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화 현명한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하나의 경제 지표를 놓고 시장 참여자들은 해석을 제각기 다르게 했다.
미국의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3만 명이 줄어든 88만 1,000명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숫자로 기존 시장 전망치의 95만 명을 크게 하회하는 발표가 나왔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 수도 123만 8,000명 줄어든 1,325만 4,000명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연이어 나왔다.
실업자가 여전히 많지만, 고용 시장이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처럼 보이는 숫자들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숫자의 하락은 통계 기준이 바뀐 데 따른 결과로 종전보다 고용 시장 사정이 개선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외부의 시각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부는 비농업 생산성 확정치가 전 분기 대비 1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예비치에 비해 7.3% 증가한 것으로 시장 전망치인 8.1% 상승보다 양호한 수치를 이야기했다.
명백히 시장은 나아지고 있으며 시장이 점차 코로나19의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정부는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정부의 발표에 고개를 저었다.
정부의 말과 달리 시장은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 건에 불과했다.
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때는 69만 5,000명이 기록이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66만 5,000명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88만 1,000명을 발표한 것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이런 혼란은 그대로 시장에 전해졌다.
나스닥이 장중한 때 5%가 넘게 하락하며 상승장에 돌입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이었다.
테라는 10%까지 하락했으며,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또한 8%가 넘는 하락을 보였다.
이런 증시의 모습에 시장 전문가들은 ‘민스키 모멘트’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경고가 나왔다.
CNBC는 증시가 폭락을 보이자 급히 전문가를 초빙하여 증시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RW 투자자문의 론 윌리엄 시장 전략가님을 모셨습니다. 전략가님.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론 윌리엄 시장 전략가는 앵커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보인 채 대답했다.
-시장은 현재 ‘민스키 모멘트’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스키 모멘트’요? 그게 무엇입니까?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크의 이름을 딴 것으로 지속할 수 없는 강세장에 이어 나타난 갑작스러운 시장 붕괴를 뜻하는 말입니다.
-시장 붕괴요?
앵커는 긴장한 얼굴로 론 윌리엄을 바라봤다.
론 윌리엄 RW 투자자문 시장 전략가는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시장은 지난 저점 이후 몇 달에 걸쳐 상승을 이어왔습니다. 다우와 S&P500 그리고 나스닥까지 모두 전고점을 훌쩍 넘긴 역사적 고점을 매일 같이 작성해 왔습니다. 이런 고점은 전례 없는 재정과 통화 부양책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상승장은 어느 날 ‘민스키 모멘트’로 불리는 붕괴가 갑자기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말씀이십니다. 붕괴라면…….
앵커는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 론 윌리엄에게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장이 붕괴했던 기억이 아직 또렷한 지금 붕괴가 또 일어난다면…… 혹시 ‘민스크 모멘트’로 볼만한 요인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마치 준비한 것처럼 론 윌리엄은 앵커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우선 최근 상승은 시장의 좁은 범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좁은 범위의 상승이요?
-그렇습니다. 최근 증시의 긍정적인 가격 움직임은 대부분 기술주의 주도로 일어난 것입니다.
론 윌리엄의 말에 앵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기술주의 폭발적인 상승이 현재 시장을 견인했다고 보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S&P500의 동일 가중 지수를 살펴보면 전고점을 넘어선 이후 사실상 평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라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 외에는 고점을 넘어간 이후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화면에는 론 윌리엄이 말한 것이 그래프로 보여졌다.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인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의도가 제대로 먹힌 것인지 론 윌리엄의 말이 방송을 보는 사람 머리에 쏙쏙 제대로 박혀 들어갔다.
론 윌리엄은 잠시 시간을 두어 시청자들이 그래프를 잘 살피도록 한 후 다음 이유를 이야기했다.
-다른 이유로는 좀비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러셀 2000 스몰캡 지수는 동일 가중 기준으로 아직 전고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러셀 2,000지수가 화면에 떴다.
론 윌리엄은 앵커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미국 밖 다른 나라들을 보면 여전히 지난 코로나 시국 전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 같은 경우에는 전고점과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독 미국의 기술주만이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번에는 카메라로 시선을 돌린 채로 말했다.
-마지막 이유로는 S&P500의 ETF 흐름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동성이 일부 기업에 국한되어 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VIX 또한 상승하며 잠재적 하락 위험 헤지가 시장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현재 지점에서 고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론 윌리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시청자를 향해 경고했다.
-제가 지금까지 나열한 현재 이유를 바탕으로 계산한다면 자산 가격은 최소 20~30% 하락할 것이 예상됩니다. 월스트리트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보여주고 있는 V자형 회복은 지난 3월 초의 저점을 테스트한 W자형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정도로 현재 상황은 좋지 못합니다.
-W자형이라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앵커는 참지 못하고 론 윌리엄을 향해 질문했다.
론 윌리엄은 앵커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전저점을 테스트하기 위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저점…… 6,000대를 다시 본다는 이야기인가요?
-W자형은 여러 가지 모양이 있습니다. 전저점과 비슷한 위치에서 나오는 대칭형 W자형, 전저점과 같은 위치가 아닌 비대칭형 W형이 있지요.
-전저점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론 윌리엄은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낮다는 말에 강조한 론 윌리엄이었다.
론 윌리엄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어떤 W자형을 예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앵커 또한 이런 론 윌리엄의 의도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상황이 파악됐으니 해결책을 물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선택은 어렵지 않고 단순합니다.
-단순하다고요?
-그렇습니다.
론 윌리엄은 손가락을 두 개를 올렸다.
-지금 상황에서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첫 번째이자 가장 좋은 선택은 지금은 투자를 쉬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십니까?
-바로 그거입니다.
론 윌리엄은 앵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지금 상황을 넘기는 것. 그게 현명한 투자자가 선택할 방법입니다. 지금은 위험한 자리입니다. 이런 때 굳이 투자하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리에서는 잠시 관망의 자세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론 윌리엄의 말에 앵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만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도 투자하는 입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듣고 싶은데요. 두 번째 방법은 뭐가 있습니까?
-앵커님의 말씀대로 어쩌면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방법이 더 현실적인 방법일지 모릅니다.
론 윌리엄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론 윌리엄의 미소를 화면을 통해 바라본 한진영 또한 론 윌리엄과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참 돌고 돌아 멀리까지 왔군요.”
한진영의 말에 곁에 앉아 있던 레이 젠슨이 한진영을 돌아봤다.
그때 레이 젠슨의 귀로 론 윌리엄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주식시장이 아닌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입니다.
-다른 투자처요?
-그렇습니다. 바로 코인과 같이 증시와는 무관하게 상승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바로 지금 시대에 현명한 투자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론 윌리엄의 말을 끝까지 들은 레이 젠슨은 혀를 내두르며 한진영에게 말했다.
“정말이군.”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이제 방송에서도 코인에 투자하라고 할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허. 믿을 수가 없군. 코인을 투자하라고 하다니. 그런 실체도 없는 것에 말이야.”
“도박사들 입장에서는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돈만 벌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언제 휴지가 될지 모르는데?”
“그래도 상관없지요. 내가 폭탄을 들고 있는 상태로 터지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다. 충분히 내가 먹고 나올 동안 폭탄이 터지지만 않으면 되니 그들은 그게 휴지가 되건 쓰레기가 되건 상관이 없을 겁니다.”
너무나 무서운 말이었다.
수십 년 동안 시장에서 움직이며 이와 같은 상황을 몇 번이나 마주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진영이 한 말과 같은 상황이 어떤 폭풍을 몰고 올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레이 젠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말했다.
“조만간 저쪽에서 선택하려 할 거라는 제 말 기억하십니까?”
“저쪽?”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말을 하고 턱짓한 사무실 한쪽을 바라봤다.
그곳엔 아무것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지만, 한진영이 말한 ‘저쪽’이 무얼 의미하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걸 왜 기억 못 하겠나? 바로 이틀 전에 한 말인데? 나 치매 아니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가볍게 웃고는 조지훈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테라 측에 이야기해. 결정했다고 말이야.”
“테라에 결정했다는 말을 전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조지훈과 레이 젠슨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분명 저쪽이 결정을 내리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레이 젠슨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네가 결정했다고 이야기하는 건가?”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저쪽이 알아서 선택하게 될 겁니다.”
“뭐라고?”
레이 젠슨이 한진영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눈살을 찌푸렸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바라보고 말했다.
“조 실장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니까 결정을 했다는 말만 하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말하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역시 조 실장은 나와 함께 오래 지내다 보니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는구먼. 바로 그거야. 그냥 테라에 세이지가 결정을 했다는 말만 전해. 그럼 바로 대답이 나올 테니까. 그 대답을 가지고 와. 지금 바로.”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조지훈은 사무실을 나간 조지훈 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인지 레이 젠슨은 고개만 돌려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도대체 이게 뭔가? 저쪽에다 결정했다는 말만 전하면 테라가 선택을 해서 대답을 오히려 우리에게 돌려준다는 이야기인가?”
“바로 그겁니다.”
“뭐라고? 조금 전 내가 한 말이 맞는다고?”
“네. 말씀대로 그걸 하려 한 겁니다.”
“정말로 그렇게 하면 저쪽에서 알아서 선택하고 대답을 해준다고? 결정은 여기에서 했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원한 것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들이 오히려 선택하여 대답한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왜 그들이 알아서 선택한다는 건가?”
“우선 대답부터 듣고 나머지 이야기는 차차 나누도록 할까요?”
레이 젠슨의 말을 잠시 막은 한진영이었다.
레이 젠슨은 어서 대답해보라고 다시 물으려 할 때 조지훈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평소와 달리 노크도 없이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조지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래? 테라에서 뭐라고 그랬는데?”
한진영보다 레이 젠슨이 먼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지훈에게 질문했다.
조지훈은 레이 젠슨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테라에서…… 미안하지만 함께하기 어렵다고 대답했습니다.”
“함께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네. 제가 우리 쪽에서 결정했다는 말에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면서 마침 자기들도 연락하려 했다고…….”
당황한 표정의 두 사람과 달리 한진영은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도대체 어떻게 안 건가?”
레이 젠슨이 한진영을 돌아보고 물었다.
한진영은 태연한 표정으로 레이 젠슨의 질문에 대답했다.
“조금 전 방송 보지 않으셨습니까?”
레이 젠슨의 눈썹 사이에는 내 천(川)자가 깊게 파였다.
“조금 전 방송하고 무슨 상관인가?”
“상관이 있지요.”
한진영은 소파에 팔을 걸치고 몸을 기대고 화면을 바라본 채로 대답했다.
“이제 우리가 필요가 없으니까요.”
“필요가 없다고?”
“네. 우리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했으니 우리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게다가 우리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은 우리처럼 뻣뻣하지도 않아서 그들 마음대로 조정하기 좋으니 우리가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단지, 자기들이 먼저 한 말이 있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것일 뿐입니다.”
“분명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이죠. 그걸 다 믿으십니까?”
“허허.”
레이 젠슨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수십 년 동안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었건만 한진영 앞에서는 애송이 같다는 느낌을 받은 레이 젠슨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레이 젠슨은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보고 대화를 정리했다.
“그러니까 우리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나타나서 우리가 필요 없어졌다. 그리고 그 상대는 우리와 달리 테라의 말을 잘 들을 테니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 결정은 이미 진작에 내렸으나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제안하여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리가 결정했다는 말에 부랴부랴 우리를 밀어냈다. 이건가?”
“바로 그겁니다. 바로 이걸 원하여 기다렸던 겁니다.”
한진영이 속 시원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모습에 허탈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보다 돈이 많고 테라의 말을 잘 들을 존재라면…… 분명 대중을 말하는 걸 테지?”
“네. 맞습니다. 보십시오.”
한진영이 손가락을 들어 모니터링 화면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코인 차트가 보여지고 있었다.
대표 코인이라고 불리는 코인이 오늘만 10%가 넘게 상승하고 있었다.
알트코인이라고 불리는 소형 코인들은 50%가 넘게 상승했다.
그리고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움직이는 알론 코인 또한 20%가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인 그라운드에 상장되어 있는 코인 중 한두 개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들이 상승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승도 작은 상승이 아니었다.
만약 주식시장이었다면 폭등이라고 불렸을 만한 상승이 코인 시장에서 대부분의 코인에서 보이고 있었다.
“증시가 횡보하자 갈 곳 잃은 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렇다면 굳이 우리와 할 이유가 없겠지요. 저쪽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
수십 년 동안 투자시장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봤지만 지금 같은 광경은 레이 젠슨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광경을 처음 본 사람은 블랙문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한진영에게 설명을 들으며 황당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화면을 보는 레이 젠슨과는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