 유저로서 금방 자리를 잡을 것이다.
‘앞으로 이 녀석이 얼마나 성장을 할지 궁금하구나.’
야안은 물 먹는 천 같이 자신의 가르침을 빨아들이는 제자의 검식을 바라보다 이내 그의 잘못된 점을 보완해 주었다.
* * *
그로부터 열흘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야안은 물류 교류가 있을 거대한 성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성은 단순히 돌로 만든 것이 아닌 그 주위를 강철로 뒤덮은 성으로 오래전 푸른 바위 일족이 이 거래를 위해 만든 곳이기도 했다.
이 강철의 성에는 로템의 금속이 일부 자리해, 놀라울 정도로 항마력이 자리하여 검기나 현자의 대마법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경이롭군. 인간이라면 결코 이 같은 성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로템의 금속을 다루기 자체도 어려웠지만, 그것을 여타의 금속과 혼합하여 다루는 것은 더욱 까다로웠다.
더구나 그것만이 아닌 그렇게 만든 금속을 성을 휘감을 정도의 기술력을 지닌 존재는 한 왕국에서도 둘, 셋 정도 일 테니 최소 일천 명이 필요한 이 공사를 완성하기란 무리가 있다.
“과연 드워프인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그 성에 자리한 그들의 솜씨의 흔적들을 보던 야안은 절로 감탄사를 흘렸다.
벌써 그들과의 만남이 기대가 되었다.
이미 이 강철의 성에는 수많은 대귀족들이 저마다 왕성에서 나뉘어준 자리에 짐을 푼 상태였다.
그들 몇몇 세력들은 여러 세력에 사람을 보내어 드워프와는 상관없이 저마다 물류 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야안이 속한 제로스 후작 가도 마찬가지였다.
야안은 이곳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거대한 시장의 흐름을 살피다 이내 훈련을 마치고 자신을 따라나선 탈론을 발견했다.
그간 탈론은 겨우 열흘의 시간 동안 놀라울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어 있었다.
이제는 웬만한 상급 유저와 겨루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는데, 본래 그의 재능을 상기한다면 사실 이도 부족함이 없지 않아 있다.
식당이 자리하지 않는지라 자체적으로 탈론이 준비한 식사를 마친 야안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이곳을 살피기로 했다.
과연 고대 문명 왕국의 내로라하는 대영주들의 세력에서 온 탓인지 그의 감각에 수많은 강자가 포착되었다.
자신의 시대였다면 고작 왕국에 한, 둘 정도였을 상급 익스퍼트의 검사가 자신이 살펴본 것만 해도 다섯이나 되자 새삼 고대 문명의 저력을 알 수 있었다.
야안은 주술을 펼쳐 몸을 감추고 토네와 축지술로 강철의 성을 돌아보다, 강철의 성 너머에서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존재를 느끼게 되었다.
결코 인간에서 느낄 수 있는 파동이 아닌지라 놀라던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람의 술을 펼쳐 강철의 성을 뛰어넘었다.
과연 강철의 성을 넘자 그는 한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야안은 저도 모르게 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드디어 처음으로 드워프 일족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성인을 앞둔 어린 사내 정도의 키를 지니고 있었다. 목은 짧아 없는 것 같았고 그 몸은 바위를 뭉친 듯 매우 두터웠다. 부리부리한 눈은 밤중에도 빛이 날 정도였고, 멋들어지게 난 푸른 수염은 그의 두터운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등에는 그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도끼가 자리했고, 허리춤에는 집게와 망치를 비롯해 여러 기구와 술병들이 걸려 져 있었다.
기척에 매우 예민한 듯 그는 야안이 어둠 속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음에도 단번에 알아차리고 걸걸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누군가? 약속의 날까지 아직 시일이 남았을 텐데.”
그의 말에 야안은 자신이 실례된 행동을 하였음을 깨닫고 사죄하였다.
“저는 야안이라 합니다. 죄송합니다. 드워프 종족을 본다는 사실에 기뻐 저도 모르게 실례를 하고 말았군요.”
야안의 말에 그 드워프는 푸른 수염을 꿈틀거리며 웃음을 흘리더니 근처에 자리한 바위에 앉았다.
“크허헐. 취향이 특이한 인간이군. 인간의 입장에서 우리들의 모습은 별로 좋은 꼴은 아닐 텐데 말이야. 나는 푸른 망치라 하네.”
그러며 그는 허리춤에 자리한 술병을 들더니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호쾌하게 마셔대는지 보는 야안도 절로 술이 동할 지경이었다.
그는 그렇게 술을 마시다 이내 야안의 그 심정을 아는 듯 가지고 있던 술병 하나를 꺼내어 야안에게 건네었다.
“우리 드워프들이 만든 술이네. 도수가 높아 입에 맞을지 모르겠군.”
그러며 그는 마저 자신이 마시던 술병을 비우더니, 이내 새롭게 술병을 열었다. 야안은 그의 호의에 감사해 하며, 술병의 마개를 열었는데 과연 도수가 높다는 말이 괜히 한 것이 아니었다.
알싸한 냄새가 코를 내지르는지라 그 향만으로도 취기가 오를 듯했다.
옆에서 다시금 호쾌하게 벌컥벌컥 마시는 드워프의 모습에 호기가 오른 야안도 술병을 들어 올려 마셔대기 시작했고, 곧 불길이 목구멍을 태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곡식을 증류한 술인 듯했는데 큰 풍미는 없었지만 대신 그 자극적인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자신들의 종족처럼 호쾌하게 술을 비우는 야안에 푸른 망치는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웃음을 흘렸다.
“크헐헐. 모처럼 마음에 드는 인간을 만나는군. 그래 술은 그렇게 마시는 것이지.”
야안은 그 말에 웃음을 흘리며 이내 품속의 공간의 주머니에서 자신의 시대의 제국에서 구입했던 보드카를 꺼내어 푸른 망치에게 건네었다.
“드워프 술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아마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푸른 망치는 야안의 그 말에 호기심을 보이더니 이내 마개를 열었다. 과연 그 증류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런지 또 다른 풍미가 후각을 자극한다.
“재미있군. 벌꿀과 여러 가지의 재료를 섞어 사용한 것 같은데.”
그러며 보드카를 한 모금 하던 그는 그 부리부리한 눈을 크게 뜨며 ‘호’ 하고 작게 감탄을 보이더니 이내 조금 전 마셔대던 술처럼 벌컥벌컥 마셔대기 시작했다.
단숨에 술병을 비워내던 그는 자신이 앉아 있던 바위를 그 크고 거친 손으로 크게 쿵쿵 치며 웃음을 흘려댔다.
“크하하. 아주 좋네. 좋아. 오랜만에 맛보는 좋은 술이네.”
만족해하는 그의 모습에 야안 또한 기분이 좋은 터라 그는 보드카를 더 꺼내 들었다.
그에 푸른 망치는 매우 기뻐하였고, 야안 또한 오랜만에 호쾌하게 마실 수 있는 술친구를 만난 지라 크게 즐기며 술을 나누어 마셔댔다.
달빛을 안주 삼아 바위에 걸터앉은 두 이 종족의 사내의 술자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동이 터 오르는 것을 보던 푸른 망치는 야안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검을 쓰는 이 같은 데 우리 일족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 혹시 검이 필요해서인가?”
그 말에 야안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제가 검을 쓰는 자이기는 하나 또한 저는 철을 다루는 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족함이 많아 스스로 돌아보아도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그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하여 그 답을 얻고자 드워프 일족을 만나고자 한 것입니다.”
야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푸른 망치는 감탄을 보일 수밖에 없다.
야안의 말은 그 스스로 대가에 올라섰다는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가란 단순히 인간들의 기준이 아닌 드워프의 기준으로 잡은 것으로 한 부족에서도 몇 되지 않는 존재를 말한다.
믿기 어려운 일이라 무어라 말을 꺼내려 하는데, 갑자기 야안의 기도가 달라졌다. 조금 전 검을 쓰는 이의 특유의 기세가 자리했다면, 지금은 자신 못지않은 대가의 기도가 자리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근 200년의 지난 시간 동안 대륙을 떠돌았던 자신도 이런 기사는 들어보지 못했다.
놀란 그를 야안이 다시 놀라게 하였다.
바로 야안이 공간의 주머니에서 꺼낸 검 때문인데, 대가의 눈을 지닌 푸른 망치이기에 그것의 가치를 단번에 깨달았다.
검은 아직 검집에 있었지만, 검집 자체가 크게 뛰어난 것이 아닌지라 신검의 기세를 막아 내지 못해 단번에 그 기세를 깨달은 것이다.
‘휘익-’
마치 바람이 스쳐 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신검은 검집에서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것만으로 이 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별다른 기교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바람같이 검집에서 검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검이 그 기세를 안과 밖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음을 말함이다.
새벽빛에 은은히 반사되는 신검을 꺼낸 야안은 이를 푸른 망치에게 건네어 주었고, 그는 그 신검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았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새벽빛이 물러나고 해가 뜰 때쯤에서야 푸른 망치는 천천히 무겁게 고개를 올렸다.
“놀랍네. 정말 그대가 만든 것인가? 인간이 이 정도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나조차 이런 물건은 평생에 겨우 한 번을 만들어내었을 뿐인데.”
그는 감탄에 감탄을 보이며 다시금 신검을 살피다 다시 야안에게 건네어 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신의 공간의 주머니에서 검을 꺼내었다.
야안은 그가 꺼낸 검을 본 순간 숨이 막힌 듯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검집과 달리 그 검과 수준이 맞는 검집만으로도 그의 솜씨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인의 칭호를 단 지금의 자신도 그런 검집을 만들 수 있는가 스스로 물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가 보았을 때 이 검집에 쓰인 금속에는 로템과 더불어 여타의 여러 금속을 섞어 만든 것 같은데 이같이 여러 형태의 금속을 쓰면 오히려 금속의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비기가 자리하지 않고는 저런 속성을 지닌 금속을 만들기 어려움이 크다.
야안이 검집에서 멈칫하자 그 모습에 푸른 망치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과연 이 신검을 만들어 낸 자라 생각한 것이다.
그는 이내 검집에서 검을 뽑아 야안에게 건네었고, 야안은 그 검을 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
붉은 검신의 검은 그 폭이 자신이 만든 것보다 배는 얇았으나 그 무게는 참마도 몇 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무거웠다.
이미 초인으로서 신력을 지닌 야안이 아니었다면, 결코 자유롭게 다룰 수 없는 물건이다. 그 말은 애초 초인을 위해 만든 검임을 말한다.
야안이 이 붉은 검을 쥐자 곧 이에 대한 정보창이 야안의 눈을 어지럽혔다.
[붉은 신검.
등급 : B-
푸른 바위 일족의 대가 푸른 망치가 만들어낸 역작이다. 평범함이 극에 이르러 비범함이 살린 물건이기도 하다.
* 총 무게 415.25kg에 달하는 강철을 두들겨 만들어낸 검이다.
* 검신이 붉은 이유는 푸른 망치가 일족의 피를 담금질에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 오직 초인과 같은 신력을 지닌 이만이 사용할 수 있다.
* 검기의 증폭 능력이 40%에 달한다.]
“하, 단순히 강철로 이런 검을 만들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단번에 자신의 검의 특성을 이해하자, 푸른 망치는 웃음을 흘린다.
“하하. 이 검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바쳐야 했지. 그대 같은 대가가 인정해주니 정말 기쁘군.”
야안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