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발씩 1초 간격으로 날아드는 나이프의 연사라니! 나는 그 공격에 담긴 각오를 깨닫고 양손의 불꽃을 강하게 지폈다!
“공격(Rush)의 랠리인가!! 받아주마아아─앗!!”
화르르르르르륵─!!
나이프를 튕긴다! 현란한 스텝으로 말단부를 피하고 어깨 가슴 배를 노리는 굵직한 공격은 튕겨내라!!
“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닷──!!”
나는 기합을 내질렀다.
그것은 마치 일주일만에 산책을 나와서 비둘기를 쫓는 포메라니안과도 같은 매서운 질주였다!
─채애앵!!
마나 코팅에 포장된 수도가 나이프의 옆면을 튕겼다!!
─노르드여!! 저 년의 나이프는 빨라질수록 복잡한 움직임이 불가능해진다!!
내 안의 교수 슬레이어가 말했다. 아나시스의 공격은 매그니토 선생처럼 변란한 변화구를 내지 못한다고!
그것이 미스터 뉴턴이 제창한 관성의 법칙이다! 이세계에서도 그 법칙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궤도만 읽으면 된다!
그러면 메이저리거를 뛰어넘는 나의 붕쯔붕쯔 스피드는 저 공격을 받아칠 수 있다!!
‘집중력, 곡예 실력, 반사신경, 스피드, 스탠드 파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모아서 나이프의 폭풍을 뚫고── 나는 아나시스의 몸을 내 주먹의 사정거리에 들였다!!
경악한 아나시스는 상반신의 균형이 무너졌다. 한쪽 발이 의족인 주제에 당황해서 도망치려 드니까 저 지랄이 나는 것이었다!
찬스다! 딱 대라, 궁 들어간다!! 나는 눈을 빛냈다.
“<구름 소환>!”
마나를 오남용하여 팔꿈치에 연기를 압축생성한다. 주먹을 굳게 쥐었다.
받아라! 이것이 길빵충의 힘이다!!
“뭉게뭉게───!!!”
──총, 이라고 외치려고 할 때였다.
기구가 맞물리는 노이즈. 나는 아나시스의 의족에서 들린 그 소리에 오한을 느꼈다. 뒤로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던 아나시스가 회심의 미소를 띄웠다.
의족이 분해되고 내부에서 30cm의 칼날이 튀어나왔다.
‘──꼭두각시 의족!!’
자신의 의족을 마지막 비장의 수로 개조한 것이었나!!
숨겨두고 싶은 비밀의 안에 더 큰 비밀을 숨겨두다니! 저 놀란 시늉조차도 연기였다는 말인가? 나는 거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경악하고 말았다!
이 여자는 패배하기 직전까지 몰리고도 속임수를 파두었던 것이다!
슈팟─!
람각이 날아왔다!! 빠르다!! 작은 나이프와는 다르게 크고 굵은 의족에는 많은 마법진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두극>의 출력에 아나시스의 각력까지 더해지니 기습을 피할 수가 없다!!
푸화아아아악─!!
게다가 뭉게뭉게 추진력은 아직도 내 팔을 거세게 밀고 있었다! 이것도 애1미 시발 관성의 법칙이었다!
“미스터 뉴턴!! 당신이 나를 배신하다니!!”
나는 배신에 치를 떨며 외쳤다! 똥꼬에 힘을 빡 주고 허리를 비틀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라!!
“벡터-만유인려어어어억!!!”
제작자의 예상 그대로의 추진력를 얻은 불꽃 펀치를 아나시스가 휘두른 의족의 무릎에 작렬시켰다.
─빠가각!!! 주먹에 연골을 부수는 감촉이 내달렸다. 나의 공격력을 처음 목도한 아나시스는 의족을 부착한 다리가 박살이 나자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끄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나시스가 무릎을 붙잡고 쓰러졌다. 발에 칼을 단 다리 질럿년은 진짜 질럿처럼 무릎이 박살나 역관절이 된 것이다!
“아 씨발 개따가!!”
물론 나도 성치만은 않았다.
튼튼함에서 훨씬 유리했기에 저 년의 무릎을 개박살내고도 손뼈는 멀쩡했지만, 뚝 떨어진 의족이 날아들어 내 팔을 존나 깊숙히 베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거 거의 2cm 정도 베인 것 아니냐? 존나 찰과상이다!
이 정도의 중상(반어법)은 군대에서 경계근무 하다가 인계철선에 베였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 지금 내 등에 꽂힌 나이프는 빼고 말이다.
‘시발거 독이라도 묻어 있으면 어쩌지?’
무서워져서 떨어져나간 의족을 주워서 만져봤다.
뭐가 묻어있는 느낌은 안 들었다. 하긴 시발 맨날 쓰는 의족에다가 독을 어떻게 발라.
그래도 혹시 몰라서 남은 해독 포션을 쭉 들이켰다. 시발 맛 존나 없네.
다행히 포션의 맛없음을 욕할 여유는 있었다. 무릎이 파-킨한 아나시스는 눈물콧물을 쏙 빼며 아파하느라고 나를 공격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아파! 아파아아!! 아프다고!!”
마지막까지 여유 만만하게 굴던 아나시스는 오만한 표정을 싹 지우고 자신의 허벅지를 안고 찡찡댔다.
“다, 다리!! 다리!! 내 다리가!! 또 그때처럼, 그때처럼 내 다리가아아아─앗!!!!”
그때처럼?
아아, 의족을 달게 된 날이라도 떠올리고 있는 건가.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꼴은 얼핏 불쌍해 보이기도 했지만, 동정심은 전혀 치솟지 않았다.
─뚜벅.
나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그 년에게 다가갔다. 칼날을 붙인 의족을 들고서.
─흠칫! 내 발소리에 놀란 아나시스는 침을 줄줄 흘리면서 몸을 떨었다. 일어나는 것도 잊고 바닥을 기어서 더러운 슬럼가의 뒷골목을 기어갔다.
─엉금, 엉금.
부러진 무릎에서 피를 쏟으며 기어가는 아나시스.
이제 와서 도망치려는 건가. 수많은 아이들과 피해자들을 괴롭히며 죽여와 놓고 자신의 목숨은 소중한 건가.
“쓰레기년.”
그리 중얼거리는 내 안에서는 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극한의 툰드라에서 얼어붙은 듯한 분노였다.
나는 의족을 거꾸로 쥐고 놈의 멀쩡한 종아리에 꽂았다. ─푸슉!! 뼈와 살을 뚫고 의족의 칼날이 돌바닥에 박혔다.
“꺄으으그그극가가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나시스는 박제당한 곤충처럼 다리를 꿰어져 팔다리를 마구 휘저어댔다. 소프라노의 비명이 뒷골목의 벽에 반사되어 메아리쳤다.
“어디로 갈 셈이지, 광대? 네 무대는 여기잖나.”
비명을 무시하고 <타오르는 손길>을 껐다.
아까 아나시스가 피해버린 검은 이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벽에 꽂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픈가? 다리를 잘리면 그렇겠지.”
나는 벽에 꽂힌 검을 뽑아서 손에 들었다.
“무서운가? 초임의 광대는 다 그런 법이야.”
구둣발을 울리며 다가갔다. 고통과 공포로 얼굴을 망가트린 광대는 죽음을 직감한 곤충처럼 얼어붙었다.
“왜 울지? 왜 도망치지? 익숙한 무대 아닌가. 매일같이 펼쳐 왔던 즐거운 서커스 시간이 돌아왔을 뿐이야.”
내 검이 아나시스의 멀쩡한 다리를 베어갈랐다.
다리를 잘려나간 아나시스가 비명을 질렀다. 서커스단의 마법사는 피를 튀기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내 몸과 얼굴에도 뜨거운 핏방울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이 년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자신의 다리 한 짝이 그렇게나 아쉬운 주제에, 남의 생명과 신체를 훼손하고 유린하던 여자.
그런 인간 말종에게는 이런 결말이 어울렸다.
“──일어나라, 광대. 네가 좋아 죽는 프릭쇼의 시간이다.”
나는 관객도 보수도 없는 비루한 뒷골목의 무대에서 피에 젖은 검을 돌리며 말했다.
“로만 서커스의 피날레는 언제나 즐거워야지.”
나는 일을 마치고 골목에 주저앉아서 쉬었다.
“아, 노르! 여기 있었구나!”
노숙자처럼 포션 2병을 까고 꼴꼴꼴 마셔대고 있자 프랑과 라리루라가 돌아왔다. 프랑의 뺨에는 피가 튀었다가 닦아낸 흔적이 보였다.
“끝났냐?”
“끝났냐구요? 후후♡! 물론이고 말고요★!! 이 라리루라, 프랑 언니와 함께 범죄집단의 수괴를 완전 체포했습니다☆!!”
꼭두각시의 손에 꽁꽁 묶인 로만을 가리키며 라리루라가 말했다. 에리카는 아직 꼭두각시 안에 들어있는가 보다.
“이쪽도 끝났어. 제압이 조금 난폭해져서 아나시스는 기절했지만. 에리카는?”
“멀쩡해.”
“다행이다. 혹시 모르니까 라리루라가 계속 <꼭두극>으로 연결해 놓을래? 아나시스가 눈을 떠서 마지막 발악으로 혀를 깨물게 만들거나 할지도 몰라.”
아나시스는 팔다리를 모조리 잘라놓고 <타오르는 손길>로 지져놨다. 그래도 마나를 각성한 사람의 생명력을 얕봤다간 큰일난다.
마법은 팔다리 없어도 쓸 수 있으니까.
“바이콘은? 해주하려면 그 애의 도움이 필요하잖아.”
“아나시스를 협박해서 풀라고 시키긴 했는데, 이리로 데려와 줘. 나는 지쳐서 못 움직이겠다.”
“후후훗! 그런 일이라면 이 라리루라에게 맡기시라☆!!”
휘리릭─! 척!
라리루라는 꼭두각시 링링이 3호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착지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으며 말했다.
“다정한 후배의 상냥함에 감사해도 좋다구요? 선~ 배♥?”
“와 넘모 고맙다아.”
“아핫☆!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셔요♡!”
얘 존나 쉽네. 내 인사는 대학 PPT 발표 때보다 더 구린 발음이었는데도, 그걸로 만족한 건지 라리루라는 기절한 에리카를 데려왔다.
“일단 제 눈에는 없는 것 같애요☆!”
“내가 봐도 그래.”
에리카의 몸 어디에도 마법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면 됐다. 마음이 완전히 꺾인 아나시스가 새삼 발악을 할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노르. 또 무리했구나.”
프랑은 걸레짝이 된 내 옷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상처를 살피는 모양이었는데, 옷은 어쨌든 상처는 포션으로 나았다. 혼자서 등에 바르느라고 존나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이건 어쩔 수 없잖아. 안 다치고 잡을 만큼 약한 적이 아니었다고.”
“뭐라구?”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용.”
눈을 부라리는 프랑의 앞에서 움츠러드는 나.
아, 마초의 신이시여. 다정한 여자친구의 분노에 반박할 수 없는 나의 나약함을 용서하소서.
프랑은 내가 남긴 포션을 등에 골고루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도저히 나 없는 곳에서 노르 혼자 싸우게는 못 두겠어. 내가 여관에서 쉬던 날에도 늘 이렇게 너덜너덜해 질 때까지 무리했지?”
“아, 아닌대여. 이렇게 다친 적은 딱 1번 밖에 없었──.”
“셧 더 마우스 해.”
포션을 다 바른 프랑은 한숨을 쉬면서 나를 껴안았다.
“그래도 잘 했어, 노르. 아까는 정말 멋있었어.”
가죽갑옷 위에 나의 뒤통수를 얹고 날 쳐다보는 프랑. 긴 앞머리가 내 이마를 간질였다. 귀여운 입술이 키득거렸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나머지 귀찮은 일은 우리한테 맡기고 푹 쉬기야? 알겠지?”
“네엥.”
마망 드립을 치려다가 우릴 쳐다보는 라리루라가 있어서 관뒀다. 라리루라는 욕조에 붕 뜬 오리인형처럼 알콩달콩한 우리들의 분위기에서 떠 있었다.
“저기요오~? 로맨틱한 키스 타임에 들어가실 거면 저랑 링링이는 다른 곳 보고 있을까요오~?”
“됐어 임마. 그것보다 라리루라, 여기 이게 진품이 맞는지 좀 봐 주라.”
프랑의 가슴을 베개 삼아 누운 나는 품에서 종이 책자를 1권 꺼냈다.
아나시스를 제압한 다음에 증거가 될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품을 뒤졌는데, 거기서 나온 건 이 책자 뿐이었다.
책 제목은 ‘원숭이도 할 수 있는 궁중광대’.
제 4권── ‘부여마법 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폴짝!! 라리루라는 양발을 모아서 해적 룰렛의 해적처럼 뛰어올랐다. 띠요요용!! 같은 느낌으로다가 말이다.
<그, 그그그건 혹시나!! 혹시나아앗──?!>
“아나시스의 드랍템인데, 진품인지 모르겠어서. 근데 너 왜 로마니아어로 말하냐.”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로마니아어가 나와버렸네요☆!>
존나 어떻게 놀라면 언어 모듈이 꼬이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자 라리루라가 달려와서 내가 든 책을 보고 헉헉댔다.
─메다닥!!
“봐도! 봐도 되죠?! 저 이거 내용 읽어봐도 되죠?!”
“그러라고 하고 있잖아. 진품인지 확인 좀 해 봐.”
“네에엣♥!!”
시발 왤케 좋아하지. 좀 소름 돋는데. 나는 약간 질색을 하면서 텍본을 줬다. ─뱅그르르! 라리루라의 눈이 빠르게 움직여서 내용을 속독했다.
“트트트틀림림림임잆없!! 틀림없어요!! 이건 제가 가진 제 2권과 같은 필적!!! 크라운 크라운 님의 수제자가 직접 만든 초판의 필사본이 분명해요!!”
“초판의 필사본이면 결락된 내용이 있는 거 아니냐?”
불법 공유 텍본이라고 하니까 좀 못 미덥다. 이세계에서 역사 날조는 고고학자들의 패시브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도 실증학이 발달한 것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보면 꽤 최근의 일이니까.
“결락이라뇨! 결락이라뇨! 초판의 필사본은 서적으로 가르침을 남기지 않으셨던 크라운 크라운 님의 말씀을 그 분의 수제자가 만들어서 제자에게 다시 쓰게 만든, 말 그대로 인류의 보물이라구요!! 이건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이에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정품이라고?”
“네!! 양산될 리가 없으니까 이게 정품일 수밖에요!!”
“끼얏메시~!!”
나는 그 말에 피곤함도 잊고 일어나서 댄스를 추었다!
부여마법! 부여마법이다!
이게 정품이 맞다면, 내 룬 마법을 매직 아이템으로 가공하기 위한 테크닉이 적힌 책이란 뜻이다!!
설마 내 당면의 목표 중 하나가 이렇게 해결이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