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일행 출신 사제의 우울-63화 (63/137)

〈 63화 〉 10. 은방울꽃은 이슬을 떨군다

* * *

10.은방울꽃은 이슬을 떨군다(3)

후두두둑... 뚜둑..

나무뿌리를 잡아 거칠게 뜯어낼 때마다, 부러지고 깨져나간 나뭇조각과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 으으.."

아까부터 앓는 소리가 들려오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주인 눈치를 보는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바닥에 떨어져 내린 나뭇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모으고 있는 세레스티아가 성실히 내 뒤를 따르고 있는게 보인다.

안그래도 없는 힘을 쥐어짜 기껏 길을 막아놓은 세계수의 수고를 없던 것으로 돌려놓아 아쉽게 되었지만, 나는 성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우두둑..! 뚜둑....!

단단하고 질긴 나무뿌리를 힘껏 움켜쥐고 벌려내어 길을 만든다.

"그나저나."

뚜둑!

"놀랐습니다."

우둑..!

"자긍심 높기로 유명한 엘프들이.. 다른 종족과 함께 지내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수인족 아이들은 이비를 반기며 달려오기도 하더군요."

우두둑..

"으으... 어떡해.."

"세레스티아 님?"

"앗, 네..?"

다시 한번 뒤돌자 그녀의 팔 위로 나뭇조각들이 그새 한가득 늘어나 있는 게 보인다.

"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푸르른 숲속에서 어두운 지하로 내려와 연명하다 보니... 이젠 그 자긍심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 걸지도요."

"그렇습니까."

잠시 또 다른 생각에 잠긴 것 같아 보이는 세레스티아.

내가 굳이 말을 건 이유는 따로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대화는 금방 끊어지고 만다.

... 결국 내가 먼저 물어봐야 하려나.

우둑... 툭..

뜯어져 나간 나무뿌리를 바닥에 대충 던져놓으려다 문득 뒤돌아 그녀의 품에 수북히 쌓인 조각 더미 위에 올려주자, 황당하게도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여온다.

정말 어떻게 된 성격인지..

... 그래서인 걸까.

"묻지 않는 겁니까."

"... 네..?"

".. 당신은 저를 기억하고 있었죠. 하지만 인류배반자와 같은 흉흉한 멸칭을 갖게 된 이유나, 등에 인 커다란 관에 대해서도.. 당신은 묻지 않는군요."

과거의 나를 알고있는 이와 대면하는 것은 내게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따라서 그녀가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둘만 있게 되었음에도 이렇게까지 조용하니 오히려 신경이 쓰였다.

".. 그렇네요. 비록 서툴렀지만 따뜻하고.. 무심코 기대고 싶어지던 당신의 눈동자는 그 안에 담긴 분명한 의지로 저를 안심시켜 주었죠."

"..."

"하지만 그동안.. 밖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테니까요."

나를 배려해 준 것이라고, 그녀는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걸까?

"제게 실망했습니까?"

"... 실망했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저는 그 부탁을 들어드릴 수 없어요."

".. 그건 어째서입니까."

"물론,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본다.

"..."

그 미소가 나를 겁쟁이로 만드는 것 같아 무섭게 느껴졌다.

내 떨떠름한 반응에 그녀도 쓴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이렇게 답해온다.

".. 여전히 당신은 저희를 도와주려 하고 있잖아요."

"...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좋은 마음가짐 없이는 좋은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또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말을 나는 하고 싶었던 거지만..

이미 품은 마음이 충분히 화사해 보이는 그녀에게 내가 더 한심한 소리를 해봤자 나에게나 그녀에게나 의미는 없어 보인다.

다시 길을 내기 시작했던 나는, 아래로 내려가는 좁은 통로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단순히 모른 척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는데, 이렇게 따라온 건 세계수가 걱정되어서입니까?"

"... 또 그렇게 심술궂은 말을.. 이번에도 쓰러지면, 밖으로 옮겨줄 사람 한 명 정도는 필요하잖아요."

"저를.. 걱정하신 겁니까?"

나를 걱정해서 따라온 거라는 그 말에는 아무래도 당황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내 반응에 오히려 정말 몰랐냐는 것처럼 의아함을 드러내는 세레스티아.

내 반응이 일관되게 변함없자 그녀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요. 부담스러우세요? 하지만 포기하세요.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 쓸데없이 걱정해서 부담을 주는 거니까요."

마치 삐친 것처럼 비꼬듯 말해오는 그 모습이 몹시 어색하고 우스워서 순간 긴장이 풀어질 뻔했다.

"원로회의 수장이 말입니까."

".. 제가 원로회를 이어받게 된 것도 정말 얼마 되지 않았는걸요."

"그러고 보니, 그때는 그냥 원로였던가요."

백 년전 우리들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그녀를 내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만큼은 모질게 대하는 게 힘이 든다.

그래서 피곤하고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어째 썩 나쁘지는 않다.

그때 받은 호의를 이렇게라도 갚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착각을 할 수 있게 되어서일까?

"네... 그랬죠. 대화재는 정말 많은 걸 앗아갔어요. 불은 정말 무책임하고... 무자비해서.. 엘프들에게서도, 수인들에게서도... 정말.. 많은 것들을.."

대화재의 밤, 탐욕스러운 불에 의해 그들은 터전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기고, 수많은 동족을 떠나보내야 했을 것이다.

대삼림의 엘프도, 수인도.

아케라의 모두가 같은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이브도..."

"방금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 전부 비밀로 해주실 거죠? 둘뿐이라 한 이야기인걸요."

친근함이 느껴지는 저 발언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이 있지만,

.. 알고 있다.

애써 호위까지 거절해가며 날 따라온 그녀가, 내가 외부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놓고 여러모로 말할 수 있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괜히 내 대답에는 또 심술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 글쎄요."

"에단 님..?!"

그녀의 그 뻔하고도 확실한 반응에 짧은 숨이 피식 새어 나온다.

그녀가 원로회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잊게 되는 게 꼭 내 탓만은 아닌 것 같다.

"... 도착했군요. 이번에도 제가 쓰러진다고 해서 섣불리 다가오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네, 주의하도록 할게요."

성소의 입구를 앞둔 좁은 공동에 이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부서진 문의 파편도 보이고, 주변의 기운을 온통 빨아들이는 불쾌한 기척도 한층 짙어졌다.

그나저나.. 역시나 라고 해야할까. 그때, 쓰러진 내게 제 위험도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달려온 건 세레스티아였던 모양이다.

하긴 그 옆의 다른 이라고 해도, 함께 있던 푸르기스 원로뿐이니 그녀외에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사실을 직접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받은 덕분인지, 다시 성소를 앞둔 지금의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는 않다.

우두두두둑.. 뚝...! 뚜둑......!

교차되어 입구를 가로막은 나무뿌리를 힘껏 걷어내자, 반쯤 무너져 내린 성소의 내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다시 한번.

*

철퍽.

오물 덩어리가 중력에 어그러지는 듯한 이 소음은, 다시 한번 어둠 속에서 건져올려진 내가 바닥에 널브러지는 소리다.

"이건..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리고,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콜록.. 콜록... 아직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입니다."

"조언이라면 드렸을 텐데요."

"콜록, 커흑.. 이번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까? 각오하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은총을.. 콜록, 드려본 건데.."

내 눈앞에는 다시 한번 잿빛의 공간이.

그리고 나는 초목에 묶인 엘프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세계수를 만나기 위해 모든 기운을 내어주고 다시 한번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 당신, 망가져 있네요. 처참할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그 표현이 꽤나 신랄하다 느끼며, 나는 팔과 허리에 힘을 주어 상체만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그렇게 서로의 시선이 교차한다.

약속을 따로 잡지 않은 예정 밖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자신의 생명을 소홀히 대하는 당신의 태도에, 저는 좋은 대답을 드릴 수 없어요."

"... 그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군요. 콜록.. 콜록.."

"아무리 용의 저주를 인지하고 있다지만..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을 내버리는 결정을 이리도 쉽게 내리는 것도 모자라, 한치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다니..."

... 두려움이라.

"... 왜 두려워 해야 합니까?"

"뭐라고요..?"

"제가 왜 죽음을 두려워 해야합니까."

내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건, 내게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 저주 따위에 의존해서가 아니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오히려이 끝나지 않는 삶이겠지.

"..."

그 우울한 얼굴에 언짢음이 드러나 온다. 그녀가 해준 조언을 무시하고 세계수의 일부를 훼손해가면서까지 다시 이곳에 고개를 들이밀어 온 것도 모자라 이렇게 말대꾸까지 하고 있었으니 당연하다.

"앞으로 또다시 이런 식으로 저를 찾아오면.. 허무 속에서 더 이상 건져내주지 않을 거예요."

"제 은총으로 붕괴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까?"

"... 제 말.. 듣고 있는 건가요?"

"이번에도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저는 다시 찾아올 겁니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대치하는 동안에도 저주의 끈적거리는 어둠은 내 발목부터 휘감아 올라오고 있었던 만큼, 서로의 바뀌지 않을 의견차이로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하아.. 왜 저를 구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결국 한발 물러선 그녀는 내게 이렇게 물어온다.

하지만 그 질문에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다.

구하려고 한다니?

내가.. 세계수를?

"질문을 바꿀게요. 왜 변덕을 부리는 건가요."

"변덕?"

"... 그 반응을 보니 안타깝네요. 여태껏 얼마나 자신을 속여왔는지 알 수 있어요."

그 시린 눈빛에 머릿속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 앞에서 거짓이란 있을 수 없어요. 세레스티아의 그 능력이 어디서부터 기원한 건지 정말 모르겠나요."

"..."

내 머릿속에 진실을 강요해 오던 세레스티아의 그 마법.

확실히.. 내 머릿속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그저 할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세계수는 이른 대답을 해오고는 했다.

이건 사실 세계수의 능력인 건가?

"저를 내버려 두세요."

"... 태양이 떠오르면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혜 깊은 현자라는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녀는 새로운 신탁 또한 실패할 거라고 예견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에요. 다만 그전까지 제가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렇게나 짙은 절망이 느껴졌던 건가.

오히려..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느낀 그 감정들.. 그것들은 온전한 제 것이 맞아요. 지금의 저는 억지로 미소 지을 힘조차 없는걸요."

"..."

"태양이 사라진 대지 위는 죽음과 절망.. 그리고 서로에 대한 증오로 오염되어버려서.. 그 모든 것들을 뿌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 영혼과 육신을 병들게 했어요. 끝내는 증오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지금은 제 일부가 되어버렸죠."

이젠 포기했다는 것처럼 힘없이 시선을 떨어뜨린다.

"지금은 그저 어떻게든.. 스스로를 태우는 어리석은 증오만큼은 외면하고 있지만.. 생명과 지혜를 관장하는 자가 가지고 있어서는 안될 것들을 저는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게 되었어요."

"그게.. 붕괴를 막을 수 없는 진짜 이유입니까."

... 끄덕.

"... 저는 지금도 충분히 고통스러워요. 당신의 방문은 한순간 외로움과 목마름을 잊게 해주었지만, 그것이 이미 썩어버린 뿌리를 어떻게 할 수는 없죠."

"정화로도 힘든 겁니까."

"세계수가 자정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오염을 정화하겠다니.. 이 얼마나 오만한 발언인지, 그리 해 봤자 제 고통스러운 시간만 늘어날 뿐이예요."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졌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 예상은 틀렸던 모양이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들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제야 알겠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변덕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단순히 그녀 뿐만이 아니다.

그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닮아 있는 세계수의 모습을 보고..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은 그야 모순이다.

그리고 그 변덕의 원인에는 분명, 백 년 전과 다름없이 날 대해주는 세레스티아의 태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녀의 믿음에 대해 포기보다는 실패로 답하는 편이 낫다고 나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지.

여기에 바실리카라는, 내가 지금 어깨 위에 짊어진 입장까지도 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몰아세우고 있으니..

스스로의 변덕에 편승하여 그들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지금의 내 결정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바실리카든, 이곳 엘프들의 마을이든 그 어느 쪽도 잿더미에 휩싸여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또한 아니었으니까.

나를 바라보던 세계수는 다시 찾아오겠다는 내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던지, 이내 손을 들어 가볍게 내 쪽으로 휘저어 왔다.

후우우욱...!

그러자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강한 바람에 무릎까지 차올랐던 어둠이 날려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 이런 게 가능했던 겁니까?"

"이곳은 제 공간이니까요. 물론 잠깐 시간을 더 버는 것에 불과하지만요."

그녀의 말대로 흩어졌던 어둠은 다시 주변으로 모여들어, 이전보다 신중하게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이로써 더욱 확신하게 된다. 첫 번째 만남에서 그녀는 일부러 나를 일찍 떠나보낸 것이었다.

"하아... 한번 본 것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걸까요."

"...?"

"..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 일단 말해드리겠어요. 방금 흡수해낸 당신의 기운은 붕괴의 순간을 일 년 가까이 늦춰낼 수 있을 만큼의 양이었어요."

한 번의 고해를 실현할 수 있는 그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고작 일 년을 벌어줄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당신이 매일같이 똑같은 양의 은총을 또다시 제공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늦출 수 있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 테고, 끝내 저는 당신 없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만큼 쇠약해지고 말겠죠."

"그전까지 용을 쓰러뜨리고 태양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까."

"...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요."

내가 뭘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지?

이렇게라도 내가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둔다면, 신탁도 내려온 이상 묘목을 받을 명분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아이들 모두가... 세레스티아.. 그 아이만큼 당신을 신뢰하지는 않아요."

"..."

".. 이해하지 못했다면 직접 겪고 깨닫는다면 되는 일이겠죠. 저는 말을 아끼겠어요."

직접 겪어보라는 그녀의 말에 의문과 함께 막연한 불안감이 떠오른다.

더 묻고 싶었지만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친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저로서는 한계네요."

고의인지 아닌지, 그녀가 억제하고 있던 저주의 기운은 구속에서 풀려난 것처럼 일제히 날아올라 마치 높은 파도처럼 나를 덮쳐왔다.

어둠에 집어삼켜지고,

... 다시 끌려내려간다.

지긋지긋한

삶으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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