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사랑의 열락
(82/112)
82. 사랑의 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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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사랑의 열락
2022.07.13.
“이제 절대 놓치지 않아…….”
여린 숨을 삼키는 입술이 지독하리만큼 집요했다.
“내 삶의 이유는 너야.”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제할 수 없었다. 겨울의 볼을 타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파르르 떨리는 겨울의 눈동자로 자욱하게 안개가 드리웠다.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는 이 남자를 더는 뿌리칠 수 없었다.
아니,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왜 울어?”
다가올 미래가 무섭고 닥친 운명이 두려워 도망치려고 했었다.
강시후와 함께하고자 하는 욕망 자체가 죄악처럼 느껴졌고, 그를 원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질수록 천벌을 받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만 뛰는 심장은 그를 떠나야 하는 수십 수백 개의 이유를 모두 지울 만큼 솔직했다.
“안 울어…….”
이대로 함께 침몰한다고 해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겨울은 울음이 멈추지 않아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겨울의 양 뺨을 부드럽게 감싸 올린 시후가 그녀의 여린 눈꺼풀에 입술을 묻었다.
“울어도 돼.”
연한 살결이 뜨거운 입술에 닿아 파르르 전율했다. 시후는 겨울의 슬픔을 모두 거두어 갈 것처럼 그녀의 눈 밑을 지나 뺨으로 느릿하게 입술을 옮겼다.
“지금까지 너 울린 만큼 사랑해줄 거니까…….”
무더운 열기를 품은 입술 틈으로 투명한 이슬이 하릴없이 잠겨 사라졌다.
“오늘까지만 우는 거야.”
하얀 턱을 들어 올려 끝에 고인 눈물까지 전부 거두어 간 뒤 나직하게 속삭였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겨울은 두 팔을 뻗어 시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 가느다란 팔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시후의 가슴이 속절없이 일렁였다.
이 여리지만 견고한 힘부터 잘게 들썩이는 어깨, 자그마한 숨결 한 조각까지 제 목숨보다도 소중했기에 다시는 놓칠 수 없었다.
“이제 같이 집에 돌아가자.”
낮은 숨을 뱉는 입술이 뜨거워 겨울은 눈을 꼭 감았다.
“진짜 부부로서.”
애절한 속삭임이 겨울의 가슴 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시후는 겨울을 벽으로 몰아붙이며 조급하게 입술을 겹쳤다.
갈증이 나는 사람처럼 자그마한 입술을 물고 빨아들이던 시후가 그대로 여린 허리를 끌어안고 겨울을 번쩍 안아 들었다.
쿵, 벽으로 뒷머리가 부딪치고 겨울은 가느다란 팔로 시후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날렵한 턱이 비틀리며 겨울의 말랑한 입술을 갈급하게 삼켰다. 거칠지만 소중하게 입술 위를 핥는 감각에 겨울의 심장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벌어진 내부로 깊숙이 파고든 시후가 안쪽으로 닿자 겨울의 입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이내 거친 신음이 전부 먹힐 정도로 강한 움직임이 격정적으로 활개 치자 겨울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정신없이 비벼지는 감각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온몸이 전율했다.
하아, 달뜬 숨을 터뜨리며 시후가 멀어지자 겨울이 빨갛게 열 오른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묻었다.
“……같이 씻을래?”
용기 내서 속삭이자 시후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창피해진 겨울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시후가 그런 겨울의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래, 씻겨줄게.”
그대로 겨울을 가볍게 안아 든 시후가 욕실로 향했다.
잠시라도 여유를 줄 수 없다는 듯 입을 맞추자 겨울의 심장이 거세게 박동했다.
위로 올라간 길쭉한 손가락이 겨울의 쇄골을 지분거리며 블라우스의 단추 하나를 풀었다.
툭, 한 개가 풀리고 살며시 드러난 속살에 입 맞추며 두 번째 단추로 손끝을 옮겼다.
자그마한 단추가 구멍을 빠져나가자마자 시후의 동공이 고요하게 흔들렸다.
단정하게 입고 있던 블라우스의 안에 숨겨져 있었던 것은 예전에 시후가 선물했던 목걸이였다.
“……이건…….”
놀란 시후가 뒷말을 흐렸다.
그녀는 처음부터 시후를 받아들일 생각으로 법원에 찾아온 것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오빠한테는 잘못이 없다는 걸.”
나지막한 목소리에 시선을 든 시후가 겨울과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하지 못한 게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어…….”
가장 괴로울 사람은 다름 아닌 시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고, 그가 받았을 상처를 외면하며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얼굴 많이 까칠해졌네. 맘고생 많이 했지.”
겨울이 한숨처럼 속삭이자 시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오빠가 했던 말 중에, 잊으라는 말이 제일 무서웠어.”
“…….”
“그 말이 가장 나를 아프게 했고, 내 마음을 찌르고 상처를 줬어.”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미워했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남자였다.
어떤 의미에서든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었기에. 다른 이들의 말보다도 시후의 말이 가장 겨울을 마음을 찌르고 괴롭게 했었다.
“내가 강시후를 잊는다는 게 상상이 가질 않아서……. 내 삶의 전부를 버리라는 것 같아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심으로 네가 날 잊길 바란 적 없었어. 네 기억 속에서 잊히면, 나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삶의 이유가 겨울 하나뿐이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잊는다면 더 이상 살아갈 이유는 없었다.
“약속할게. 이제 널 내 손으로 행복하게 해줄 거야.”
달콤한 고백에 겨울이 가쁜 숨을 터뜨렸다.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붙인 시후가 뜨거운 숨결을 뱉으며 잘록한 허리를 끌어당겼다.
“애원해도 절대 놓아주지 않아…….”
완전히 밀착한 몸으로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심장 소리가 쿵쿵 울렸다.
겨울은 두 팔로 시후의 몸을 끌어안으며 제 각오를 털어놓았다.
“아니, 이제 내가 놔주지 않을 거야.”
천벌을 받는다고 해도, 이대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해도 괜찮았다.
그와 멀어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없었으니까.
“늙어 죽을 때까지 내 곁에 잡아 둘 거니까 각오해.”
두 팔을 뻗어 올려 시후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뒤 키스했다.
이내 블라우스 위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을 느끼며 숨이 거칠어졌다.
섬유가 살결에 비벼지는 소리가 욕실을 울리고 툭, 옷자락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해방감이 느껴졌다.
유려한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아 뒤로 넘긴 시후는 여린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살갗 위로 느껴지는 뜨거운 입술의 감촉에 겨울이 움찔 떨며 뒷걸음질 쳤다.
제 흔적을 새겨넣으려는 듯이 강하게 빨아들이는 입술에 겨울의 턱이 아찔하게 벌어졌다.
뜨겁게 타오르는 시선이 강렬하게 와닿자 겨울의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겨울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시후가 제 셔츠 단추에 손을 올렸다.
잠시 망설이던 겨울이 손을 뻗어 그런 시후의 손에 제 손을 겹쳤다.
“……내가 해줄게.”
창피하지만 나름 용기를 내었다. 서툴게 단추를 푸는 손길을 가만히 지켜보는 시후의 눈빛에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팽창한 근육에 달라붙은 섬유를 떨리는 손으로 벗겨 내자 조각이라도 한 듯 선명한 복근이 시야에 드러났다.
그 위 단단한 가슴 근육을 가만히 바라보던 겨울이 살며시 귀를 갖다 대었다.
쿵, 쿵, 쿵, 쿵.
“오빠 심장 소리 듣기 좋다…….”
맞닿은 귓가로 그의 격정적인 심장 박동이 진하게 느껴졌다.
저만큼이나, 아니면 어쩌면 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는 심장이 사랑스러워 그 위로 살며시 입술을 묻었다.
조그마한 입술을 한껏 모아 빨아들였으나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가슴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생각처럼 잘 안 되자 모이를 쪼아먹는 어린 새처럼 어리숙하게 쪽쪽 소리를 내었다.
그런 겨울이 귀여워 픽 웃음을 흘린 시후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상승했다.
“이렇게 해야지.”
놀란 겨울이 움찔 몸을 떨었다. 참을성 없이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은 시후는 하얀 살결에 키스를 퍼부으며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그녀의 살갗 하나까지도 전부 제 것이라는 듯, 마치 이름을 새겨넣듯이 소중하게 조인을 찍었다.
“오빠, 잠깐만…….”
이후부터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함께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는 동안에도 시후는 겨울의 입술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무자비하게 키스하며 거대한 몸을 밀착해왔다.
맞닿은 부위로부터 느껴지는 촉감에 겨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몸 구석구석 씻겨주는 손길이 너무도 뜨겁고 어지러워 제대로 서 있기조차 버거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더운 열기가 여린 몸을 휩쓸었다.
그렇게 혼미한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가 등 뒤로 와닿았다.
“겨울아…….”
애절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영혼이 팔리기도 잠시, 곧바로 여린 쇄골 위로 잠기는 입술에 겨울의 숨소리가 격해졌다.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물기로 촉촉하게 젖은 몸을 끌어안으며 까만 눈동자를 올린 시후가 겨울을 바라보았다.
타오를 듯이 뜨거운 시선이 아찔하게 맞물리자 겨울이 달뜬 숨을 터뜨렸다.
“……오빠.”
더듬더듬 입술을 움직여 그를 부르자 그는 말보다 더욱 진한 애정을 겨울의 살갗 위로 퍼부었다.
열기를 품은 입술이 부드러운 몸의 곡선을 타고 아래로 흐르자 겨울이 입술을 깨물었다.
견딜 수 없는 감각이 서슴없이 몰려오고 발끝이 절로 오므라들었다.
놀란 겨울이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으나, 뜨거운 입술은 폭주하는 엔진처럼 겨울의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사랑을 쏟아내었다.
사정없이 들끓다가 폭발하듯 숨을 토해낸 겨울이 필사적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오빠, 나 미칠 것 같아…….”
겨울의 목이 한없이 뒤로 꺾였다. 더 이상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었다.
매끄럽게 움직이는 손길과 입술에 온몸이 녹아 흐물거렸다.
한껏 달아오른 숨을 헐떡이는 입술을 부드럽게 문 시후가 겨울의 골반을 보듬듯이 안으며 달랬다.
그 다정한 손길에 겨울이 눈을 감으며 단단한 등을 움켜쥐었다.
“……!”
강렬한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엄청난 전율이 온몸을 휩쓸고 해일처럼 몰려오는 감각에 떠밀리지 않도록 시후의 몸을 더욱더 세게 붙잡았다.
파도처럼 몰아치는 열기에 입술을 벌린 겨울이 거친 숨을 헐떡였다. 경련하듯 떨리는 팔다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이로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뜨겁게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사랑해. 사랑해, 오빠…….”
무의식적으로 수없이 되뇌며 속삭이자 시후가 웃음을 터뜨리며 겨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땀에 젖은 하얀 살결을 부드럽게 쓸어올린 시후는 분홍빛 입술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었다. 마치 품에 태양을 끌어안은 기분이었다.
겨울은 시후의 세계이자 우주였고, 그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유일한 미련이었다.
이 작은 몸을 다시 품에 안은 순간부터, 시후는 이제 그녀를 위해서라면 못 할 짓이 없었다.
“겨울아…….”
하루에도 수백 번 부르고 또 불러도 질리지 않을 그 이름.
“내 목숨보다도 사랑해, 함겨울.”
그의 나직한 속삭임을 들으며 겨울은 떨리는 눈을 감았다.
……언젠가 찾아올 미래에,
다시 그의 손을 잡은 것을 후회하는 날이 올까?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찾아올지라도…….
지금 내 감정에 솔직했던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사랑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