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자연물로는 안 보였다. 책을 조각한 것처럼 펼쳐진 모양이었으니까.
우리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석비에서 빛이 쏟아져나왔다.
반사적으로 경계하는 우리. 나는 옥새에서 마나를 끌어낼 준비까지 했다.
그런데 석비의 빛은 우리를 위협하는 마법이 아니었다.
【──여기에 도달한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입니다.】
석비가 비춘 것은 눈에 익은 홀로그램이었다.
사람── 아니, 신족이다.
바이콘족의 여성이었다. 2개의 뿔은 베로니카보다 길었고 얼굴은 20대 정도로 보였다. 복장은 소박한 천옷이다. 이것도 베로니카가 입은 로마니아 드레스랑 닮았다.
“룬 스톤?”
베로니카가 중얼거렸다.
아마 이 석비는 신화시대 전후에 사용되던 룬 스톤 메세지함이었던 모양이다. 석비가 커다래서 눈치채질 못 했다.
【그래요. 이 영상은 룬 스톤의 기록입니다. 후손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남긴 인공 정령이라고 생각하세요.】
“……와, 영상이 대답을 다 하네.”
홀로그램 바이콘의 자동 응답에 감탄하는 나. 베로니카는 석비를 눈으로 살피더니 말했다.
“정령화의 술식에 분신 마법이로구나. 상당히 수준이 높은 술식이다.”
“정령화?”
“그대도 몇 번 봤지 않으냐. 꿈에서 본 천공신님의 분신과 프랑의 참새 모양 골렘 말이다. 예르나라는 엘프도 유사한 마법으로 분신을 사용했었느니라.”
“아아, 그건가.”
본인이 없어도 대화가 가능한 분신이니까 오딘의 분신이랑 가장 많이 닮은 느낌이었다. 나는 바이콘의 분신을 흘기며 물었다.
“정확하게 어떤 마법이야?”
“잡스럽게 말하자면 영혼이나 정신, 지식을 흘려넣는 정령 형태의 골렘이다. 주인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나한테도 불가능하느니라.”
“……저기 저 정령도 그렇게 수준 높은 건 아닌 모양인데?”
우리가 떠들어도 반응이 없다.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 모습은 마치 NPC 같았다. 오딘의 분신이라면 벌써 20마디는 하고 남았을 시간인데 말이다.
베로니카는 홀로그램을 유심하게 관찰했다.
“게르마니아 어가 아니면 반응하지 못하는 거겠지. 나도 진짜 본인처럼 매끄럽게 대답하는 분신은 그대가 보여주었던 천공신님의 아바타 정도밖에 모른다.”
【게르마니아 어로 얘기하라고? 그러지 뭐.】
나는 헛기침을 하며 석비의 홀로그램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음.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웃음을 돌려주는 홀로그램 바이콘. 이렇게만 보면 정말로 살아있는 것 같은데, 미소가 순식간에 보통 표정으로 돌아오거나 하는 걸 보면 오토매틱 응답기가 맞는 듯 했다.
【애시르 신족의 말예, 베로니카 에클립시스입니다. 선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들추며 베로니카가 인사했다.
손윗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가 된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리의 예상이 맞다면, 족보 상으로는 베로니카의 선조가 맞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따지자면 분신에 불과한 상대인데도 베로니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디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조차도 다분히 실례인 것은 압니다만…… 선조님의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질문을 받은 홀로그램은 연산장치의 대기 시간처럼 몇 초 정도를 생각에 쓰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저’의 본체의 이름은, 아스토리아 마기도라.】
생전 처음 듣는 낯선 이름.
하지만 다음으로 나오는 호칭은 나한테도 낯익은 것이었다.
【라그나로크 이후에 살아남은, 바이콘 족의 유일한 선지자(Volva)입니다.】
선지자라는 직위에 대해서 나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
대충 뭐 예언자 같은 거겠거니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 예언이라는 게 무척 잘 맞아서 바이콘족이 한 치의 의심도 않고 믿어버릴 정도라는 것은 알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섬에 선지자가 기록을 남겨뒀다는 사실에 나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근데 그건 내 얘기고, 베로니카한테는 느낌이 전혀 달랐을 것이었다. 눈을 빛내며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좀 봐라.
하긴 대충 생각해 봐도 저 선지자의 본체는 벌써 고인이 됐겠지. 만나서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대다.
그러던 상황에 그녀가 자신의 지식을 미래의 후손에게 전해주고자 만든 분신을 찾은 것이다. 그야 가슴이 뛰고 긴장감에 숨이 막힐 만 했다.
베로니카가 계속 찾아 헤매던 답이 여기 나타난 것이니까.
【후우, 후우…….】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는 베로니카. 선지자의 분신은 은은한 미소를 띄우고 기계처럼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베로니카의 손을 잡았다. 조금 선을 넘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는 허용범위일 것이었다. 베로니카는 그런 내 손길에 조금 놀라다가 진정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선지자의 분신은 그러고 있는 우리를 관찰하는 듯 했다.
그 눈동자에 마법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아마 결계에 사용된 마법이랑 비슷한 원리로 우리의 자격…… 구신의 마나나, 뭐 그런 것을 판별한 거겠지.
【환영합니다. 나의 일족의 사랑스러운 후예. 그리고…… 위대한 가능성을 품은 혼돈의 총아시여.】
선지자의 분신은 포용력 있는 미소를 지으며 팔을 펼쳤다.
그렇게 매끄러운 동작으로 나한테까지 인사하고서, 고개를 돌려 베로니카에게 질문했다.
【내가 선행한 길을 쫓아와 준 일족의 후예여. 제가 남긴 말은── 예언은, 당신의 시대에도 일족에게 전해지고 있습니까? 우리의 벗인 유니콘에게도?】
【──예. 저희는 지금도 선지자님께서 남겨주신 말을 나침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베로니카는 어딘가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태도로 그리 대답했는데, 그 대답에 선지자의 분신은 기뻐하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몹쓸 짓을 한 아이처럼 눈을 내려깔았다.
【……선지자님?】
그 애매한 리액션에 베로니카는 무언가를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떠오르는대로 질문하면 이야기의 흐름이 난잡해질 거라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저의 분신이 갱신되지 않았다는 것은, 제 본체가 여행의 도중에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 되겠지요.】
우리가 입을 다물자 선지자의 분신은 대기 상태로 돌아간 프로그램처럼 그리 말했다.
【저는 라그나로크의 종지부로부터 113년의 세월이 지난 무렵 만들어진 분신입니다.
첫 생성으로부터 100년 주기로 14회의 갱신이 있었고, 15번째 갱신을 맞이하지 못한 채로 이곳에서 총 5844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듯이 제조연월을 읽는 선지자의 분신이었다.
‘존나 시간 단위 실화냐.’
100년씩 14번이면 1400년.
4044년 전이면 대략 고대문명 황금시대 말기였다. 시기를 생각해 보면 선지자는 고대문명을 몰락시킨 대전쟁 때 전란에 휘말리기라도 한 모양이다. 아니면 수명이 다했던가.
【유구한 세월을 기다려서 만난 소중한 인연에 감사를. 부디 무엇이든지 물어주십시오. 그대들에게 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면, 저는 제가 남기고자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선지자의 분신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저게 기본 대기 상태인 모양이다.
【이건…… 정말 생각치도 못한 수확이구나. 설마 전승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않던 이 섬에, 선지자님께서 이런 안배를 남겨두셨다니…….】
베로니카는 뭐든지 물어보라는 말에 진정시켰던 가슴이 또 뛰기 시작했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혹시 저 분께서는 이렇게 되는 것도 예지하신 것인가? 후일 일족의 계도자를 돕게 될 후예가, 타오르는 가지를 구하기 위해서 이곳에 당도하리라는 것을?】
그리 중얼거리는 베로니카의 손은─더위도 안 느껴질 텐데─ 이상하게 땀 범벅이 돼 있었다.
─샤샥. 그것을 눈치챈 베로니카는 부끄러운 것처럼 손을 빼면서 말했다.
【……미안하다만, 그대여. 나보다 먼저 뭔가 물어봐 주지 않겠느냐? 긴장이 되어서 입이 잘 굴러가질 않는구나.】
【어, 음. 그러지 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존나 뭘 물어봐야 할까. 바이콘족의 저주 같은 걸 물어보는 역할은 베로니카의 몫이다. 질문은 적절하게 선별해야 할 것이었다.
그리 생각하던 나는 일단 신경 쓰이던 것부터 질문했다.
【선지자님. 이 섬을 만든 것은 당신입니까?】
【예, 혼돈의 총아시여. 생물이 살기 편하도록 손을 본 것은 저입니다. 그렇지만 이 섬의 기후와 곳곳에 충만한 불의 마나는 절반 정도 자연적인 것이죠.】
청산유수로 대답하는 선지자의 분신.
이렇게 말하면 뭣하지만 확실히 비교해 보면 오딘의 분신이랑은 수준 차이가 느껴진다. 선지자의 분신은 어딘가 수준이 높을 뿐인 딥러닝 AI 같았다.
뭐, 불만은 없다. 정해진 대답만 뱉는 프로그램이라도 우리한테는 감지덕지 아닌가.
【여행하던 중에 발견한 이 섬의 위협을 외부와 격리하고, 일족에게 전승을 남겼습니다. 자격을 지닌 자가 결계를 넘어 이곳에 도달할 거라고 믿고.】
【……위협이라는 건, 뒤에 있는 저거 말씀이시죠?】
【‘저거’란 정확하게 어떤 것을 가리키시는 건가요?】
아, 이거 약간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앱이랑 대화하는 느낌이네.
그래서인지 나는 요령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또박또박하게 상세한 질문을 하면 되는 것이다.
【석비의 뒤로 보이는 검은 벽 말입니다. 저게 이 섬에 불의 마나를 유동시키는 원인인가요?】
【그렇습니다. 저것은 중간 가지(Miðgarðr)에 떨어진 ‘상처 입히는 가지’. 거신 수르트의 검. 그 파편입니다.】
【……파편이요?】
나는 그 말에 검은 ‘벽’을 다시 관찰했다.
용암 폭포와 벽에 묻혀서 전부 드러난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사르가디스의 우리 집보다 크다.
‘……저게 파편이라고?‘
파편이라는 표현은 보통 조각난 원본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 아닌가?
그럼 저건 조각의 일부에 불과하단 소리? 용암 폭포를 쏟아내고 있는 저 벽이?
잠깐 그런 걸 생각했던 나는 머리를 비웠다.
시발. 이세계 신화시대 존나 무섭다. 꿈에서 봤던 슬레이프니르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면, 저 벽은 불알이 고양이 앞의 햄스터처럼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대륙에 떨어져 재앙을 부르고, 땅이 가라앉아 섬으로만 남은 이곳에서 잠자고 있는 태고의 불꽃. 만일 당신이 저를 만난 시기에도 불타고 있다면…… 부디 주의하세요. 저 재앙의 검은 범부가 욕심을 부려도 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예. 그러겠습니다.】
바위가 닿기만 해도 녹는데 어떻게 욕심을 내라는 것이지.
저만한 화력이 저만한 범위로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이니까 화력발전 같은 거에 쓰면 돈방석에 앉을 수는 있겠다. 근데 저주 받을 것 같아서 싫어 시발.
존나 논문감으로도 과분하다.
무슨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랑 만난 느낌이다. 이걸 논문에 쓸 용기가 없다. 안 그래도 <편찬대대>인가 하는 미지의 위협이 존재하는데 목숨이랑 학위를 저울에 두고 간 보기는 좀.
【그럼 다음 질문을…… 아, 여러 번 질문해도 괜찮나요?】
【제 앞에 도달했다는 건 당신에게, 혹은 당신들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자격이 없는 자가 결계를 부수고 넘어왔다면 이곳의 불꽃에 타 죽었을 테죠.】
섬뜩한 소리를 부드럽게 말하는 선지자의 분신.
마지막의 결계를 부수고 들어왔으면 이 공간에 충만한 불의 마나에 파이어 당했을 거란 소리인가. 분신은 그렇게 말하고 추가적인 이유도 설명했다.
【그리고 제 눈으로도 자격을 확인했습니다. 동족의 후예와 위대한 가능성을 품은 혼돈의 총아시여. 그대들은 제가 바라던 대로의 방문객입니다.】
【……그 혼돈의 총아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총아(寵兒).
무언가에게 각별하게 사랑받는 사람.
그것만 두면 좋은 느낌인데 그 앞에 혼돈이라는 단어를 붙여놓으면 뉘앙스가 이상해진다. 존나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내뱉은 질문에 선지자는 선뜻 답했다.
【혼돈의 총아라 함은, 오딘님께서 명명하신 인간족의 호칭입니다.】
【……그러니까 그 뭐냐, 그냥 ‘인간’이라는 뜻인가요?】
【예. 문제라도 있으신지요?】
【아뇨. 암것도.】
그 시발 도이치 중2병년. 다음에 만나면 진짜 한 대 쥐어박는다.
존나 괜히 쫄았잖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그 안대충 중2병 눈깔장애신의 취미였는갑다.
하긴 히틀러를 매료하고 나치가 반했던 게르만 신화의 주신한테 뭘 바라겠는가. 혼돈의 총아라니, 질풍노도의 사춘기나 또라이들을 매료해버리는 오리지널 중2 갬성 답다.
【그런데 왜 인간이 혼돈의 총아입니까?】
【인간은 신과 달리 운명에 족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와. 설명 존나 불친절하다.
나는 그 짧은 멘트에서 지금의 질문이 분신에게,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 분신을 만든 선지자에게 꺼려지는 내용이라는 것을 눈치깠다.
21세기 지구의 영화에서 배운 심문의 기초다.
알리바이나 TMI를 실컷 내뱉다가 갑자기 대답이 짧아지면 그게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이랬던가.
【선지자님. 저로부터도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때였다.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받아들일 각오를 했는지, 베로니카는 그렇게 말했다.
【아스가르드의 신들께서 저희에게── 바이콘과 유니콘, 그리고 그라니에게 저주를 내리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당연히 저주를 푸는 법을 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베로니카의 질문은 좀 더 근본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유, 말인가요?】
【네. 전승에 따르면 저희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저주에 걸려 세계수 밑으로 쫓겨났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이후에 선지자님의 예언에 따라서 구제받더라도, 저지른 잘못을 기억하지 못해서는 안 됩니다.】
저주를 받은 이유라. 나는 바이콘의 성지에서 나를 태웠던 힐데가르트와, 어느 젊은 바이콘의 말을 떠올렸다.
─용서라면 좋겠지만, 실망일 수도 있다. 섬기고자 하는 상대로부터 받는 무관심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까. 너희들도 잘 알 텐데.
누구보다 바이콘의 저주를 풀고자 노력해왔던 베로니카다.
그래서 베로니카는 잘못을 용서받기 전에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성격 참 성실하구만.
【그래서 저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한때 무슨 죄를 지은 것인지를.】
그 말에 분신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게 연산 중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분신에 담긴 본체의 망설임이 드러난 건지는 모르겠다.
【본래 그 질문의 대답은 일족의 후예에게 들려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가능성을 품은 분과 함께하는 그대라면 들을 자격이 있겠지요. 저는 당신이 저 분을 만나기까지 거쳤을 고초를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대답을 회피하지는 않았다. 나한테 눈길을 주며 말하는 선지자의 분신. 나는 이번에도 위화감을 넘겼다.
【몇몇 신족이 저주를── 자비를 받았던 이유는 아주 멀고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앗 시발. 이거 TMI 타임이다.
진지한 이야기인데도 조금 거북한 기분이 들어서 선 상태로 자세를 고쳤다. 역사의 비밀을 말해주는 자리에서 따분하단 생각을 하다니, 어디 가서 고고학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군.
옆에서 베로니카가 귀를 세우고 있어서 그냥 3줄 요약으로 해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까비.
【한때 선지자의 일원이었던 저는, 어느날 꿈에서 모든 신족에게 내리는 항거하지 못할 파멸을 보았습니다.】
선지자의 분신은 옛날 기억을 회고하듯 말했다.
【저의 예언을 들은 오딘님께서는 각고의 노력을 다하여 그 파멸을 막고자 하셨습니다. 뛰어난 전사를 모으고 이전보다 더욱 지식을 탐구하셨죠.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예언을 성사시키며 적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오딘님께서 말씀하시길, 운명이란 관측한 순간부터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는 필연이기 때문이라시더군요.】
약간 양자역학 같은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