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4. 추모의 밤은 깊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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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추모의 밤은 깊어만 가고(6)
내 손목을 붙잡은 작은 손에 힘이 꾸욱 하고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검은 숲 깊은 곳으로 진입한 이후, 어쩔 수 없이 나는 소녀에게 내 손목을 붙잡게끔 했다.
숲의 초입을 주름잡는 그 짐승형 마물조차 이곳에서는 한 끼 식사거리 이외에는 되지 않을 정도로 격이 다른 흉포한 마물들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꺼지지 않는 불길은 숲의 도처에 깔려 파충류가 혀를 날름거리듯 새롭게 태울 것을 찾아 일렁이고, 검은 연기와 그림자 속에 숨은 마물들은 싱싱한 두 먹잇감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습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다.
혼자라면 이렇게까지 주변을 경계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내가 한 순간이라도 손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소녀를 지킬 방법이 없어지고 만다.
신성 주문을 통한 보호막이 있다고는 해도, 검은 연기에 잠식된 이곳의 마물들을 상대로는 겨우 즉사를 면할 수 있게 해주는 임시방편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철겅.. 철그렁.
다만 여전히 사슬 소리를 내며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저 마물들이 너무 뛰어나다는 데에 오히려 그 이유가 있었다.
저것들은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제 몸 하나를 챙길 만큼의 지능이 있기에 먼저 나서기를 꺼려 하는 것이다.
나와 이 소녀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주변의 마물들에게 틈을 보이고 공격당할 대상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그러니 저것들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기운이 느껴지는 신성 주문은 눈엣 가시나 다름없을 것이다. 실질적인 방어능력에 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으로 날카로운 무기도, 뛰어난 병사도 아닌, 한 마디의 유리한 명분이 꼽히는 것처럼, 별거 아닌 신성 주문은 저 수많은 마물들이 달려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것들 중 하나라도 인내심이 바닥난다면 지금의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소용없어질 것이다.
흠칫...!
그렇게 막 커다란 바위옆을 지나던 순간이었다.
바위 아래로 짙게 내리깔린 어둠 속으로부터 수십 개의 눈동자들에 비쳐 번쩍이는 흉흉한 붉은빛이 시야 밖으로 스치듯 지나간다.
쿠구구구구구국....!
소름이 돋을 새도 없이, 확연한 살기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참을 수 없이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힘에 자신이 있었는지 드디어 검은 숲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겪게된 마물의 공격이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내가 확인한 것은 어둠 속에서 기습해온 마물의 수, 그리고 놈의 덩치가 얼마나 커다란 지였다.
운이 따라주었는지 그 수는 하나, 수십 개의 눈알들이 커다란 하나의 머리에 무작위적으로 들러붙어 제각각 깜빡거리고 있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검은 숲의 마물은 어디하나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만큼이나 뒤틀리고 기괴한 외형으로 보는이들로 하여금 공포로 압도되게한다.
마치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 눈앞에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짐승형 마물, 이러한 단어도 결국 그들의 외형이 아직까지는 짐승과 닮아있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이것은...
"흡...!"
이곳에 군집생활을 하는 마물은 그리 흔하지 않기에 다행이었다.
쩍 벌어진 입은 나와 소녀를 단번에 삼키려는 것처럼 벌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소름끼치는 목구멍 너머를 보여주고 있다.
쾅.....!!
내 손목을 꼭 붙잡고 있는 소녀의 손목을 마찬가지로 붙잡고, 지면을 박차 재빠르게 높이 뛰어오르는 것으로 기습을 회피해 냈다.
바닥이 발로 박차는 충격에 못이겨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이리 저리 파편이 비산하는 가운데,
나는 곧바로, 공격을 회피하여 공중에 떠있는 채로 앞으로 해야 하는 행동들에 대한 계산을 마쳐야 했다.
방금, 왼쪽 다리는 사용했다.
'5'
소녀를 잡고 있는 왼팔은 마지막까지 남겨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오른팔.
꽈직..!!!
방금 전까지 나와 소녀가 있던 자리에서 그 커다란 입에 달린 날카로운 이빨들이 서로 맞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입에 걸리는 느낌이 없자, 그제서야 붉은 눈동자들은 뒤늦게 나를 따라온다.
'4'
마물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도약하며 기습을 피해냈으니, 당연히 내 쪽에서 공격할 차례였다.
탓...
마물의 머리 위에 가볍게 착지하여 오른팔을 슬쩍 들어 올린다.
앞으로 내뻗은 머리를 서둘러 다시 잡아당기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자세를 숙이는 것과 동시에 있는 힘껏 마물의 머리 위로 주먹을 내리치고 있던 내가 중심을 잃을 리는 만무했다.
꾸궁.....!!!
으적...!
거대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물의 단단한 머리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낸다.
두꺼운 피부는 갑자기 줄어든 머리 공간의 압력을 버텨냈지만 눈구멍을 틀어막은 여린 안구는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가며 으깨져버린 머리속으로부터 검은 피가 섞인 허연 뇌수를 분수처럼 쏟아낸다.
눈이 많다 보니 여러 갈래로 뿜어져 나오는 있는 그 모습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3'
그도 그럴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시나 전투가 일어나기만을 노리고 있던 마물 중 하나가 이쪽을 향해 뛰어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마물은 덩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금 전 머리를 으스러뜨린 마물의 덩치는 꽤나 있는 편이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쓰러져가는 발밑의 마물로부터 슬쩍 발을 떼어올리고는 오른발로 쇄도해 오던 놈의 머리를 박찼다.
전력으로 뛰어들고 있던 마물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뻗어나간 오른발, 마치 마물이 알아서 타격범위로 뛰어든 것처럼도 보인다.
꽝....!
꾸드득...!
마물의 작은 머리통이 부드러운 뇌와 함께 무너지며 내는 소리와, 너무 쉽게 으스러뜨렸기에 오히려 발끝에 남는 아쉬운 감촉은 상대가 즉사했음을 알려주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다.
'2'
후웅....!
발로 마물의 머리를 박찬 그 반탄력으로 앞쪽으로 멀리 날아가 떨어져 내리다 거의 땅바닥에 닿기 직전이 되어서야 나는 왼쪽 다리의 감각이 점차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착지를 위한 왼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1'
쿠구구구국...!
정확히 땅을 짚은 왼발은 힘껏 땅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밀려나가, 바닥을 길게 헤집어놓고 나서야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몸을 멈춰 세운다.
우두둑... 우둑..!
뒤이어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까지.
감각이 돌아온 팔다리들을 가볍게 한 번씩 털어주고, 뒤쪽으로는 더 이상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으지지지직...!!
콰지직....!
꽈짖...!
뒤쪽은 이제 움직이지 않는 아직 따뜻한 두 개의 식사 거리를 두고 시작된 마물들의 식사 경쟁으로 소란스럽다.
살가죽을 찢고, 뼈를 부스러뜨리며 안쪽의 내장을 잡아당겨 뜯어내는 소리들이 워낙 선명하게 들려왔기에, 나는 저것들에게 있어 충분한 식사가 되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
"도착했네."
"여기는..."
소녀는 하늘 높이 고개를 들어 올렸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연기의 벽은, 반대편의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도착이라고는 말했지만, 이미 숲의 초입에서부터 봐왔던 검은 연기의 벽 바로 아래에 도달했을 뿐. 주변에는 이렇다 할 건축물이나 특별한 표식 같은 것도 없었으니 그야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나는 주변을 살펴 뒤따라오는 마물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소녀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손목을 놓치고 있던 것을 보니, 뛰어오르기 전 내쪽에서 소녀의 손목을 붙잡은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다만...
빨갛게 부어 올라있는 저 가녀린 손목을 보고 있자니...
"괜찮아. 고마워."
"..."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사과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괜찮다고 먼저 말을 꺼내는 소녀.
표정에 드러났나 싶어 괜히 말꼬리를 붙잡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이 검은 벽 가까이에는 마물들이 잘 오지 않지만, 오지 못하는 건 또 아니었으니까.
발밑으로 자욱하게 깔려있는 검은 연기.
주변이 이전보다 어두워진 느낌이 든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다.
이 검은 연기의 벽이 너무나도 높이 솟아있는 탓에, 건너편의 불길로 인한 불빛이 이 아래에는 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철그럭... 촤르르륵... 철걱...
나는 발목까지 깔려있는 검은 연기를 의식하여, 연기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나마 연기 사이로 솟아있는 평평한 땅 위로 관을 내려놓았다.
"관 옆에서 기다려."
그리고 언제나처럼 검은 연기의 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불길한 검은 연기 속으로 반쯤 몸을 파묻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려던 그때였다.
투쿵....!!
"컥.....!"
"....!!"
전신으로 닥쳐온 반탄력에 온몸의 뼈가 부스러지는 소리를 몸속으로 스치듯 들으며 나는 멀리도 날아가 바닥에서 몇 번을 꼴사납게 구르고서야 편하게 널브러질 수 있었다.
우드그극... 우드득....
"쿨럭... 커헉....."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충격. 당연히 성한 곳 없이 터져나갔던 내장들이 먼저 복구되며 호흡이 돌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시력이 돌아오고,
관 앞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더니 눈앞까지 달려온 수인 소녀가 뭐라고 다급히 입을 벙긋거리는 게 보인다.
"...! .....!"
감각이 없던 전신에 욱신거리는 느낌이 돌아왔을 즈음.
나는 비적비적 몸을 일으켜 사제복에 묻은 검은 재들을 털어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력이 돌아온다.
"뭐라고 하는지 못들었어."
"..."
얼핏 보기에도 곤죽이 되어버렸던 사람이 금방 일어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뭐라고 했냐며 묻는 건.. 아무래도 평범하지 않아 보이기는 했겠다.
말없이 입만 살짝 벌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소녀의 저 표정을 보니 말이다.
그나저나... 신탁 때문에 조금은 기대했는데, 역시 아직은 열리지 않은 건가.
마물들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한다면 이 검은 연기는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은 가능한 것 같았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한 번 이곳을 통과해 나온 마물일지라도 결코 허락해 주지 않는다.
나를 반시체로 만들어 튕겨낸 검은 연기의 벽을 조용히 노려보다가,
의미 없는 눈싸움을 그만두고, 내려둔 관을 향해 걸어갔다.
불길한 검은 연기가 바닥에서 뭉글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고 무릎을 꿇고 두 눈을 감았다.
"... 아가사, 노아."
마지막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두 사람을 위해 나는 기도를 올렸다.
그들이 죽은 그 장소에서,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며 추모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이곳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이름만을 부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매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마 바실리카의 추모제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
바실리카에서의 추모제는 오히려 이들의 죽음을 모욕하는 것이다.
똑같이 스스로의 목숨을 불사른 노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상냥한 한 마디 위로나 감사조차 없이 오직 성녀의 죽음을 추모하고, 슬퍼하며 그녀의 희생을 기린다.
노아의 죽음은 그가 용사로서의 자격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가사의 죽음은 그런 부족한 용사 때문이었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끔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모든 것을 용사의 탓으로, 모든 건 용사가 수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신의 신실한 충복을 자처하는 이들이, 신의 선택을 받은 노아를 의심하고 부정하려고부터 한다.
다나는.. 아니, 대주교님은 실패한 구원을 두고, 바실리카의 주민들의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여 그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지만...
그 이유가 단순히 수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 쉽게 가져다 붙인 차별의 못질이 아닌가.
노아는... 노아는.....
"윽...!"
까득...
밀려오는 두통을 견뎌내려 이를 악물자 어금니가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노아는...
그 누구보다도 용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녀석의 부족함으로 누군가의 목숨이 구해졌을지언정, 죽게 두지는 않았다.
"그윽.... 후우우...."
그들에 대해서...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 감히... 감히 그 먼지 쌓인 널찍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을 보면...
꽈아악..!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운 것인지에 대한 허탈한 웃음과 함께 머리가 뜨거워지고 마는 것이다.
단단히 쥐어진 두 주먹을 관 위로 올려놓고 그곳에 새겨진 찬란한 금색 십자가 문양을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다, 천천히 힘을 풀었다.
"..."
사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치려 들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으면서, 그들에 대한 비난만큼은 멈추지 않고 있는 나 역시 위선적이라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용이 내린 이 저주는 나를 편한 변명의 길로 이끌어 주었다.
기억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하기 쉬운 변명이냔 말이다.
용의 토벌에 실패하고 목숨만을 건져 돌아온 주제에 이 저주마저 없었다면, 노아가 죽기 직전까지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면 나는 과연 나서서 잘못된 것을 고치려 했을까...?
내 몫의 실패와 그에 따른 비난까지도 노아에게 반쯤은 떠넘겨준 고마운 그들에게?
나 자신조차 이제 믿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그 거짓된 추모제 기간 동안은 바실리카를 떠나, 이곳으로 오는 것이다.
도망치는 것이다.
그래.. 나는 꼴사납게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북대륙으로 몸을 던져 넣으며, 나는 절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고,
도망치고 있는 주제에 여전히 싸우고 있는 척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 후..."
연초를 많이 챙겨오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후회가 밀려온다.
그들이 목숨을 잃은 그 장소로부터 내가 그나마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바로 이곳에서, 나는 멋대로 둘의 추모를 하기로 했다.
추모라고 해봐야, 내가 그들에 대해 기억나는 건 고작해야 이름과, 간간이 떠오르는 작은 파편들에 비치는 불완전한 감정들 뿐이었지만 말이다.
"...?"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소녀가 나를 따라 관앞에 무릎을 꿇고있다.
그러고보니 이녀석도 있었지.
"잠든사람... 있는거야..?"
"..."
내가 돌무덤 앞에서 했던 것처럼 관의 앞에서 성호를 그엇기 때문인지 어떤지, 소녀는 아직 가르쳐 주지 않은 관의 의미를 알아챈 것 같았다.
"노아.. 용사님. 아가사는.. 성녀님. 이야기.. 들어봤어."
"... 엄마에게..?"
"응, 엄마. 봤다고.. 말해줬어. 토끼용사님. 그리고.. 예쁜성녀님."
"....."
그 늑대 수인...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건가.
"용사님.. 관.. 없어?"
내가 그녀의 관이라고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지, 노아의 관은 어째서 없는지를 묻는 소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에게 대답했을 뿐이다.
그거라면 괜찮다.
노아도.. 이곳에 함께 있으니까.
"..."
지금 관을 쳐다보고 있는 내가 어떤 표정일지는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관의 덮개와, 이것이 열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놓은 쇠사슬 위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소녀에게 물었다.
"네 엄마가 해준.. 용사일행에 대한 이야기, 나도 들을 수 있을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