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마술사로 살아남기-21화 (21/180)

21화

이로서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신성력을 사용할 줄이야….’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전에 신성력을 사용하는 기사였다고 한들, 지금은 부정한 방법으로 현계에 남아있는 마물이지 않은가.

듀라한이 제 아무리 희귀한 마물이라 하여도 이런 현상을 본 이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막말로 성직자가 흑마술을, 기독교인이 불경을 외우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녀가 신성제국 출신이 아니었고, 내가 그녀의 진명 중 일부를 알아내지 못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인 것이다.

‘솔직히 도박에 가까웠지.’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생전에 꽤나 이름을 날리던 기사였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이 전부.

갑옷에 새겨진 방패 문양 또한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끝이었다.

허나 그녀에게는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자신의 머리통을 들고 다니는 기괴한 외형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흘렀다.

또한, 그녀의 음색은 비록 마신의 계약자이며 천사를 본 적 없는 나조차도,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성마술을 사용하는 이가 간절히 필요한 지금 이 시점에 나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떠올릴 수 있던 것이다.

그것이 비록 무모한 도박에 가까울 지라도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읽을 수 있는 글자는 ‘팔라딘’과 ‘일리야’ 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확실치 않아 찰나에 순간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과연 제대로 읽은 것인지,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면 이후에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지 등등을 말이다.

검의 날 부분에 정성스레 새겨진 글자.

이 검을 만든 누군가가 검의 주인이 될 이에게 쓴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그녀의 진명과 관련된 힌트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고, 다행히도 그녀의 진명 일부분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성마술(聖魔術)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상태. 반쪽짜리 진명과 임시 계약으로는 그녀가 지닌 본래의 힘의 10분의 1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겠지.’

허나 그거면 충분하다.

그녀의 역할은 잠시만이라도 저 괴물을 완벽히 묶어두는 것.

“조장…. 아니, 자일 지그하르트…. 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

뒤쪽에서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가파르게 떨리는 이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해야 될 일을 위해서는 저딴 질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듀라한이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이나마 압도하는 형세. 마(魔) 그 자체를 멸하는 성마술(聖魔術)의 힘에 이블은 크게 당황한 듯 했다.

허나 이 또한 일시적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같은 상태로 레이첼이 무투기(武鬪技)라도 사용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몸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쿵!

둘이 격돌할 때마다 대지가 진동을 하며, 주변 일대의 공기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딱 한 번만….’

조루 같은 마나통으로 인해 더 이상 쥐어짜낼 마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몸도 정신도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지만 고작 이딴 곳에서 개죽음을 당하기 위해 지금껏 버틴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정신력을 억지로 쥐어짜내 전신에 마기를 끓어 올렸다.

“…커헉.”

검붉은 핏덩이를 한 웅큼 토해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눈알이 폭발할 것처럼 팽팽하다.

뇌를 송곳으로 쑤시는 것 같은 두통이 심장이 뛸 때마다 울려 퍼졌다.

이를 악물고, 전방에 있는 이블을 응시했다.

왼쪽 가슴.

폭발적으로 끓어 올린 마기를 오른쪽 손에 응축시켰다. 팔에 있는 혈관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악시온.”

동시에 내 손아귀에 거대한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지금껏 보아왔던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예리하게 날이 선 창날에 깃든 자색(紫色) 기운이 마기(魔氣)와 융합하여 검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마나를 쓸 수 없다면…. 마기를 사용하여 창을 소환한다.’

나는 숨을 들이 마신 뒤.

“흐읍.”

이블을 향해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팡!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마창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그 순간, 어깨에서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다.

‘어깨가 부러졌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어깨가 부러진 것이다. 그러나 이깟 고통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맞았….”

몸에 힘이 빠졌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진 나는 바닥에 손을 짚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듀라한의 소환이 해체됐음을.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이블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살짝 빗나가긴 했지만 어떻게든 맞추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하아…. 하아….”

나는 확실한 확인을 위해 몸을 일으켜 이블에게 다가갔다. 내가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이블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꿰뚫린 이상 제 아무리 이블이라 할지라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드디어 끝난….”

말을 내뱉던 도중 급히 입을 다물었다. 괜히 이런 얘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가 진짜 부활하는 클리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신이든 뭐든 괜히 쓸데없는 불안요소를 추가할 필요는 없다.

나는 축 늘어진 팔을 들어 올린 채 절뚝절뚝 걸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드러눕고 싶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씨X.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이거라도 챙겨가야지.’

언제 또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강해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내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악착 같이 긁어모아 탈탈 털어 넣어주마.

겨우 시체 앞에 도착한 나는 그가 쥐고 있던 맨드레이크를 품에 넣었다. 이거라면 빌어먹을 마나통을 개선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설마 허상은 아니겠지?’

아니지. 그럴 리가 없다. 이게 허상이라면 이걸 쥐고 있던 시체도, 이블로 변한 레이첼도 전부 허상이어야만 한다. 죽은 뒤에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 했는데 가짜일 리가 없지.

‘…근데 정말 이거 하나 얻겠다고 시험 장소에 난입했다고?’

100년 이상을 산 맨드레이크가 무척 귀한 영약인 것은 맞지만 그걸 얻기 위해 아카데미와 척을 진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를 않았다.

털썩.

“모르겠다.”

대(大)자로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저건 진짜 하늘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모르는 것 투성이다.

레이첼이 어째서 이블이 된 것인지. 촉각을 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통증이 느껴진 것인지. 감독관은 어째서 시험에 난입한 것인지. 이든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온통 환상이라고 했던 시험에 왜 살아있는 존재가 있는 것인지.

전부.

전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지쳤어.”

긴장이 풀린 탓인지 급격히 피로가 몰려온다.

‘이럴 때 아스모데우스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직도 바쁜가.’

홀로 떨어진 이 세계에서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 계약을 맺으면 뭐하나. 고작 권능 하나 제대로 못 다뤄서야 아직도 갈 길이 멀….’

가드득.

“이게 무슨 소리….”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분명 내가 두 눈으로 확인….

잠깐.

내가 죽은 걸 확인했던가…?

가드드득.

엇갈린 관절이, 뒤틀린 뼈마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불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봤다.

“…미친.”

이 두 글자 말고는 내가 본 광경을 표현할만한 적절한 단어가 없었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듯 온몸을 뒤틀며 전후좌우 사방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마치 무엇인가를 간절히 찾는 것처럼.

가슴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은 점차 살이 채워지고 있었다.

“지랄…. 이거 꿈이지…? 가슴에 구멍이 뚫렸는데도 재생을 한다고…?”

재생력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가슴을 뚫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움직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순간, 내 투창이 살짝 빗겨나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설마, 심장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해서 다시 재생을 했다고?’

이제는 더 이상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이… 교… 도….”

레이첼이 나를 발견했다.

저건 웃고 있는 걸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저 집착녀에게 개죽음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

쩌저적.

그 순간, 무엇인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균열이 생겼다.

그곳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온 여인이 주변을 둘러봤다.

만년설처럼 새하얀 백발, 깊은 호수처럼 푸른 눈동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레이첼을 발견한 여인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3단계인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

“청십자회(靑十字會) 주교, 크리스 발렌타인. 주신(主神)의 이름으로 지금부터 집행을 시작한다.”

여인이 몸을 움직이자 십자가가 그려진 푸른색 망토가 펄럭였다.

“…….”

대체 무엇이 일어난 걸까.

여인의 손이 허리춤에 있던 검으로 향하는 것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그 후에 무엇인가 반짝였고,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여인의 앞에 있던 레이첼은 본래의 형제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조각나 있었다.

여인의 차가운 눈동자가 내게로 향했다.

“이름.”

그 순간, 여기서 조금이라도 잘못 대답하거나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자일 지그하르트입니다.”

한동안 아무런 대답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여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그하르트…인가.”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등을 돌린 채 자신이 나왔던 균열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십자가가 그려진 푸른색 망토.

이 대륙에서 저것을 착용할 수 있는 조직은 단 하나 뿐이다.

청십자회(靑十字會).

주신 라파엘을 필두로 12신을 섬기는 라파엘 교의 이단심문관.

그 중에서도 이블(evil)만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악마사냥꾼.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상식을 초월하는 이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막심! 이쪽이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와!”

“제발, 보채지 좀 마십쇼. 저는 대장님만큼 빠르지 않단 말입니다.”

“징징거릴 시간 있으면 애들 상태부터 확인해!”

사자처럼 으르렁대는 목소리.

뒤이어 균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 시험의 총 감독관인 벨라 트레이와 연설 때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던 남성이었다.

“젠장, 막심! 이쪽이다!”

그녀가 다급하게 외치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참 빨리도 온다…. 이 개자식들….’

사건이 다 끝나고 나서야 도착한 그들의 무능함에 화가 났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시야가 점점 뿌예지고 몸이 나른해졌다.

새삼 눈꺼풀이 이토록 무거웠는지 따위에 생각을 하던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입학시험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여관주인의 말에 의하면 난 삼일 밤낮을 깨지 않고 내리 잠만 잤다고 한다.

그만큼 피로가 누적되어 있던 탓이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입학 날짜가 일주일 정도 미뤄졌다는 것.

유례없는 결정이긴 했으나, 입학시험에 이블(evil)이 나타나는 것만큼 충격적이진 않을 것이다.

뭐 어찌됐건 그 덕분에 나는 동급생들과 같은 시기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학교 측의 배려라기보다는 일련의 사건들을 수습하기 위한 대처 중 하나이겠지.

입학시험. 그것도 이제 갓 입학하는 햇병아리들이 치루는 시험에 이블이 나타났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제 아무리 명망 높은 살로몬 아카데미라도 여론에 질타를 피해갈 수 는 없을 터.

평민의 수보다 귀족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살로몬이다.

제국을 쥐락펴락 하는 권력자들의 자식들이 모인 곳.

이 세상 어느 부모가 통제되지 않는 변수로 가득한 학교에 자식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신뢰를 잃게 되는 순간,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자명할 터였다.

물론.

대마도사(大魔道師) 아슈타르라는 괴물이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그리 쉽게 무너질 리는 없겠지만.

‘한 동안 여기저기 불려 다니겠구만.’

절로 한숨이 나왔다. 고작 입학시험 따위에서 이렇게 애를 먹을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앞으로도 고생길이 훤했다.

아카데미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째서? 내가 왜 B 클래스란 말이야! 이거 잘못된 거 아니야? 나는 루데인 백작가의 장자라고! 뭔가 잘못됐어.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아…. 망했다…. C 클래스는 상상도 못했는데…. 아버님께 뭐라고 말해야 하지.”

“헤헤! 그래도 B 클래스 정도면 나쁘지 않네!”

시험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우는 귀족 자제부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학생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역시 사딘 공자님이십니다! 제국 최고의 유망주인 공자께서 수석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 아니겠습니까? 근본도 없는 버러지들이 공자님과 같은 시험을 치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문의 영광일 테지요.”

“호들갑 떨지 마라.”

꼴 보기 싫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사딘 공자와 그에게 아첨을 하는 귀족들이 한쪽 구석에서 무리를 지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주 닳겠다 닳겠어.’

서로 그루밍을 하느라 정신없는 그들을 무시한 채 군중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사딘 룬델이 수석을 차지한 것은 의외였으나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인성이 글러 먹기는 했으나 실력과 배경만 보면 충분히 차지하고도 남을 인재였으니까.

하긴 마신과 계약을 하고도 수석을 못 차지하면 나가 뒤져야지.

‘어디보자. A 클래스가 어디 있지.’

입학시험 결과가 나온 벽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C 클래스와 D 클래스는 볼 것도 없었다.

이블의 난입이라는 억지 이벤트가 있었긴 했지만, 무려 세 가지의 금제를 건 상태로 시험에 막바지까지 도달한 우리였다.

보나마나 A 클래스는 확정이었지만, 직접 눈으로 봐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수험생들 국룰이 아닌가.

「A 클래스 합격자 명단.」

최상단에 위치한 사딘 룬델의 이름을 시작으로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리델…. 아니고 이스핀…. 아니고 아르민… 아니고.”

그렇게 마지막 명단까지 확인했지만 어디에도 내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설마 B 클래스인가?’

황급히 B 클래스 명단을 확인했다.

그러나 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일 지그하르트’ 라는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럴 리가. 설마 C 클래스라고?’

그때, 짜증이 가득 담긴 여성의 목소리가 장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 된다고! 프레이. 이게 말이 된 다고 생각해? 어째서 우리가 A 클래스가 아닌 거야! 감히…. 나를…. 이 샬럿 메이지가 A 클래스가 아니면 대체 누가 A 클래스라는 거야! 지금 당장 따지러 가겠어. 말리지마, 프레이!”

“샬럿….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한 번 결정된 결과는 절대 번복할 수 없다는 걸.”

정신 나간 년처럼 발광하는 살럿과 허망한 얼굴로 고개를 내리깐 프레이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녀들의 이름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A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최소 B 클래스에는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 순간, 벽보 가장 아래에 새겨진 조그마한 명단이 눈에 들어왔다.

「S 클래스 합격자 명단」

수험번호 444번, 자일 지그하르트.

“…이 씨X."

욕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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