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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6화 〉#6. 미라의 여행 (21) (146/162)



〈 146화 〉#6. 미라의 여행 (21)

10분 후, 다시 구석진 엘리베이터쪽.


"홀, 짝?"

"짝!"

세 번째 홀짝. 두 번이나 홀수를 부르고 둘  틀린 미라는 믿음이 흔들렸는지 이번엔 짝수로 바꿨다.


하지만, 옆 차선이 빨라 보인다고 충동적으로 차선을 바꾸면 안 되는 것처럼….


"1611. 홀."

"아니이…!"

"와, 이렇게 틀리는 것도 능력 아니냐?"

"하…."

미라는 어이가 없는지 말을 잃었다. 지우는 직접적으로 놀리는 대신 히죽거리면서 옆에서 눈치 보는 척하며 미라의 오답을 더더욱 부각시켰다.


"미, 미라야…. 이제 두, 두 번째 벌칙도 해야지?"

"아, 말투 왜 그래요."

지우가 양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이는 미국식 제스쳐를 하면서 깝죽대며 두 번째 벌칙을 확인했다.


"흐음. 미라야, 아까 말했지?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뭔데요."

지우의 생각보다 열정적으로 홀짝을 했던 만큼 패배의 충격이 컸는지 미라는 약간 힘빠진 목소리였다. 지우가 손가락을 뻗어 패딩 위로 미라의 가슴팍을 쿡쿡 찔렀다.

"윗도리."

"칫."

"너 저번에 추위 아예 안 탄다고 했지?"

"그렇죠. 얼마 전에 밖에서 다 벗고 섹스한 적도 있어요."

그 말은 처음 듣는데. 지우의 표정에 미라가 뭘 새삼스럽게 그러냐고 한다. 하기야, 남자 경험을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 지우는 그렇게 넘어가며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아무튼, 자신 있다고 했으니 이제 증명할 시간이야."

"어우, 누가 보면 뭐 대단한 일 하는줄 알겠…어요!"

롱패딩을 벗어 벤치에 내려놓은 미라가 말을 하면서 훌렁, 순식간에 니트 상의를 벗었다. 지우는 봐도 봐도 나이스한 미라의 몸을 보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

"음?"

"전 아무 말도  듣고 나왔다고요. 옷 넣을 곳 없어요."

"그렇지."

미라가 자기 옷을 건네며 말하자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의 핸드백은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이미 내용물이 있었고, 지우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  넣기 딱 적당한 크로스백을 매고 있었다.

하지만.

"아, 근데 이건 어때?"

옷을 받아든 지우가 옆의 쓰레기통을 슬쩍 보더니 미라에게 말했다. 미라는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자기, 혹시… 아니죠?"

"네가 생각하는게 맞아."

툭.


미라의 체온이 따뜻하게 남아있던 니트 상의는, 허무하게 쓰레기통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두 번 다시 입을 수 없게 됐다.

"와, 진짜 너무해! 내가 좋아하는 옷인데…."

평소엔 쿨하던 미라였으나 좋아하는 옷이 버려지는건 못 참는  같았다. 계속해서 고분고분하던 미라의 얼굴에 당황, 황당에 이어 뚱한 기색까지 자리잡았다.


"자, 이리 와."

어느새 의자에 앉은 지우가 이리 오라 손짓하자 미라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다가갔다.


"무릎 꿇고 앉아서 패딩 벌려."

"…으음."

지우는 옷을 확 갖다 버리자 미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항의하는 리얼한 반응을 확실하게 담은 뒤 동영상 촬영을 끝냈다. 그리고는 인증샷을 위해 미라를 불렀다. 동영상 촬영이 끝나자 미라는 순순히 맨바닥에 무릎 꿇고 앉으면서 눈치를 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솔직히  갑작스럽긴 해요. 진작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자기, 사실 나 기분 나쁜거 아니에요. 알죠?"

"물론이지. 아이구 예뻐라."

둘은 인증샷을 찍기 전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씨익 웃었다. 지우는 자신의 다소 과한 애드리브까지 다 받아주는 미라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입을 맞춘 후, 행복한 감청으로 셔터를 누른다.


찰칵.





비니에 이어 니트 상의까지 벗은 미라. 그리고 다시 백화점 안쪽으로 나간다. 이제까진 가벼운 데이트 느낌으로 일상적인 모습을 찍었다면, 이제부턴 조금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지우의 구상이 그러했으니까.


스윽.


한손으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지우가 남은 손을 뻗어 미라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롱패딩 지퍼를 살짝 내렸다. 아무 것도 가려주는게 없기에 쇄골 부분까지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음…."

미라는 여기까진 허용 범위인지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지우가 지퍼를 다시 잡고 더 내리려 하자 손을 붙잡았다.


"왜?  돼?"

"…."

그럼 되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듯한 미라의 눈빛에 지우가 씨익 웃고는….

지이익!

기습적으로 지퍼 손잡이를 내려버렸다. 브래지어를 제외하면 그녀의 상체를 가려주는건 롱패딩 뿐이었는데, 그게 벌어지기 시작하니 곧바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앗!"

미라가 황급히 지우의 손목을 잡아챘기에 끝까지 내려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거의 배꼽 직전까지 지퍼가 내려가버려서 그녀의 피부와 검은색 브래지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미쳤나 봐!"

소란을 피우면 시선이 몰릴까봐 미라는 큰소리도 못 치고 황급히 지퍼를 올리면서 지우를 타박했다. 지우는 여자애 치마를 아이스께끼하는 쌍팔년도 어린애처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 외에도 장난은 계속됐다. 롱패딩 위로 미라의 벗은 상체를 꾹꾹 누르거나 주무르는건 귀여운 편이었고, 방금처럼 사람들 돌아다니는데 지퍼를 내리려 들거나 목덜미 쪽으로 손을 넣는 등 수많은 공세(?)를 펼쳤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추행이나 다름없었지만, 당사자인 미라는 당황해서 지우를 찰싹 때리고 꼬집으면서도 결국은 피식 웃음기를 머금었다. 싫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게 아웅다웅 노는 사이, 다시 10분이 지났다.





"홀수."

"으음, 다시 홀수로 돌아온 건가."

지우의 표정이 묘했다. 미라는 이번엔 맞춘 건가 싶어서 기대감에 찬 얼굴로 지우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봤다.

[추천 수 : 1868]

"…진짜 이거."

"설마, 다 틀리는 그림인가?"

"이거진짜… 진짜예요?"

미라가 진지한 기색으로 묻자 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이야."

"조작의 여지가 없냐는 거죠. 말이 안 돼, 이건…."

"야. 한두명도 아니고 천 명 하고도 수백 명이 추천 누르는걸 내가 어떻게 조작하냐. 사람들이 의심하지 말라고 영상까지 찍어서 인증하고 있구만 네가 의심하면 어떡해."

"와, 그럼 진짜 제가  틀린 거라고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그녀의 표정. 어떻게이걸  틀려? 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실 헤라넷 유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지우도 겉으론 덤덤했으나 속으론 이렇게 착실하게 틀려주는게 신기하면서도 고마웠다. 처음에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다 맞춰버리면 재미가 없으니까.

지우 입장에선 이렇게 일이 잘 풀리기도 어려웠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틀려달라고 속으로 기원하며 흐뭇하게 미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자, 세 번째 벌칙은…."

아까처럼 지우가 검지손가락을 세워서 미라에게 뻗었다. 화살표가 움직이듯 느리게 날아간 손가락은 그녀의 가슴 위, 정확히 유두가 있는 곳에 명중했다.


브래지어.


"위쪽부터 착실히 벗기는군. 무난하고 괜찮은 선택이야."

사실 지우는 아래부터 벗기는게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정석적인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희롱할 때도 아래보단 위가 편하니까.

미라가 말없이 브래지어를 풀어서 넘기자 아까처럼 툭, 쓰레기통에 버리는 지우.

"아, 아까워라…."

"걱정 마. 시청자 분들이  사주실 거야."

"어? 이거 돈도 받는 거예요?"

지퍼를 올리던 미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주고 받는 형식은 아니고, 베스트 글로 올라가면헤라넷 화폐인 '하트'를 받아. 그걸 환전할 수 있으니 따지고 보면 시청자들에게 돈을 받는 셈이지."

"으음, 그렇구나."

"엄청난건 아니고 그냥 짭짤한 부수입이야. 너무 기대하진 마."

지우의 주 수입원은 개인 후원이었다. 헤라넷의 수입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 그의 말대로 적당한 부수입 정도일 것이다. 미라는 돈 얘기가 나오자 흥이 살짝 식는 느낌이 들어 머리를 좌우로 한 차례 흔들며 머릿속을 환기했다.

돈을 벌고자 야한 짓을 하는게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취미, 성욕의 분야다. 작정하고 돈 벌 거였으면 훨씬 좋고 편한 길이 수두룩하잖아. 왜 이런 길을 선택했겠어.

지나나 델렌 같은성격이었다면 오히려 푼돈에 몸을 파는  같다면서 더 흥분했겠지만, 미라는 아직  정도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건지 잡념을 떨쳐내며 화제를 전환했다.


"알았어요. 그 얘기는 그만해요. 으음, 이제  나갈 거죠?"

"그렇지."

"그럼 어서 가요. 10분이 은근히 짧더라."

"짧더라? 네 말이 짧더라, 이 녀석아."

지우의 칼같은 말투 지적에 미라가 이잉, 하고 안겨들며 애교로 무마하려 들었다. 지우는 알면서도 당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헤벌쭉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했다.

….

….

쪼오옥!

절대 작지 않은 소리. 귀가 좋은 사람은 분명히 들었을 법한 소리.

"으읏…. 빠, 빨리 나와요."

미라가 지우의 머리를 밀어내며 황급히 지퍼를 올렸다. 적당히 버티다가 밀려나준 지우는 진심으로 재밌는 건지 미라를 보며 킥킥댔다.


어차피 헐벗은거 브래지어가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미라는 자신의 오판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여자의 가슴이 남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잠시 망각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상의만 벗었을 때는 성희롱 수준이었던 지우의 행동이 이제는 성추행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서, 이렇게 구석진 곳에서 유두를 크게 쪼오옥 빨아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구석은 중간중간 지나가는 사람들만 조심하면 됐지만, 쇼핑몰 내의 구석진 곳은 얘기가 다르다. 바깥쪽에는 점원이 있고, 다른 고객들이 지나가기도 한다. 게다가 상품이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구석진 곳이라도 완전한 사각지대는 없었고, 그 말인 즉 운이 없으면 이 모습을 들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흐으…."

지퍼를 끝까지올린 미라는 양팔로 자기 몸을 가려 방어 태세(?)를 취하면서 혹시 목격자가 없는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다행히 목격자는 없었다. 저 위에 매달린 검은 반구 모양의 CCTV가 있긴 하지만, 당장 잡으러 오지 않는 이상은 상관없었다. 나중에야 보던 말던.

"휴우…."

"그 표정 좋다, 미라야. 이제 좀 재밌게 구네."

"재, 재밌게?"

일방적으로 희롱당한 미라는 이게 재밌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무어라 더 말하려 하자 지우가 검지를 세우며 제지했다.


"10분 됐다."

"으으…."

다섯 번째 홀짝은 둘째치고, 이제는 아래쪽 중 하나를 벗어야만 했다. 그 사실이 두려운 건지 미라가 별말 못하고 침만 꼴깍 삼킨다.

미라가 여유를 잃어가는 모습은 지우에게는, 헤라넷 유저들에게는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에 다들 낄낄거리는 이 상황. 변태들의 축제.


'크크, 너무 재밌다.'

촬영, 편집, 업로드 담당 변태인 지우는 촬영의 보람을 한껏 느끼며 미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움찔.

10분 내내 맨가슴을 주물리고 유두를 빨린 미라는 그의 손이 몸에 닿기만 해도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흐뭇해진 지우가 씨익 웃으며 그녀를 다시 구석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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