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1화 (161/1,009)

물체를 투과하는 능력이 있는 대형의 벌레가 우리를 여기로 끌고 온 것.

2층은 그 새끼 때문에 반쯤 괴멸해버렸던 것.

그리고 소환진을 찾으면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얘기를 말이다.

“하늘을 날기까지? 흉악무비한 이계의 생물이군요!!”

─빼액! 내 얘기에 괴성을 지르는 셀레나였다. 방금 전에 죽을 뻔 했는데 기운도 넘치는군.

“저희는 그런 불경한 생물은 딱히 목격하지 못했어요. 당신을 방치하고 물러났다고 하셨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후퇴한 건 아닐까요?”

“그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벌레의 기분 따위는 알 방법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도망치는 것 같지는 않았더군요.”

하도 좆 같이 생겨서 그 새끼 와꾸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떠올려도 표정은 구분이 안 간다─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눈치를 깔 수 있었다.

그 벌레 대빵 새끼는 여기에 우릴 데려오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걸 말이다.

“어느 쪽이든, 이토록 사특한 공간에 저희를 보내버리다니!”

셀레나는 분노를 못 참겠다는 것처럼 바닥을 밟아댔다.

“아무리 적을 쫓아내기 위한 함정이어도 사람이 넘어서는 안 되는 일선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그 탑을 세운 자들은 이교도가 분명해요!”

“셀레나 양. 저도 같은 기분이지만 탑의 유래에 대해서는 원래 세계로 돌아간 다음에 생각하도록 합시다.”

나는 그리 말해놓고 약간 입맛이 썼다.

‘원래 세계인가.‘

프랑과 다나가 있는 곳이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어째 좀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점에서는 이 벌레 새끼들이나 나나 거기서 거기니까 말이다.

나는 그 씁쓸함을 잊으려고 셀레나에게 제안을 했다.

“소환진을 찾아내서 이동하면 돌아갈 수 있습니다. 여쭙기 죄송하지만 저희도 함께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탑의 몇 층으로 이동할지는 아직 알 수 없죠. 힘을 합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던 바에요. 부디 협력해 주시길. 하지만 그 소환진을 찾아서 몇날 며칠을 돌아다닐 식량은 없어요.”

“속전속결로 갑시다. 제가 소환진을 찾아 보겠습니다. 마나 포션이 있으시면 전위의 몫만 남기고 제게 투자해 주십시오.”

“네? 이곳에서는 마법을 못 쓰는데요? 술식을 유지하려고 해도 몇 초면 끊어져 버려요.”

“룬 마법은 쓸 수 있더군요. 보십시오.”

나는 앞머리를 걷어서 계속 발동 중이던 ᚲ(Kenaz)의 룬을 보였다. 내 이마에서 나던 약한 빛의 정체를 알아낸 셀레나는 감탄했다.

“마나를 탐지하는 마법인가요? 멋지네요! 믿고 맡기겠어요!”

“최선을 다하죠.”

상황이 상황이라서 우리는 가타부타 의심하거나 쇼부를 보는 과정을 생략했다. 셀레나도 나를 평가하거나 의심하는 건 내가 실패한 다음이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선배. 여기가 터무니없이 넓어서 소환진을 찾기 어려우면 어쩌죠?”

그때 라리루라가 내 옆에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식량이 부족해지기 전에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찾아보면 어때요? 나중에 가면 저 사람들이랑도 다투게 될지 몰라요.”

“아니, 위험하니까 뭔지도 모를 풀떼기를 집어 먹을 생각일랑 관둬. 어차피 소환진은 이 근처에 있을 거야.”

내가 답했다. 이 이계가 얼마나 넓은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소환 마법은 공간이동 마법의 분파이기에 ‘거리’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공간이동>으로 10미터를 이동하는 것과 100미터를 이동하는 건 드는 마나량이 차원이 다르니까.

‘공간이동도 마법이야. 소비 마나량=출력이라는 공식에서는 벗어날 수 없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스리랑카에 사는 사람이 부산 사는 사람에게 직거래 요청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해외직구가 가능해진 지구에서도 같은 값이면 가까운 곳을 선호했다. 소환진으로부터 수백 km 떨어진 곳으로 보내는데 쓸 마나? 그딴 게 있으면 탑에 다른 함정을 까는 게 나을 것이었다.

“함정의 설계자는 마나를 아끼려고 고심했어. 이계 출신의 적성 생물을 탑에 풀어놓는 것도, 그 새끼들을 부른 통로를 함정으로 재활용하는 것도, 죄다 함정 발동에 사용되는 마나를 줄이려고 한 흔적이지.”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 함정은 ‘절대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날려보내는’ 함정은 아닐 거라고.

“침입자 몇 명을 확실히 해치우려고 마나를 물 쓰듯이 쓸 리가 없지. 그건 마나 낭비니까. 따라서 내가 생각하기론, 이 함정은 ‘침입자를 분단시켜서 벌레 둥지에 처박아 죽이는’ 트랩이야. 그걸 벌레 새끼들의 대빵이 잘 이용한 거지.”

“아까 그 커다란 벌레가요? 왜요?”

“거기까진 나도 모르는레후.”

“아, 이 선배 잘 나가다가 또 이거야.”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 라리루라. 사랑으로 포용하는 우리 프랑과 익숙해져버린 다나랑은 다르게 얘한테는 잘 안 먹히는 느낌이다.

“안타깝구나. 지금까지 모르던 새로운 문물을 즐겨보렴.”

“싫은레후에요.”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벌레 시체가 즐비한 곳을 떠나서 소환진을 찾는 여행길에 올랐다.

“노르드 씨. 방향은 짐작이 가세요?”

셀레나가 어느 마법사에게 지도를 그리게 시키며 물었다. 난 룬 마법의 효과가 영감에 집중되도록 노력하며 말했다.

“소환진의 마나는 여기로 이동할 때 어떤 것인지 느껴봤습니다. 탐지 마법을 한계까지 전개해서 움직이다가 반응이 오면 그곳으로 이동하죠.”

“알겠어요. 저희가 탐색해 본 지역은 동쪽이에요. 이번엔 서쪽으로 가죠.”

방향을 정했으니 남은 건 이동 뿐이다.

우리는 축축한 육림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이동했다. 아니, 사실 서쪽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매직 아이템인 나침반은 먹통이었으며 자석 나침반도 이계라서 그런지 방향이 오락가락 하더라.

“바람조차 안 분다니 소름밖에 돋질 않는군요. 꼭 모든 게 멈춰버린 세상 같아요.”

셀레나의 말에 나도 여기가 무풍지대라는 걸 눈치깠다.

시발, 바람이 안 부는 세상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어딘가 지구랑 닮은 곳이 많던 이세계에 비하면 여기는 진짜로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브리타니아 말고 여기에 떨어졌으면 3년이고 지랄이고 3분 타임어택 자살을 했겠지. 역시 나는 운이 좋은 새끼가 맞다.

“……반응이 없군요.”

일직선으로 30분 넘게 이동했지만 내 감지능력에 걸리는 마나는 없었다. 셀레나는 고심을 하는 것처럼 손톱을 깨물었다.

“저희 탐사원들에게 그 마법을 걸어주실 수는 없나요?”

“해산해서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까 마나 낭비일 뿐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감지할 수 있는 건 비슷하니까요.”

내가 셀레나한테 받은 마나 포션을 마시며 말하자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찾은 동굴이 있어요. 우회를 해 가며 다른 지역을 확인하고 돌아가죠.”

“예.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소환진과 떨어질 뿐이니까요.”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나는 벌레 무리를 발견하고 회피를 지시하거나 했다. 장기전이 될 것 같으니 전투는 최대한 피하고자 한 것이었다.

“있습니다. 벌레들이 서로 싸우는 중이더군요.”

정찰조가 내가 말한 방향을 보고 와서 보고했다.

약간 의심이 남아 있던 그들도 내가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자 믿음을 되찾았다. 이렇게 인간 레이더 역할만 해도 밥값은 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셀레나 파티가 발견했다는 동굴로 돌아갔다. 아까 나랑 라리루라가 찾은 곳과 비슷한 동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셀레나 양. 제가 먼저 호방하게 나선 것 치고는 결과를 보여드리질 못했군요.”

“하루만에 발견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식량을 분배해 드리죠. 내일부터 힘냅시다.”

캠프를 유적 밖에 설치해 놨기 때문일까? 셀레나 일행이 가져온 것은 유적에 강하해서 먹을 몇 끼 치가 전부였다.

그래서 우리 몫의 육포와 건빵, 식수는 누구 코에 붙이기도 어려운 양이었다. 배 불리 먹이는 게 아니라 활동할 칼로리를 벌기 위한 식량이다.

나는 그걸 입에 털어넣고 조금 씹다가 삼켜버렸다. 라리루라가 그거라도 감지덕지인 것처럼 오물거리며 먹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불평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식사를 마치자 셀레나가 말했다.

“불침번 순서는 평소대로 하겠습니다. 노르드 씨는 집중력 유지가 중요하니까 푹 쉬세요.”

“제 일행은요?”

“……그건 내일 밤부터 정하죠. 저희를 도와주신 의리가 있으니 첫날부터 불평을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라리루라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전원, 소등하세요. 이계의 몬스터는 불빛에 모여듭니다.”

“소, 소등이요?”

말을 해 놓고 깜짝 놀라는 라리루라. 방금 전의 말이 자기 입밖으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 같다.

셀레나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 세상은 빛이 없는 이계! 신의 휘광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는 벌레 놈들은 불빛을 보면 몰려들어요. 저희가 몸으로 겪은 바에요.”

“그,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라리루라는 로지컬한 논리에 전혀 반박을 하지 못했다.

불침번도 어두우면 곤란하긴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봉화를 올리는 것처럼 벌레들이 꼬이게 둘 수는 없잖은가. 부나방이 가로등에 꼬이는 것처럼 벌레 새끼들이 몰려오면 뒤지는 수가 있어요 아주.

“우리가 있던 곳은 바닷가 근처라서 별 일 없었나 봐.”

“네, 네에……. 다행이었네요.”

그리 말하는 너는 좆도 다행인 얼굴이 아닌데. 나는 라리루라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하룻밤 정도는 참아주길 바라자.

“추울 수 있으니 망토가 있는 분들은 나눠서 덮으세요. 노르드 씨한테도 한 장 드리시고요.”

“여기, 제 걸로 받으십쇼.”

근육빵빵한 아재가 망토를 주길래 받았다.

몰래 냄새를 맡아봤는데 구리지는 않았다. 남이 쓰던 옷을 받은 기분이라서 찝찝했지만 여기서 거절하는 건 병신이나 할 짓이었다.

랜턴을 끈 라리루라가 우물쭈물 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이 모포를 덮고 자려면 몸이 밀착될 것이었다. 나는 손을 털며 그 망토를 라리루라에게 내밀었다.

“너 혼자 덮어. 난 몸에 열 많아서 괜찮아.”

“……하아. 바보 같은 소리 마시고 눕기나 하세요.”

─홱! 망토를 낚아챈 라리루라가 내 머리를 눌러댔다. 빨리 누우라는 뜻 같아서 바닥에 몸을 뉘이자 라리루라는 망토를 덮고 내 등에 밀착했다.

아무리 이 녀석이 몸만 큰 꼬맹이나 다름 없는 녀석이라도 내 몸에 큰 가슴이 직접 닿으니 태연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얼굴이 안 보여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얌마. 괜찮다니까.”

“괜찮기는 뭐가요? 기껏 저처럼 귀여운 후배가 용기를 낸 참인데 거절이라도 할 생각이신가요? 남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데요.”

“……무섭냐?”

“……아~니~거~든~요? 선배니까 봐 주는 거라구요~?”

─꾸욱. 내 등에 얼굴을 묻은 라리루라가 내 옆구리 살을 꼬집으려다가 실패했다.

“유감. 너랑 달리 내 옆구리에는 군살이 없단다.”

“하? 저도 없거든요? 뭔가요? 그 ‘너는 당연히 살쪘겠지만 나는 이 몸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롱~’ 하는 뉘앙스가 다분히 담긴 발언은? 무지 건방진데요?”

“어허. 조용히 하고 자야지. 남들 자는데 방해된다.”

“……흥. 안녕히 주무시든가 말든가 하세요.”

─콩콩콩. 라리루라는 내 날개뼈를 이마로 찍다가 잠이 들어서 얌전해졌다. 빨리 잠드는 걸 보니 지쳤던 모양이다.

유적 탐사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가 존나 강행군이기는 했다. 거의 하루 종일 걸었으니까.

‘나도 좀 지치는군.’

긴장이 풀리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나는 언제 벌레 새끼들이 덮쳐와도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긴장하며 잠을 청했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나는 문득 잠에서 깨어나서 인상을 찌푸렸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눈앞에 벌레 새끼들의 얼굴이 있을 것을 각오했는데, 어둠에 익숙해진 내 눈에 비친 건 분홍색 머리통이었던 것이다.

“……ZZZ.”

라리루라다. 자는 동안에 얘도 나도 자세가 바뀌었는지 내 위에 올라탄 라리루라가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빵을 굽는 자세다.

“끙.”

잠결에 오밤중에 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사라졌다. 이 시발, 벌레 새끼들이 우글대는 이계답게 어둡고 습해서 내가 몇 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눈만 굴려서 주위를 봤다.

─부스럭부스럭.

다행히 내가 자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전부 뒤져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탐사원 몇 명이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중이었다. 집사가 셀레나를 깨우는 것도 보였고 말이다. 아마 이 소리를 듣고 나도 깨어난 모양이었다.

“우으…….”

내가 고개를 돌렸던 탓일까? 망토를 덮고 내 몸에 올라탄 라리루라가 부스스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후으?”

존나 당연한 일이지만, 내 배 위에 있던 라리루라가 나를 발견한 것은 시간 문제였다.

비몽사몽한 눈빛으로 몸끼리 밀착한 부분을 보고 내 얼굴을 보는 라리루라.

나는 나대로 아침 발기가 시작하기 전에 이 녀석을 내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애 얼굴 앞에 손을 대충 흔들어줬다.

“…………앗.”

1분에 걸려서 전원이 들어온 라리루라는 내 얼굴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일부러가 아니거든요? 선배 배가 따듯해서 잠결에 올라온 거니까요? 착각하시면 곤란해요? 라리루라는 남자 위에 경망스럽게 올라타는 나쁜 아이가 아니랍니다!”

“알았으니까 내려와. 무겁지는 않은데 머리가 띵하다.”

“아…… 으으, 죄송해요.”

“너 때문 아니니까 됐어. 네 말마따나 몸은 따듯해서 좋네.”

아마 바닥이 딱딱해서 잠을 잘 못 잔 것 같다.

나는 하품을 참고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했다. 자는 사이에 습격은 없었는지 딴 사람들도 지친 얼굴이었지만 졸린 느낌은 아니었다.

“수면 시간 6시간. 충분하군요. 식사를 하고 출발합시다.”

머리가 헝클어진 셀레나는 그리 말하고 식량을 분배했다. 이번에도 최소한의 에너지만 보급하는 양이었다.

‘걷다 보면 배고픈 것도 잊어지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지만, 허기가 진 상태로 집중을 하는 것은 존나 어려웠다. 21세기에서 사무직 직장인들이 살이 찌는 이유를 알겠다.

육림 안을 걸으며 전투를 피하고 소환진의 마나를 탐색하는 중에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더라.

“──엉?”

그렇게 1~2시간을 들여서 남쪽으로 강하 중이었을 때였다.

─피잉!

갑자기 뒤통수 털이 한 올 잡아당겨진 것만 같은 느낌!

마나와 룬 마법의 버프를 받은 내 영감이 이 퀘퀘한 공간에 안 어울리는 마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안심과 환호를 침착하게 진정시켰다.

“셀레나 양. 찾았습니다.”

“소환진인가요? 어디죠?”

대답이 거의 영점 몇 초였다. 내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북서쪽입니다. 아마 2~3백 미터 정도.”

최대 300미터!

내 감지 거리의 한계가 그 정도였다.

300미터 바깥의 기척을 알아차린다고 하면 존나 대단한 느낌인데, 야생동물의 오감을 생각해 보면 대단할 것 없다. 여기에는 내 영감을 방해하는 요소도 없고 말이다.

“가깝군요. 그래도 정찰조를 보내는 게 낫겠어요. 여러분? 들으셨겠죠? 소환진의 마나를 찾았다고 해요.”

“하아, 다행이군요. 하룻밤만에 찾았으니 안심입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