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에도 불어불어 쥬지펜으로 우리 프랑 몸에다가 정액 색칠놀이를 했지 않은가. 셰이드가 터질 확률은 무지막지 높았다.
“그럴 것 같아서 물어볼 생각이었느니라. 아예 나와의 첫날밤처럼 셰이드가 성공하지 못하게 막을지, 아니면 정식 셰이드를 펼칠지를 말이다.”
“……지금부터 너랑 나랑 우마뾰이 하자고?”
물론 내 쥬지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지만, 타이밍 상 조금 그렇다.
프랑을 뻗게 해 놓고 다른 아내의 침실로 간다든가, 암만 생각해도 씨발럼 같은데.
베로니카는 잠결이라 그런지 못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모로 꼬았다가, 대충 뉘앙스로 알아차린 듯 목까지 빨개졌다.
“아, 아니, 그게 아니다. 육체 접촉은 프랑과 끝냈잖느냐? 결계의 기점을 설치하고 잠만 자도 끝나느니라. 그대와 내가 몸을 섞을 건 없다.”
“글쿠만. 뭐, 오늘은 좀 그렇고 나중에 와.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말하러 와도 되니까.”
그리 말하면서 뺨에 붙은 옆머리를 넘겨줬다. 베로니카는 불만스러운 것처럼 눈을 찌푸렸다.
“……어째서 내가 주인님께 은총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된 것이냐? 딱히 안기고 싶은 건 아니다만.”
“그으래? 진짜루?”
─톡. 내가 손가락 끝으로 살포시 뿔을 잡자 베로니카는 대경실색을 했다.
“히엑?! 자, 잘못했다! 뿔에 마나 넣지 말거라! 그대가 원한다면 언제든 상관없지만, 프랑한테 미안하니 사양할 생각이었다! 부끄러워서 말이 헛나온 거다! 용서해다오!”
않이,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긋네. 나는 뿔을 놓아 주었다.
“아무튼 셰이드 말인데, 사후에도 할 수 있는 거면 오늘은 시전 부탁할게. 안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 제대로 시도해 볼 생각이었거든.”
결혼식 날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섹스에 부탁하는 건 조금 아닌 듯 해서 말도 안 꺼냈는데, 그랬던 프랑은 이제 편하게 잠든 뒤가 아니던가.
티르시를 찾으러 떠나게 되면 또 상황이 안 맞아서 미뤄질 가능성도 컸다.
그러니까 오늘 끝내버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다.
예르나의 기억을 조사하는 일을 말이다.
‘……사실은 저번에도 하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
베로니카랑 첫날밤을 치뤘을 때, 나랑 베로니카는 셰이드의의식을 펼쳤으니까 말이다.
그때는 재료도 갖춰져 있었고 의식의 절차도 준수했다.
하지만 나는 베로니카에게 부탁해서 그날밤에는 내면세계의 꿈을 꾸지 않아도 되도록 셰이드를 취소시켰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핑계처럼 들릴 것을 제외하고 본심만 잘하자면── 그냥 기분 나쁠 것 같아서였다.
좋은 추억과 좆 같은 체험은 분리해 두고 싶은 법 아닌가.
사랑하는 아내와 첫날밤을 치룬 날에 그딴 기분 나쁜 년의 기억을 뒤지는 건 싫었던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예르나의 기억 같은 건 보기 싫다. 남한테 하청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맥시멈.
대충 글자 크기 20pt 정도로 중요한 정보만 요약해서 A4 한쪽 면에다 써 와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해 주면 A+ 때려줄 마음도 있다.
‘그래도 언제까지 미뤄둘 수만도 없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에는 이세계가 너무 험난하다.
예르나 년의 기억에서 우리 가족의 적이 될 놈들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급선무였다.
“으음. 이해했다. 준비하마.”
그리 말한 베로니카는 내 방으로 가서 마법진을 그렸다.
나는 창고에서 예르나의 기억을 담은 룬 스톤을 가져왔다. 베로니카는 불을 붙인 타오르는 가지를 지팡이처럼 휘두르고 말했다.
“그대여.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그대의 꿈에 들어갈 수는 있어도 호접몽(胡蝶夢)에는 간섭할 수 없다. 베개 맡에는 꼭 ᚦ(Thurs)의 룬을 새긴 부적을 두고 자거라.”
“그래, 알아.”
처음으로 오딘의 꿈을 꿨을 때였던가.
베로니카는 내 내면세계에 끌려왔지만 오딘의 기억에는 나오지 못했었다.
셰이드로 나의 꿈에 제 3자가 나올 수는 있는데, 그걸로는 꿈속의 꿈과 같은 기억 탐사에는 개입을 못 하는 것이었다.
오늘 내 꿈에 들어가는 건 나 뿐이다.
꿈속이라고 정신줄을 놓지 않도록 베개맡에도 정신 수호의 룬을 새긴 부적을 두고 자야 했다.
“고생했다. 너도 이만 가서 자. 일부러 고마웠어.”
“으음. 부디 무리는 하지 말거라. 시간은 많으니 서두르지 않게 유념하거라.”
걱정하는 베로니카한테도 간단한 굿나잇 키스를 해 주고 방으로 올려보냈다.
무서워 할 것 없다. 제갈량도 아닌데 죽은 좆프년이 산 꼴마초를 몰아낼 수는 없는 것이니까.
씹상남자 노르드는 귀신 따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귀신 잡는 꼴마초다.
룬 스톤을 베게 맡에 놓고 투탕카멘 포즈로다가 누웠다.
의식해서 잠에 드는 건 언제든 힘든 일이다. 자고 싶다고 잘 수 있으면 불면증이나 늦잠, 수면 부족은 발생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교수 슬레이어, 정답은?’
매지컬 수면제밖에 더 있겠는가. 나는 내 대가리에 대고 룬 마법을 발동했다.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꿈의 도시 레헬른에서 만나요.
눈을 뜨자 나는 초원에 서 있었다.
그것도 알몸으로 말이다.
“나 여기 꿈속에 있다.”
꿈이라는 걸 자각하니까 의식이 또렷해졌다. 예전에는 아무 준비도 없이 왔다가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끼에엑 거렸었는데, 반년 전의 좆밥 척척석사랑은 이제 안뇽이구나.
‘아 시발, 생각해 보니까 학위는 그대로네.’
실력은 쑥쑥 느는데 왜 학위는 늘지를 않는 것이지. 약간 시무룩해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쳐다봤다. 그곳에 뜬 백색왜성이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쌓아온 구신의 마나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에 비해서 엄청 커졌군.’
그때가 2~3달 전이어서 그런가? 거의 뭐 2배는 더 커진 것 같았다.
저게 진짜 태양이라면 내 내면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할 상황이 아닐 것이다.
지표면이 파이어 하면서 생물이란 생물들이 모두 주인놈의 대책없는 태양발전력에 분개하며 화끈해지고 말겠지.
“그만큼 뜨거우시다는 거지.”
나는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뜨거운 남자다. 태양을 향해 합장을 하는 나.
“나마스떼.”
그렇게 저축해 온 구신의 마나에게 인사를 해 줬을 때였다. 나는 갑자기 등을 핥는 열기에 눈쌀을 찌푸렸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불티가 뒷목에 닿았다.
“……숲?”
내가 서 있던 초원에 본 적도 없는 숲이 있었다.
절대 평범한 숲은 아니다. 내 내면세계에 있다는 이유에서 그런 게 아니고, 숲 전체가 남색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였더라? TV에서 어느 나라의 숲이 오랫 동안 계속 불타올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저 숲의 꼴은 딱 그 TV 화면에 남색 필터를 씌운 것 같았다.
본 적도 없는 숲이 내 뉴런 안에 자라났지만 나는 놀랍지 않았다.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그리운 느낌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저 남청색은 익히 본 기억이 있었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상상이 갔다.
‘저게 예르나의 기억인가.’
그렇다면 남색의 불꽃은 일종의 방화벽이겠지.
사령술사나 흑마법사에게 기억을 읽혀지지 않도록 수작을 부려놨던 것이 아닐까. 그 년의 시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럴싸한 추리였다.
‘보통이었다면 저걸 어떻게 캐내는 건 불가능했겠지.’
ᛈ(Perth)의 룬으로 기억을 쌔벼오긴 했어도 예르나 년과 나 사이에는 그만한 차이가 있다.
강함의 높낮이? 그런 게 아니다. 마법 기술 얘기다.
아무리 그 년이 천하의 씨발년이었다지만 수백 살 먹으며 마법을 연구한 짬이 있지 않겠는가. 이세계 4년차 뉴비가 그런 년에게 비벼보려는 것은 무리수였다.
‘보통이라면 말이야.’
사용자의 마법 능력에 버프를 더하고, 꿈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활동하게 해 주는 의식. 셰이드.
이 공간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예르나가 대비했을 온갖 마법적 방화벽은 무력화된다. 첨단 마법 기술의 교류가 아닌, 야만한 정신력과 마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방화벽을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것보단 쉽겠지.’
이 차이는 크다.
아이패드로 스카이넷 해킹하기 VS 노키아 폰으로 스카이넷 서버실 때려부수기 만큼 다르다.
원래라면 저 방화벽─이중적인 의미의 파이어월─을 뚫는 건 뒤지게 힘들겠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인 베로니카는 해볼 가치가 있다고 알려줬다.
‘꿈에서 뒤진다고 죽는 것도 아니라니까.’
정신력이 좆창나기 전에 피로로 깨어날 뿐이다. 관리자가 없는 서버실에 침투해서 닌자처럼 몰살해버리면 땡인, 세상 간편한 임무였다.
나는 거침없이 대화재가 발생한 숲으로 걸어갔다.
“실례지만 불타고 계십니다.”
내 앞을 막는 불타는 나무 따위는 분질러버리도록 하자. 이 순간만큼은 이세계 나무꾼 노르드인 것이다. 사슴처럼 녹용 달린 여신이 아내이긴 하니까 대충 비슷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도끼인가.
나는 숲에 진입하기 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끼의 대명사를 불렀다.
‘스톰 브레이커.’
그러자 내 눈 앞에 고급스러운 푸른색 창이 나타났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앗 시발. 님 말구요.”
푸른 창은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휴, 시발.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안심한 나는 집중해서 토르가 쓸 법한 번개 도끼를 상상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저번에 베로니카의 옷을 지워버리거나 했으니까, 꿈에서는 어느 정도 물질을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혹시 창이랑 다르게 도끼는 꿈에 나올 만큼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 건가?
그리 생각한 나는 시험 삼아서 군대에서 작업할 때 쓰던 연장 도끼를 떠올려 봤다.
─착!
짬내 나는 도끼는 시골집 똥개를 부른 것처럼 나타나서 내 손에 찰지게 감겼다.
“옘병 시발아.”
좆 같은 내 처지야.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 주제에 뭘 바라겠냐. 이거라도 감지덕지다. 문제는 알몸에 연장 도끼만 든 희대의 코리안 연쇄 살인마처럼 변한 내 모습이다.
‘옷도 상상해서 입든가 해야겠군.’
눈을 반개하면서 집중했다. 하지만 무기 칸에서 풍겨오는 짬내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21세기에서도 옷에 그다지 집착이 없었기 때문일까.
나는 가장 오래 입었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신형 군복을 걸쳐버리고 말았다.
“애1미 시팔. 이거 군대꿈이었네.”
이세계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는 위대한 여정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이지?
일과시간 중에 부소대장이랑 섹터에 작업 나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가장 좆 같은 건 어깨에는 초록색 분대장 견장을 달았는데 가슴팍의 계급장은 일병이더라.
“전역한지 4년 됐는데 군대꿈을 쳐 꾸고 지랄이야.”
현타를 느껴버린 나는 초원을 지나가는 고라니한테 도끼를 던져버렸다. 결혼식 날에 군대 꿈이라니. 오기로라도 안 꾸지.
“사라져라, 징병제의 망령!!”
힘을 줘서 헐크처럼 상하의를 폭발사산 시켰다. 실밥을 흩뿌리면서 군복이 세절기에 갈린 것처럼 변해서 쏟아졌을 때, 나는 단정한 와이셔츠와 슬랙스 차림이 돼 있었다.
양손에 힘을 주었다. 빨간색 전기톱이 2개 생성되었다. 그 본체에 연결된 시동줄을 입으로 물고 당겼다.
─레훼에에에엥!!
엔진이 들어가자 톱날이 거칠게 회전했다.
나는 거칠게 날뛰는 전기톱을 들어올렸다.
“──내가 텍사르가디스 전기톱 살인마가 될게.”
웬 전기톱이냐는 촌스러운 말은 삼가길 바란다. 꿈인데 뭐 어때.
기왕이면 전기톱이 도끼보다는 100배 믿음직스럽다. 친가의 일을 도우면서 사용법을 배웠던 전기톱은 내게 충실한 만족감을 주었다.
“이 시발 군대 보급 슬리퍼 같은 전기톱 새끼!!”
손에 쥐고만 있어도 국밥처럼 든든하다!
나는 상남자답게 웃으면서 남색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숲에 들어섰다.
내 몸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씹상남자의 정신력과 룬의 방호를 관통하고 들어오는 데미지는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이 숲의 나무를 싸그리 쓸어버리고 화재를 진압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렵지는 않겠지만, 생각만 해도 귀찮다.
쌩노가다 잡초 제거.
동물의 숲 4D 버전이다.
‘뭐, 익숙하긴 해.’
언제는 내 인생이 편한대로 굴러간 적이 있었어야지.
그냥 노가다만 조금 뛰면 끝날 일이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편하다고 해도 좋았다.
─테에에에에에엥!!!
전기톱이 울부짖었다. 나는 온몸에 불꽃을 휘감고서 숲의 안으로 뛰어들었다.
“체인소 펀치! 체인소 펀치!”
나는 불타오르는 나무를 전기톱으로 썰어버렸다.
─테에에엥!! 정신 방호의 룬이 예르나의 기억을 지키는 방화벽을 박살냈다. 신묘한 마법 법칙을 품고 있을 방화벽은 싸그리 싹싹 박살났다.
기억에 설치한 보호 마법을 마나와 정신력으로 밀어붙여서 박살내다니?
예르나 년도 이런 방식은 상상 못했을 것이었다. 100분 토론이라고 듣고 자료 조사를 해 갔는데 대뜸 체어샷부터 날아오는 거랑 똑같은 수준이니까.
그래도 이게 내 방식이었다. 우격다짐 하나로 논리를 관통하는 꼴마초의 근성 싸움 앞에 범죄자의 자기 변호는 의미가 없었다.
타오르는 나무는 빼곡하게 시야를 가로막으면서 어떻게든 나를 막으려고 했다.
정보 뿐인 기억에 자아는 없겠지만 프로그래밍된 마법답게 낯선 환경에서도 침입자를 막아서는 것이었다. 나는 불꽃에 감싸인 전기톱으로 도끼질을 했다.
그러면서 간간이 마나량을 신경 썼다.
‘밖에서 보이는 크기대로면 반대편까지 나갈 수 있겠는데.’
엔리르 새끼를 족쳐서 마나량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만약 그 새끼의 마나를 흡수해서 성장하지 못했다면 중간에 MP 오링으로 잠에서 깨어났겠지.
‘서두르지 않으면 오늘 조사는 오래 못 하겠어.’
일단 박살내놓은 방화벽이 부활하진 못할 테니까 시간을 들이면 어케 되든가 하겠지.
“뽕따리 뽕따리 뽕따리 뚜렐라루~ 뽕따리…… 응?”
뜻도 없는 추임새를 넣으면서 유유자적하게 숲을 나아가던 나는 처음으로 흙, 나무, 불꽃 외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시체였다. 불에 타 죽은 시체 말이다.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등장이었는데 이상하진 않았다. 숲이라면 사람이 살았을 수도 있을 것이며, 이건 예르나의 기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