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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191화 (191/644)

00191  32. 데렌의 정원  =========================================================================

스윽

급살은 일단 구슬에서 재빨리 손을 땠다.

“...”

그리고 말없이 검게 물들어가는 구슬을 바라보았다.

‘억제 구슬? 뭔가 잘못 건든 것 같은데..’

이름으로 보아 무언가를 억제하는 구슬이 분명했다. 그러나 느낌상 좋은 것을 억제하던 것은 아닌 듯 했다.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든 것 같았다. 이내 구슬이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스아악

그와 동시에 신전 내부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하얀 대리석 바닥이 구슬이 물들었던 것처럼 검게 물들기 시작했고 동상의 모습이 기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튀자.’

위험을 느낀 급살은 이곳에서 벗어나야 된다 생각을 하고 재빨리 신전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로 돌아 신전 밖으로 달리던 급살은 입구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구지? 유저인가?’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입구에 서 있는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마계였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설마.. 마족?’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마계에 살고 있다는 마족이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그때였다.

“고맙다.”

그가 입을 열어 말했다.

“난 아그라넥토라고 한다. 너의 이름은?”

“그..급살 이라고 하는데요.”

“그급살? 특이한 이름이군. 어쨌든 정말 고마워.”

활짝 미소를 지은 채 아그라넥토가 급살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급살은 자신에게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는 아그라넥토를 보며 생각했다.

‘아그라넥토? 유저는 아닌 것 같은데.’

유저는 아닌 것 같았다. 급살은 확실히 하기 위해서 입을 열어 말했다.

“혹시 유저세요?”

“유저? 그런 종족도 있나?”

급살의 물음에 아그라넥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아그라넥토의 답변에 급살은 아그라넥토가 유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급살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그라넥토를 보며 어떻게 해야 될 지 곰곰이 생각했다.

‘왠지 불안한데..’

고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불안했다.

“저.. 혹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아, 그 뒤에 있는 것 좀 가지러 왔어.”

‘억제 구슬을?’

아그라넥토가 말한 것은 자신이 건드려 오염된 제 1 억제 구슬이 분명했다.

“죄송한데..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급살이 조심스레 물었다.

“뭐야, 날 모른단 말이야?”

그러자 아그라넥토가 걸음을 멈추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 길래 그러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조금 유명한 NPC인 것 같았다.

“네.. 제가 여기 처음 와 봐서요.”

“하하하. 그래?”

“예..”

크게 웃은 아그라넥토는 미소를 지은 채 다시 걸음을 옮기며 이어 말했다.

“나는 그냥 나야.”

‘...무슨 개소리야.’

뜬구름 잡는 소리에 급살은 이상한 눈빛으로 아그라넥토를 쳐다보았다. 급살이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말던 아그라넥토는 입을 열어 말했다.

“너, 나 좀 도와줄래?”

“예?”

“나 좀 도와줘.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거든.”

‘퀘스트?’

퀘스트가 분명했다.

“보아하니 죽음의 기운을 다루는 마법사 같은데.. 나를 도와준다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줄게.”

‘...알고 있어?’

어떻게 안 것인지 아그라넥토는 자신이 죽음의 마법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 도와주기만 하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을 준다는 말에 급살은 살짝 고민했다. 급살이 고민 하는 듯 하자 아그라넥토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야. 내가 데려다 주는 곳에 있는 구슬을 만져주기만 하면 돼. 아주 쉬운 일이지.”

<아그라넥토의 부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 아그라넥토는 당신이 그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아그라넥토를 따라 다니며 억제 구슬을 파괴하라.

난이도 : B

퀘스트 보상 : 죽음의 지팡이

퀘스트 거절 시 아그라넥토와의 친밀도 대폭 하락

아그라넥토의 말이 끝나자 퀘스트가 나타났다. 참으로 간단한 내용의 퀘스트였다. 퀘스트를 읽어내려가던 급살은 퀘스트 보상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죽음의 지팡이? 설마 그때 본 그거?’

검은 달의 탑에 대해 알게 되고 죽음의 마법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급살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직업에 관련 된 아이템들을 찾아보았다. 그때 보았던 것이 바로 죽음의 지팡이였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때 자신이 본 죽음의 지팡이와 지금 퀘스트 보상에 나온 죽음의 지팡이는 똑같은 아이템이 아닐 수도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었기에 급살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와드릴게요!”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수락 메시지가 나타났고 급살은 미소를 지은 채 아그라넥토를 바라보았다. 아그라넥토 또한 미소를 지은 채 급살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검게 변한 억제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아악

아그라넥토의 손이 닿자 억제 구슬이 먼지로 변하며 사라졌다. 억제 구슬이 사라지고 아그라넥토가 급살을 보며 말했다.

“가자.”

스아악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둘의 앞에 문이 나타났다. 아그라넥토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와.”

“네.”

급살은 아그라넥토의 말에 재빨리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  *

[유저 ‘급살’님이 제 1 억제 구슬을 파괴하였습니다.]

[앞으로 45일 뒤,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가 대륙에 강림합니다.]

‘...뭐?’

아그라넥토가 강림하기까지는 2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메시지를 보니 2달이었던 시간이 45일로 단축 된 것 같았다.

‘이런 미친.’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바로 그때였다.

[데렌의 그림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이어서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저 멀리 방금 죽인 그림자와 똑같이 생긴 용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명후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데렌의 그림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빨리 죽이고 가봐야겠는데..’

마왕이 강림하기 까지는 45일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2달이 45일이 된 것처럼 강림하는 시기가 또 다시 단축 될 수 있었다.

-가소로운!

스아악

명후의 발 밑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 달리고 있던 명후는 마법진을 그대로 지나쳤고 마법진 또한 나타나자마자 그대로 사라졌다.

-잽싸구나.

마법진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자 그림자의 입에서 동그란 구슬이 나타나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전에 명후를 얼렸던 그 구슬이 분명했다.

‘이동 타격은 쿨인데..’

아직 이동 타격은 쿨타임에 걸려 사용이 불가능했다. 거기다 스킬 사용 가능 범위인 10M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구슬이 날아와 빙결 상태에 빠질 것이었다.

‘아, 간단한 방법이 있었네.’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펫 창을 열어 프라미너스와 카로트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저거 막아봐!”

명후는 구슬을 가리키며 외쳤다.

-예, 주군.

그 순간 프라미너스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프라미너스가 다시 나타난 곳은 그림자의 앞이었다.

스걱

프라미너스는 구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사삭.

그와 동시에 구슬이 폭발하며 주위를 얼리기 시작했다.

[프라미너스가 빙결 상태에 빠집니다.]

프라미너스도 빙결 상태는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카로트가 지팡이를 들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얼음에 갇혀있던 프라미너스가 카로트의 앞으로 소환되었다.

-고맙네, 카로트.

-아니야.

“수고했다. 다시 들어가 있어.”

둘의 대화를 들은 명후는 다시 둘을 역소환시켰다. 그리고 그림자와 얼음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얼음 때문에 그림자의 앞까지 갈 수가 없었다.

‘얼음 깨면 데미지 입을라나?’

데미지를 입든 입지 않든 어차피 얼음을 깨야 그림자에게 갈 수 있기에 명후는 얼음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쩌적. 쩌저저저정!

얼음에 금이 가며 이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데렌의 그림자를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5만이 상승합니다.]

‘데미지 입나 보네.’

직접 타격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림자가 죽은 것으로 보아 얼음에 의해 데미지를 입은 것 같았다. 명후는 쓰러진 그림자를 향해 다가가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국적 : 헬리오카[제국]

나이 : 22 직업 : 블러드 나이트 / 스트롱 스미스

명성 : 806000   공적도 : 882770

레벨 : 257

생명력 : 15453050

마나 : 260820

혈력 : 7664

힘 : 766430 [76643(+7200)] 민첩 : 30855 체력 : 2507(+500)

지력 : 2000 지혜 : 10791

손재주 : 351

“명성은 어따 써먹는거지? 그냥 옷 입을 때 빼고 필요가 없나..”

아직까지도 옷을 입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명성이 필요하다는 것 빼고는 명성에 대해 알려진 게 없었다. 이내 그림자의 앞에 도착한 명후는 캐릭터 창을 닫고 드랍 된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데렌이 만든 가짜 여의주를 습득하셨습니다.

-하급 용의 피를 습득하셨습니다.

-데렌의 구슬을 습득하셨습니다.

‘쏠쏠하네.’

이번에도 가짜 여의주와 용의 피 그리고 구슬을 습득 한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걸음을 옮기자마자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그대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유저 ‘급살’님이 제 2 억제 구슬을 파괴하였습니다.]

[앞으로 35일 뒤,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가 대륙에 강림합니다.]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빨리 잡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이러다가 퀘스트를 받기도 전에 아그라넥토가 강림 할 것 같았다. 명후는 한시라도 빨리 데렌을 처치하자 결심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번에도 걸음을 옮기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데렌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빨리 좀 나타났으면 했던 보스 몬스터 데렌, 데렌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구구구구구궁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 소용돌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명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안보여?’

그러나 데렌은 보이지 않았다.

‘없을 리가 없는데..’

땅이 흔들리고 곳곳에 소용돌이가 생겨난 것으로 보아 데렌이 나타난 것은 분명한데 보이지 않았다.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어? 어?”

명후가 밟고 있던 땅이 이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중심을 잃은 명후는 재빨리 엎드려 중심을 잡았다.

-인간이여.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명후는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재빨리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어?’

앞을 보니 아주 거대한 크기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용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후는 용의 얼굴을 보고 천천히 시선을 내려 자신이 집고 있는 땅을 바라보았다.

‘...땅이 아니었어?’

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땅이 아니었다. 명후가 여태 밟고 다녔던 것은 땅이 아닌 데렌의 몸통이었다. 명후는 데렌의 몸통에서 다시 시선을 돌려 데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땅이 아니라 네 몸통이었구나.”

스윽

그렇게 말하며 명후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우고 바닥 아니, 몸통을 향해 주먹을 내리치며 외쳤다.

“원펀치!”

============================ 작품 후기 ============================

이제 설 연휴도 끝이 났네요.

오늘 하루 편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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