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이란 이토록 버라이어티한 법이라고 주장하는 의문의 좆밥 3인조.
‘나도 나름 유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술집의 병신들이고 이 새끼들이고 내 동방인 와꾸를 보고 알아차리질 못하는군.’
하도 좆밥이라 소식에 둔하거나 다른 도시에서 와서 그런 걸까. 아무튼 빡대가리들의 개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봤자 내 시간만 아깝겠지만 말이다.
베로니카는 이해가 안 가는 것처럼 고개를 모로 꼬았다.
“……이 숲에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것이냐?”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협박해서 쫓아내는 거야. 저런 게 빈발하니까 유적에서 얻은 물건의 소유권이나 점유권이 인정받게 된 거기도 하고. 아, 종교적인 문제도 있었던가?”
내가 대신해서 대답해주자 서유기 친구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마치 눈앞에서 짬찌가 군사비리를 비판하는 걸 목격한 군 간부들 같은 와꾸였다.
하지만 나는 걍 그러려니 했다.
“뭐. 왜.”
이런 좆 같은 리니지식 사냥터 통제는 의외로 고고학자들의 일상이었다. 나도 대학 시절에 자주 겪은 적이 있었다.
“니들 같은 놈들 존나 흔해. 동료들이 유적의 입구를 찾기 전까지 계속 이렇게 길을 틀어막고 지랄을 해대더군.”
이 새끼들은 유적이 아니라 황금 늑대가 목표라는 게 조금 다른 점이었지만, 아무튼 대충 포괄하면 비슷한 경우겠지.
베로니카는 3인조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그렇지만 무척 멀리 거리를 두고 서서─ 말했다.
“그렇구나. 허면 어떻게 할까? 물러날 것이냐?”
“뭣하러? 합법적인 점거도 아닌데.”
나는 창을 팔찌로 바꿔서 손목에 찼다.
“걍 줘 패주면 됨.”
─뚜둑! 주먹을 울리자 손등에서 핏줄이 솟아났다.
“이쪽 바닥이 결국 깡패나 용역이나 마찬가지거든. 등급이 올라가면 거기에 품위 챙기는 허례허식이 한 스푼 추가될 뿐이지. 사실 상인이나 귀족들도 하는 짓을 따져보면 마찬가지잖아?”
21세기 지구에서도 그랬다. 법률의 제재가 없다면 소위 대기업이라는 공룡기업들도 그 얼마나 깡패짓을 해댔던가.
상대가 대단한 권위를 가진 이들이라고 해서, 신사처럼 굴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권위와 인품은 딱히 서로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이 정해지거나 행해지지 않은 사사로운 분쟁에 온화한 대화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그런 건 규제없이 낙수효과를 바라는 마인드랑 똑같았다. 현실성이 없다.
“시간 질질 끌 것 없어. 어디 가까운 도시까지 가서 경비병들한테 말해봤자 핑계대면서 안 올 걸.”
“과연. 뒤탈이 없다면 이게 빠르겠구나.”
베로니카도 타오르는 가지 지팡이에다 불을 붙였다.
아니, 그렇다고 네가 연장까지 꺼낼 놈들은 아닌 거 같긴 한데.
“부, 붙어볼 셈이냐!”
내가 창을 변신시키자 서유기 친구들이 몹시 당황했다. 매직 아이템이 신기한가? 이 새끼들 이거 기본이 안 돼 있네.
“협박한다는 것들이 쫄면 어떡해? 느그 엉님들이 칼 들고 겁 주다가 쫄아도 된다고 가르치든?”
“……흐압!!”
전사가 고함을 치며 달렸다. 비명이 아니라 기합이었다.
─부웅!! 어깨를 노리고 망치가 들어왔다. 나는 피하려다가 그냥 낚아채서 빼앗고 허벅지를 살짝 쳐 줬다.
“끄헤악!!”
─뿌작!
세기말에서 강림한 듯한 비만 전사는 원콤으로 쓰러졌다. 예전에 명절날에 어머니가 음식을 하는 걸 도와줬을 때랑 좀 비슷한 감촉이었다. 뭐 뼈만 안 부러졌으면 됐지.
“우웁…….”
그리고 아딱 삼연성이 제트 스트림 진법을 펼치자 우리 여신님께서도 차마 감당하지 못하고 스피리츄얼 헛구역질을 개시하셨다. 이 새끼들 역시 아다였구만.
다행히 베로니카가 인내심을 발휘한 건지 실제로 부침개를 부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됐으면 ‘여신의 눈물’ 같은 판타지 월드 식의 명명방식을 참조해 보건데, 드랍된 아이템은 백이면 백 회복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여신의 구토(소모 아이템).
죽기 직전이 돼도 쓰기 싫다. 그냥 뒤지고 말지.
“이젤!”
“이 찢어죽일 새끼!”
도적과 법사가 빡돌아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허접스럽게 과장된 자세였다.
‘마법인가?’
이 새끼들의 수준을 보면 도적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지만, 딱히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법이라는 건 장비와 같다. 수준이 낮은 놈은 강한 마법을 구하지도, 습득하지도 못할 것이었다.
‘……잠깐만. 뭔가 느낌이 쎄한데?’
공짜 술식을 얻을 기회라는 생각에 방심하지 않고 이 좆밥들의 마법을 구경하려던 나는, 불쑥 드는 위기감에 팔목에 찬 팔찌를 다시 창으로 바꾸었다.
“〈충격의 분류(Shocking Splash)〉!”
“〈독바람 분출(Poisonous Wind)〉!”
바람 계열의 충격파와 독안개였다.
“……쓰벌?”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쩡한 마법에 살짝 놀랐다.
딱딱 맞는 정갈한 술식과, 거기에 맞게 줄충한 위력이었다.
‘이게 저렇게 모험가로 사는 게 걱정될 정도인 씹병신 호구 새끼들이 쓰는 마법이라고?’
병신들답게 마나 운용은 아주 좆창을 내놔서 원래 위력의 반도 안 나왔지만, 마법의 품질만큼은 대단했다.
저 븅딱들이 보물을 썩히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이만한 보물을 어디서 났는지도 놀라웠다.
터엉─!!
아, 물론 당연하게도 마법이 멀쩡하다고 나한테 통한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공격 마법에 내성을 붙여주는 ᚦ(Thurisaz)의 룬 부적에다 【게르튀르】의 풍차 돌리기까지 사용하자 충격파와 안개는 속절없이 흩어졌다. 이거랑 비교하자면 철판에 대고 물총을 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었다.
선쿨까지 채워서 따따블 마공을 날렸는데 가볍게 막히자 두 븅딱들이 입을 쩍 벌렸다.
“마, 막았어……?”
“재밌네. 확실히 동네 양아치들끼리 놀 때라면 후까시 좀 잡아도 되겠어.”
─부웅! 나는 창을 털고 말했다.
“근데 그거 살 때 ‘사람한테 겨누고 사용하지 마시오’하는 주의사항은 못 들었냐, 씨발럼들아?”
“으어아아아악?!”
부웅!! 후와아아악─!! 창에 바람을 감고 휘두르자 아딱이 듀오는 부채바람에 맞은 모기처럼 날아가서 나무와 땅바닥에 부딪혔다. 인간 포탄이 돼서 갖다 박았으니 기절했을 것이다.
수면 가스로 재울까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적당히 줘패 두지 않으면 정신을 못 차릴 새끼들이다.
이런 병신 놈들은 매콤한 인실좆 맛을 쪼끔만 봐야 겸손과 예절이 몸에 주입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현 시간부로 예절 주입비를 결제하겠다.”
나는 기절한 놈들의 품 속을 뒤졌다.
소매치기는 아니고, 우리 친구들이 뭔가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게 있나 점검하려는 것이었다. 동물 드론이 막힌 상황에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아다 서유기‘s의 품에서 공통된 책자를 1개씩 루팅할 수 있었다.
“……뭐여 시팔. ‘마법 가득 마기마기’?”
존나 어썸한 네이밍 센스로군. 나는 이 새끼들이 쓰던 마법 술식이 적힌 책자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딱 봐도 마법사 길드의 마도서를 베낀 건데 워터마크까지 박혀 있다. 이거 웃기는 새끼들이네.
‘불법 복제본인가? 대충 뭔지 알 만 하군.’
마법사 길드에서 관리하는 마법들이 이런 식으로 유출되고 있는 걸까? 나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그치만 마법사 길드가 허락할 리가 없는데?’
내가 <타오르는 손길(Burning Hand)> 같은 마법을 아딱 모험가 겐트릭 할배에게 샀을 때는 개인 간의 거래였다.
말하자면 일본의 전통 씹덕 행사에서 만화나 게임의 2차 창작물을 파는 것과 비슷한 행위다. 규모가 작기에 악을 쓰고 축출할 것까진 없다. 아니꼽지만 눈감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해서 마법사 길드의 상품으로 장사를 한다면 얘기가 다르지.’
그건 마법사 길드에게 정면에서 싸움을 거는 셈이다.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세계는 저작권 침해의 대가를 피로 치룬다.
아마 어지간히 무식하거나 자신감이 있는 단체인가 보다.
‘그도 아니면 이 놈들도 좆만한 영세업자던가.’
─툭!
나는 책자를 읽어보고 대충 그 새끼들의 품 안에 돌려줬다.
이 문제는 마법사 길드도 알고 있을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건 내 관할이 아니었다. 무의미한 오지랖은 금물이다.
‘해결하려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문제야. 내가 끼어들려면 각 잡고 나서야 한다는 소리지.’
나는 범죄행위에 공분하는 올바른 민주시민이지만, 이렇게 난해하고 골치 아픈 분쟁에 머리를 내밀 생각은 없었다.
지금 그렇게 하기엔 내 코가 석자다. 일을 마무리 지으러 와서 일감을 늘리면 쓰나.
‘아무튼 이 씹새들한테도 상사나 의뢰주가 있다면, 뭐든지 건질만한 정보가 있겠지. 조사해 볼까.’
그냥 아딱이 트리오가 이 넓은 산의 구석탱이를 점유하고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뭐겠는가. 황금 늑대를 잡고자 하는 거라면 저럴 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이 놈들은 따까리일 가능성이 높았다.
─슥.
넝마를 뒤집어 쓴 놈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삼장 법사에게 ᚦ(Thurisaz)의 룬을 박아서 깊이 재운 나는 그 새끼의 뇌에 룬 마법의 텔레파시를 날렸다.
─법사님…… 들리십니까……? 저는 지금 당신의 대뇌피질에 직접 말을 걸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레드 썬 타임이다.
멍청하고 건방기지는 했어도 죽을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니까, 심폐정지술로 심문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