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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79화 (79/124)

〈 79화 〉 79화. 가자! 올림픽으로!(1)

* * *

한 시내에 위치한 초라한 사무실안.

"흐음... 꼭 그러셔야만 합니까? 클럽에서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벌써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테이블을 둘러 앉은 두명의 남성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벤 하이머씨. 이제 이지혜 선수는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됩니다. 여자 선수들 경기에 뛰는건 커리어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벤 하이머. 현재 여자축구대표 감독으로 부임한 감독이다. 3년째 연임중인 신임이 높은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국민들과 팬의 요청이 강합니다. 자고로 선수는 국가대항전에는 참여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 남자 경기에서 뛰면 되지 않겠습니까?!"

"...IOC가 허락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굉장히 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크윽... 젠장맞을 놈들 같으니라고..."

"진정하시죠 김태훈 감독님."

김태훈. 수년간 해외파 리그를 전전하다 선수로써는 가망이 없다는 걸 느끼고는 감독으로 전향한 후에 K리그에서 수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명장. 이후 국대 감독을 맡기 위해 올림픽 대표 감독직에 수임했다.

"...젠장. 다음 올림픽을 노려야 하나? 아니야.. 그때면 월드컵을 노려야지.. 42년이면 많이 영글은 베테랑이 될테니까..."

손톱을 잘근 잘근 깨물며 중얼거리는 김태훈 감독은 그를 질린다는 듯 쳐다보는 벤 하이머의 시선을 느끼지도 못한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들이 왜 이렇게 모여 이지혜에 대해 격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그건 이미 배후에서 이지혜를 국가대표에 포함시키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었는데 돌아버린 IOC와 뇌절을 한 피파 덕분에 전부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 축구 선수들 중 이지혜 만한 선수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흐음.. 이번엔 저에게 양보 하시죠? 그럼 서로에게 좋을 겁니다."

"...아직 이지혜 선수의 입장을 듣지 못했지 않습니까?!"

쿵!

결국 여자 축구 대표에 포함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김태훈 감독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채 흥분한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긴 합니다만.. 저희가 합의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여자, 남자 대표쪽에서 전부 요청을 하면 이지혜 선수가 얼마나 곤란하겠습니까?"

"...그렇긴 하네요.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어차피 이번엔 어찌할 방법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가 없네요."

"저도 김태훈 감독님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지혜 선수의 실력은 여자 축구 보다는 남자 축구에 어울린다고 판단할 정도니까요. 흐음... 그래도 꽤나 재미있지 않을 것 같습니까? 여자 축구 대표들이라고 해봤자 수준은 영국 리그 1 선수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떨어지니... 이지혜 선수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관람할 수 있을겁니다."

"그거 하나는 기대 되네요. 여자 축구 대표 커리어는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게 메달과 관련이 된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겠네요."

"...당신도 꽤나 그녀의 팬인 것 같네요?"

"...당신도?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거의 이루고 있는 선수니까요!"

"그녀를 국가대표팀에서 잃을 수는 없는 법아니겠습니까? 힘을 합칩시다. 언론 플레이를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저를 위해 도와 주실 의향도 있으십니까?"

"물론이죠... 끝까지 여자 축구 대표팀에 남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겠죠. 다른 사람들이 그걸 원하질 않을 겁니다."

"크흐흐... 그럼 잘 해 봅시다."

손을 꼭 맞잡으며 결의를 나누는 두 남자. 서로의 눈에선 불이 붙은 듯해 보였다.

***

[와 님들 이번 골때리는그녀들 시청함?]

ㄹㅇ 마리눈나가 자기 나왔다고 꼭 시청하라고 글 올렸을 때 그냥 재밌겠네 하고 보는데 이건 상상을 초월하네 ㅋㅋㅋ

­ 골키핑 개쩐다... 야! 국대들 이지혜 보고 배워라 야발!

­ 진짜 저번 평가전때 암걸리는 줄... 공격수는 골을 못넣고 수비수는 골을 못막고...

­ 오랜만에 눈 정화되는 기분이였따...

­ 휴가인데 방송도 안키고! 진짜 마붕이들을 호구로 알아?!

ㄴ 호구 맞지.. 안켜도 좋아.. 꾸준히 어디엔가만 나와주라 눈나...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일주일간 촬영한 골때리는그녀들 방송이 한편 한편 방영될때 마다 인터넷에서는 이지혜에 대한 찬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간 이지혜의 경기를 지켜보는건 축덕이거나 마붕이거나 둘중 하나였다면, 이제는 예능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조금 알려졌다.

[??? 이게 머누???]

(대충 여자 축구 국가대표 감독 벤 하이머가 이지혜를 1군 라인업에 포함시키고 싶다고 하는 기사)

그러고 보니 올림픽 얼마 안남았네? 여자 축구 대표? 마리 눈나가 거기서 뛰면 양학 아니냐?

­ 이 쉑 여자 축구 무시하네? 근데 이지혜가 뛰면 양학맞을 듯

ㄴ 도대체 무슨 말이야 ㅋㅋㅋㅋ 하나만 해

­ 하긴 눈나가 뛰면 다른 선수들이 감당 안될 것 같긴해 ㅋㅋㅋㅋㅋ

***

벤 하이머 감독이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며 이지혜의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네. 레베카 바르바로입니다. 누구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의 여자 축구 대표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벤 하이머라고 합니다.]

[...올림픽건 때문에 연락을 주신겁니까?]

[네. 일단 이지혜 선수의 의사를 묻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이미 IOC에서는 이지혜 선수가 남자 대표팀에서 뛰는걸 막고 있는 상황이고. 국민들은 이지혜 선수가 국가대표로 뛰는 걸 원하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제가 언론플레이 중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단지 저는 간절히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의도는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흐음... 축협의 입김은 없겠죠?]

[물론입니다. 제 명예와 감독직을 걸고 축협이 만행을 부리지 않도록 철저히 막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사안에 대해 이지혜 선수에게 알려주고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레베카씨. 부디 잘 말씀드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흐음... 들으셨습니까?"

어느샌가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려 내가 들을 수 있게 하고는 내 반응을 살펴보는 레베카씨. 꽤나 영악한 성격인 듯 하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요... 음...."

"한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당신의 커리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건 저한테 별로 상관 없는 일이에요. 커리어? 저는 애초에 축구를 커리어를 보고 시작한게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그건 또 신기하군요."

자고로 축구 선수들이란 자신의 커리어를 황금색으로 칠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나는 단지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을 뿐. 축구 선수로써 재밌는거라면 뭐든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든다.

"재미있겠네요. 사람들도 제가 여자 축구 대표라도 출전해서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걸 기대하는거겠죠?"

"정확히 파악하셨네요... 확실히 여론은 당신이 여자 축구에 맞는 급은 아니지만 IOC 때문에라도 여자 축구에 출전해서 박살내주는걸 기대하고 있다는게 대다수 반응입니다."

"흐음... 그럼 뛰어야죠! 사람들이 원한다는데!"

"으음... 그렇습니까. 제 생각에도 그리 나쁘지는 않게 느껴지는군요. 그럼 제가 당신의 의사를 벤 하이머 감독에게 전할테니 클럽의 결정을 기다려 봐야겠지요. 아마 클럽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하겠지만 거부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지혜씨의 편이니까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리 공주님이 갑자기 손을 번쩍들고 소리친다.

"하하 그건 또 든든하네요?"

"우리 지혜 하고 싶은거 다해!"

"푸웁?!"

공주님이 어디서 저런걸 듣고 보고 배운건지 꽤나 정확한 한국어로 말한다. 그걸 들은 가은 언니가 마시던 맥주를 뿜고 말았다.

"아잇! 더럽게!"

"아하하하!!! 공주님 그런건 어디서 배웠대요?"

"인터넷에는 별게 많아요? 요새 지혜씨가 예능에 출연하고 나서 밈이 꽤나 생기고 있기도 하구요. 저는 지혜씨가 유명해져가는게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요.."

언제나 자신의 품안에 품고 싶어하는 공주님이 조금 불안해 하는 듯 하다.

"에이.. 왜 그래요. 저 어디 안가요? 웰링이 저기 높은 곳으로 갈때까지 함께 할거니까요."

"후훗. 그 말이 절 안심하게 만드네요.. 아무튼! 이번 올림픽이 어디서 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그게.. 어디였지?"

워낙 바쁘게 살아오다보니 개최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사실 올림픽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도 했고, 이제 나도 스포츠인이라 이런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구나..

"세상에.. 두바이라구요!! 제 고향인 두바이!! 제 고향에 지혜씨를 모시고 갈 수있다니!! 꿈만 같아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소리를 치는 공주님. 꽤나 행복해 하는 듯 하다.

"두..두바이? 이런 우연이?"

"그러게 가은 언니. 두바이는 엄청 더운 동네 아니야?"

"괜찮아요! 숙소는 제가 잡아드릴게요!"

"아니 아니 공주님. 대표팀이 같이 이동할텐데 저만 숙소를 사용할 수는..."

"그럼 전부 같이 잡아드리면 되겠네요!!"

더욱 흥분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며 소리치는 공주님. 이번 올림픽은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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