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41화 (41/92)



〈 41화 〉41화

방금까지 그녀의 멋진 가슴을 보고 섹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지가 귀여운 나머지 자꾸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 네 말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지껄이는 거니까."
"아니요.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죠! 그쪽에언제 쳐 들어가실 건가요?"
"응? 쳐 들어가?"
"네! 파티장님이 그런 수모를 당하셨는데 파티원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우리 같이 가서 완전 뒤집어 버려요, 그딴 곳!"
"하하하."


김소희는 진지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리고 내가 당했던 일은 언제 생각해도 화가 나는 일이기는 했지만, 김소희의 이런 모습을 보자니 그저귀엽다는 생각이  뿐이었다.


되레 내가 당했던 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파티장님은 너무 사람이 좋으세요. 파티장님이 안 하실 거면 제가 대신 갈게요. 이래 봬도 제가 불화살 하나만큼은 잘 쏘거든요."


불화살.


나는 김소희의 시스템상의 프로필을 보았으므로 그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세계와 현실의 개념은  다르지만, 김소희도 마법 능력 같은 것을 발휘한다.


그녀가 하나 가지고 있는 스킬의 이름은 바로 ‘파이어 애로우’.

그녀의 표현처럼 불로 만들어진 화살을 쏘는 스킬이리라.


"안 돼. 그런 짓하면 정말로 이바닥에서 매장 돼 버려."
"으으으~~"

김소희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정말로 분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얘 정말로 경험이 없구나.'


파티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고 이 바닥 생리에 대해서 안다면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게 되레 자기한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텐데.


헌터계는 철저한 계급주의, 그리고 피라미드 사회이다.

등급이 낮은 헌터가 아무리 불합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등급이 높은 헌터나 조직에 대들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운이 좋아서 일이 잘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게이트 안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수가 있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법률과 질서가 바로 선 나라인 만큼 그런 일이 별로 없지만,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헌터와 게이트가 등장하고 난 뒤로 그야말로 현실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일반인보다는 각성한 헌터가 더  만 하지만.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나는 미소를  채로 말했다.

"그래도 그런 방식으로는 안 돼. 나한테 계획이 있으니까 걱정 마.“

사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정말요? 와, 역시 우리 파티장님! 괜한 걱정해서 죄송합니다!"

김소희는 그 계획이 무엇이냐고도 묻지 않았다.


그저 숟가락을 다시 들고 국밥을 퍼 먹을 뿐이었다.

뭔가 오늘 처음 만난여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거 같아서 조금 멋쩍어졌다.

"그래서, 사는 곳은 어디니?"
"사무실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예요. 달리면 5분도  걸릴 거예요."


굳이 달려서 올 필요는......

어쨌든 집이 가깝다니 다행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집과 직장은 가까울수록 좋은 거니까.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김소희와 대화하는 것은 무척 편했다.


면접 같지 않은 면접이었지만 나는 무조건 김소희를 영입할 생각이었고, 그녀도 어째서인지 자기가 면접에서 탈락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신변잡기로 이어졌다.


"그게 진짜 가능해요? 파티장님 진짜로 C급 맞아요?"

내가  몇 달 동안에 게이트를 공략한 횟수가 화제에 오르자 김소희가 보인 반응이었다.

"그렇게 위대한 업적을 세운 분을 이유도 없이 까다니, 내가 진짜!"

또 다시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다른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


"어제 밤을 샌  같은데,  피곤하니?"
"전혀 안 피곤해요. 파티장님이랑 이러고있으니까 오히려 기운이 더 나는 것 같아요. 헤헤헤."

정말로 겉보기와는 다른 애였다.

길에서 김소희를 본 사람들은 그녀가 이렇게 친절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일 거라고 전혀 짐작할  없을 것이다.

물론 붙임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일 수 있지만.


요컨대 시스템적으로 연결이  내 앞이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다를지 모른다.


예를 들어 내게 모욕을 준 코리아헌터즈닷컴에대해서는 주먹을 쥐고 흥분하지 않는가?


뭐, 김소희의 상대적인 붙임성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나와 그녀의 관계뿐이니까.

내가 그리는 그림대로라면 나만 김소희를 만나서 좋은 게 아니라 그녀도 나를 통해서 크게 성장하게 될 터였다.

그나저나......


술기운이 살짝 돌아서인지 김소희의 멋진 가슴이 더 신경 쓰였다.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자꾸 시선을 보낸 모양이다.

문득 김소희가 자기 가슴을 두 손으로 잡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제 가슴 괜찮죠?"
"뭐, 뭐?"


나는 당황해서 먹던 안주를 뿜을 뻔했다.

"괜찮아요 파티장님~ 남자들은  제 가슴만 보는 걸요. 뭐, 몸 중에 한 군데라도 괜찮은 데가 있으면 좋죠~"


소주를 마셔서 기분이 좋은지, 김소희는 자기 가슴을 양손으로 잡고 번갈아 흔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테이블에 현장 일꾼 같아 보이는 남자 세 명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계속 곁눈질로 김소희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 남자들이 신경 쓰고 있는 것도 겉옷을 벗어서 절반쯤 드러난 그녀의 가슴일 터였다.


김소희가 자기 가슴을 양손으로 잡고 흔드는 모습을 보고 그쪽 테이블 남자들이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진짜 귀엽네.'


이런 식으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도 위화감 없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좋았다.

"혹시 만지고 싶으세요? 저는 괜찮은데."


나는 방심하고 있다가 이번엔 정말로 안주를 뿜고 말했다.

"풉!"


나만 뿜은 것이 아니라 김소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리에 있던 옆 테이블 남자도 먹고 있던 것을 뿜었다.

 파편이 고스란히 테이블에 있는 음식과 맞은편에 있던 남자 얼굴에 튀었다.


다행히 내가 뿜은 두 조각의 파편은 테이블 모서리에 떨어져서 비위생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지만.

"아, 혹시 제가 아무에게나 가슴을 만지도록 하는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김소희가 새삼 민망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며 말했다.


뭔가 잠깐 사이에 텐션이 오락가락했다.

즐겨 보지 않아서 잘은 몰라도 인터넷 방송을 하는 여캠 BJ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파티장님이라면 가슴뿐 아니라 더한 곳도 만지게  드릴 있어요. 저는 파티장님을 만나게 돼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은데, 저만 기분이 좋은  같아서 죄송해요. 파티장님이 기분 좋으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있는 게 있으면 뭐든 할게요."


솔직하고 개성 강한 아이가 하는 특유의 표현법일뿐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그냥 흘려 넘기지 않았다.

사실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소희와 오늘 섹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것은 단순히 성욕을 푸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소희와 섹스를 하면 그녀와 연동된 엘린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정기를품은 엘린과 섹스를 해서 나는 추가로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정말로 윈윈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아아...... 죄송해요......"

내 말뜻을 오해한 김소희가 바닥을 파고 들어갈 것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가 죽었다.


"제가 술에 취했습니다. 쓸데없는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풀이 죽은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여기는 장소가 나쁘잖아."
“네?” 김소희가 그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나를 마주보았다.
"보는 눈도 많은데, 여기서  가슴을 만질 수는 없지."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계속 말했다.


"다 먹었으면 다른 데로 갈까?"
"아......"

김소희는 눈치 빠르게 들고있던 숟가락을 놓고 티슈 한 장을 뽑아서 입을 닦았다.


"다 먹었습니다!"

#



김소희랑 국밥집을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진짜 이래도 되나?'

그래도 마음속 저항이 조금은 적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덕분이었다.

요즘 들어 내게 이런 일들이 너무도 익숙하게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어디로 갈까?"

장소를 옮기자고 말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좀 겸연쩍었다.

남들이 보았을 때 김소희와 나는 삼촌과 조카,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아버지와 딸처럼 보일 터였다.

아무리 내가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서 외모 보정 효과를 얻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이 물리적인 나이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는 수준은 여전히  되는 것이다.

게다가 김소희는 실제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스타일 아닌가?

키와 체구가 작은 데다 전체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무척 앳되다.

화려하게 염색하고 피어싱을 하는 등 개성 강하게 꾸미지 않았더라면 더 어려 보일 뻔했다.

지금도 조금 과장하자면 학교에 나가지 않은 미성년자가 과감한 자기표현을 한 모습 같아 보일 정도였다.

이 상태에서 교복만 입는다면 틀림없이 고등학생처럼 보일 터였다.

아니, 김소희 라면 중학생도 가능하다.


보이는 스타일이 눈에 띄는 편이기도 했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끄는 면모가 있었다.

저절로 눈이 가서 자세히 보다 보면 굉장히 예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