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48화. FA컵 8강전(3)
* * *
"...허어"
"씨발 저게 말이 돼?"
톰과 제리가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 내 옆에서 경악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키티가 근력 운동을 하는 건 오늘 처음 보는 거긴 한데. 저게 여자가 들 수 있는 무게이긴 한가?"
톰이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쇠로된 바의 양 옆에 매달려 있는 원판의 무게와 갯수를 보고는 기겁하며 물러났다.
"...나도 들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는데."
쿵. 철컥
"하아 하아 엄살피지마. 니 덩치에 이걸 못들겠어?"
나는 들고 있던 쇳덩어리를 제자리에 올려 놓고 톰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나는 절대 못들어"
"넌 근력 운동좀해 멸치새끼야."
나는 제리를 바라보며 괜히 핀잔을 주었다.
"너 너무 약해서 살짝만 부딫혀도 그냥 날아가 버리잖아. 영국 리그는 거친대도 그래서 되겠어?"
"...씨발 하면 될거아냐. 나도 잘 안다고"
제리는 투덜거리며 운동을 하러 이동했다.
"너무 뭐라고 하지마, 제리 요새 잘하고 있으니 기를 펴줘야지?"
톰이 머쓱하게 웃으며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래 내가 말이 좀 심했나보네. 나는 조금 걱정되긴해서..."
지난 경기동안 제리는 선발로 출전 했는데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지난 두 경기에서 세번의 어시스트를 해내었으니 굉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워낙 깡마른 친구라 그런지 강한 태클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저러다 다치지는 않을지 걱정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아무튼 굉장히 열심히 하네? 다들 지금은 퇴근 한 것 같은데 말이야."
"...다음 경기가 맨시티와의 경기잖아? 나로써는 내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가 또 온거야. 노력 할 수 밖에없지."
나는 멈춰선 순간 도태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과거의 나를 잊지 못한 것이다. 외부의 나와 내부의 내가 아직도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채 나 자신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흐음... 지금의 너라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하하.. 난 더 잘하고 싶을 뿐이야."
"좋은 마인드네! 좋아! 나도 더 열심히 해서 꼭 1군 스쿼드에 들어가고 말거야. 키티. 너한테 지고 있을 수는 없지!"
톰이 자신의 알통을 자랑하듯 팔을 들어 힘을 주고는 운동하러 떠났다.
"..."
"어이! 아직도 남아있는거야?"
나는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캡틴이 나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아직 안가신거에요?"
"하하 누가 아직도 빡세게 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캡틴이 이를 들어내며 씨익 웃는다.
"흠... 제리가 이른건가?"
"누가 일렀든 무슨 상관이야? 지혜. 오버워크는 오히려 독이라고 휴식도 훈련의 일환이야. 어서 돌아갈 준비해 아니면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베테랑은 다른가 보다.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걸 본능적으로 알아챈듯 하다.
"...그냥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제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나 이런 저런 고민을..."
"아하하하하!!!!"
캡틴이 아주 배를 잡고 웃으신다. 나는 그를 눈으로 흘기며 째려 봤고 캡틴은 미안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 미안 미안. 너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 아니 골을 무슨 밥먹듯이 넣는 애가 그런 생각을 해?"
"뭔가 제가 프로가 됬다는게 이제 실감이 나기 시작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지난번에 시내를 잠깐 나갔는데도 사람들이 절 알아보더라구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흐음... 물론 다들 루키 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너는 참 특이한 편이기도 하니까..."
캡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한다. 상당히 진진하게 들어주는데, 이럴 때 보면 참 듬직한 베테랑 같아서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다.
"우리들은 너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꿈에서라도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우리도 축구 인생에서 여자가 끼어들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지...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당연하게도 가로막는 걸 다 부셔버리면서 달려가라고 할 수 밖에 없네."
캡틴이 씩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우리는 저 밑 바닥에서 부터 올라온 사람들이야. 너 같은 재능있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고, 항상 자신을 믿고.. 명상이라도 하는 건 어때? 잡생각이 많아 보이는데."
"하하.. 조언 고마워요 캡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의자에 놓아둔 프로틴 음료를 마셨다.
"...으엑 진짜 맛없네요 이거"
"아하하하!! 질 좋은 프로틴은 맛이 있을 수가 없지! 그래도 몸 관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자자 빨리 집에가서 쉬자고."
"네."
***
둥둥둥둥
"안녕하세요 여러분~"
가은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기영입니다."
이기영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했다.
"드디어 FA컵 8강전이네요! 여긴 맨채스터 시티의 홈 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입니다~ 역시 돈이 많은 클럽이라 그런지 정말 대단해 보이는 것들이 많아 보이네요!"
가은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구장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돔구장이라서 그런지 오늘 비가 오는데도 안은 상쾌할 정도네요! 보세요. 천장이 닫혔어요! 와~ 조명 멋있지 않나요?"
하늘을 가로막은 천장에 마치 밤하늘을 밝히던 별들이 내려와 앉아있듯 하늘에서 땅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FC. 이 유명한 빅 클럽은 상당히 유서가 깊은 클럽이기도 하다.
1880년에 지금은 영국의 큰 도시인 맨체스터에 한 교회의 교인들이 만든 클럽이다. 당시는 맨체스터에 범죄자나 실업자가 많았다고 하던데, 한 목사가 만든 클럽이 현재의 맨체스터 시티, 과거에는 세인트 마크스 웨스트 고든이라는 이름이였다.
블루 문,넌 내가 혼자 서 있는 것을 봤어내 가슴 속의 꿈 없이내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블루 문,넌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는지 알았지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들었어그러자 갑자기 내가 평생 안을 단 한명이 내 앞에 나타났어나는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주세요' 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었어그리고 내가 보았을 때, 달은 금으로 변했어블루 문,난 더이상 혼자가 아니야내 가슴 속의 꿈 없이내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
가은이 카메라를 돌리는데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들이 부르는 응원가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떼창을 하니 구장이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차서 터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와아아아아...."
하늘색 물결이 카메라의 렌즈에 담겨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만든다.
와
이게 TV중계로 보면 이런걸 못본다니까?
ㄹㅇ 가슴이 웅장해진다.
저거 맨시티 응원가 아님?
진짜 영국사람들 축구 엄청 좋아하는 구나
그때 경기 시작 전 안내 멘트가 흘러오기 시작했고, 가은은 다시 카메라를 원위치 시켜 놓고 자리에 앉았다.
"하하 이런 재미로 다들 경기를 관중하러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가은씨?"
"네 확실히 3부리그 클럽보다 빅클럽들이 이런 분위기가 더 멋있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첼시든 맨시티든 다른 1부리그 팀이든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백년이 넘게 사람들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축구가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어 버린 겁니다. 자신의 지역의 클럽을 사랑하고 응원하는게 인생의 일부가 된 것 이죠."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가은이 중계석 밑쪽 관중석들을 내려보니 남녀노소 구분 할 것 없이 하늘색 유니폼을 입거나 클럽 마크가 새겨진 외투를 입고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첼시와의 경기 때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이긴 하지만 첼시는 경기를 이기는게 당연한 경기라고 생각을 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첼시가 지는 걸 확인 했기 때문에 웰링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올라갔을 겁니다."
"아! 그럼 맨체스터 시티는 경기를 질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군요!"
"아마 질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겠죠, 아마 웰링 선수들에게 크게 압박감을 주기 위해서기도 할 겁니다."
ㄹㅇ 응원가가 저렇게 크게들리니 위협적으로도 느껴지네
마리눈나... 그냥 맨시티 박살내버려!!!
맨시티가 노맨시티가 될듯
아 노잼 쳐내!
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지혜 선수가 이 열혈한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들에게 위축이 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과거에 비해 더 커지고 높아졌다. 그 유명한 구단주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과거의 5만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이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워낙 큰 구장이였는데 관중석의 경사가 꽤나 가팔라 보여 아마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관중들이 하늘에서 내려다 본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관중들이 소리까지 질러대다니. 압박감이 상당히 심하지 않을까 이기영은 이지혜가 걱정이 되었다.
"다행이도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 없는 듯해 다행이군요. 아! 이제 선수들이 입장을 준비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따로 방송을 해주는 카메라가 통로에서 줄을 서서 에스코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있는 선수들을 보여주었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
선수들이 들어오자 관중들은 골이라도 터진듯 마냥 함성을 질렀다.
이지혜는 선수들 사이에서 상당히 열정이 넘쳐 보이는 얼굴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