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씨발! 한 판 뜨겠다 이거지?!”
그런데 돌팔이 새끼는 갑자기 뇌에 넣고 기르는 회충이 발작을 일으켰는지 내게 주먹을 휘둘러댔다! 나는 눈앞이 시뻘개진 상태에서도 그 주먹질을 쉽게 포착하여 야수회귀를 사용하지 않은 손으로 붙잡았다.
턱!
“존나 이 씹새끼야!!!! 사람이 물어보고 있는데 누가 주먹질로 대답하라고 가르쳤어!!!!!!!!”
나는 질문을 했을 뿐인데 돌팔이 새끼가 먼저 선빵을 날려댄 것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에게 다짜고짜 주먹질을 날리는 만행!! 그야말로 돌팔이 그 자체였다!!!
대체 무슨 사고방식에서 도출된 결론인지는 몰라도 선빵을 맞아놓고 얌전히 있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오른손의 야수회귀를 풀고 놈의 주먹을 잡아당겼다.
“세트로 팔면 가격이 내려가야지 왜 올라가!!!!”
“어어어억!!!”
빠각!!!
돌팔이 새끼의 안면에 내 주먹이 적중했다. 찰나에 불과한 접촉이었지만 내 손에는 등골까지 짜릿하게 만드는 찰진 타격감이 남았다.
“좆 같은 놈이 타격감 개 찰지네! 뒤져서 샌드백으로 다시 태어나라!!!!”
“으그거거걱!!”
─퍽! 퍽! 퍽!
무자비한 연타가 놈의 상체를 마구 두들겼다. 첫 방이 작렬했을 때부터 놈의 다리 힘은 완전히 풀렸다. 뇌가 흔들리고 안면에 출혈이 발생해서 숨이 막히자 븅신 같은 대갈통이 나 안 해 하고 드르렁 해 버린 것이었다.
“일어나 씹새야!! 때리기 힘들어!!!”
나는 자신의 얄팍한 판단을 저주했다! 대갈통부터 후려갈기는 게 아니었는데!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으니 펀치를 날리기가 어려웠다. 내 펀치력이 예상보다 너무 강했다.
바위로 운동해서 단련되는 것은 완력과 악력이다. 그중에서도 악력은 펀치력의 상승에 크게 기여한다. 세면대보다 큰 바위를 휘두르며 얻은 근력에 야수회귀의 패시브 강화를 더하니 맨손의 위력이 너무 높아져서 감당이 안 됐다.
“일어나!!! 손님이 왔는데 왜 안 일어나!!!”
“어어억…!”
앓는 것을 보니까 죽거나 기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일어나지 않다니!! 피곤해서 손님을 못 받을 정도면 가게를 열지 말든가!!!
“이 근성이라고는 없는 새끼!!!!”
나는 나약한 가짜 마초의 추태에 진심으로 분개했다!!
이 이세계의 대장장이는 RPG 게임의 클리셰랑은 달리 마법사들이 많았다. 마법이 걸린 가죽 갑옷은 철 갑옷보다 가볍고 싸고 가성비도 좋아서다.
금속류는 마법이 잘 걸리지 않아서 어느 수준이 넘어가면 장비 소재로서는 기피된다. 마법이 걸린 가죽이나 천은 말할 것도 없고 몬스터의 소재에도 밀린다.
존나 당연한 일이었다. 금속에 개나 소나 마법을 걸 수 있다면 미스릴이니 오리하르콘이니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합금에 마법을 걸면 그게 아다만티움이지.
또 마나가 깃든 희귀금속은 귀하다 보니까 보통 무기에 쓰지, 금속을 존나 많이 드는 갑옷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돈지랄을 해서 희귀금속 갑옷을 맞추는 경우도 있지만 보기 드문 경우였다.
그래서 대장장이들에게는 완력은 어느 정도만 갖추고 나머지는 인챈트 마법과 손재주로 실력이 갈리는 풍조가 있었다.
그런데 마법은 몇 번 말했다시피 고급 기술이다.
철을 다룰 줄은 알아도 가죽 갑옷에 마법을 걸 줄 모르는 대장장이가 많은 것은 그래서였다. 이 돌팔이 새끼가 딱 그 전형이다.
전투 마법은 쓸 줄 모르고 인챈트나 조금 쓸 줄 아는 ‘자칭’ 장인(병신)!
완력도 마법실력도 존나 딸리는 주제에 가오랑 부심은 넘쳐나는 꼰대!
아마 어디 좆소나 중견 기업에서 구르다가 사내 정치나 능력 부족을 이유로 쫓겨나서 지 가게나 차린 타입으로 보였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새끼는 전혀 아니었다.
“존나 동네 컴퓨터 가게 악덕사장 같은 새끼!!!”
나는 옛날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포효했다!
컴퓨터 수리를 맡겼더니 포맷비로 6만원을 뜯겼던 것을 떠올리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 시절 6만원이면 대체 동네 분식점 피카츄 돈까스가 몇 개인데!
“일어나!!! 대갈통 포맷시키기 전에 좌뇌우뇌 재부팅 해, 이 씹새야!!!”
그렇게 내가 꿀잠을 자고 있는 돌팔이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려 했을 때였다.
─쿠당탕탕!!
쿵! 쿵! 쿵!
“무, 무슨 일인가요!”
대장간 안쪽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여성이 뛰쳐나왔다.
갈색 머리를 목 뒤에서 묶은 여성이었다. 앞치마처럼 생긴 진갈색의 작업복은 무릎까지 내려와 있다. 대장간 일을 하다 튄 불똥이 절대 살에 안 닿도록 살갗 하나 드러내지 않은 모습이었다.
혹시 이 돌팔이네 딸일까. 그런 것 치고는 말투가 좀 많이 험한데. 나는 제 3자의 등장에 이성을 되찾고 말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한창 이쪽 분하고 가격을 네고 중이니까 방해 마시길 바랍니다.”
“네, 네?! 가, 가격요?! 대체 뭘 얼마에 팔았길래 사람을 이렇게…!”
당황하는 대장장이녀. 나는 멱살잡이한 돌팔이를 내려놓고 옷깃을 가다듬었다.
“숫돌 하나에 10쿠퍼라십니다. 가격이 꽤 높은 편이길래 혹시 숫자를 셀 줄 모르신지 여쭤보고 있었습니다.”
“…그, 그럴 수가!”
경악한 표정으로 외친 여성은 내 시선을 개의치도 않고 다급하게 쓰러진 돌팔이에게로 달려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다. 뭐 구급 키트나 그런 걸까?
“제이슨 씨!”
그렇게 돌팔이 옆에 도착한 그녀는 가져온 상자를 들어올리더니.
“당신이 아주 내 가게를 망하게 할려고 지랄을 하는군요!! 그냥 뒤져요 제발!!”
─뻑!!
─돌팔이 새끼의 부랄에 거침없이 내려 꽂았다.
“어억…!!”
부랄을 까인 용팔이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좆이 좆 돼버린 남자들이 다들 그렇듯 그는 자신의 유전자 은행을 두 손으로 꼭 붙든 채로 바닥에 몸을 비벼댔다.
그러나 갈색 머리의 여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무자비하게 용팔이의 등판을 마구 밟아댔다.
“10쿠퍼?! 10쿠퍼?! 당신이 뭐 상인 길드 놈들이에요?! 아니, 그 새끼들도 숫돌을 10쿠퍼에 팔지는 않아요!!”
“어억! 크, 클라라 씨! 미안합니다! 그, 그만 때리십쇼!”
“그만?! 어느 입으로 그만이라고 그러는 거죠!! 길드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존댓말 써 주니까 내가 만만해 보여요?!”
그녀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나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증오가 느껴졌다. 나는 검팔이를 파리 밟아 죽이듯 밟는 대장장이 여성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
“아니?! 저도 때려도 됩니까?!”
“네! 같이 패요!”
“감사합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검팔이 새끼를 존나 밟았다.
그래! 자빠진 새끼는 귀찮게 일으킬 필요 없이 발로 까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탓에 거기까지 생각하지를 못 했다. 사람이 너무 분노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지 않다.
“끄아아아악!!!”
아무튼 그렇게 처음 보는 여성과 같이 돌팔이를 밟아줬다.
나도 남자다 보니까 부랄은 깔 수 없었다. 이 새끼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남의 부랄에 닿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추욱….
한동안 밟힌 돌팔이가 그대로 널브러졌다. 밟으면 뒤지는 목 윗부분 빼고는 사방을 다 밟아준 것 같았다. 심히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그때 대장장이 여성이 숨을 고르고서 말했다.
“아, 죄송해요 손님! 제가 인사가 늦었죠?”
아마 기혼자인 듯,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낀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대장간의 주인인, 클라라 스미손이라고 해요!”
“주인 분이요?”
나는 자신을 그녀, 클라라의 자기소개에 눈을 깜빡였다.
“그럼 여기 이 새… 아저씨는 누구랍니까?”
알바인가? 자기 남편 부랄을 까버리진 않을 테니 알바가 맞을 것 같다.
존나 내 예상을 가벼이 초월하여 한층 더 병신 같은 새끼였다. 지 딸 뻘인 여자애 가게에서 알바를 하면서 손님한테 돌팔이 짓이나 하고 있다니!
시발 대체 어떤 정신상태로 살아야 그런 환경에서 마초 장인 흉내를 낼 수 있는 거지?
“이 새… 아저씨는 대장장이 길드에서 저희 가게가 매출이 안 나온다고 보내 준 개… 아저씨에요!”
“길드에서 말입니까? 이런 개새… 사람을요?”
“길드 직영 무기점에서 매출이 높기로 유명하대요! 근데 설마 숫돌을 10쿠퍼에 파는 새…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클라라는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더니 어느 선반에서 숫돌을 꺼냈다. 헝겊에 감싸여 묶인 숫돌이다. 정성을 들여서 포장한 느낌이 났다.
“여기 이거, 찾으신다는 숫돌이에요! 원래는 4쿠퍼지만 저희가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이번에는 기름이랑 헝겊까지 해서 3쿠퍼에 드릴게요!”
할인율 70% 실화냐? 존나 스팀인 줄 알았다. 게이브 뉴웰도 울고 갈 용팔이식 마진율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무튼 저쪽에서 싸게 준다는데 사양할 이유도 없었다. 할인 어쩌구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3쿠퍼면 정상가가 맞을 것이다. 나는 헝겊을 벗겨서 제대로 된 숫돌임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했다.
“구매 감사합니다!”
돈을 건네주자 클라라가 웃는 낯으로 인사했다. 나는 이 쿨거래에 감동마저 느꼈다.
적정가에 팔고 적정가에 산다. 그 당연하기 짝이 없는 일이 이곳 이세계에서는 너무나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중고나라에서 존나게 통수만 당해왔던 사람이 직거래 현장에서 쿨거래와 함께 박카스를 1병 건네받은 것만 같은 감격이었다.
“따로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그녀의 말에 나는 아직도 드르렁 하는 중인 돌팔이 새끼를 쳐다보게 되었다. 저 새끼는 지 부랄을 암탉이 달걀을 감싸는 것 마냥 손으로 감싸서 부화시킬 생각인지 일어날 기미를 안 보였다.
‘글고 보니까 나도 하반신 갑옷은 없네.’
갑옷 하의는 구조의 한계로 인하여 자주 보이지 않았다.
흔히 체인 메일을 치마처럼 두르거나 부메랑 팬티처럼 꼬툭튀 철판을 붙여 놓는 식이다. 전자가 보통 애용되고 후자는 요즘 트렌드와는 벗어난 변태새끼들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저 돌팔이 새끼를 보니 하의에 뭐라도 둘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엄습했다. 내 부랄은 소중하니까.
야수회귀가 방어력도 올려준다지만 유지가 풀리는 순간에 부랄 버스터 킥을 맞으면 내 좆도 저 새끼처럼 좆 돼 버린다. 내가 부랄을 까인다는 것은 상대방이 야수회귀가 풀릴 때까지 이기지 못할 강자라는 뜻이다.
이상의 요인을 고려해서 계산해 보면, 내 부랄이 사혼의 구슬이 되기 전에 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내 쥬지가 나처럼 사타구니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나는 미래!
나는 그런 미래를 버틸 자신이 없었다. 내 쥬지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날에는 나도 목을 메달고 말 것이었다.
쥬지가 잘리면 석사를 탈출해도 고자다. 박사를 달면 박사-고자다. 교수가 되는 날에는 고자 교수다.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봤자 차원이동 이세계 귀환 고자다.
그런 의미에서 쥬지는 뇌에 버금가는 나의 급소나 다름이 없었다.
나의 쥬지는 또 하나의 심장이자 제 2의 뇌였다. 이렇게나 귀중한 쥬지를 지키기 위해 갑옷을 입는 것은 완전히 로지컬한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왜 지금까지 캐스트 오프 상태로 방치했는지 이해가 안 갈 지경이다.
“혹시 하반신 갑옷은 없을까요? 가죽으로 된 걸로─”
“저희 가게는 금속 갑옷 전문점입니다. 손님.”
개씹정색을 빤 말투였다. 얼굴에 표정이 하나도 없었다. 뭔 시발 색칠놀이 오지게 잘 한 마네킹처럼 변해버렸다.
“어, 아니, 하지만 제가 지금 철 갑옷을 살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철 갑옷은 나중에 사고, 지금은 가죽으로─”
그렇댄다.
“죄송해요. 하지만 저는 가죽으로 된 갑옷은 싫어해서요. 아, 오해는 마세요. 인챈트는 할 줄 알거든요.”
하아─.
클라라는 가게가 떠나가라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가게 안을 새삼 둘러봤다. 여기에는 대장간에 흔히 있는 가죽으로 된 갑옷이 하나도 없었다.
“금속에는 금속만의 매력이 있어요! 분명 언젠가는 금속류에도 마법을 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거라구요!”
주먹을 꽉 쥐고 역설하는 클라라. 그런 그녀의 눈은 반짝거리면서 강한 열의를 드러냈다.
“그야 갑옷을 만들어도 절그럭 절그럭 시끄럽고, 무게도 무거운데다, 무엇보다 비싸지만! 그래도 강철의 반짝거림을 이기는 세상에 멋짐은 없다구요!”
“단점의 라인업이 너무 쎈데요.”
거의 뭐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클라라의─본의 아니게 정확한─ 자아비판처럼, 금속 갑옷은 간지 하나만 보고 선택하기에는 영 하자가 많았다. 가성비도 나쁘고 비싸서 잘 팔리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런 것만 만들고 파니까 흑자가 안 나오지.’
금속류가 존나 그들만의 간지를 뿜어낸다는 사실은 나도 인정한다. 나의 우상 벡터맨들도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야수회귀가 이상한 에너지덩이가 아니라 갑옷을 장착하는 마법이었다면 나는 처음 사용했을 때부터 하나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그 간지나는 모습에 지려서 새 속옷을 꺼내야 했을 테지만 말이다.
금속으로 만드는 로봇도 남자가 좋아 죽는 씹쌉간지의 쌍두마차 중 하나 아닌가. 다른 하나는 당연히 공룡이다. 다시 말해서 공룡 로봇을 만들기 위한 금속공업에는 백만금의 세금을 투여해도 아깝지 않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한 뒤에 그녀의 말을 긍정해 줬다.
“금속이 멋지기는 하죠. 요란스럽다는 것만 빼면 전신갑옷은 남자의 로망이고도 하고요.”
“그렇죠?! 그렇죠?!”
“근데 돈이 없어서 못사는데요.”
표정 그렇게 짓지 맙시다. 내가 죄 지은 것 같잖아.
“…잠시만요. 분명 여기 어디에 제가 자존심 접고 만든 물건이 있었는데.”
그녀는 시무룩하게 축 쳐져서는 무슨 바지 같은 것을 들고 왔다. 겉보기는 일반적인 검정 바지였다.
“이 갑옷은 어떠세요?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들고 급소에 철판을 덧대서 보강했어요. 바지처럼 입으면 되시고요.”
“괜찮아 보이네요. 가격은요?”
“65쿠퍼에요. 아, 가죽은 록터틀의 가죽이고요.”
“괜찮군요.”
개 비싸지만 현대에서도 방탄방검복은 이것보다 비싸다.
참고로 록 터틀은 잡기는 쉬운데 가죽은 가공하면 튼튼해져서 여기저기 팔려다니는, 이세계 갑옷 업계의 소가죽 같은 몬스터다.
나는 부랄 부분을 체크했다. 꼬툭튀 강철좆이나 부메랑 팬티 디자인이 아니라,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튼튼한 가죽 갑옷이었다.
이거라면 입고 다녀도 쪽팔릴 일은 없겠다. 마법 인챈트가 걸려 있어서 튼튼하고, 무게도 적당해서 싸우다가 벗겨질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이쪽에서 한 번 입어보세요.”
시착실이라기에는 많이 허술한 곳을 가리키며 클라라가 말했다. 나는 거기에 들어가서 시착해보았다.
‘…존나 낑기네?’
갑옷으로 쓰일 정도로 튼튼한 가죽이지만 신축성은 조금 딸리는 모양이었다. 가성비만 믿고 팔리는 중저가형 제품이라서 그런가.
‘아니, 잠깐만?’
뭔가 쬐끔 위화감이 있었다.
나는 바지를 벗고 내 속옷 안의 롱소드를 들여다봤다.
이세계는 속옷 문화도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여성용은 브래지어와 팬티 개념이 있지만 남자 팬티는 거의 수영복 혹은 반바지에 가까웠다.
양산품의 남자 속옷을 허리춤의 끈으로 묶어서 허리 크기에 맞추는 방식이다. 기장은 그냥 다 길게 만들고 집에 가서 느금마나 아내한테 잘라달라고 하세요 하는 식이고.
─그래서 시발 지금까지 몰랐다.
말했다시피 나는 커피와 콜라, 술을 빼면 물도 거의 안 마시는 편이고, 그래서 오늘 일어나고서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으니까.
─뿌우우.
내 팬티 안의 롱소드는 쯔바이핸더가 되어 있었다.
─남자들에게 있어 쥬지 사이즈란 때때로 민감하고 터부적인 이야기였다.
여자들이 가슴 사이즈를 어느 정도 개방적으로 터놓고 때로는 농담 소재로도 사용하는 반면, 남자들은 같은 남자들끼리여도 좆의 크고 작음을 화제로 삼는 경우는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