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쥬지 사이즈를 비교하고 우열을 메기는 것은 때때로 유혈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는, 까놓고 말해서 존나 예민한 부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듯 남자들은 쥬지 사이즈에 집착하기 마련이었다.
이것에 초탈한 남자들은 거의 없다. 비뇨기과의 수술 랭킹 부동의 넘버 원이 쥬지 길이 확장 업그레이드 패치라는 점이 다름 아닌 그 사실을 증명했다.
280이라는 숫자를 키/아이큐/쥬지 사이즈로 나누라는 말에 180/70/30이라는 말좆 달린 탈모 고릴라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도 보일 만큼, 쥬지의 사이즈는 몹시 심대한 안건이었다.
아마 세상에는 부작용 없는 스테로이드보다 부작용 없는 쥬지 확장기술을 바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정말로 쥬지에 기어 3가 걸리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거의 퍼펙트 발모제와 호각의 의료기호도를 자랑하겠지.
이런 사이즈에 대한 기이할 정도의 집착은 인류만의 특성이었다. 거근만능주의는 다른 생물들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세계 이종족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구에서는 그랬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의 번식경쟁은 쥬지의 크기가 아니라 전투력에서 판가름이 난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은 자기가 거근임을 자랑하며 니꼬삼을 시전하는 새끼가 있어도 그 새끼가 꼬우면 목덜미를 콱 물어서 삼도천으로 보내줄 수 있으니까.
아마 그들이 위력이 과시하는 신체부위는 쥬지가 아니라 손톱발톱일 것이었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근력의 고릴라들도 쥬지 사이즈는 새끼손가락 크기인 것은 그것이 이유였다.
혹시 역사 속에는 30cm의 쥬지를 단 사자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쥬지 라이온은 사벨 타이거들이 그 큰 이빨 때문에 멸종한 것처럼 경쟁에서 밀려 사라졌을 것이다.
길기만 한 급소는 섹스 때 외에는 도움이 안 된다. 싸우다 귀두 끝만 잘려나가도 뒤질 때까지 섹스도 못 하고 번식에서 도태된다.
빨리, 그리고 자주 싸며 전투에 유리한 컴팩트 쥬지들이 번식경쟁에서 이겨나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였다. 찰스 다윈이 생전 주장했던 쥬지선택설이다.
그래서 씨발 지금 내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왜 내 살무사가 아나콘다가 돼 있는 것이지?’
아니, 솔직히 원인은 짐작이 갔다. 이 말도 두 번째다.
‘이것도 야수회귀 때문이야? 왜?’
야수회귀.
유래도 정체도 아직 모를 기묘한 마법. 원시의 주술이라는 표현 그대로 쌉오지게 오래된, 근본 넘치는 강화마법이다.
신체의 강화는 이해가 갔다. 나의 육체에 지구용사로서의 힘을 깃들게 만드는 것이 이 마법의 효과니까.
왜 나한테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야수회귀 덕분에 내 몸은 마나를 다루는 패스가 뚫렸고, 그래서 평상시에도 근육의 힘이 강화되었다.
‘근데 그게 내 좆방맹이랑 뭔 상관이냐고.’
나는 대장간의 시착실에서 대혼란에 빠졌다.
야수의 힘을 지니게 되어 완력이 강화됐다. 이해 감.
동물 가죽을 쓴 것처럼 방어력도 강화됐다. 이해 감.
겸사겸사 쥬지도 존나 개쩔고 굵게 변함.
이해 안 감.
“돌겠네?”
아니 보통 동물의 힘이 깃들었다고 쥬지가 커지나?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동물들 중에서 쥬지가 커다란 놈들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빅 매그넘 쥬지의 대표적인 생물, 말(馬)처럼 말이다.
걔네들은 신체구조 상 그 정도 사이즈가 안 되면 성교가 어려워서 빅 쥬지의 유전자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말좆이 아니고서는 자손을 낳지 못하니까 죄다 말좆이 된 셈이다. 이것도 일종의 쥬지선택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하필이면 야수회귀의 효과로 내 쥬지만, 그것도 동물 중에서 거물 거포 거근인 말좆으로다가 골라서 변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시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나는 여치벌레나 네페르티티를 만났을 때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광기의 작태에 착란을 일으켰다!
아, 그야 시발거 쥬지가 커져서 나쁠 건 없지.
나쁠 건 없다. 시발 나쁠 건 없는데, 그래도 이게 커졌으면 왜 커졌는지는 알아야지 않겠냐고.
푹 자고 일어났는데 쥬지가 존나 커져 있다는 건, 어느날 아침에는 갑자기 존나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쥬지가 뿅 하며 사라져버리고 나는 이세계 암컷석사 노루가 될지도 몰랐다!
“구와아아아아악!!!”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기의 소행!!
나는 첫 발기를 겪은 잼민이처럼 멘탈이 나가버렸다.
어젯밤 내가 자는 사이에 죽음의 외과의가 날아와서 내 쥬지랑 말좆을 ‘셈블스’ 해 버리고 갔나? 그딴 이상한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남자의 쥬지란 이 세상에 생명을 부여받을 때부터 달고 나오는 인체친화적 엔돌핀 생성장치였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지만 천애고아도 자기 쥬지는 목숨 만큼이나 소중하겠지.
그렇기에 나는 내 쥬지에 일어난 대체 왜 이런 건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매일밤 쥬지를 붙잡고 침대에서 공포에 떨어야 할 테니까!
“손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때 바깥에서 클라라의 목소리가 났다. 내가 시착실 안에서 개 지랄을 떠니까 놀라서 말을 건 것으로 보였다.
나는 간신히 진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뇨. 죄송합니다. 별 일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얼른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상종할 수 없는 혼돈과 맹목적인 미지가 나를 엄습해 온 상태였지만, 공포에 떨고만 있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괜찮으신 거 맞죠?”
“예. 괜찮고 말고요.”
내가 혹시 미친 새끼를 손님으로 들였나 하고 오뇌하는 듯한 분위기의 클라라에게 바지부터 건넸다.
“수고를 끼쳐드려서 죄송하지만 바지가 좀 작군요. 조금 큰 사이즈로 조정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쥬지가 개씨발 커져서 사타구니가 낑겨요 라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네? 사이즈가 작다니, 그럴 리가요. 이거 시착한 다음에 크기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다 풀어 놓은 건데.”
클라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말했다.
“애초에 어디가 안 맞으신다는 건데요? 겉보기에는 그다지 군살이 많아 보이지도 않은… 데…?”
말하다 말고 클라라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가 입고 온 바지에 꽂혔다. 오늘 아침부터 어째 뻐근하고 묵직했던 나의 고간부에 말이다.
“…아.”
‘아’는 무슨 ‘아’야.
“앗, 아아! 앗! 앗! 네! 넷, 네! 알겠습니다!”
클라라는 꾹 눌렀다가 놓은 스프링처럼 이리저리 날뛰고 호들갑을 떨면서 말했다.
“사이즈 조정 말씀이시죠?! 잠깐만요! 조정해 올게요!!”
우당탕탕!!!
자기 가게를 뒤집어 놓으면서 작업실로 달려가는 클라라. 시발 내가 쪽팔려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진짜로.
“염병”
나는 팔짱을 끼고 클라라가 바지를 수선해오길 기다렸다
기분 같아서는 걍 돌아가 버리고 싶었지만 저 가죽 바지가 꽤 마음에 들었고, 필요하기도 해서 얌전히 대기했다.
“히익!!”
그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돌팔이 새끼가 나를 보고서는 비명을 질렀다.
눈만 마주쳐도 벌벌 떠는 꼴을 보니까 나중에 나한테 복수하겠답시고 깝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야 그렇겠지. 자기가 먼저 주먹질을 해 놓고 쳐발리면 법부터 찾는 새끼는 마초의 수치다.
진짜 마초는 맞짱에서 떡발린 것이 쪽팔려서 어디 신고하거나 복수하지도 못한다.
친구들한테 고자질해도 마초 새끼랑 어울리면서 노는 놈들은 똑같은 꼴마초들 뿐이다. 병신이라 쳐맞고 다닌다고 친구 놈들한테까지 경멸만 받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 친구가 쳐맞았다고 떼로 올려와서 덤빈다? 그럼 시발 그게 마초냐 마피아 카르텔이지.
혹시 놈들이 짱깨식 협과 의를 발휘하며 다시 개겼다간 그때야말로 내 안의 웅녀가 눈을 뜰 것이었다.
땅! 땅! 땅!
클라라가 들어간 작업실에서 망치질 소리가 났다. 어떻게 잘 가죽 바지의 사타구니 부분을 조정해 주는 모양이다.
저 사람도 실력이 있으니까 대장장이 길드에서 따로 사람을 붙여 주고 그러는 것이겠지. 인선(人選)은 몹시 부모님 안부를 염려케 만드는 수준이다만.
내가 아는 모 드워프는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도 엘프 마냥 숲에서 사는 법을 마스터하며 살아가던데, 그녀는 사람의 몸으로도 뛰어난 대장장이 기술을 갖췄나 보다.
아니, 클라라도 어쩌면 하프 드워프가 아닐까?
무엇보다 하프 드워프라는 표현부터가 이미 인간우월주의적 사고방식의 결과물이었다. 드워프들 입장에서 드워프와 인간의 혼혈은 하프 드워프가 아닌 하프 인간일 것이었다.
분명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지간한 대장장이들 혈통에는 드워프가 한둘 정도는 있겠지? 업계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
꽤 로지컬한 추리였다.
‘실력은 있는데 장사를 못 하는 타입인가.’
나는 클라라의 가게를 보고 그렇게 짐작을 했다.
무기를 파는 상인은 가죽갑옷처럼 잘 팔리고 쉽게 허벌창이 나서 새로 사야하는 상품이 주 수입원이다.
갑옷이 튼튼하면 좋지만, 아예 박살나지도 않으면 새로운 갑옷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은 줄어든다.
모든 전사들이 죄다 좀 더 좋은 장비를 찾지는 않았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일감만 받는 모험가는 쌔고 쌨다.
클라라는 그런 상업적인 부분에서의 발상력과 경영실력이 모자란 것이다.
골목식당에 나오는 사장님들 중에서도 요리는 잘하는데 가게를 운영하는 센스가 없어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던가. 작업능력과 경영실력은 별개의 능력치다.
그런 의미에서 저 돌팔이 새끼가 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수입을 뽑는 것에는 아주 적합했다.
단가를 올리고 상품을 창렬로 바꿔서 미래의 수익을 가불받는 것. 양심 터진 CEO 새끼들도 자주 쓰는 방식이다.
저렇게 자기들이 CEO일 시절에만 억지로 수익을 끌어올리고서, 나중에 포트폴리오에다가 뭐 대단한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박아둔다.
그런 뒤에는 단기간에 단물을 쪽 빨리느라 씹창이 난 기업에서는 메다닥 런 해 버리고, 다음 타겟으로 삼은 기업에 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보셨죠? 저를 CEO로 쓰십쇼. 맘스터치 3년 수익을 30% 씩이나 올렸습니다. 예? 걔네들 지금 망했다고요? 아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시발 내 맘스터치 돌려줘 개새끼들아.
저 방식은 빡대가리 좆소 경영진부터 중견기업 회장까지 올라운드로 털어먹을 수 있는 악랄한 수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빡침이 솟아난 나는 망할 검팔이 새끼를 몇 번 더 밟아주기로 했다.
“이 씨발!!! 뒤져라 맥근혜의 망령!! 독재정권 파운드!!!”
“끄아악!! 갑자기 또 왜 그러는 거야!!!”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부담 없이 때려도 되는 부위가 어디인 줄 아는가?
그곳은 바로 허벅지다. 허벅지는 혈관이 많은 곳이라 칼을 꽂을 때는 위험하지만, 중요한 내장이 없어서 주먹떡을 찧을 때는 부담없이 패도 된다.
내장은 없어도 내출혈과 근파열이 동시에 터지면 한참을 끙끙 앓아야 하기 때문에 자근자근한 복수에도 좋다.
때릴 때에도 아파서 자지러지니 패는 맛도 훌륭하다.
“끄아아악!! 으캬아아악!!!”
“울어!! 소리쳐!! 그리고 죽어!!!”
퍽!! 퍽!! 퍼억!!
나는 격노에 몸을 맡기고 돌팔이의 허벅지를 마구 때렸다. 내 쥬지에 일어난 이상현상은 나를 끊임없는 분노로 몰아넣었다.
“갸아아악….”
돌팔이는 고블린 같은 소리를 내며 다시 기절했다.
존나 이 새끼 발음 보게. 무슨 현지인인 줄 알았다. 혹시 이 돌팔이 놈은 에이션트 고블린이나 뭐 그런 건가?
어떤 잼민이도 언젠가는 어른이 된다. 고블린들도 아마 성장을 하겠지. 어쩌면 어릴 적에 잼민이였던 놈들이 커서도 철이 안 들고 인간 사회에 숨어지내는 것은 아닐까? 꽤 킹능성 있는 가설이었다.
“수선해 왔어요! 입어 보세요!”
내가 잼민이와 꼰대의 상관관계를 연관짓는 사이에 클라라가 돌아왔다. 수선 한 번 빠르다.
─스륵.
바지는 겉보기로도 더 넓어져 있었다. 시착시에서 입어보니 다행이 꼬툭튀나 허벅지 위를 기어가는 우렁이처럼 변하지는 않았고, 만족스러운 수선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얼마랬죠?”
“6, 65쿠퍼에요.”
지갑을 열어서 돈을 꺼냈다. 원래 오늘 여관비를 내야 하기도 해서 돈은 많이 가져왔다. 대장간에 왔다가 마음에 드는 무기를 발견하면 살 생각도 했었으니까.
정작 여기서 산 것은 방어구였지만, 지금 그딴 게 문제가 아니니까 넘어가자.
“여기요.”
“네. 가, 감사합니다.”
클라라는 내 시선을 피하려 들었다. 왜 저러는건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쳐다봤더니, 그녀는 얼굴을 가리면서 나를 외면했다.
“그, 그러지 마세요! 저 결혼한 여자에요!”
“안 물어 봤는데요.”
아무튼 그렇게 되서, 아무튼 나는 새 방어구와 상태 이상에 걸린 쥬지를 가지고 대장간 밖으로 나왔다.
시발,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지.
‘쥬지야.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대답은 존나 돌아올 리도 없었다.
이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은 이리도 좆 같은 것이었다.
마법사 길드에 가야겠다.
여관에 돌아와서 오랫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사실 오늘은 통째로 논문 제작에 쓸 예정이었다. 유적에서 발견한 상형문자와 오감문자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대략적인 개요만이라도 짜 둘 생각이었으니까.
아우둠라 길드에서는 유적의 문구를 해석할 사람들을 부를 거라고 했었다. 아마 조만간 어느 대학의 교수나, 그 교수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왔다가 갈 것이 분명하다.
대학에서 나온 사람은 유적의 문구를 확인할 것이고, 그 해석이나 연구 결과를 랩실에 가지고 돌아가겠지.
그들의 랩실은 팀─랩실 주인과 노예들─을 이뤄서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아직 아무도 안 왔다고 여관에서 칠렐레팔레레 하고 있었다가는 학계에 뒷북 논문이나 내게 되겠지.
나라는 개인이 팀을 이룬 이들보다 빠르게 논문을 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왕복할 때 발생하는 타임 로스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근데 시발 그딴 것보다 내 쥬지가 더 중요함.’
논문은 나중에 얼마든지 또 쓸 수 있다.
학계에 잠깐 돌아가서 그들의 논문을 확인하고 그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논문을 설계한다는 차선책도 존재한다.
또 대학의 학과 팀 씩이나 되는 사람들이라면 평소에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몇 개 있을 것이다. 저 유적과 관련된 연구는 다음 분기로 밀릴 가능성도 컸다.
아니, 거의 틀림없이 그럴 거다.
시발 내가 겪어봐서 안다. 일이 존나 끝이 안 나더라. 나는 월화수목금금금방끝나니까오늘하루만힘내자 소리를 들으면서 3년을 버텼다.
이번에 온다는 새끼들도 십중팔구 대학원생─정식 명칭은 연구원생─일 거다. 혹시 그 새끼들이 일 하기 싫다고 몰래 유적의 문구를 씹창내 놓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일을 할 때는 우선순위를 착각해서는 안 돼.’
그게 내가 카르미네 대학 연구원생으로 살면서 배운 최대의 교훈이었다. 룰과 순서가 없는 일처리는 잦은 야근이나 수습 못 할 결과로 이어지기 딱 좋다.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목숨>목적>그밖의 기타등등이다.
이 중에서 논문 발표는 목적─지구로 귀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에 속하고, 쥬지는 목숨에 속한다. 존나 속한다.
내 미래를 이세계인 학자와 지구인 고자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전자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구깃─.
나는 작성하다가 오타가 난 글을 종이 채로 구겨서 대충 쓰레기통에다가 던졌다.
글로 자신의 목표를 정리하는 것은 마음가짐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의 행동지침이 될 우선순위를 정리해 볼 생각이었다.
사각사각.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