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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562화 (562/1,009)

“나의 능력을 조심해라, 그린 랜턴 빛──!!!”

번쩍─!! 내 마나의 색인 녹색이 하늘에서 폭산했다.

피라미드까지 수 km는 있었을 거리가 한 번에 줄어든다. 하지만 언데드 드래곤은 그 스피드조차 무색할 정도의 초고속으로 날아와서는 입을 쩍 벌렸다.

─콰아아앙!!

누군지 모를 사람이 피라미드의 문을 부수고 1초만에, 저 드래곤의 주둥이는 튼튼한 고대문명의 상반부 절반을 갈아버렸다. 돌 파편이 흩뿌려지는 모습은 파괴의 화신 그 자체였다.

내 절대천공영역보다 2배는 넓은 범위와 출력의 돌진!

황금의 피라미드는 수천 조각의 바윗덩이로 부숴지고 터져나온 충격파가 검은 색의 어둠과 음의 마나를 터트려대면서 독가스처럼 폭산했다.

“눈보라 휘날리며─!! 흩날리는 돌가루가─!!”

내가 그렇게 외칠 수 있었던 건, 오직 그 주둥이에 먹히기 직전에 내가 피라미드의 바닥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이었다. 시련이고 뭐고 다 좆창난 와중에 룰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촤아아악!!!

구멍을 뚫고 미끄럼틀처럼 내려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매끄럽게, 대각선으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내려갈 수 있을 공간을 만들었다. 달인들은 제 발로, 마법사와 정령사인 둘은 마법으로 몸을 세우며 자세를 잡았다.

“노르드!! 네 연이은 대활약은 좋다만, 방법은 있나!!”

“큿, 이렇게 된 이상은 제가──”

“존나 에퀴녹스 년 본체만 찾아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뭔가 말하려는 티르시의 말을 끊고 외친 순간이었다.

──투콰아앙!!

내가 뚫은 통로를 갯뻘 갯강구 구멍에 뱀이 고개를 쑤셔박는 것처럼 박살내며, 드래곤의 대가리가 구멍 안에 머리를 내밀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공간을 헤집으며 지 날개 힘으로 암반을 갈아대는 것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나는 그 시체 용의 주둥이에서 희미하게 일렁거리는, 그렇지만 오한이 들다 못해 머리카락이 쭈뼛 서 버릴 정도의 막대한 마나을 눈치채고 비명을 질렀다.

“야 이 씨발럼아!! 브레스는 진짜 선 넘었지!!”

언데드 드래곤은 내가 뭐라 떠들던 반응도 하지 않았다.

푸화아아아아──!! 용의 주둥이에서 브레스가 터져나왔다.

“제길!!”

길다트가 땅의 마나를 쥐어짜며 검을 뽑았다. 에고 소드가 찬란한 마나를 뿜었을 때, 나도 부적에 내 마나의 5할 이상을 퍼부었다.

“도려내라, 멜마르트!!”

“아니다 이 악마야, 내 앞에서 사라지지!!!”

검을 앞세운 길다트의 두 팔이 피보라를 폭발시키며 옷과 근섬유를 쏟아냈다. 마스터 클래스의 몬스터가 뿜어낸 말도 안 되는 공격을 잠시나마 베어낸 대가였다.

“……커흑!!”

길다트가 버틴 것은 고작 2~3초였다. 하지만 무의미하단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뇌가 터져라 힘을 쥐어짜낸 내가 룬 마법을 발동할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이었다.

“브레스, 피해욧!!!”

─파아아앗!!

만다라를 띄우며 ᚦ(Thurisaz)의 룬을 전개했다.

언데드 드래곤의 전신이 빛으로 감싸였다. 눈 앞이 아찔해 질 정도의 마나가 시야를 가린 뒤, 언데드 드래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됐다, 이 씨팔럼!!”

“노르드, 진짜 최고에요!!!!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에요?!”

“최대한 멀리까지 날려줬습니다! 해치운 건 아니에요!”

티르시가 눈물까지 흘리면서 껴안길래 나는 긴장감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그녀를 살짝 밀쳤다.

솔직히 시전하면서도 반신반의였다. 발퀴리에를 상대로는 너무 빨랐기에 시도해 보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언데드 드래곤이 커다란 게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NNNnaAAAAaaaaaaaaaaaaaaaaaaa!!!】

〈Kyaooooooooooooooooooooooooo!!!〉

하지만 세상사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드래곤이 사라진 순간, 그 새끼의 허리인지 등인지에 타고 있던 새끼들이 미끄럼틀 통로에 착지한 것이었다.

스켈레톤 수준으로 보이는 도마뱀 뼈 병사들이 있나 하면 명백히 인간으로 처 만든 데스 나이트들도 있었다. 우리들은 제트코스터 급의 속도로 미끄러지며 대응했다.

“동방을 흐르는 흙의 마나여! 대지의 정령이여!”

정령마법의 주문을 영창한 엘리자베트가 미끄럼틀 통로에 방지턱을 높게 세웠다.

잡몹들은 거기에 걸렸지만 데스 나이트들은 발이 멈출 걸 우려한 듯 점프하고서, 벽이며 천장을 박차대며 미끄러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돌격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뛰면 오히려 회피하기 어렵고 움직임을 읽히기도 쉬워지는 법!

네페르티티가 굵은 오러를 감은 채찍으로 한 놈을 쳐날려버리고, 오프툼의 오러 차크람이 활을 든 놈의 무기를 잘랐다.

【Aoooooooooooooo!!】

하지만 상대의 숫자가 숫자였다. 요격을 피해낸 2체의 데스 나이트들이 양측에서 영창 중인 티르시를 노렸다.

“……마법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건 네페르티티였지만, 그녀가 순간 입술을 깨무는 게 보였다. 채찍을 날린 직후였기에 반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네페르티티는 순간적으로 티르시의 어깨를 밀쳤다.

─콰득!!

창에 가슴을 뚫릴 뻔 했던 티르시를 밀쳐내고서, 네페르티티는 어깨를 칼에 꿰뚫렸다.

비행을 유지하며 주문을 외우고 있던 티르시는 눈을 크게 뜨며 안색이 새파래졌지만,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 했다.

“……윽!”

네페르티티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검의 손 보호대에 채찍을 걸고 발차기를 날렸다. 오러를 실은 검을 저대로 휘두르게 두면 치명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으적!

그녀의 무술에는 권각술도 포함돼 있는지, 채찍만큼은 아니어도 미약한 오러가 깃든 발차기가 공격을 가했던 데스 나이트의 머리를 목뼈 째로 뽑아냈다.

【AAAAAaaaaaaaaaaaaa!!】

그렇게 한 마리를 물리쳤지만, 다른 한 마리가 창을 찔러들면서 포효성을 내질렀다.

어깨를 깊게 뚫린 채 꽂힌 칼도 뽑지 못한 네페르티티에겐 채찍을 놓치지 않는 게 고작이었다. 길다트는 브레스를 막고 나서부터 팔의 상처가 컸다. 나밖에 없었다.

“꺼져, 새꺄!!”

급하게 펼친 오러의 막을 방패처럼 휘둘렀다.

연이어서 큰 마나를 사용한 대가로 집중력이 흐려진 걸까. 두께가 모자란 실드는 창에 관통당했다.

좆도 알 바가 아니었다. 나는 마나 실드를 뚫은 창이 몸을 찌르기 전에 옆으로 비틀면서, 허리의 틈을 노출한 데스 나이트에게 관수를 찔러넣었다.

─투콱!! 데스 나이트의 허리가 박살났다. 놈은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처럼 내 명치를 팔꿈치로 찍으려 했다.

【……아, 아아아!!】

하지만 그 공격은 실행되지 못했다. 흑마법에 사로잡힌 그 데스 나이트의 영혼에 내 손이 맞닿았기 때문이었다. 울프헤딘의 힘에 의한 성불 작용이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내 등 뒤에서 빛나는 역광을 눈치채고, 움직임을 정지한 데스 나이트를 번쩍 들었다. 룬으로 야수회귀의 마나를 시체에 덮고 온 힘을 다해서 내던졌다.

“뒤졌으면 얌전히 성불이나 해, 개자식들아!!”

─쾅!! 달려오던 놈들은 오러를 실은 무기로 동료의 시체를 난도질했다.

하지만 야수회귀의 마나까지 부여된 데스 나이트의 시체는 튼튼했다. 다른 데스 나이트들도 단칼에 베지는 못한다. 내가 노린 건 그 점이었다.

“〈한빙의 화살비(Arrow rain of Freezing)〉!!”

멈칫한 데스 나이트와 언데드들은 티르시의 마법에 얼어붙었다.

좁은 통로에 빼곡하게 몰아친 냉기다. 피할 수도 없고, 저 훨씬 뒤편에서 달려오던 놈들까지 싸그리 얼음으로 굳혀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이걸로 마무리다!》

발퀴리에를 족쳤던 마법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었기에 즉사시키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두지 않고 날아든 오프툼의 오러 차크람이 10개 넘도록 통로를 헤집었다.

남은 데스 나이트들은 치명적인 데미지를 받고 파괴당했다. 달인 간의 싸움은 누가 먼저 오러를 맞추느냐의 싸움이기도 했으니까.

─부웅!

그때 미끄럼틀이 끝나며 부유감이 느껴졌다.

천장이 멀어지며 중력이 끌려 추락하는 감각이 엄습했다. 내가 마법으로 피라미드의 깊은 곳까지 원큐에 뚫어버렸기에 마지막 층까지 떨어져내린 것이었다.

“네페르티티!”

나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몸을 던졌다. 힘없이 떨어지는 네페르티티가 보였기 때문이다.

바닥에 곤두박질 치려는 그녀를 슬라이딩으로 받았다. 내 얼굴에 피가 튀었다.

“읏……!”

얼굴을 찌푸리며 신음하는 네페르티티의 어깨는 뼈가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나는 곧장 석판에 손을 넣었다.

─와르르르! 뒤늦게 파티원들이 착지하고, 언데드들의 무력화된 시체가 쏟아졌다. 얼굴이 굳은 티르시가 바람 마법으로 몸을 겨누며 달려왔다.

“네페르티티!”

“상처가 큽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왼팔을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

나는 네페르티티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히며 말했다.

“칼부터 뽑을게요. 아프진 않을 테니까 괜찮아요.”

─휘리릭! 침착하게 칼에 룬을 새겼다.

ᛒ(Berkanan)의 룬으로 칼을 단검으로 바꿨다. 길이가 짧아졌기에 환부에 꽂혀 있던 칼날은 사라졌다. 상처를 막던 게 없어지자 피가 쏟아졌다. 지체없이 포션 병을 열었다.

“기다려요, 노르드! 바로 회복 포션부터 쓰면 환부에 독이 올라올 거에요!”

칼날을 확인한 티르시가 막았다.

시발, 칼에 독이 발라져 있었다니?

아니, 어쩌면 시독(屍毒)일지도 몰랐다.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차라리 티르시에게 치료를 맡기고자 옆으로 비켜 앉았다. 티르시는 작게 신음했다.

“……뼈까지…. 기다려 주세요. 일단 후유증이 생기지 않는 걸 우선할게요.”

그녀는 나로부터 받은 포션 병을 내려놓고 본인의 포션을 꺼냈다.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며 네페르티티는 손을 떨면서 포션을 솜에 적시는 티르시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제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내가 약했을 뿐. 네가 우는 건 이상해.”

잘 모르겠다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오딘의 눈으로 혹시 모를 저주 같은 걸 확인했지만, 성수까지 완비해서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티르시를 보고서는 마음을 놓았다.

심한 상처지만 즉사 수준은 아닐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공주님. 길다트는요?”

“……상처가 조금 크지만, 괜찮아. 내 물의 정령은 치유도 잘하니까.”

엘리자베트가 길다트의 환부에 포션을 흘려주며 말했다.

피해는 심각하지만, 죽은 사람은 없나. 다행인 일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환자마다 치료할 사람이 붙은 걸 확인하고 일어서려다가, 뒤통수에 칼이 꽂힌 두통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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