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치뤄졌다.
여관 방에서 마시기도 좀 그래서, 우리 가족과 오프툼은 대낮부터 여관의 고급진 독실을 빌려서 우아한 아침 술판을 벌였다.
참고로 돈은 오프툼이 냈다.
〈거 몇 번째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네만, 이거 내 처지도 우습지 않나!〉
그는 독한 술을 슥 들이키고 말했다.
〈수렵신님의 과업, 좋다 이거야! 그런데 이래서야 어디 교단에 돌아갈 수나 있겠나? 나 이제 죽소~ 하고 폼이란 폼은 다 잡아놓고 살아남았는데! 그나마 작별인사라도 안 하길 다행이지!〉
〈으히히! 아조시도 고생이 많내! 자자, 한 쟌 쭉 들이켜!〉
어느새 꼽사리 낀 오드리는 깔깔대며 오프툼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마나를 품은 소재로 빚은 존나 비싼 술이었는데, 이 세상에서 그런 소재가 고급 포션이나 매직 아이템에 쓰인다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비싼 건지도 썩 감이 올 것이었다.
내 입에 들어간 술잔만 계산해도 사르가디스의 우리 집을 2채 정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드리는 그런 술을 따르다가 빈 병을 찰랑거렸다.
〈얼라리요오? 벌써 다 마셧나 보내애?〉
〈그런가? 또 1병 더 시켜야겠군.〉
심지어 오프툼은 그런 술을 계속 주문하기까지 했다.
제대로 플렉스를 하는군. 누가 보면 살아난 게 아니라 시한부 선고라도 받은 줄 알겠어.
중간부터 서빙하는 게 직원이 아니라, 나보다 더 귀족처럼 생겨먹으신 높은 분들로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명예, 권위, 재력의 3박자를 갖춘 우리에게 찾아온 VVIP 서비스인 것이다.
어영부영 계를 탄 오드리는 깔깔대면서 웃었다. 전직 괴도답게 술을 싫어하진 않는 모양이었다.
〈이 아즈씨 무지 화끈하내! 돈도 많나 바?!〉
〈으음. 모 영주한테 받아놓고 방치했던 저택도 처리분했고, 사냥 외엔 쓸 곳이 없어서 돈다발도 전부 쌓인 교단에 재산을 환원하려 했거든. 그걸 죄다 돌려받았으니 가진 건 돈 뿐이구만.〉
〈……큥♡〉
큥은 지랄 염병이.
우리는 그렇게 만취했고, 오프툼은 못 걷겠다며 우리가 묵는 여관에 방을 잡았다. 이제 와서 교단으로 돌아가려니 골치가 아팠겠지.
존나 안타까운 처지긴 한데, 나로부터 한 마디 하자면 결국 죽는 건 면했으니까 대충 좋은 결말 아닌가~ 싶을 따름이었다.
돈 많은 부자를 상대로 자궁이 큥큥한 오드리가 괜한 짓 못하게 발퀴리에를 1마리 붙여놓고, 우리 가족도 오순도순 방으로 컴 백.
그리고 백주대낮부터 술통에 머리를 꼴아박았던 대가는 어메이징했다.
─찰싹.
“그대여, 나의 그대여♡”
술자리 때부터 안주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내게 찰싹 달라붙어 있느라고 가족 일동의 걱정을 샀던 베로니카는, 술기운이 오르자 한 술 더 뜨기 시작했다.
“정말 좋아♡ 주인님, 키스♡”
─쪽, 쪽♡
내 무릎에 올라타서 가슴에 손가락을 문지르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나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주체 못할 애정을 자제심이 녹아내린 뇌에서 줄줄 흘려대는 느낌이었다.
이유는 알겠다. 일족의 저주를 푼다는 가능성이 이젠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 아니던가. 애정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이성이 술과 고마움으로 날아간 거겠지.
“주인님 최고, 사랑해♡”
덕분에 내 술잔을 채워주며 만취해버린 그녀는 이런 꼴이었다.
“주인님 최고, 사랑해♡ 주인님 최고, 사랑해♡ 주인님 최고, 사랑해♡ 주인님 최고, 사랑해♡ 주인님 최고, 사랑해♡ 주인님 최고, 사랑해♡”
“흐으으으……”
베로니카는 고장난 테이프처럼 내 귀에 애교를 퍼부었다.
나는 귓가에서 계속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에 신음을 흘렸다. 취기로 눈앞이 돌고 있었다.
달인이 되서 오른 주량도 마나가 포함된 술에는 의미가 없었다. 방어 관통 데미지처럼 취기가 내 뇌에 파고 들어왔던 것이다.
원래 술버릇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잖은가. 우리 베로니카가 취하면 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타입이라는 건 저번에 봐서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야, 프랑. 거기 누워 있지 말고 침대로 가.”
“시러어어…….”
“일어나라니까? 아 씨, 그 선인장 쥬스인지 뭔지 마시고 힘만 쎄져갖고. 이불이라도 갖다 줘?”
“필요 업서어…….”
프랑은 침대에 눕혀주려는 다나에게 떼를 쓰며 소파와 혼연일체가 됐다. 영약을 먹고 벽을 깨부순 것일까. 저 정도면 거의 신검일체의 소파 버전을 자칭해도 되겠다.
─불쑥.
그렇게 알딸딸한 느낌을 만끽하고 있는데, 그런 내 눈앞에 하얀 뭔가가 튀어나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티르시였다.
시발 깜짝아. 순간 누가 흰 이불이라도 던진 줄 알았네.
“아니 근데, 티르시는 왜 또 울어요.”
설마 이 아가씨는 또 술버릇이 우는 거야?
취하면 자는 프랑과, 했던 말을 반복하는 베로니카에 이어서 우는 티르시인가. 아주 각양각색이군 그래.
‘이쯤 되면 라리루라의 술버릇도 궁금해지네.’
우리 후배님은 은근히 똑 부러지는 타입이라서 꽐라가 된 걸 본 적이 없다. 첫날밤도 계획적으로 주량을 조절해가며 날 덮친 거였고.
그보다 얜 방으로 돌아와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네.
“치사해.”
그건 어쨌든, 티르시는 울먹거리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그리고서 베로니카에게 안긴 건지, 아니면 베로니카를 안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만큼 뒤엉킨 나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나도 노르드한테 안기고 싶어요! 안길래! 나도 쪽~ 할래애──!!”
“으어어어, 흔들지 마십셔……! 토할 것 같애……!”
“베로니카만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입술을 삐쭉대며 생떼를 쓰던 티르시는 술냄새 풀풀 풍기는 입술을 내 모가지에 처박고서 잘근거리며 깨물어댔다.
아프지는 않다. 차라리 애무의 일종에 가깝다.
“아주 극락 나셨군. 그렇게 적당히 좀 마시지.”
다나가 프랑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혼자서 취기와는 연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 누나는 어쩌면 술의 여신이 아닐까? 물 속성에 적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 물(알코올)의 적성인 거 아냐?
“흠터레스팅…….”
“또 뭐 병신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겠네.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내가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냐?”
“존나 당근빠따죠. 자동차가 기름을 넣어야 굴러가듯, 러시아 인도 적당한 양의 보드카를 넣어야 머리가 굴러가는 법이라고.”
그리고 곰은 러시아 인이고, 한국인은 곰의 후손이다.
즉, 우리 한국인도 보드카를 한 잔 걸치면 지능 수치가 올라갈 것이 틀림없다. 당장 지금 내 논리 전개력만 봐도 평소의 3배는 되겠네. 이게 로지컬 씽킹이지.
“ᚦ(Thurisaz).”
나는 일단 베로니카와 티르시를 밀고 수면의 룬 마법을 갈겼다.
수면 가스랑 다르게 효력이 후달리지만, 그만큼 몸에 안 좋거나 하지는 않다. 술에 취한 그녀들은 바로 꿈나라로 날아갔다.
나는 골아떨어진 그녀들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Tag: Sleeping.”
사티스도 룬 마법을 좀 더 파라고 했고, 연습한 셈 치자.
다나는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가, 만약 까먹으면 다시 설명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처럼 할 말이라는 걸 꺼냈다.
“그 왜, 사냥의 여신님이 했던 말 기억 나?”
“아암, 기억 나지! 누나가 나를 신으로 섬기기로 했었잖아!”
─훌러덩! 흥이 오른 나는 바지를 벗어버리고서 깡총걸음을 뛰었다. 발기한 자지가 닌텐도의 걸작 짐승의 숲에서 집에 장식해 둔 메트로놈처럼 까딱거리며 미트 스핀을 벌였다.
“자! 이리 오너라, 내 어린 양 다나야! 예배하자 낑낑!”
“꺄아아앗?!”
다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흑산도 다크-구렁이에 기겁하며 비명을 지르고서, 그런 자기가 마음에 안 든 것처럼 빨개진 얼굴로 내 자지를 한 대 쳤다.
“이 씹새끼가 야부리 털더만 취한 거 맞네!!”
─찰싹!
“어악!! 뼈 맞았어!!”
내 궁극의 꼴마초의 흑룡은 뺨따구 좀 맞는다고 아파하진 않았지만, 그 쥬지가 옆으로 튕겨나오며 골반뼈를 쳤다. 나는 엄살을 부리며 후퇴했다.
“내가 왜 널 신으로 섬겨? 백 보 양보해서 남편으로 섬기는 정도라면 해 줄…… 아 씨, 아무튼!”
다나는 혼자 꿍시렁대다가 또 뭐가 문제였는지 얼굴을 확 붉혔다.
“자꾸 까불면 화낸다. 애초에 내가 니 수녀인지 성녀인지가 되면 뭐 어쩌게. 너는 진짜 신이라도 되려고?”
“꼭 그렇진 않은데, 신이 아니어도 신을 잡을 순 있어야지. 천공신 까불면 나한테 죽어.”
“놀랍게도 그 분은 이미 골로 가셨답니다.”
“설정 상으로는 죽었는데 자꾸 얼굴을 비춰대는 타입의 스승인 것.”
“아하, 그건 망령이에요. 엑소시즘 받고 와.”
“수호신 상대로 개지랄 하려다가 일 터지는 게 호러 영화 도입부 그 자체잖슴. 우리 그러다 랑종 찍는다 랑종.”
“그게 뭔데 씹덕아. 갓세계 킹스터 촌년도 알아듣게 설명해.”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내용을 요약해서 말했다.
“무당한테 신내림 하려다가 바람맞은 수호신이 악령들 상대로 끼요요욧 거린 끝에 지벳! 당하는 호러 영화.”
“절반이 개소리인데 대충 알아들은 내가 싫다…….”
셰이드의 꿈에서 영화가 뭔지 체험한 다나는 내 의성어 섞인 묘사를 알아듣게 돼 버린 자신의 타락도에 좌절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씹, 어쨌건 내가 하려던 얘기도 딱 그거야. 그 신내림이란 거.”
“내.”
“수렵신님이 그랬잖아? 나더러 신내림을 받은 것 같다고. 아, 너도 신내림이 뭔지는 알지?”
“알지.”
21세기 식으로 말하자면 오버 소울 빙의합체의 신(神) 버전이다.
티르시의 〈강림〉 모드도 신내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옛날에 울 엄마한테 살짝 들은 게 다라서 정확하게는 모르는데, 신내림이라는 건 빙의당한 인간의 자아란 게 없어지는 상태인 걸로 알거든?”
다나는 발퀴리에 1마리를 불러오며 말했다.
“하지만 신이 몸을 빌렸다가 떠나주면, 굉장한 열을 앓다가 영적인 능력이 각성한다더라고. 신내림이 재앙인지 축복인지는 빙의한 신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거지.”
“흐으으음……. 글쿠만요…….”
나는 일단 다나의 몸에 아픈 곳이 없다는 걸 잘 아는 처지였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름 없는 여신이 다나에게 해를 끼쳤을 리도 없으니까 영 긴장감이 안 생긴다.
술 기운이 돌아서 생각을 굴리기 어려웠던 탓도 있다.
취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이건 「상식」이잖아?
“아마 결혼식 날,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났었던 이름 없는 여신님은 내게 신내림을 하셨던 거야. 신성력이나 권능은 없어도 그 정도는 가능했겠지.”
다나는 그 날을 반추하듯 말했다. 나도 이번엔 대충 알아들었다.
무일푼이어도 거처를 옮기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었다. 다나의 몸에 잠시 깃들었던 이름 없는 여신은 그대로 소멸했던 거겠지. 이해가 가는군.
그리고 머리가 띵하군.
단 거 먹고 싶다. 다나한테 모유가 나오는 마법 걸어보고 싶다.
“운 좋게 빛의 마나를 다루는 전문가도 있고.”
다나는 발퀴리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 애한테 빛의 마나를 다루는 법부터 배우려고. 조금 더 익숙해지면 수렵신님 말마따나 섬길 신을 정해야겠지만, 지금 우리 상황을 생각하면……”
뭔가 말하던 다나는 입을 다물었다.
혹시 은근슬쩍 접근해 온 내가 그녀의 상의에다 머리를 집어넣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가능성은 컸지만, 어쩌면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쏘옥.
나는 널널한 상의에서 머리를 빼내면서 조그만 브래지어를 꺼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우리 눈나 바지춤에 손가락을 걸쳤다가, 손을 붙잡혔다.
다나는 차분하게 웃었다. 등골이 쭈뼛 섰다.
“……야. 나, 진지한 얘기 중이다?”
“흠. 우리 눈나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나는 취기에 등을 떠밀려서 개소리를 읊었다.
“어둠과 음의 마나처럼, 빛의 마나는 빛과 생명 모두 포함하는 마나지. 빛의 마나가 치유 마법에 쓰이는 것도 그래서고. 여기까지는 내 말이 맞지?”
“혀만 움직여. 손목 꺾어버리기 전에.”
다나는 팬티에 들어가려는 손가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시발, 안 되나.
“2분 줄게. 마저 말해 봐.”
“내 고향에서는 음양합일이라는 단련법이 있거든. 섹스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기 위한 행위잖아. 그러니까 빛과 생명의 마나의 훈련에도 보탬이 될 거야.”
“콧구멍으로 들어도 개소리인데 살짝 혹하네. 1분 13초.”
“마력공급은 자지로 하는 거라고 전통문학에도 적혀 있고, 내가 연습을 방해하면 그 방해를 극복했을 때 더 효과적인 훈련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18초.”
십팔.
나는 뒤로 물러나서 풀발한 자지를 까딱거렸다.
“눈나, 나 자지가 이상해…….”
“8초. 7, 6, 5, 4, 3, 2……”
─쪽.
나는 혀만 쓰라는 다나의 명령대로 했다. 혀로 혀를 눌러서 카운트다운을 멈추고, 다나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나서 입술을 떼며 히죽 웃었다.
“쫄려?”
“……또 까불지?”
“까부는 건 누나지. 지금까지 백전백패면서.”
저항이 약해진 보지에 손가락을 넣었다. 젖지도 않은 보지는 그것 나름대로 만질 맛이 났다. 몸에 힘을 뺀 다나는 내 눈을 피했다.
“……저번에 다 같이 덤벼서 한 번 이겼거든?”
“그럼 이번엔 혼자서도 이겨보면 되겠네.”
다리 한짝을 들면서 바지를 벗겨냈다. 팬티까지 벗기자 여성스러운 허리와 골반이 새삼 꼴렸다.
─휙!
나는 그녀를 장난감 들듯 들어서 무릎에 앉히고 말했다.
“결혼식 날 받았던 축복이잖아. 이렇게 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겠어?”
그 이름 없는 여신도 번식행위에 호의적이었다, 이 말이지.
“……마, 맘대로 하던가.”
다나는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 음흉한 손길을 퉁명스럽게 허가했다.
나한테 따먹히면서 하는 야매 운기조식.
영적인 능력이건 보지건, 최소한 하나는 확실히 개발될 훈련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