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에겐 없고 그녀에게는 생겼다
철없는 두 공작의 말싸움에 황제는 체통도 없이 귀를 후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상단 기사들을 죄 두들겨 패 놓은 것이 잘한 짓이란 말인가?”
“거, 나는 모르는 일이라니까 그러네.”
“자네가 그리 시치미를 뗀다 해서 있던 일이 없어지기라도 하는가? 증거가 다 있다 이 말이네! 무능한 아들을 두었으면 자네라도 처신을 똑바로 해야지 이게 다 무언가!”
“뭐라? 말이면 다인 줄 아는가? 그리고 시작은 자네가 먼저 하질 않았나!”
“시작? 그래, 내가 황궁 기사단 유지비를 줄인 것은 맞네만 그 안에 쥐새끼처럼 숨어 유지비를 갉아먹고 있던 관리들을 모르고 있던 단장인 자네 아들이 무능한 것 아닌가? 그것이 어찌 내 탓이지?”
“하!”
“자네 아들의 무능함을 왜 내게 덮어씌우냐는 걸세! 왜 그 피해를 내 상단 기사들이 받아야 하느냐고!”
황제는 그저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두 공작의 벌게진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다.
왕왕 짖어대는 멍멍이 두 마리처럼 싸워대는 두 공작은 이 짓을 3개월째 반복하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이 클라이맥스지 않을까 생각하던 황제는 턱을 괴고 느슨히 앉았다.
이 개싸움의 시작은 두 공작의 하나뿐인 금지옥엽들의 연애였다. 평소 철천지원수처럼 지내던 두 공작은 당연하게 두 남녀의 연애를 방해하고 반대했다. 그 사이에서도 어여쁘게 연애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석 달 전 돌연 헤어져 버렸다.
듣자 하니 헤어지자 한 것은 메르세데스 공자였고 덕분에 눈물 바람 한 것은 녹스 공녀인 듯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 눈치만 보며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하던 두 공작은 점차 서로에게 삿대질을 일삼으며 보이는 족족 시비를 걸어 댔다.
열 받은 녹스 공작이 황궁 기사 단장으로 재직 중인 메르세데스 공자에게 엿을 먹일 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떠돌 즈음이었다. 전시가 아니니 황궁 기사단의 유지비를 조금 줄여도 되겠냐 묻던 녹스 공작에게 그러라 했던 황제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무려 제국 황실 기사단의 유지비를 뒷돈 까먹듯 유흥가에 뿌리고 다니던 기사단 행정부 소속 관리들이 줄줄이 발견되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가 막힌 것은 그들이 약 1년 가까이 까먹은 돈이 기사단 유지비의 절반도 더 된다는 것이었다.
제국이 발칵 뒤집혔다. 황제의 검이라 불리는 메르세데스 가의 무능함이라는 주제로 온갖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명예를 중시하며 떵떵거리던 메르세데스 가의 기세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열 받은 황제는 메르세데스 레사 기사 단장에게 근신을 명했다.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을 사건은 분노에 눈이 뒤집힌 메르세데스 공작의 유치한 장난질에 다시 불타올랐다.
메르세데스 공작이 제 소유의 친위대를 불러 녹스 가문이 소유한 상단의 기사들을 털어 오라 명한 것이다.
가히 파국이었다.
황제는 옆머리를 짚으며 두 공작을 바라보았다. 저치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것을 구경하던 것이 꽤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자네 아들은, 왜 초대하지도 않은 연회장에 쫓아 와 내 딸의 심기를 건드려! 초대장도 없이 연회에 출입하는 것이 무례인지도 모르는 멍청한 아들을 키운 것이 자랑인가?”
“뭐라? 자네 딸이 먼저 내 아들을 건드렸다니까! 황궁 연무장에서 그 무슨 해괴한 짓거리를 벌였는지 자네가 아는가?”
“해괴한 짓이라니? 연무장이라니! 내 딸은 황궁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진 것뿐이네! 자네는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 나도 해도 괜찮다는 말 말고는 할 것이 없나?”
점점 가까워지는 두 공작이 서로의 멱살을 잡을 것 같았다. 어이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은 황제가 혀를 쯧쯧 차 댔다.
저 멀리 허망한 얼굴로 휘청이고 있는 시종장을 바라본 황제가 드디어 자세를 바로 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차갑다 못해 날카로운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두 공작의 적막을 끌어다 놓았다.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짚은 황제는 딱딱한 의자에 등을 기대앉았다.
더럽게 불편했다.
열심히 짖어대며 싸우던 두 공작은 갑자기 제정신이 든 것처럼 불편하고 죄스러운 얼굴로 황제를 흘긋거렸다.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싸울 텐가? 그리고 레사 메르세데스. 우리의 기사 단장께서는 지금 근신을 명받았을 터인데 어찌 녹스 가의 연회장에 나타날 수가 있지? 자네 아들은 자숙을 연회장에서 하는가?”
당황스러워 입만 벙긋거리던 메르세데스 공작이 눈을 내리깔았다. 차마 그전에 있던 일이라는 말은 하지 못한 메르세데스 공작이 입도 꾹 다물었다.
“메르세데스 레사의 잘못은 기사단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고, 그 일에 자네가 열 받아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짐이 틀렸는가?”
건장한 장년의 어깨가 잔뜩 쭈그러들었다. 황제는 인상 한 번 구기지 않고 메르세데스 공작을 영혼까지 탈탈 털어 버렸다.
“자네 아들은 녹스 공작이 아니었다면 더 큰 화를 입었을 테지.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을 어찌 아니꼽게만 보는가? 녹스 공작이 대체 무얼 잘못했기에 녹스 상단의 기사단을 털었지? 자네가 낯짝이 있다면 지금 내 앞에서 이리 큰 소리를 치면 안 되었지. 자네는 내가 우습나?”
황제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녹스 공작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듯 시원하기까지 했다.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던 녹스 공작은 애정이 담긴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당장 치료비와 손해 배상액을 물어 주고 사과하게. 자네가 마스터만 아니었더라면, 메르세데스가 아니었더라면! 짐은 자네를 영원히 보지 않았을 걸세. 어찌 공작이나 되어 그리 유치한 짓거리를 할 수가 있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 황제는 녹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거기까지만 하게. 충분히 열 받을 만한 일이나, 약을 올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예, 폐하. 송구합니다.”
“당분간은 두 사람 모두 저택에서 근신이라도 하게. 그리고 메르세데스 공작.”
화들짝 놀란 메르세데스 공작이 고개를 들었다.
“예. 폐하.”
“내일 기사 단장을 입궁시키게. 내 친히 할 말이 있으니.”
“알겠습니다.”
좋은 일로 입궁을 하라는 것은 아닐 테니 메르세데스 공작의 안색이 눈에 띄게 하얘졌다. 황제는 고개를 까딱이며 나가 보라 명했다.
가자미처럼 서로를 흘겨보며 황제궁을 나서는 두 공작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발을 쿵쿵 찧어 댔다.
✲ ✲ ✲
황제의 명으로 오랜만에 입궁한 레사는 한숨을 내쉬며 발을 천천히 놀리고 있었다.
“하아.”
머릿속은 배배 꼬여 있었고 답답한 가슴은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레이라에게 헤어지자 이야기한 것도 벌써 석 달.
일이 이상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만날 때는 당장 헤어지지 못하겠냐고 성을 내던 두 공작은 헤어지고 나니 더 격렬하게 싸워 댔다. 헤어지자 마음먹은 이유가 두 공작의 싸움을 멈춰 보고자 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이 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사단 내부 관리에 소홀한 것은 저였다. 생전 처음 받아 보는 근신령이지만 반기를 내비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레사는 제 죄를 시인했고 벌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제 아비는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녹스 상단의 기사단을 탈탈 털어 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레사는 레이라를 볼 낯이 없었다. 그녀를 떠나보낸 것은 저인데 날이 갈수록 그리워 그녀를 먼발치에서 쫓기도 했다. 제 앞에서 다른 영식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티타임을 갖는 것에 눈이 돌아 그녀의 파티를 망치기도 했다.
대체 무슨 짓을 했었던 것인지 이제 와 후회가 막심했다. 이럴 거였다면 그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 좋을 뻔했다. 자신이 이리도 레이라를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고 사과를 해도 해도 모자랄 일만 생길 줄도 몰랐다.
처참했다. 황궁 근처에 다다를수록 레사의 한숨이 깊어졌다.
황제는 딱딱한 황좌에 불편하게 걸터앉아 레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새 초췌해진 얼굴이 안쓰러웠다.
“대체 꼴이 그게 뭔가?”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은 레사가 고개를 들었다. 각 잡힌 자세로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잘 어울렸다.
“송구합니다.”
“자네가 내게 미안해할 것은 없지. 일이 이리된 것이 자네가 원하던 것은 아닐 테니. 그렇지 않은가?”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쉬던 두 남자의 사이로 침묵이 오갔다. 황제는 일이 이렇게 된 참에 잠시라도 레사를 멀리 치워 보낼 심산이었다.
마침 가끔 나타나는 인간형 마수가 제국 동쪽에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황제는 레사를 그리 보내 토벌을 명할 작정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인간형 마수는 민가에 나타나 사람인 척 활보하는 교활한 마수였다. 뛰어난 미색을 가진 그들은 그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꾀어 잡아먹는 괘씸한 것들이었다.
때문에 시간이 꽤 흐른 뒤 실종된 사람의 수가 늘어났을 때가 되어야 출몰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뒤늦게 그들을 쫓아가면 고위 마법사와 비등한 수준의 마법을 구사하는 것 때문에 퇴치 중에 골치를 썩이기도 했다.
특히나 이번에 나타난 마수는 여성형으로 마을에 힘 좀 쓴다는 남성들을 죄다 납치해 잡아먹는다는 풍문이었다.
덕분인지 인간형 마수치고는 빠르게 발견된 편이었지만 남편과 장성한 아들을 잃은 평민들의 노고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었다.
황제는 근엄한 얼굴로 레사를 바라보았다.
“근신을 풀어 줄 테니, 자네가 동쪽으로 좀 가 줘야겠네.”
“예?”
“인간형 마수가 나타났다는 전갈이네. 잠시 다녀오며 머리도 좀 식히고, 생각도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나?”
마수를 잡으러 떠나라 명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생각을 정리하라는 말은 무엇일까. 그러나 레사는 빙긋 웃었다. 레사에게 있어 마수를 잡는 일은 식은 수프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뜻 고개를 주억인 레사는 이 일이 제게 끔찍한 경험을 선사해 줄 계기가 되리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
레사가 떠난 뒤, 시비 걸 사람이 없어지자 레이라는 몹시 심심해졌다. 물론 아직도 그가 밉기는 마찬가지였다.
레이라는 잠이 오지 않는지 침대를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녀의 눈빛은 몹시 초롱초롱했다.
“아씨. 잠이 와야 잘 거 아냐…….”
그녀는 괜히 읽지도 않을 책을 집어 들어 보기도 하고 따뜻한 밀크티를 홀짝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투덜대던 레이라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래도 누워 있어야 조금이나마 잠이 올 것 같아, 폭신한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운 레이라가 제 침대 위에 걸린 하얀 캐노피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그녀의 손안에 물컹한 것이 잡혔다.
“응?”
말랑말랑한 무언가는 촉감이 보들보들한 것이 만지기에 퍽 좋았다.
“뭐야, 꼭…….”
저도 모르게 손안에 것을 주물럭대던 레이라는 화들짝 놀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직도 레이라의 손에 쥐어진 무언가는 말랑거렸고 또 따뜻했다. 레이라는 놀란 토끼 같은 표정으로 그것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것을 받쳐 쥐고 보기 좋게 제 눈앞으로 끌어당겼다.
“꺄아악!”
레이라는 소리를 빽 지르며 손 위의 것을 벌레 붙은 사과 던지듯 휙 집어 던졌다.
그녀는 불결한 것을 만졌다는 느낌에 손을 탈탈 털고 몸까지 바르르 떨며 주접을 방방 떨어 댔다. 푹신한 침대 위에 팽개쳐진 무언가는 분명, 남성의 생식기 모양을 한 살덩어리였다.
아니, 그냥 남성의 성기였다. 제가 잘못 본 것인가 싶어 눈을 비비던 그녀의 귀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시뻘게진 레이라는 문제의 그것을 냉큼 주워 이불 속으로 쏙 집어넣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
자다 깼는지 레이라의 전담 하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파르르 떨리는 어깨를 제 손으로 꾹 누른 레이라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아,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그만 가서 자. 미안해.”
“……알겠어요. 아가씨, 얼른 주무세요. 피부 망가져요!”
“알았어! 잘 자.”
평소 격 없이 지내는지 잔소리까지 하고 문을 닫은 하녀가 귀엽게 웃음 지었다. 탁탁탁, 레이라는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발소리가 조금 멀어질 때까지 기다리던 그녀는 이불속에 숨겨 둔 손을 슬며시 끄집어냈다. 레이라의 한 손에 가득 들어차 있는 이것은 분명 남자의 그것이 맞았다.
“뭐, 뭐야 이게? 왜 갑자기 이런 게…….”
레이라도 이런 비슷한 것이 있다고 들어는 보았다. 뭇 여성들의 밤을 위로해 주는 모형 남근, 딜도. 레이라의 머릿속으로 모두 쉬쉬하지만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을 것이라며 깔깔 웃던 어떤 영애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영애가 알려 준 것은 나무나 옥, 보석을 깎아 만든다고 했었다. 발발 떨고 있는 레이라의 손 위에 있는 이것처럼 말랑말랑한 살덩어리가 아니었다. 심지어 이것은 사람의 체온 정도로 따뜻하기까지 했다.
의아함에 모로 기울어진 레이라의 고개가 가녀린 어깨에 딱 붙을 정도였다.
“묘하게 익숙하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손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살피고 또 살펴도 이것은 분명 남성의 성기였다. 끄트머리가 매끈하게 잘린 남성의 성기.
레이라는 저도 모르게 그것을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았다. 곧 그녀가 불에 닿은 새우처럼 파닥이며 황급히 그것을 내려놓았다. 재차 이불에 폭 파묻힌 그것은 연속된 자극에 놀랐는지 크기가 살짝 커진 것 같았다. 귀신같이 그것을 캐치한 레이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지기도 하나?”
왠지 커진 것 같은데……. 레이라는 작게 중얼거리며 확신했다. 제 손가락을 들어 올린 그녀가 하얀 이불 위에 덩그러니 놓인 살덩어리를 살그머니 찔러 보았다.
콕콕. 말랑말랑한 살덩어리는 찌르면 찌를수록 점점 제 몸을 키웠다. 그래도 꽤나 앙증맞던 그것이 검붉은 빛을 띠며 크기를 키우기 시작하자 레이라의 입도 딱 벌어졌다.
“대체 이런 게 왜, 왜 갑자기 내 손에…….”
레이라는 혼란스러운 눈길로 반쯤 커진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밤이 외로워 헛것이 보이는 건가? 게다가, 왜 어딘가 익숙하게 생긴 거야?”
털 한 올 없이 반질반질한 그것은 그녀에게 익숙한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레사의 그것과 비슷했다. 물론 레사의 그것에는 검은색 털이 있긴 했다.
“뭐지?”
미운 일곱 살처럼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레이라가 돌연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야살스러운 눈웃음을 장착한 그녀는 냉큼 배를 깔고 엎드렸다. 턱을 한 손으로 괸 그녀는 그것을 살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레이라는 둥근 버섯 머리 같은 앞부분을 엄지로 슥슥 문질렀다. 손톱으로 살짝 긁기도 했다. 내친김에 듬직하게 받치고 있는 기둥을 위아래로 흔들고 탱글탱글하게 붙어 있는 두 개의 알도 살살 만져 댔다. 신나서 열심히 쓰다듬은 레이라 덕분에 그것은 어마 무시하게 커져 갔다.
조막만 한 손에 아슬아슬하게 딱 올라오던 그것이 기둥만 그러쥐어도 한 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정도까지 커져 버렸다. 레이라의 고개가 다시 기울어졌다.
“완전히 커지니까 진짜 익숙한 모양인데…….”
살짝 위쪽으로 휜 모양새와 오돌토돌 튀어나온 흉흉한 핏줄. 꼭 깐 달걀처럼 반질반질한 버섯 모양 귀두와 두 손으로 쥐고도 남는 무시무시한 길이와 두께의 기둥. 처음 저것을 보았을 때 심하게 경악했던 레이라는 그것을 망막에 고스란히 새겨 놓고 있었다.
“맞는 것 같은데…….”
통통한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댄 레이라가 귀여운 자세로 고민을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입술에 얹은 제 손가락이 저기 저 흉흉한 것을 찌르고 만지던 손인 것을 깨닫고 급히 떼어 냈다.
그러나 곧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표정이 된 레이라가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코앞에 가져다 댔다. 킁킁, 레이라는 무언가를 확인하듯 냄새를 맡더니 붉은 입술을 열어 손가락을 날름 핥기까지 했다.
흉흉하게 서 있는 남근을 보고 나니 괜히 아랫배가 꽉 죄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레이라는 홧홧하게 열이 오른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녀는 저 크기와 모양을 가진 남근이 저에게 주었던 쾌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탓에 아래가 젖어 오는 듯했다.
그녀는 괜히 다리를 오므리고 쑥스럽다는 듯 비비적거렸다.
“욕구 불만인가…….”
레이라는 반투명한 슬립에 비치는 선홍색 유두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잠시 고민하는 척한 그녀는 몹시 흉흉한 그것을 집어 들었다.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얼굴이기도 했다.
침대에 냉큼 드러누웠던 레이라는 아차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방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마법 등도 전부 꺼 버렸다. 그녀는 어두워진 시야에 적응하기 무섭게 슬립과 속옷을 대충 벗어 던졌다.
달칵-
어느새 사이드 테이블 옆에 선 레이라가 무드 등의 스위치를 켰다. 따스한 주홍빛 불빛이 나신이 된 레이라의 몸을 은은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컬이 들어간 긴 은발과 작은 키지만 비율 좋게 쭉쭉 뻗은 몸매. 둥근 엉덩이와 풍성한 젖가슴. 선홍빛으로 익어 톡 도드라진 유두와 잔털 하나 없이 매끄러운 음부까지.
레이라의 나신은 누가 본다면 저절로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일게 했다. 그러나 풍성한 몸에 비해 어쩐지 가느다란 허리와 팔다리를 본다면 꼭 지켜 줘야 할 것만 같았다. 마치 소녀와 여인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처럼 위험한 느낌이 드는 몸이었다.
털이 없는 음부를 슬쩍 매만진 레이라는 살랑살랑 걸어 침대 위로 올라섰다. 그녀는 야무진 손길로 베개를 두 개 겹쳐 쌓고 그 위로 등을 기대 누웠다.
“후…….”
시선을 든 그녀는 여전히 커져 있는 남근을 보며 안도하듯 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은 아직 그것이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작게 머뭇거리던 레이라가 그것을 부드럽게 손에 쥐어 제 가슴에 가져다 댔다. 뭘 기대하고 있는지 벌써 꼿꼿하게 서 있는 붉은 유두에 뜨겁게 익은 귀두 끝이 키스하듯 맞닿았다.
“흐응…….”
요도를 타고 새어 나온 투명한 액이 레이라의 유두 끝에 방울방울 맺혔다.
그것을 지켜보던 레이라는 꼭 누군가에게 제 가슴을 핥아지기라도 한 것처럼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흐린 눈을 한 그녀가 말간 액체를 부드럽게 펴 발랐다. 그러자 정말로 누군가가 핥은 것처럼 유륜이 반질반질했다. 화가 난 것처럼 힘이 바짝 들어간 남근은 유두를 반갑게 맞이하며 꿈틀거렸다.
“아앗…….”
레이라는 귀두가 혀라는 생각으로 할짝대듯 유두 위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야릇한 광경에 절로 힘이 들어간 그녀의 손이 귀두를 바짝 문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극을 느끼는 건지 피부에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던 남근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만하라는 것처럼 애처로운 몸짓이었다. 하지만 제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탓에 빳빳이 선 유두를 금세 찾아가야 했다.
“아, 하아…….”
반복된 행위에 유두는 질척거릴 정도로 젖어 버렸다.
유두를 공 굴리듯 부드럽게 지분대던 귀두는 몸을 늘어트린 채 자극을 오롯이 받아들였다. 아니, 약해진 자극에 항의하듯 몸을 꺼덕거리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매끄럽게 놀려지던 귀두가 궤적을 삐끗 이탈했다.
유두를 꽉 짓누르며 튕긴 남근이 거칠게 진동하듯 몸을 떨었다. 야릇한 자극에 레이라도 그녀의 손에 갇힌 남근도 함께 쾌감을 느꼈다.
“아앗, 응? ……뭐야, 너도, 좋아?”
배시시 미소 지은 레이라는 언제 남근을 징그러워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입을 쪽 맞추었다. 거부감이 사라진 것처럼 부끄럽다는 듯 까닥이는 남근을 보며 군침이 돈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레이라는 제 입술에 묻은 액체를 조심스레 핥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작은 손에 앙큼하게 쥐어진 남근이 그녀의 입 안으로 쏙 사라졌다. 힘차게 몸을 휘적이던 남근은 놀란 듯 선액을 찔끔 뱉어 냈다. 레이라는 비릿하고 미끈거리고 끈적한 액을 혀로 굴리다 꿀꺽 삼켰다.
“흐응.”
그녀가 야살스러운 콧소리를 내며 남근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것 같았다. 잔뜩 몸이 달아 뜨겁기까지 한 남근에 혀를 얽던 레이라는 혀끝에 힘을 주고 귀두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움찔 떨리는 남근에서 선액이 울컥울컥 터져 나왔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레이라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어느새 다시금 거부감이 든 탓이었다.
레이라는 작은 복수를 하듯 조심스럽게 남근을 깨물었다. 그러자 고통이 느껴졌는지 움찔댄 남근이 레이라에게 반항을 시도했다.
그녀는 다시금 그것이 귀여워 보여 작게 웃었다. 레이라는 이랬다저랬다 오락가락하는 제 마음이 이해되질 않았다. 하긴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남근의 존재, 그 자체였다.
“흐으응, 우읏.”
레이라는 남은 손으로 열심히 제 유두를 꼬집고 문질렀다. 그러면서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커다란 남근을 반이나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매달면서도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았다.
남근은 레이라에게 살짝 깨물린 뒤로 엄살이 심해졌는지 움찔거림이 늘어나 있었다. 꼭 더 해 달라는 것처럼 가증스러운 몸짓처럼 보이기도 했다.
레이라는 그것에 속아 주며 살살 달래듯 핥았다. 나긋나긋하게 힘이 풀리면 곧 쪽쪽거리며 세게 빨기도 했다.
그녀의 입 안에서 한참을 이리저리 굴려지던 남근은 갑작스레 툭, 뱉어졌다.
“진짜 살아 있는 것 같네.”
뽁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남근은 아쉽다는 것처럼 제 몸을 흔들었다. 그것을 어이없게 바라보던 레이라는 입김을 후 불었다. 그 순간 움직임을 멈췄던 남근이 차가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키득키득 웃은 레이라는 유두를 문지르던 손을 떼고 그 자리에 남근을 다시 가져다 댔다. 살짝 차가워진 남근이 레이라의 비단 같은 피부를 타고 기분 좋게 미끄러졌다.
레이라는 손에 쥔 것을 희롱하듯 유두를 빙글빙글 문지르다가 제 몸 아래쪽으로 살살 끌어 내렸다. 느긋한 손길에 희고 둥근 산을 지나친 귀두가 납작한 배를 스쳤다. 검붉어진 귀두가 지나는 길마다 투명한 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야해. 그런데 아무리, 으응, 봐도 레사 것 같은데…….”
레이라는 제가 본 남성의 것은 레사의 것뿐이니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득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말 닮았는데.”
하필 그의 것을 닮았다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주던 쾌감은 대단했었다.
제 속삭임에 속은 레이라는 저만 모른 체한다면 누군가가 남근을 알아챌 일이 없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또 남근이 정말 레사의 것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레이라는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 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흐읏…….”
고민이 끝나자 막힘없는 손이 남근을 재촉했다.
쏙 들어간 배꼽을 지난 남근은 곧 잔털 하나 없이 매끈한 음부에 닿았다. 질척하게 젖은 레이라의 음부는 꼭 남근을 환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근은 그녀의 초대에 응하듯 뜨거울 만큼 달아올라 있었다. 레이라의 살갗 위로 유연하게 미끄러진 남근이 황홀하다는 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레이라는 그것을 보며 해쭉 웃고는 다리를 활짝 열어 제 치부를 고스란히 내어 주었다.
“으음, ……이렇게.”
침을 질질 흘리는 것 같은 귀두가 저를 향하도록 남근을 비틀어 쥐었다. 그러자 그녀와 눈을 마주하듯 위를 향해 고개를 바짝 세운 귀두에서 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하아.”
기대감에 달달 떨리는 하얀 손이 긴 다리를 잡았다. 레이라는 무릎 뒤를 한 손으로 받쳐 잡으며 다리를 꼬았다. 마치 발정기의 뱀처럼 배배 꼬인 다리가 음란한 길을 만들어 냈다.
레이라는 제 가랑이 사이로 주저 없이 남근을 박아 넣었다. 이미 흠뻑 젖은 귀두가 매끄럽게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끈적한 액이 흠뻑 묻어나 움직임이 수월했다.
클리토리스와 허벅지 사이에 끼인 남근은 제 의사와 상관없이 위아래로 흔들려야 했다. 자극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움찔거리는 남근의 떨림은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레이라는 쿵쿵대는 커다란 맥박과 꿈틀거림에 숨을 할딱였다. 딱딱하게 일어선 남근이 힘차게 미끄러지며 클리토리스를 스칠 때는 허리를 들썩이며 교성을 내질렀다.
“아아앙! 아앗, 흐윽!”
온몸을 발긋하게 물들인 레이라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러자 딱딱하게 몸을 굳힌 남근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검붉은 빛을 띠었다.
어느새 엉덩이까지 줄줄 흘러내린 체액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섞여 있었다. 뿌옇게 섞인 체액에 따라오는 질척한 소리는 분위기를 더 야릇하게 만들었다.
찌걱찌걱, 음란한 소리가 레이라의 신음과 박자를 맞추며 허공을 울렸다. 레이라는 귀마저 익어 버릴 것 같은 뜨거운 쾌감을 느꼈다.
“하으, 으읏! 아응!”
절정에 가까워진 통통한 허벅지가 남근을 꽉 조였다. 그러자 그녀를 향해 한껏 발기된 채 남근이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아아앙!”
환희에 찬 레이라의 교성과 함께 남근에서 정액이 왈칵 터져 나왔다. 축포처럼 쏘아진 정액은 그녀의 얼굴이며 머리카락, 가슴에 튀고도 기세를 멈출 줄을 몰랐다.
축 늘어지려던 레이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것을 말려 보려 했다. 하지만 미끄러운 살갗은 그녀의 다급한 손길을 비틀어 자극을 낳았다. 정액을 마음껏 토해 내고 만족하려던 남근은 다시 귀두를 문지르는 야릇한 손짓에 크기를 줄이지도 못하고 재차 힘을 얻어 딱딱해졌다.
“……으응?”
아직도 빳빳하게 일어서 있는 남근을 바라보며 야릇하게 웃은 레이라가 입맛을 다셨다. 붉게 물든 입술을 느릿하게 핥은 앙큼한 혀가 입 안으로 쏙 들어가 제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린 레이라가 남근을 앙, 깨물었다. 뜨거운 점막과 함께 짜릿한 통증을 느낀 남근이 몸을 크게 떨었다. 그것을 느낀 레이라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레이라는 남근을 살살 핥아 주다 쪽쪽 소리를 내어 빨기 시작했다.
“이는, 쓰지 말고, 하……. 더 빨아, 당기듯이. 후……. 좋아, 레이라.”
레이라의 귓가에 레사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더, 깊게, 하……. 넣을 수 있겠어?”
당시 레이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물이 맺힌 눈으로 레사를 바라봤다. 땀에 젖은 제 머리칼을 쓸어 넘기던 레사는 사랑스럽다는 듯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볼을 쓸어 주었다. 곧 괜한 것을 시켜 미안하다며 중얼거린 그가 레이라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미안해. 못 참겠어.”
재차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레사는 곧 손쉽게 레이라의 몸을 번쩍 들어 올린 뒤 꽉 껴안았다. 그 익숙한 품 안에서 안심하던 레이라는 쫙 벌어진 제 다리에 시선을 주었다.
레사는 방심한 그녀의 안에 제 것을 콱 박아 넣었다. 치부에서 시작된 전율이 온몸을 짜르르 울려 왔다. 쾌감 속에서도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두려웠다. 레이라는 다리를 뻗어 그의 허리를 꽉 감았다. 그것으론 부족해 팔을 뻗어 레사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퍽퍽 치대는 격렬한 몸짓은 그만큼 저를 원하는 것 같아 쾌락과 만족감을 동시에 주었다. 단단한 몸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평소의 몇 배나 이글거리는 눈동자에는 오롯이 레이라, 저만 담겨 있어 행복했다.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내젓던 레이라는 입에 담은 것을 점점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목에 탁 걸린 귀두에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아도 꾹 눌러 참았다. 어느새 뿌리 끝까지 집어삼킨 그것이 레이라의 입 안에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경하기만 한 감각을 참게 만들었다. 레이라는 반복해서 남근을 깊게 집어삼켰다가 뱉어 냈다. 작은 빛이 비치자, 반짝이는 눈물이 레이라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목이 뚫릴 듯한 끔찍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왠지 모르게 흥분이 된 탓에 레이라는 제 음부를 만지작대며 하던 것을 반복했다. 좋아 죽겠다는 듯 떨리던 남근이 콱 박혀 들어간 레이라의 입 안에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 냈다.
“으읍! 윽. 하앗…….”
비릿한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오자 절로 거부감이 들었다. 레이라는 정액을 삼키지 않으려 숨을 참았다.
그러나 곧 가벼운 손장난에 찾아온 절정이 레이라의 숨을 터트렸다. 그녀의 입 안으로 정액이 가득 들어차다 못해 입 밖으로 질질 새어 나올 때까지도 사정이 이어졌다. 레이라는 어쩔 수 없이 꿀꺽꿀꺽 정액을 삼켜야 했다.
“으음?”
묘하게 달콤해진 맛에 입맛을 다신 그녀가 남근을 이리저리 굴리며 싹싹 핥았다. 반질반질 깨끗해진 남근은 아직도 제 크기를 줄이지 않고 꼿꼿이 서서 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약간 질린 낯을 한 레이라가 타박하듯 손가락을 들어 올려 귀두를 톡 튕겼다. 놀랐는지 움찔 떨린 남근에서 투명한 액이 찔끔 배어 나왔다. 레이라는 다시 혀를 내밀어 그것을 핥아 꿀꺽 삼켜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문지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달지?”
처음엔 비릿하기만 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달콤했다. 쌉싸래한 연유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레이라는 혀를 굴려 음미하다가 더 내놓으라는 것처럼 귀두를 물고 쪽쪽 빨아 댔다. 흠칫 놀란 것처럼 움찔대던 남근이 붉게 물들었다.
“흐응. 목이 아픈데…….”
발딱 서 있는 남근을 한 번, 제 아랫도리를 한 번 바라본 레이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이. 그래도 넣어 보기는 좀……. 그런데 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뒤늦게 걱정이 드는지 레이라의 낯이 어두워졌다. 몸에 이상이 없는 걸 보아하니 괜찮은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점점 정신이 돌아왔고, 제가 저지른 짓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미쳤었나 봐.”
레이라는 뭘 믿고 갑자기 나타난 남근을 가지고 놀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의심부터 했었어야 했는데 그녀는 꼭 무언가에 홀려버린 것처럼 남근을 가지고 놀았다.
어디서 어떻게 제게 찾아온 것인지 모를 물건이었다. 우연히 이곳에 나타난 건지 아니면 저를 노리고 찾아온 것인지, 그 무엇도 확실치 않았다.
마법인지, 누군가의 장난감인지, 그도 아니라면…….
“뭘까…….”
자극을 주면 커지기도 하고 정액 같은 것을 뱉어 내기까지 하는 신기한 물건. 아니, 그저 물건이라기에는 너무 생물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녀로서는 확실히 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레이라는 새록새록 피어나는 의심을 거두며 이미 써 버린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따위를 떠올렸다. 사실 모양과 크기가 그녀의 마음에 쏙 든 탓에 중요한 것을 대충 넘겨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내일부터 피임 차를 다시 마셔야겠다.”
피임차는 달거리를 시작한 여성과 그 나이 대의 남성들이 늘 즐겨 마시도록 교육받는 것이었다. 레이라는 레사와 헤어진 이후 될 대로 되라는 반항심에 끊어 버렸었다.
“흐응.”
만족스럽게 웃은 레이라는 아직도 커져 있는 남근을 달래듯이 매만졌다. 이미 삼켜 버린 정액에 대한 걱정은 저 멀리 미뤄 버린 듯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새로 생긴 장난감에 완전히 홀려 버린 것 같았다. 레이라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미 저주에 걸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인이 따로 있으면, 뭐, 찾으러 오겠지.”
머쓱하게 웃은 레이라는 대충 생각하며 남근을 협탁에 수납해 두었다.
그녀는 그저 피곤함에 잠이 솔솔 오는 것이 딱 기분 좋다고만 생각했다.
✲ ✲ ✲
레사는 곤혹스러웠다. 물론 황제의 명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했다 자부할 수 있었다.
인간형 마수는 보고받은 대로 여성형이었다. 예상한 지점에 터를 잡고 있었고 특별히 다른 인간형 마수에 비해 까다로울 것도 없었다. 단지 발견했을 당시 잡혀 있던 남자와 정사를 나누던 도중이었다는 것이 당황스럽기는 했다.
마수를 포박하고 끌어내자 정사를 나누던 남성이 어딘가 슬픈 얼굴이었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을 억지로 떼어 낸 기분이 살짝 들었으나, 인간형 마수는 척살해야 할 대상이었으니 별수 없는 일이었다.
집 밖으로 끌어낸 마수는 온갖 마법을 부리려 했다. 그러나 단단히 씌워 놓은 마법 봉인구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도 예상한 바였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다음이었다. 빠르게 움직여 마수를 생포한 그가 마수의 숨통을 끊으려 했을 때였다. 마수는 제 생명력을 탈탈 털어 레사에게 강력한 저주를 퍼부었다. 레사는 마법구를 채울 것이 아니라, 마수의 주둥이에 재갈을 채웠어야 했다.
저주의 말이란 이러했다.
“네 소중이를 절대 소중히 다뤄 주지 않을 자에게 던져 주겠다!”
지금 내 귀로 들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애매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뭔 소리야 싶던 저주였다. 이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몹시 불길하게 느껴지는 검은 연기가 마수의 몸에서 뭉실뭉실 퍼져 나왔고 곧장 레사의 몸속으로 쏙 빨려 들어왔다. 이상한 것은 레사 외에는 주변의 그 누구도 검은 연기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하하, 입만 살았군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괜히 겁먹었습니다.”
레사 옆에 서 있던 기사 하나가 입을 열었다. 분명 검은 연기를 똑똑히 목격했던지라 레사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그때 어딘가 싸늘해지는 느낌과 함께 레사의 음경이 자리하고 있을 가랑이 사이가 휑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고간을 움켜쥐려던 레사는 곧 희게 질린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댔다.
그러나 주변에 제 고추……. 아니, 음경이 떨어져 있을 리 만무했다.
“하…….”
레사는 아주 생생했던 느낌에 차마 제 예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가랑이를 더듬어 보거나 바지라도 벗어 보고 싶었다. 주위에 포진한 기사들만 아니었더라면 능히 그랬을 것이었다.
그는 제 다리 사이로 가려는 손을 억지로 참아 냈다. 입 모양으로만 작게 욕설을 뱉어 낸 그가 제 착잡해진 얼굴을 쓸어내렸다.
“단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정말 저주가 내려진 겁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헛소리일 뿐이니 괘념하지 마라, 전부 철수한다!”
몹시 해쓱한 얼굴이었으나, 기사는 그저 놀라셨구나 싶어 고개를 주억이며 철수 명령을 따랐다.
밤이 깊은 시각, 횃불을 든 기사들이 녹고 있는 마수의 시체에서 핵을 빼낸 뒤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레사는 이마를 짚으며 끙, 소리를 냈다.
“하, 이게 무슨…….”
아니겠지, 아니겠지.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걸음을 옮기던 레사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누군가가 레사의 그것을 만지고 있었다. 그것도 찰흙을 만지듯 마구 주물럭대는 느낌이었다. 아, 잘 붙어 있나 보네 싶던 레사의 뒤통수로 서늘한 바람 한 자락이 스쳐 지나갔다. 바지 안에 들어 있는 그것을 누가 만질 수 있단 말인가.
레사는 뒤통수가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그의 귓불이 화르륵 타올랐다. 등골이 서늘해졌고, 눈앞이 아득했다.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기분이었다. 당장 누구라도 죽일 것 같은 흉흉한 기세에 잔뜩 쪼그라든 기사 하나가 레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걸어왔다.
“저……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
커다란 나무를 짚고 선 레사에게서 살기까지 느껴지는 통에 기사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주위를 두리번댔다. 그가 머뭇거리며 재차 입을 열었다.
“……단장님?”
“잠깐 어지럽군. 다들 먼저 가서 쉬어라. 나는 이 근처에서 쉬었다가 느긋하게 가겠다.”
“예?”
당황한 기사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곧 살기가 흉흉한 레사와 눈을 마주친 기사는 숨을 합, 들이켜며 도망치듯 숲을 빠져나갔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만 들리기 시작했을 때였다. 누군가가 제 음경을 푹신한 곳에 던져 놓고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주위를 휙휙 둘러본 레사가 마나를 끌어모아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숲속에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레사는 제 바지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없었다.
검은 털만 무성한 그곳은 무언가 있었다는 듯 둥그렇게 잘린 모양새로 텅 비어 있었다. 휑하니 비어 있는 빈자리는 매끄럽기까지 했다.
“하.”
황당하고 어이없어진 레사의 낯이 터질 듯 붉어졌다. 중얼중얼 욕을 뱉던 레사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제 음경을 본격적으로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씨발.”
제 분신이 자신이 모르는 곳으로 보내졌다는 것부터가 황당한데. 아니, 잘린 것부터가 억울하고 황당한데! 지금 누군가가 그것을 만지기까지 했다. 레사는 죽고 싶을 정도로 격렬한 자괴감과 수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 음란하게 귀두를 문질러지다 손톱으로 살살 긁혔을 때는 절로 허리가 튀어 올랐다. 자극만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란 참 오묘했다. 레사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제 음경도 사라졌으나, 누군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자신의 것을 만지고 있는 건 확실하게 느껴졌다.
환상 같은 감각은 들불 번지듯 점점 더 커져 왔다. 제 음경을 아래위로 쓸어 올리고 고환을 부드럽게 매만지자 완벽하게 발기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 씨발. 돌아 버리겠네.”
레사의 입에서 다시 욕이 튀어나왔다. 화려한 발음으로 줄줄이 읊은 욕설은 그대로 레사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 이처럼 많은 욕을, 이처럼 상스러운 말투로 해 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레사는 현실을 부정하듯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나무에 기댔다.
그는 미지의 인물에게 희롱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제 것이 이렇게 저렇게 만져지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자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소중하게 다뤄 주지 않을 사람에게 보내 버리겠다더니, 지금 몹시 소중하게 만져지고 있지 않나? 저절로 드는 마음의 소리는 몹시 그럴듯했다.
제 것을 만지는 손은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기까지 했다. 기분 나쁘게 만진다거나 함부로 다루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짜증이 났겠으나 이것도 퍽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아니, 꽤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아, 거기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 놓고 저도 모르게 쾌감을 느끼고 있던 레사는 자극이 뚝 끊기자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저도 모르게 즐겨 버렸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자괴감에 머리를 쥐어뜯던 그는 이 자리에서 딱 죽고 싶어졌다.
“레사 메르세데스, 이, 미친 새끼…….”
다시금 욕설을 줄줄 읊던 레사는 누군가 제 음경을 손에 살짝 쥔 채 가만히 있는 것을 느꼈다. 전처럼 야하게 만져 대지 않으니 이대로면 도로 작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군가를 부르고 있으니 애석하게도 레사의 기분이 한결 풀어졌다. 나른히 한숨을 뱉은 레사가 다행이라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반씩 가진 채 몸을 일으키려는 때였다. 톡 도드라진 자그마한 무언가에 제 귀두가 부드럽게 문질러졌다.
“…….”
머리를 쓸어 넘기던 레사가 한숨을 신음처럼 뱉으며 다리를 펴고 나무에 다시 기대앉았다. 누구의 손에 쥐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의 음경으로 달밤에 무슨 짓을 하려는지……. 그게 무엇이든 음란한 짓일 것이 당연했다.
레사의 손아귀에 잡힌 풀잎들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그의 숨소리와 함께 허공을 울렸다. 곧 온갖 음란한 행위가 레사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화들짝 놀란 레사는 애써 다른 생각을 하려 했다. 그것을 방해하듯 그보다 더한 자극이 고스란히 레사의 몸을 통해 전달되어왔다.
머릿속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미약을 먹은 것처럼 음란한 기분이 레사를 휘감았다. 딱딱하게 멍울진 부드러운 살갗에 귀두가 거칠게 비벼지는 것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예민한 귀두에 작은 돌기가 달라붙듯 지날 때마다 흠칫흠칫 배에 힘이 들어갔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레사가 숨을 참으며 쾌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생각을 돌려 보려 했다. 곧 뜨겁고 매끄러운 구멍 속으로 음경이 빨려 들어갔고 참았던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와 레사의 낯을 붉혔다.
“흐으…….”
레사의 떡 벌어진 어깨가 앞을 향해 푹 꼬꾸라졌다. 손바닥은 바닥을 세게 내리누른 채였다. 입, 분명히 이 느낌은 입 안이었다. 누군가가 입 안에 제 것을 물고, 핥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배에 힘을 콱 주고 예민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제 것을 물고 빨던 입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에 아쉬워하다 화들짝 놀랐다.
아쉬워하는 스스로가 미친놈처럼 느껴졌고 병신 같았고 이보다 더 한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쉽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무하는 방식이 어딘가 익숙했고 뜨거운 입 안은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으니까.
뜨겁고 부드러우며 야한 몸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자. 제 이마를 짚은 레사는 곧 제 손에 물든 풀물과 흙을 보며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러나 다른 생각 따위를 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다시 자극이 찾아왔다.
레사는 패배하듯 다시 허리를 숙여야 했다. 손에 귀두를 쥐고 힘을 주어 누르며 누군가의 몸을 타고 내리는 감각이 이어졌다. 천년처럼 느껴진 몇 초가 레사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몸을 고스란히 그려 냈다.
곧 예상했던 대로 털 한 올 없는 미끈한 음부가 느껴졌다. 부드럽고, 부드러운 그곳에는 액체가 흥건했다. 레사의 입매가 비틀어져 올라갔다.
“이러면, 저주가, 하……. 저주가 아닌 것, 윽. 같은 기분인데.”
고환과 음경에 닿은 작은 손이 보드랍다는 것도, 미끄러지듯 제 음경으로 문지르고 있는 것이 여성의 그곳이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액이 흥건히 흘러내리는 듯 축축한 그곳은 정말 익숙한 느낌이었다.
레사는 톡 튀어나온 클리토리스에 제 음경이 음란하게 문질러지는 느낌을 느꼈다. 눈앞에서 폭죽이 팡팡 터지는 것 같았다.
“하아……. 윽, 레이…….”
번뜩 레이라가 아니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안색이 하얗게 질려 버린 레사가 힘없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럴 리는 없어야 했다.
어마어마한 자괴감과 함께 치욕스러운 기분이 함께 들었다. 순식간에 사그라진 음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다시 타올랐다. 질에 삽입하듯 쑥 박혀 들어가며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 매끄럽게 움직이며 스치는 부드러운 살결. 레이라의 살 내음이 코끝을 스치는 기분이었다.
“하…….”
레사는 눈을 질끈 감고 레이라의 몸을 상상했다. 그는 그때와 지금 느껴지는 기분을 비교했다. 통통한 허벅지는 사랑스럽고, 털 한 올 없이 매끄러운 그곳은 야하기 짝이 없었다. 앙증맞게 톡 튀어나와 있을 클리토리스와 달콤하게 흘러내리던 애액도 떠올랐다.
레사의 귀 끝이 타들어 갈 듯 붉게 물들었다. 입술을 핥은 레사의 혀끝이 키스하고 싶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의 손에 꽉 쥐어진 풀잎이 재차 짓이겨졌다.
삽입한 것처럼, 왕복하며 움직여지는 탓에 레사는 허리가 절로 들썩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제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답답함이, 남 좋을 대로 놀려지고 있다는 것에 수치심이, 오랜만에 머릿속을 휘저어 대는 쾌락의 황홀함이 레사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절정을 향해 가듯 빨라진 움직임이 사정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에 맞춰 레사의 심장 박동이 가슴을 뚫고 나올 듯 거세졌다. 온몸이 심장이 된 것처럼 쿵쿵거렸다.
“윽…….”
엉덩이와 배에 힘을 꽉 주며 사정을 참던 레사는 제 음경을 꽉 쥐어 오는 감각에 파정하듯 힘을 탁 풀어 버렸다. 곧 어마어마한 양의 정액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르가슴에 달한 듯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와 음부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만족감, 탈력감이 드는 동시에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러나 곧 제 귀두를 긁어 대는 손가락의 감각이 느껴졌다. 사그라지던 흥분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성욕이 활활 타올랐다. 어느새 레사는 움찔대며 허리를 들썩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레사는 뜨거운 입 속으로 제 것이 다시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숨을 들이켰다.
“하악, 하……. 미치, 겠네…….”
꽤나 깊숙이 제 것을 물고 있는 입 안은 쾌감 그 자체였다. 레사는 제 것을 아프지 않게 앙, 물었다가 떼는 입술을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릴 수도 있었다.
입뿐만 아니라 재미있다는 듯 휘어지는 눈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떠올랐다. 곧 그 여우 같은 눈에 매달릴 눈물도 떠올렸다. 그는 머뭇거리며 제 것을 조심히 입에 머금은 뒤 살살 핥던 붉은 혀까지 머릿속으로 그려 냈다.
레사는 레이라가 미칠 듯이 그리워졌다.
“내가 씨발, 그랬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레사의 상상 그대로를 행하고 있는 입술과 혀끝은 지독한 그리움과 쾌감을 동시에 낳았다. 여기저기 핥고 쪽쪽 입을 맞추던 누군가가, 제 것을 거세게 빨기 시작했다.
그래. 레이라였다.
희미하게 미소를 띤 레사의 입꼬리가 야살스러웠다. 제가 레이라를 못 잊었듯, 그녀도 자신을 잊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 앙증맞은 손에 쥔 것이 제 것인 걸, 알고 이러는 걸까?
확신에 가까워진 추측에 레사는 짙게 웃었다.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다. 당장 안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제 것을 반만 물고 있어도 레이라는 황홀하다는 듯 눈동자가 몽롱해지곤 했다. 레사는 그것이 지독히도 만족스러웠다. 버거운지 크게 벌린 입술은 앙증맞은 빛을 던져 버리고 야하게도 빛났다. 붉은 입술에 삼켜지는 제 것이 그 어떤 때보다 더 음란했다.
입 안에 레이라의 몸 안에 제 것이 박히고 또 박혀도 더 파고들고 싶었다. 레사는 항상, 늘 레이라 전부를 집어삼키고 싶은 충동이 들곤 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있다면 당장 내 것을 빼내고 그 사랑스러운 입술에 미친 듯이 키스해 줄 텐데.
아롱아롱 눈물이 맺힌 레이라의 붉은 눈동자를 떠올리던 레사의 허리가 확 비틀렸다. 목구멍 깊숙이 제 것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막다른 벽에 막힌 듯 더는 진입하지 못하던 것도 단숨에 뚫렸다. 답답할 만큼 꽉 조이는 구멍 속으로 집어삼켜진 귀두가 아릿아릿한 자극을 남겼다. 음경 뿌리를 휘감고 살살 자극하는 혀끝이 주는 쾌감은 날카롭기까지 했다.
목구멍에 탁 걸렸다 빠져나가는 감각에 레사의 허리가 달달 떨렸다. 머릿속이 전부 검게 칠해진 것처럼 온갖 더러운 상상이 떠올랐다. 그는 눈을 꽉 감았다. 상상 속에서라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고환에 따뜻한 물방울이 똑,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레이라의 눈에 고인 눈물을 상상하던 레사는 뜨거운 입 안에 제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 냈다. 곧 감고 있던 눈을 뜬 레사의 눈동자에 짙은 소유욕이 가득 차올랐다.
“하……. 레이라.”
밤을 닮아 칠흑같이 검은 머리를 거칠게 헝클던 레사의 푸른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