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233화 (233/385)

야안 233화

몸체가 조금 더 작고 몸의 근골이 굵고 팔다리의 근육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나이 때의 인간과 다른 점은 없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푸른 망치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어린 드워프들에게 걸쭉한 웃음을 흘리던 푸른 망치는 곧 공간의 주머니에서 인간 세계에서 가져온 엿이나 사탕 따위를 나누어 주었다.

“고놈들. 이제 몇몇은 슬슬 불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할 때가 되었구나.”

나중에야 알았지만, 드워프들은 그 나이가 10살이 넘으면 그때부터 성인으로 인정받아 그 부모로부터 불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렇게 불을 다루는 법을 30년을 배우고 다시 금속을 정련하는 방법을 60년을 배우면 그때부터 부족의 족장에게서 이름을 부여받는데 이때부터 바깥 세계를 나갈 자격을 가지게 된다. 물론 바깥 세계를 나가지 않고 대가의 밑에서 그 실력을 더 닦기도 하는데, 푸른 망치의 경우 전자에 해당했다.

그는 제국에 자리한 수많은 드워프들과 교류하며 그 안목을 키워 대가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어린 드워프들이 사탕이나 엿 따위에 정신이 팔렸을 때쯤, 누군가 모습을 보였다. 푸른 망치보다 배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드워프였는데, 그 나이만큼이나 그 흘러나오는 기도는 대단한 것으로 야안은 절로 감탄을 흘렸다.

과연 푸른 망치 또한 어렵게 대하는 사람인 듯 크게 예를 보였다.

“푸른 망치가 족장님을 뵙습니다.”

그의 예를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던 그는 이내 야안에게 고개를 돌려 살피다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너무 이른 시기에 그대가 도착한 것이 기이하다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구나. 이토록 젊은 인간이 대가의 자리에 오르다니. 좋은 일이다.”

푸른 수염보다 하얗게 일어난 수염이 더 풍성한 그는 단번에 야안의 경지를 알아차린 그는 야안에게 말하였다.

“나는 푸른 바위 일족의 족장 푸른 불꽃이라 하네. 우리 푸른 방위 일족이 다른 종족 대가의 길에 길잡이가 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 그대는 우리 부족에서 수업을 받고자 하는가?”

그 말에 야안은 미소를 지으며 크게 예를 취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이 은혜 어찌 갚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은혜라 할 것이 무엇인가? 그저 좋은 대가가 되어 뛰어난 신기를 만들어내어 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일이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마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건물로 푸른 망치와 더불어 야안과 탈론을 안내했다.

귀족의 저택보다는 작지만, 그 견고함과 세월 속에 녹아든 예술의 향기는 야안과 같은 대가의 길에 오른 이에게 그저 감탄에 감탄을 보이게 할 뿐이다.

푸른 불꽃의 자택에 들어선 야안과 탈론은 그 안의 물건들 하나하나가 감탄의 대상이라 감탄을 보이다 이내 그 결이 아름다운 탁상에 자리를 잡았다.

술을 좋아한다는 종족인 만큼 차가 아닌 술과 간단한 요깃거리를 대접해 주었다. 야안은 감사해 하며 마셨고, 탈론은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그 독한 술이 입에 맞지 않은지 몇 모금 마시다 이내 더 이상 술잔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잠시 후 야안을 대신하여 푸른 망치가 야안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고, 야안 또한 그에 대한 증거라 할 수 있는 전설의 검을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그 앞에 내려놓았다.

푸른 바위 일족의 대가 중 가장 뛰어난 대가인 푸른 불꽃도 그 전설의 검 앞에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푸른 망치보다 더 놀라워하는 기색이 자리했다. 야안은 그것으로도 왜 그가 이곳 부족의 족장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나 푸른 망치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동안 크게 감명 깊었다는 눈빛을 보이다 말했다.

“확실히 전설은 사실이었군. 거대한 불꽃이 아니시라면 이런 것을 만들어낼 수 없겠지. 푸른 망치의 이야기대로네. 우리 푸른 바위 일족은 그대와 뜻을 같이하겠네.”

그 말에 야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푸른 불꽃이 진중한 어조로 물었다.

“하여 묻겠네. 그대가 계획하고자 하는 바는 무언가?”

푸른 불꽃의 그 말에 야안은 지난 자신이 생각한 바를 천천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왕국을…… 하나의 왕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라의 대륙에 자리한 네 종족만이 아닌 다른 두 대륙에 자리한 모든 이 종족들을 모아 하나의 왕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나 이미 네 종족이 공유하고 있는 제국과는 그 길이 다를 것입니다. 이 왕국의 건립목적은 비극의 날을 막기 위함이니 그 목적을 위해 강력한 왕권체제를 만들 것입니다.

왕국의 모든 권한은 왕에게 주어질 것이며 이 왕이 죽음을 맞이한 순간 왕국은 그 존재의 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본래 왕국의 건립 목적을 잊지 않게 할 것이며, 이에 모략도 정치도 최소화시켜 무기를 만들며 사기에 물든 존재들을 제압할 방법을 궁리할 것입니다.

각 종족은 저마다의 특성을 공유하여 가장 효율적인 무기와 전략을 꾸밀 것이며 대륙을 떠돌며 그 신분이나 종족을 막론하고 인재들을 끌어모아 그들에게 맞게 교육하여 이 비극의 날을 준비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최후의 방호 체제를 갖추어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를 막아설 것을 궁리하여야 하니, 현재 잠이 드신 드래곤들의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야안의 그 놀라운 이야기를 침묵을 유지하며 듣던 푸른 불꽃이 드래곤이라는 말에 물었다.

“음, 그대의 계획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보다 과연 드래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전 전대의 족장님께서 만나셨던 하이 엘프께서도 그분을 뵙고자 했지만 결국 만날 수 없다 하였네만.”

푸른 불꽃의 그 말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듯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물론, 저 또한 위대한 존재이신 드래곤을 뵈었다 하여 자신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믿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저와 운명을 같이 한 친구를 믿기에 하는 말이지요.”

그는 마음속으로 유피테르를 불렀고, 곧 한줄기 뇌전이 번쩍이며 유피테르가 모습을 보였다. 그 강렬한 기운을 지닌 존재가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달리 마치 환상처럼 주위는 바람 한 점의 흐름 없이 고요했다.

형체가 점차 구체화되어 마치 인간과도 같은 형태를 이룬 그는 남은 탁자에 걸터앉았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상급 정령이라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에, 정령에 대한 지식이 있던 푸른 불꽃은 감탄의 기색을 보였다.

“반갑군. 과연 부족의 족장인가? 예전 보았던 회색 구름 일족 드워프에 못지않은 기량이 보이는 군.”

푸른 불꽃은 유피테르가 회색 구름 일족에 대해 말을 꺼내자 놀란 기색을 보였다. 회색 구름 일족은 드워프의 역사로도 전설이 되어버린 일족이었다.

드워프 중 드워프라 불리고, 지금은 사라진 하이 드워프인 황금 드워프의 피를 가장 짙게 받은 일족이기도 했다.

푸른 불꽃은 유피테르의 그 말에 과연 그가 전설의 시대를 같이한 최초로 계약한 정령이자 그들의 왕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정령의 왕께서 그리 보아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푸른 불꽃이 일족의 장이라 하나 유피테르는 정령계의 지배자이자 왕이었다. 감히 그 신분을 나눌 만한 존재가 아니다.

셀 수 없는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드래곤조차 몇 세대를 바꾸었던 역사를 같이 한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그는 존경받을 만한 자였다.

아니, 그가 없었다면, 대륙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니 살아 숨 쉬는 자 중 그에게 빚지지 않은 자가 어디 있을 것인가?

하니 푸른 불꽃이 그를 위대한 존재를 대하듯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피테르는 푸른 불꽃의 그 예의에 피식 웃음을 흘리다 곧 야안이 말하고자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지금은 어렵네. 하지만 이 녀석의 그릇이 커져 나의 권능과 기억이 돌아온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네.”

그 말에 푸른 불꽃은 작게 한숨을 흘렸다.

위대한 존재라니. 전설의 시대에 자신들의 또 다른 신이었으며, 아리스 님의 사자인 그분들을 자신의 대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자 그는 작게 희열에 들떴다.

마치 어린 시절 처음 망치를 쥐었을 때의 그 순수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이후 푸른 바위 족은 몇몇 대가들과 함께 여정을 꾸려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마르닌의 깃털 부족이 이 계획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르닌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이 부합되어야 살 수 있는 식물로 이 식물이 천년을 살아가면 신수가 된다는 전설이 자리한다.

마르닌의 깃털 부족인 엘프들은 실제로 천 년 전 이곳에 마르닌의 신수가 탄생한 흔적을 발견하여 그를 기념하여 이 부족의 이름을 지었다.

여타 엘프에 비해 폐쇄적인 영향이 자리한 마르닌의 깃털 부족은 그 영향으로 푸른 바위 일족과의 교류만 있을 뿐이라 그 사이가 돈독한 편이었다.

하여, 드워프들 사이에서는 그들을 이번 이 위대한 계획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일부의 드워프들이 이 계획을 위해 부족을 떠났을 때 야안은 푸른 망치에게서 드워프들이 쌓아 놓았던 기교를 배우고 있었다.

또한 숱한 예술품들을 보고 그들 조상 드워프들의 대가들이 남긴 유품에 대가로서의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푸른 망치는 결코 야안에게 서둘러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주 어린 아이를 대하듯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차근차근하게 그 단계를 밟게 하였고, 야안은 그의 그 같은 가르침에 처음에는 의문을 보이다 시간이 지나자 왜 그가 그같이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그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야안이 반쪽 대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잘못된 관점을 살피다 한없이 큰 폭으로 어긋날 수 있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제자리로 돌리려면 아주 긴 거리를 빙 돌아서야 했다.

하니, 푸른 망치가 야안을 가르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달의 시간이 지나 석 달 째에 접어들었을 때, 야안의 기반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야안은 마치 솜이 물을 먹듯이 놀라운 속도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옆에서 지켜보던 푸른 망치는 물론 숱한 드워프들이 경악할 만큼의 흡수력이었다.

이것은 그가 이방인의 능력과 대장인이라는 칭호가 상승효과를 보이며 나타난 부가적인 능력이었는데, 그렇게 다시금 넉 달의 시간이 지날 때쯤, 여정을 나섰던 드워프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들 사이에는 드워프들만이 아닌 엘프들도 일부 자리했다. 야안은 자신이 거둔 바로스와 유사하면서도 그 흘러나오는 기운이 인간과는 또한 다른 그들에 감탄을 흘렸다.

그들 엘프 중에서도 한눈에 띄는 존재가 있었다.

은발의 긴 생머리를 흘러내린 그 눈은 가늘고 매우 길었고, 코는 오뚝하였으며 입은 가늘고 작았다.

피부에는 은은한 금빛의 광택이 맴돌았는데, 야안은 그런 엘프의 아름다운 겉모습보다 더욱 놀라워 한 것은 그가 신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한눈에 야안이 신관임을 알아보았는지 짧게 목례를 보였고, 야안도 그를 보며 목례를 보이며 예의를 차렸다.

푸른 불꽃은 그간의 여정이 고되었는지 피곤한 기색이 자리했지만, 일이 무사히 끝난 것에 대해 큰 기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야안이 반년 사이 장인으로서 크게 성장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는데, 매우 기뻐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