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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32화 (232/385)

야안 232화

4. 푸른 바위

“대가라니요. 저는 그저 재료의 이득으로 그런 검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든 재주는 아직 저에게 없습니다.”

그 말에 푸른 망치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모습이었다.

“크하하하. 이봐. 그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네. 자네의 나이가 어찌 되는가? 잘은 모르지만, 아직 30년도 채 살지 않았겠지. 그 시간에서 망치를 든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내가 이것을 만들 정도의 자격을 갖추었을 때 나는 근 200년을 불 앞에서 망치를 휘둘러야 했네.

내 살아온 세월 속에서 망치를 휘두른 시간만이 200년이란 말일세. 한데 단순히 그 시간 동안 스스로 기술을 모두 습득한 것인가? 하면 그도 아닐세. 우리는 수많은 대가의 작품들을 살필 수 있었고, 그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네. 그렇게 대부분 인생을 바친 끝에 만든 것이 이것이라 말이네. 자네는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는가?”

야안은 푸른 망치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알았던지라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리트담의 주술로 인해 몇십 년의 세월을 망치를 들었던 경험을 쌓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 홀로 참마검을 목표로 삼으며 평생을 망치를 휘두르다 하늘의 연이 닿아 깨달음을 얻은 것이지 그처럼 여러 대가의 가르침을 받아 선 것이 아니었다.

야안은 자신에게 깨달음을 내려 준 푸른 망치에게 큰 예의를 보였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푸른 망치는 자신의 말을 단번에 알아듣는 야안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하여 다시 말을 이었다.

“그대는 스스로 길을 오른 터라 사실 대가이면서도 대가가 아닌 반쪽짜리라 할 수 있지. 다만, 그 반쪽의 대가임에도 그 경지가 워낙 높아 그 다른 부분을 감싸고 남은 탓에 이 같은 역작을 만들 수 있는 것이네. 자네의 그 남은 반쪽을 채울 수만 있다면 그대는 어쩌면 위대한 망치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야안은 푸른 망치의 그 말에 대단히 기뻐하였다.

그의 말은 앞으로 자신이 대장장이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가르침에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한데 위대한 망치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 말에 푸른 망치는 그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도는 듯 그 푸른 수염을 잘게 떨다 말을 꺼냈다.

“위대한 망치는 전설의 시대 단 한 번 모습을 보였다는 위대한 드워프 거대한 불꽃이 올라선 경지를 말하네. 아니, 정확히는 드워프라기보다는 인간과 드워프 사이에서 모습을 보였으니 하프 드워프라는 것이 더 맞겠군.

그는 놀랍게도 금속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고 하네. 믿어지지 않지만, 일설에는 위대하신 드래곤의 영혼도 다루었다고 하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생이 짧은 인간들에게서 잊힌 것이 아쉬우나 드워프로 태어난 이 중 그 위대한 이름에 가슴을 설레지 않는 드워프는 존재하지 않네.”

야안은 그의 말에 매우 놀랐다. 예전 유피테르에게서 들었던 거대한 불꽃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워하기는 했으나,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잊고 있었는데, 이처럼 드워프들 사이에서는 신과도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하니 그제야 그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거대한 불꽃이 이룬 위대한 망치의 경지. 확실히 그런 그 경지가 아니었다면, 전설의 검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전설의 검은 당시 수많은 종족의 희생과 염원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라,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이 푸른 망치에게도 이 전설의 검을 보여줄 이유가 있다 생각했다.

하여 그는 인벤토리에 자리한 전설의 검을 꺼내었다.

푸른 망치는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내놓으려 하던 찰나 야안이라는 인간이 허공에 손을 젓다 갑자기 하나의 검을 꺼내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드워프란 종족은 타고나기를 육감이 발달되어 태어났다. 그들이 그처럼 금속을 다루고 예술적인 부분이 뛰어난 것은 바로 이 육감 덕분인데, 인간 중에서는 극히 일부만이 가지는 것이기도 했다.

하여 그 감각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 경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가의 자리에 오른 드워프는 초인 못지않은 육감이 발달 되어 있었다.

그러니 푸른 망치가 놀라워 할만하다.

야안과 같은 경지의 이가 작정하고 기척을 숨기고자 한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마법이든 주술이든 그들의 감각을 피할 수 없는데, 야안은 그런 통설적인 관념을 부수고 자신이 낌새도 차리지 못하게 검을 꺼낸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것에 대해 그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야안의 꺼낸 검에 모든 신경이 빼앗겼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금속을 재배열하며 새로운 합금의 형태들을 만들어내며 무구들을 만들었던 그이지만, 이 눈앞의 검은 어떤 재질로 만들어진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저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보았을 때, 이 검은 어떤 형태로 봉인되어져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 보인 기세를 보아 신검이라 칭해도 그 자격이 넘치고도 충분했는데, 봉인이 되어져 있다는 것은 그것을 넘어선 뛰어난 무언가가 자리했다는 말이 된다.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놀랍고 또 놀랍다.

이 검을 보고 있노라면 그 지난 수많은 고행 끝에 얻은 자신의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떤 존재가 이런 말도 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낸 것인가?’

푸른 망치는 감정이 수습되지 않는 듯 파르르 푸른 수염을 떨어 대며 야안에게 물었다.

“이, 이것은, 이를 만든 이는 누군가?”

야안은 그가 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것에 마케를 펼쳐 그를 진정시키며 그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이것의 이름은 전설의 검. 전설의 시대 전설의 현자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검입니다. 그리고 이런 검을 만들 수 있는 분은 단 한 분뿐이지요. 바로 조금 전 푸른 망치께서 말씀하신 위대한 망치 거대한 불꽃입니다.”

그 말에 푸른 망치는 야안이 건넨 전설의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설마 자신이 전설과 마주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드워프의 꿈이기도 한 그분의 작품을 지금 자신이 마주한다니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과, 과연. 거대한 불꽃 그분이 아니라면 감히 이런 물건을 만들어낼 수 없겠지.”

그는 그 자신의 눈으로도 그 근본적인 것을 알 수 없던지라 그저 감탄만을 흘리다 진정이 되자 다시금 궁금증이 올라 야안에게 물었다.

“한데, 그대는 누구이기에 이 같은 검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인가? 생각해보니 그대는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불가해 존재로군.”

그의 궁금증은 당연한 것으로 야안은 저 하늘에 자리한 찬란한 태양을 잠시 바라보던 야안은 천천히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푸른 망치는 그저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이자가 거짓을 말하는 협소한 자라면 하는 것이 그의 심정이다. 야안이라는 인간이 꺼낸 이야기는 하나같이 놀랍고 믿기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

이 전설의 검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백 년 뒤 나타난 죽음의 지배자에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이 사라진다니.”

넋두리같이 말을 꺼내던 푸른 망치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팔에 상처를 내어 리젠을 펼쳐 스스로 신관임을 입증하는 야안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믿겠네. 아니, 믿을 수밖에 없겠지. 그래 하여 듣자니. 그대의 말은 이 라의 대륙이 가장 먼저 어둠에 잠길 것이라 하였는가?”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유피테르에게 말을 듣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야안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야안의 몸에서 한줄기 뇌전이 허공에 뻗어 나오더니 이내 인간의 형체를 만들어내었고, 곧 그 형체가 뚜렷하게 변했다.

그렇게 나타난 유피테르는 야안과 대장장이 앞에 턱을 괴다 이내 푸른망치를 보며 미소를 머금는다.

“정말이지 오랜만이군. 드워프라? 애송이 티는 벗어낸 자라 마음에 드는군.”

진정 뇌전의 정령이라는 것이 존재하자 푸른 망치는 크게 놀라다, 이내 조금 전 라의 대륙에 대한 진실에 대해 그에게 물었고, 유피테르는 야안에게 말해주었던 것처럼 말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푸른 망치는 거친 곱슬머리를 움켜쥐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이 인간들에게 길지는 모르지만, 길면 오백 년을 짧으면 사백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드워프에게 있어 그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또한 짧은 시간도 아니기에 현명한 푸른 망치는 곧 스스로 마음을 잡았다.

“그대를 이곳에 보내게 한 아리스 님에게도 또한 위대한 드래곤 님에게도 감사하여야겠군. 앞으로 바빠질 것이야.”

그렇게 말하던 푸른 망치는 야안에게 말했다.

“본래, 나는 그대를 우리 부족에게 데려갈 생각이었네. 그대가 이 시간대가 아닌 후세의 세상에서 왔다니 잘 모르겠지만, 본래 인간들 중 대가로 성취를 보인자는 우리 드워프들에게 인정을 받아 그를 크게 높이 사네. 또한 그들이 원하는 경우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하지. 사실, 우리 드워프는 종족을 가리지 않고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즐기네.

다만, 준비가 되지 않아 알려주어도 이해를 못하니 자제할 따름이지. 하여 그대에게 부족한 점을 채울 겸 그대가 생각한 세력을 만드는데 우리 부족이 일조하고 싶네.”

야안은 푸른 망치의 그 말에 크게 기뻐하였다. 강철의 성에서 보았듯 드워프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일조한다면 그 계획은 크게 앞당길 수 있을 터였다.

당장에라도 움직이자는 드워프에 야안은 자신이 이번에 들인 제자가 생각난지라 그를 데려가도 되겠냐고 물었고, 푸른 망치는 흔쾌히 허락했다.

인간의 그 탐욕에 번잡함을 피하려 인간들과의 마찰을 멀리했지만, 제국처럼 동맹을 하기로 한 지금의 시점에서 그런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푸른 망치에게 허락을 받은 야안은 곧 주술을 펼쳐 탈론을 데려왔고, 탈론은 처음 본 드워프에 놀라다, 이내 야안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곧 푸른 망치를 따라 그들이 자리한 푸른 바위 부족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이곳이네. 생각보다 화려하게들 살지?”

푸른 망치의 그 말에 야안은 긍정을 표했다. 푸른 바위 일족의 거처는 지하에 자리해 있었다.

처음 거대한 동굴을 지나칠 때만 해도 길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지하 도시를 만들어 내어 살고 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어떻게 구조를 형성한 것인지 지하 세계임에도 바깥의 빛을 충분히 받고 있었으며, 그 건물들이 하나같이 마치 황성의 별채를 보는 듯 크고 화려하다는 것이다.

이 도시의 밖에서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게 그 중심에는 거대한 푸른 바위가 자리했는데, 푸른 망치가 말하기를 이 푸른 바위는 바로 이곳의 드워프들이 죽어 형성된 것으로 이야기했는데, 위대한 정신이 깃든 드워프일수록 사후 푸른 바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하니, 자부심이 강한 드워프들이 스스로 인성을 갈고 닦는데 주저할 수 없다. 이것이 근 천년 동안 다툼이 없는 푸른 바위 일족이 유지된 비밀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야안은 저 푸른 바위에 그런 진실이 있음에 놀라워하다, 곧 여기저기서 드워프들이 기척을 들어내는 것을 느꼈다.

그 기척을 들어낸 드워프들은 대부분 어린 드워프들이다. 아직 태어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드워프들인데, 신기하게도 이들의 모습은 마치 인간들의 어린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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