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9화 (309/1,009)

생각나는대로 몸부터 움직이는 몽유병 같은 느낌!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나 분명 잠들기 전에 꿈에서 지리멸렬한 생각을 막아주는 부적을 장비하고 왔었는데?

“만약 그렇다면……!”

나는 뇌리를 스친 깨달음에 전율했다.

“──마누라들의 필터링 안 걸친 애정 표현을 볼 수 있어!!”

남의 컴퓨터에서 비밀 폴더를 훔쳐보는 것만 같은 배덕감!

맨날 한 발짝 물러서 있는 프랑이나, 틱틱대는 다나, 고풍스러운 말투를 쓰는 베로니카의 노빠꾸 모드라니?

그건 놓쳤다간 140% 후회할 초특가 타임 세일이었다.

아까 다나한테 수녀 베일을 씌운 것도 그렇고, 존나 오늘 내가 계 타는 날인가 보다.

“모습을 드러내라! 근두운!”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잇몸 미소를 만개시킨 나는 발 밑의 구름을 떼어내고 그 위에 올라탔다.

뭉게뭉게 구름에 탑승해서, 핸들을 잡고 액셀을 밟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하늘에 서겠다!”

“근근!”

부하아앙─!!

근두운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높은 위치에서라면 우리 아내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예리한 직감 때문이었다.

아내들은 어디지? 나는 범퍼카처럼 근두운을 회전시키며 360도를 관찰했다.

그리고 보라색 머리의 슬랜더 세미누드 박사를 발견했다.

실험용 흰 의사 가운만 걸친 다나가 백치처럼 멍하니 하늘 구경을 하고 있었다.

부하아앙─!

나는 스포츠카를 모는 금수저처럼 까리하게 다나의 앞에서 근두운을 정차시켰다.

“거기 예쁜 누나, 한가해? 심심하면 나랑 안 놀래?”

“아앗♡! 노르~♡!”

나는 초콜렛을 묻히고 슈가 파우더를 뿌린 다음에 생크림으로 데코레이션 한 듯한 달콤한 목소리에 눈알이 튀어나올 뻔 했다.

“노르 어딨었어? 일어났는데 옆에 없어서 슬펐잖아. 계속 내 옆에 있어. 멀리 가지 마…….”

그나마 걸친 의사 가운마저 반쯤 벗으면서 나한테 안기는 다나.

그러고서는 내가 타고 온 근두운을 보고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노르 왜 구름 타고 다녀? 혹시 나 두고 먼저 하늘나라 가는 건 아니지? 작별인사 하러 왔다고 하면 누나 운다? 갈 거면 그냥 나도 데려가. 응?”

“……눈나 취했어여?”

우리 누나 엉덩이에 보드카를 병째로 꽂아도 이런 꼴은 안 날 것 같은데.

“취했어? 으응… 몰라. 나 취했나?”

다나는 오뚝이 인형처럼 머리를 갸웃거리다가 얼굴을 내게 가까이 붙였다.

“으응. 아무렴 어때. 누나는 너만 있으면 돼…….”

─쪽♥

다짜고짜 내 뺨에 키스를 한 다나는 강아지처럼 뺨을 핥아댔다. 살짝 빠져나온 건강한 혀끝이 귀와 뺨 사이를 간질였다.

……혹시 시발, 이 다나 가짜인가?

자제심이 날아간 다나를 보고 싶다는 나의 음습한 욕망이 마누라 얼터너티브를 특수소환해 버린 걸까?

킹능성은 있지만 천옷 하나만 입은 내 위에 다나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 올라타 있으니까 저항을 못 하겠다.

“아하하♡! 노르 정액 냄새 나! 또 새 아내 데려왔어~?”

“않이 뭐라는 거야. 누굴 뇌에 좆 박은 놈으로 보나.”

여기 오기 전에 마법으로 닦았고, 꿈속이기까지 한데 정액 냄새가 왜 난다는 건지. 다나는 내 말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킥킥 웃었다.

“안~ 돼♥ 노르 너, 뇌에 자지 푹푹하면 떼찌야. 하고 싶어지면 누나한테 박자? 응?”

존나 미치겠네. 말하는 걸 보면 진짜인 것 같기도 한데.

가짜 광기는 진짜 광기 앞에서 쭈구리가 된다고 했던가. 이 광기의 산물을 목도하자 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성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유사 최면 플레이? 대꼴! 같은 생각이나 했던 나지만, 이런 전개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쮸걱쮸걱.

“후으응……. 아♡ 아후우우응…♡”

그러는 사이에도 다나는 기승위 자세로 내 배에 가랑이를 문질러댔다. 이 누나 진짜 미쳤나 봐.

“아 미친! 스탑! 누나! 잠깐 내려가 봐! 섹스는 아까 전에 충분히 했잖아!”

“아까……? 아, 맞아. 아까 진짜 대단했다? 노르가 드디어 누나 보지 고장내 주려는 줄 알았어.”

─부비적. 다나는 자기 얼굴을 밀어대는 내 손바닥에 뺨을 문질렀다.

“토끼가 돼서 들개한테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노르 너도 나빴어. 누나가 허접보지 조루 오나홀인 거 뻔히 알면서…… 후으으…. 떠올렸더니 또 젖었어…♡”

그딴 건 존나 말 안 해도 알아요.

오줌을 지리진 않았을 테니까, 이 축축한 건 애액이겠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암컷 표정을 짓는 다나 박사님.

“누나더러 앞으로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괴롭혀? 나 이제 노르가 배만 만져줘도 가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해 볼래♡?”

“아니 쫌 시발! 누나 지금 보지보다 머리가 더 고장난 것 같아!”

잠깐만, 머리?

나는 불쑥 떠오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의식의 흐름 상태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칠 거라는 본능이 내 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햐앙♥”

다나의 뒤통수에 ᚦ(Thurisaz)를 새기고 발동시켰다. 정신 수호의 룬이라면 이 꿈의 광기에서 다나를 풀어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효과는 즉효로 나왔다.

“………………하?”

내 사진으로 딸치다 들킨 것처럼 눈이 콩알만해지는 다나.

…끼기기긱.

그녀는 고개를 움직여서 상하좌우의 풍경을 보고, 터치도 없이 대홍수가 터진 자기 허벅지를 보고, 아플 정도로 발딱 선 자신의 핑크색 유두를 봤다.

그렇게 말없이 내 배에서 일어난 다나는 구름 발판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에게서 해방된 나는 깜짝 놀라서 다나를 만류했다.

“아니 씹, 야! 다나!! 너 지금 뭐 할라고 그래!!”

“이거 놔, 뒤져버리게!! 그냥 죽게 해 줘!! 씨바아알!!”

“못 죽어!! 여기서 떨어져봤자 잠에서 깨고 끝이야!!”

“그럼 깨어난 다음에 거기서 뒤지면 되겠네──!!”

─바둥바둥!! 나는 수치를 견디지 못하고 발악하는 다나를 뒤에서 죽을 동 살 동 끌어안았다.

방금 전에 나는 남의 본심을 듣는 게 비밀 폴더를 뒤지는 거랑 비슷하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숨겨둔 비밀을 들켜버리면 죽고 싶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야, 남편님아. 그래서 여긴 어딘데?”

어떻게 자살 시도를 막아놓자 다나는 화제를 돌렸다.

방금 전의 꼴불견인 행동을 잊게 하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나는 픽 웃고 그 화제에 호응해 주었다.

“내 꿈이지. 그런데 평소에 보던 내면세계는 아냐.”

나는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여기가 구름 위니까 당연하지만 말이다.

“셰이드 중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 봐. 평소랑 다르게 아델라이데가 내 내면세계의…… 잠재능력? 같은 걸 깨우려고 한 것 같았으까.”

“아, 그래? 혹시 지금 많이 위험한 상황?”

“그건 봐야 알지. 다른 애들이랑도 합류하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근두운에 타려다가 멈칫했다.

시발 이거 어떻게 타는겨.

“……다나? 나 이거 어떻게 타고 왔냐?”

“존나 나한테 대답을 바라는 건 아니지?”

그건 그렇다. 나도 누가 구름 타는 법에 대해서 물어보면 항상 이성과 합리성으로만 기동하는 노르드 1호는 뇌에 블루 스크린을 띄우겠지.

“흠. 그럼 새 차를 뽑자.”

꿈이니만큼 지구에서든 이세계에서든 꿈도 못 꿀 새끈한 스포츠카를 뽑았다. 바깥을 확인하기 쉽게 오픈카 컨버터블이다. 다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이거?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관?”

“시속 수백km까지 달릴 수 있는 관이지. 타고 가다 뒤지면 그대로 땅에 묻으면 되긴 하겠다.”

“이걸 타자고? 평소에 나한테 불만 있었으면 말로 해 새끼야.”

“왜 누나는 섹스할 때 빼면 찌찌 만지는 거 싫어해?”

“시발. 젖이 좆 만해서 그런다, 왜.”

“내 좆만하면 프랑보다 커야지. 누구 좆이길래 그것만 해? 시발 여러분! 저희 마누라가 바람 피나 봐요!”

“니 진짜 뒤질래 시발럼아?”

다나한테 로우킥을 맞았지만 아프지 않아서 얼마나 세게 찬 건지는 모르겠다. 언제는 죽은 거면 그냥 나도 데려가라더니.

“야, 타!”

“시발……. 그래, 꿈에서 뒤져봤자 깨기나 하지 뭐 있겠냐.”

다나는 투덜댄 것 치고는 차에 같이 탔다. 우리 누나는 입 거친 것만 빼면 허구헌 날 남편한테 휘둘리는 타입이었다.

나는 차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깨달았다.

“겉은 스포츠카인데 타고 보니까 이마이티네.”

좆 같다!

“아, 그래. 좋다 이거야. 운전병 꿀보직 씹새끼들. 포병의 드라이빙 테크닉을 보여주마.”

소매를 걷어붙이고 핸들을 잡자 다나는 어색하게 안을 구경하다 물었다.

“남편. 이거 어떻게 굴러가는 건데?”

“내가 그걸 알면 니네 고향에 회사 세우고 이름도 노르드 람보르기니로 바꿨지 이 년아.”

“움직이긴 하는갑네. 근데 것보다 다나 람보르기니는 조금 어감이 좆 같지 않냐?”

“다나 페라리보단 낫지.”

부우웅─!

액셀을 밟자 드림 카는 무난하게 전방으로 나아갔다. 좋군.

다나는 갑자기 차체가 움직이자 깜짝 놀라서 내 어깨에 안겨들었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떨어졌다.

“까, 깜짝 놀랐네. 출발할 거면 한다고 얘기 정도는 하지?”

“쏘리. 잠깐 딴 생각 하느라.”

꿈에서도 섹스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여기서 섹스하면 카 섹스로 카운트해도 될까?

그런 품격 있는 고민을 하느라고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다.

“꿈이니까 안전벨트는 안 매도 되겠지. 걍 편하게 있어.”

“편하게는 지랄. 좆이나 편하겠다.”

그렇게 대답한 다나는 잠시 빡긴장을 해서 차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선선한 바람과 안정적인 남편님의 주행능력에 점점 몸에 힘이 풀어졌다.

“……흐응, 과연. 그럭저럭 괜찮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다나는 현대적인 옷차림과 차량 안이라는 점도 있어서 뭔가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기분이 새롭다.

다나가 조수석에서 바람을 맞는 모습이라니.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으니 위화감이 굉장하면서도 이 예쁜 얼굴의 박사님이 내 아내라는 게 이상하게 자랑스럽다.

내쪽에 눈을 굴린 다나는 픽 웃었다.

“뭘 그렇게 웃냐?”

“예뻐서.”

“고맙다 새끼야. 니도…… 음. 내 눈에는 잘 생겼어.”

칭찬할 거면 똑바로 했으면 좋겠는데. 다나는 달리는 차체를 신기한 것처럼 만져대다가 말했다.

“이게 네 고향의 그…… 마차 같은 거지?”

“비슷하지? 말 없이 달리는 마차라는 아이디어에서 발전한 거일 걸? 동력도 마력(馬力)으로 세니까.”

맞나? 모르겠다. 지구에서는 이과였지만 나는 역덕이나 밀덕이 아니어서 관심 없었다.

“흐응. 그러면 앞으론 나도 니 꿈에 자주 부르고 그래라.”

“엥? 왜?”

“……여기서라면 이거 말고도 니 고향 물건들 잔뜩 볼 수 있을 거 아냐.”

다나는 오픈카의 문에 팔을 대고 턱을 기댔다.

“나중에 너네 고향에 갔을 때 시골 촌년처럼 쪽팔리게 얼 타기 싫기도 하고…… 남편이 어떤 세상에서 살았는지도, 그 뭐냐. 신경 쓰이기도 해서?”

납득 가는 이유였다. 하긴, 여기서라면 내 꿈이나 기억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지구의 문물을 재현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영화 같은 것도 노력하면 틀어줄 수 있을까?

백일몽 같은 거니까 현실보다 우선해서는 안 되겠지만 꽤 괜찮은 발상이었다.

“그러지 뭐. 근데 그거 에둘러서 섹스하자는 뜻 아님?”

“……해석이야 맘대로 하시죠?”

“큭큭.”

나는 귀가 빨개진 다나를 태우고 구름바다를 달렸다. 이거 괜찮네. 드라이빙 데이트에 로망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갔다.

기분 같아선 이대로 어디 모텔에 들어가서 콘돔 1통을 그 자리에서 비워버리고 싶지만, 상상력 문제도 있고 그럴 경황도 아니니까 참자.

“어? 야, 남편. 저거 아델라이데 아냐?”

주행 중에 찾던 사람을 먼저 발견한 건 다나였다. 덩치가 큰 아델라이데는 멀리서도 잘 보였던 것이다.

“맞네. 가 보자.”

핸들을 꺾었다. 가까이 접근하자 아델라이데 말고도 우리 아내들도 모여 있었다. 프랑도 정신을 추스른 듯 옷을 입고 있다.

‘흐트러진 프랑의 모습을 못 본 건 조금 아쉽지만만, 딱히 오늘만 날인 건 아니니까.’

베로니카는 접근하는 이상한 물체에 손을 겨눴다가─마법이라도 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탄 우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인님 아닌가. 무슨 그런 이상한 걸 타고 오는 것이냐?”

“왜들 하나 같이 악평이지. 이렇게 까리한데.”

나는 대충 설명을 넘겨버리고 차에서 내렸다. 차는 구름이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사라졌다.

“프랑. 별 일 없었어?”

“어?! 아, 응! 아, 아무 일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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