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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40화 (40/92)



〈 40화 〉40화

간단하게 사무실 정리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노크 소리가 났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으므로 김소희일 거라는 기대를 별로 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오전에 연락드렸던 김소희라고 합니다."

오.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시간은 8시 30분이었다.


물론 면접에는  빨리 오는 것이 예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30분이나 일찍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빨리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주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0분 전에나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예의가 바른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그만큼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왕 정해진 스케줄이니까 빨리 진행하면 좋기 때문에 나는 즉시 대답했다.

"네~ 들어오세요."

달칵,


문이 열리고 키가 작은 여자애가 들어왔다.

뭐라고 할까?

이미 그녀가 엘린과 연동 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즉시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와 이미지가 겹쳤다.


김소희는 각성자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면 뮤지션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개성 있는 차림새였다.

화려한 색깔로 염색한 머리는 단발로 둥글게 정리되어 있었고, 귀와 코, 심지어 입술 끝에도 피어싱이 있었다.

가죽 라이더자켓을 입고, 같은 가죽 소재의 타이트한 바지를 입었다.

자켓 안에 입은 티는 배꼽이 드러날 정도로 짧았다.


그렇게 개성 강한 옷차림과 피어싱을 주렁주렁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한 인상은 아니었다.


키가 무척 작고 이목구비가 올망졸망 귀엽다.

확실히 세라와 연동되었던 차은미와 신체 사이즈는 비슷하더라도 개성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약간 어리숙하게 주위를 두리번대더니 나를 발견했다.


"아! 파티장님 되시죠? 안녕하십니까!"


화려하고 개성 강한 옷차림은페이크에 불과했다.


예의 바른 태도로 인사하는 모습은  나이 또래의 순진한 여자애가 보일 만한 특유의 것이었다.

"너무 일찍 오시라고 해서 미안해요. 혹시 아침은 드셨나요?"
"네? 아! 먹었습니다!"

반응이 늦은 걸 보니 먹고 오지 않았나 보다.

하기야 아침 7시 반에 깨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9시에 면접 약속이 잡혀서 나오려면 아침 식사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 나도 아침을 먹지 않았다.

"혹시 안 드셨으면 식사하면서 면접을 진행할까 했는데, 드셨다니 아쉽네요."

약간 떠보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러자 김소희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아, 아니요! 사실은 먹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잘 됐네요. 같이 나가시죠."
"네!"

뭔가 밥을 먹게 되어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좋아하세요? 아침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아서 선택지가 많지는 않을 건데."
"국밥 좋아합니다."
"네?"

반사적으로 되묻고 말았다.


국밥이라니.


여러모로 보이는 인상과 다른 그녀였다.

"혹시...... 국밥 안 좋아하세요?"


김소희가걱정스럽게 내 표정을 살피면서 물었다.


"아니요. 엄청 좋아해요. 제가 아는 곳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시죠."

잘 됐다.

나도 국밥이 땡겼는데.


김소희는 면접을 보러 오자마자 다시 사무실을 나가는 처지가 되었다.

오늘 스케줄은 김소희 면접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사무실 문을 아예 잠그고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

김소희와 나는 식당에서 국밥 그릇을 시켜 놓고 한동안 코를 박고 그것만 먹었다.


누가 보면 면접 중일 거라고는 상상도 할  없으리라.

원래는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김소희가 허겁지겁 국밥에 숟가락을 담그고 퍼먹어서 나도 따라서 식사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 역시 음식 냄새를 맡으니 무척 배가 고파졌다.

어제 하루 동안 사정한 회수를 따져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내가 헌터가 아니었더라면 소화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정기를 두 번이나 흡수해서 컨디션이좋은 것은 차치하고,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썼으니 배가 고픈 것은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대화 한마디 하지 않고 서로 앞에 있는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김소희가 아쉬운 듯 그릇 바닥을 긁었다.

"......한 그릇 더 시킬까요?"
"네! 감사합니다!"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이 나왔다.


어제 과음이라도 한 것일까?

가까이에서 보니까 얼굴이 좀 푸석해 보이기는 했다.

만약 밤새 술을 마시고 바로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녀도 헌터이니까 체력이 일반인과 다르다.


2~3일 정도는 자지 않고 놀더라도 지장이 없는 것이다.


나도 국밥 한 그릇 비운 정도로는 양에 차지 않았다.


시키는 김에 순대와 머릿고기도 시켰다.


그것을 보고 김소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파티장님...... 혹시 술...... 안 좋아하세요?"
"하하. 소주도 시킬까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까지야.

역시 독특한 구석이 많은 여자애였다.


다른 의미로 독특했던 세라와 그녀를 비교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판타지풍이 세계에 사는 여자애와 현실의 여자애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배가 어느 정도 차고 여유가 생겨서인지 김소희의 외모가 더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피어싱을 많이 하고 화장도 요란하게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피부가 깨끗하고 고왔다.

그 나이 또래 여자애의 건강한 피부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편이었다.


비슷한 신체 사이즈의 차은미와 공통점이라면 똑같이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성적매력을 풍긴다는사실이었다.

그리고......

'......크네.'


자켓 안에 언뜻언뜻 보이는 가슴이 무척 풍만했다.


속옷을 입지 않았는지 속옷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키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가슴골이 깊숙하게  있었다.

드러난 하복부가 매끈해서 더 대비된다고 할까?

키가 크고 글래머인 여자가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것과 체구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가슴만  것은 느낌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성적매력이훨씬  강력하다.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풍만한 가슴에 자지를 꽂고 흔드는 장면을 상상하고 말았다.

"파티장님......?"

잠깐 멍해져 있었더니 김소희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아, 뭐 좀 생각하느라고요. 국밥은 맛있어요?"
"네! 이렇게 맛있는 국밥은 생전 처음 먹어 봅니다!"
"다행이네요."
"말씀 낮추십시오, 파티장님. 앞으로  상사로 모셔야 하는데 제가 불편합니다."


지금 이 자리는 면접일 뿐이었지만 김소희는 마치 이미 합격이 된 것처럼 말했다.

하기야 나는 그녀를 무조건 받아들일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함께 일할 헌터이지만 어쩐지 그녀가 조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조카와는 섹스할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


"아, 덥네."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김소희가 입고 있던 자켓을 벗었다.


 마이 갓!

자켓을 벗고 드러난 그녀의 가슴은옷 사이로 언뜻 보았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방법이 없을까?’

비록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이고 시간도 많이 이르기는 하지만 그녀가 섹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두 그릇째 국밥이 서빙되고 나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소희는 이번에도 마치 첫 그릇을 먹는 양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박고 국밥을 퍼먹었다.

국밥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정말인 것 같다.

나도  가게 국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훈훈한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대화다운 대화를나눌  있게 된 것은 술이 나오고부터였다.


김소희는 능숙하게 소주병에 회오리를 만들더니뚜껑을 따서 내 잔에술을 따라 주었다.


주도는 나름대로 잘 배웠는지 두 손으로 병을 들고 따른다.

자기 잔에 술을 채우려고 하기에 나는 술병을 빼앗아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잔을 부딪치고 나서 김소희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술을 쭉 들이켰다.

"크으~"

그녀는 눈부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밤새  마시고 아침에 국밥으로 해장하는 건 진짜 최고네요!"

역시 어젯밤을 술로 꼬박 새운 것이 맞구나.

뭔가 어색하다고 했지.


이 나이 또래 여자애가 아침 일찍부터 깨어있다는 것은.

"어제도 술 마셨구나."
"핫!"

자기 발언의 실수를 깨달은 김소희가 입을 손으로 가렸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이른 아침부터문자를 보낸 내가 잘못이지."
"아니요. 파트장님은 잘못한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계속 파트장님 연락을 기다렸는걸요.”


나는 김소희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하고 물어보았다.


"나는 등급이 높지도 않고, 이 바닥에서 유명하지도 않는데  연락을 기다렸다고?"
"아니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티장님 자신을 그렇게 낮추실 필요 없어요. 그건 그렇고."


김소희가 갑자기 들고 있던 숟가락을 테이블에 탁, 놓았다.

옷차림에 비해서 비교적 얌전한 태도를 보이던 그녀의 지금까지의 모습과 사뭇 달라서 나는 좀 놀랐다.


"그놈들! 어쩜 그렇게 비겁한 거죠?"
"그놈들이라니?"
"파티장님이 보내주신 동영상 보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알아봤어요. 그놈들은 왜 파티장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죠? 내가 진짜 확!"

김소희는 정말로 분한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녀가 헌터인 것을 감안해도 그 모습은 귀엽게 보일 따름이었다.


삼촌이 불의한 일을 당해서 화가  조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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