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전부터 말 한 마디 않던 다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 뻔한 리액션에 베로니카는 너스레를 떨면서 집게 손가락을 붙였다가 뗐다.
“몸을 쓰지 않는 마법과 지혜는 계집애나 할 법한 한심한 짓거리. 그게 신대의 사고방식이지. 실제로도 마법의 신인 오딘님은 여성체였잖느냐?”
“지혜가 여성성을 상징한다면, 뭐 맞는 말이긴 하네.”
나는 팔짱을 끼며 납득했다.
서든어택에서 칼전을 걸었다가 샷건에 맞으면 ‘쫄보쉑 좆 떼라’며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었던가. 그런 의미로 파악하면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상남자 특) 칼 한 자루로 다 해결함.’
알아듣기 쉬운 비유로구만.
내 분신인 브류나크가 왜 여자애 모습으로 나왔는가 하는 의문도 이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장장 100페이지 논문거리가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내 전공, 학위랑 무관한 논문이라고? 그건 그냥 땔감이잖아?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베로니카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전승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느니라. 로키 신께서 술자리에서 오딘님께 ‘계집애나 할 법한 셰이드나 해대는 한심한 놈’이라고 매도했거든.”
“뭐?”
“응? 왜 그러느냐? 아, 셰이드도 여성성이 짙은 주술이니라. 따지고 보면 남녀의 합작이기야 한데, 여인이 주도하는 의식이니 말이야.”
잠깐 삼천포로 빠져가며 설명해주는 베로니카. 그 설명은 아마 틀리지 않다.
정식 셰이드 절차에서 베로니카는 내 앞에 무릎 꿇고 자지에 키스하는 것부터 시작했지 않았는가. 게다가 실제 고증이 그렇다면 나도 할 말 없다.
내가 신경 쓰이는 건 그게 아니다. 로키가 술자리에서 했다는 매도 쪽이지.
“어쨌든, 프레이야 님이 해신의 무녀인 이유는 그것이다. 바니르 신족으로서 아스가르드에 살던 것은 친교의 증명이었겠지.”
“과연! 외국에 간 사절 겸 공주님이란 거네요!”
“하지만 단순히 바니르 신족의 수장인 뇨르드의 딸이라는 것만으로는 사절로 부적절하죠. 외교로 보낸 장식물이었다면 구신으로 꼽히지 않았겠고.”
내가 의문을 품은 사이에도 아내들은 하던 얘길 척척 진행했다.
나는 혼자 다른 고민을 하다가 그 내용을 입에 사탕 넣고 굴리듯 되뇌였다. 노트가 없으니까 걍 머리에 새겨둘 수밖에.
“아마 프레이야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빼어난 외모를 유용하게 쓰는 여신이었겠군요.”
“나도 같은 의견이니라. 몸을 섞은 신도 한둘이 아니었다고 하니까.”
티르시가 그렇게 기승전결의 결을 마무리했다.
‘색기와 지혜로 남자를 홀리는 여자 스파이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신전에서 기도하는 무녀.
한때 지구에서도 신전=섹스로 연결되던 시대가 있다고 하니, 생뚱맞은 소린 아니다.
그녀를 찾아오는 남신들과, 요염한 미소로 그런 남신들을 침대로 이끌고 정사 후의 필로 토크에서 현자타임에 빠진 남자들의 혼을 빼놓는 미녀라……
‘존나 상상하기 쉬운레후.’
분명 금발이 치렁치렁한 신이었겠지. 그야말로 원초적 본능.
프레이야라는 여신은 그냥 섹스에 미친 여신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지혜와 몸으로 아스가르드 중추까지 파고든 똑똑한 공주였던 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까 레티티아가 딱 그런 경우였네.’
그 녀석도 신좌를 낼름 받아먹을만큼은 됐군.
사람 본질은 못 속인다고, 레티티아도 프레이야 Mk.2다운 여자였던 것이다.
─딱! 베로니카는 도도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꾸나. 최고로 아름답다고 불린 구신, 프레이야님의 본질은 외모가 아니라 그 외모를 유용하는 지성(知性)이다. 동의하느냐?”
“……그래.”
대답하는 다나는 벌레 씹은 듯 어색해 보였다. 베로니카는 한 번 믿어보라는 듯 웃었다.
“그저 아름다운 얼굴로 발퀴리에의 수장을 맡을 수는 없느니라. 군사에게는 힘이 아니라 사고력이 요구되지. 프레이야님 자신의 강함은 구전되지도 않을 정도였으니 뻔할 뻔 자고.”
“아─! 알았어! 알았다고! 해 보면 될 거 아냐, 해 보면!”
계속되는 설득 아닌 설득에 다나는 체념한 듯이 외쳤다.
─성큼성큼! 당당하게 걸어간 다나는 항의하는 것처럼 황금 열쇠를 손에 붙잡았다.
“어디 그 잘난 프레이야 씨께서 남긴 유산에다 대고 물어보자고! 미(美)를 관장하는 여신님께서 나 같은 개털머리 껌딱지가 눈에 차는지, 아닌지!”
…멈칫.
당당하게 말한 것 치고는 머뭇거리는 다나.
그녀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열쇠를 못 돌리다가 나한테 곁눈질을 했다.
나는 픽 웃고 말했다.
“픽트의 이름 없는 여신님한테 받은 게 있잖아. 믿어 봐.”
“……멍청아. 그런 거 말고.”
이거 말고? 나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당연히 이름 없는 여신이 개화시켜줬던 영적인 재능이 여기 사용되는 걸까~ 하면서 긴가민가해 하는 줄 알았는데. 가장 큰 요인은 그거 아닌가?
다나는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편찬대대〉의 레티티아라는 여자도 너를 회유하면서 말했다매. 고고학적으로, 그, 프레이야 신이 그 뭐냐…… 전승에 따라서는 오딘의……”
“……아하.”
나는 무슨 말이 듣고 싶은지 눈치채고 웃었다.
이 누나도 참, 이상한 곳에서 귀엽다니까.
“그러게. 그 여자가 말했던 것처럼 프레이야가 정말로 오딘의 아내였다면, 누나랑 프레이야가 닮은 부분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겠어.”
사제장의 장녀와 해신의 공주.
학자랑 첩자.
짝퉁 수녀와 가짜 무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한 여신과 수녀.
하지만 나도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쪽팔린 멘트라는 건 잘 알지만, 나는 전혀 아무렇지 않단 것처럼 진지하게 말했다.
이 정도야 내가 예전부터 누누이 하던 말이었으니까.
“세상에 미녀가 아무리 많은들, 우리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말고.”
“푸으…….”
손으로 얼굴을 가린 다나는 입을 꼼지락댔다.
“……하여튼 주책이야, 진짜.”
그녀의 입술이 결국 참지 못하고 말려올라갔을 때, 다나는 열쇠를 돌렸다.
─찰칵.
신좌의 문은 맥없으리만치 간단하게 열렸다.
천공성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빛을 뿜었다. 나는 접근할 수 없던 천공성이 내 꿈 안의 공간에 고정됐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그걸 알았다면 망설일 것 없다. 나는 냅다 손을 내저었다.
“브류나크!”
“뺘!”
브류나크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다 안다는 듯 홰치며 덩치를 키웠다.
등배가 두돈반 뺨치게 광활해진 어깨깡패 브류나크는 우리를 감싸안고 검은 태양이 되어선 천공성으로 날아갔다.
─퍼덕!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위 성에 내려온 브류나크가 우리를 내려놓았다.
나는 한 발짝 먼져 구름에 내려선 예법에 맞춰 고개를 숙였다.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여신님.”
“……새끼가 고새 또 깝치네. 건수 잡았답시고 신났지, 아주.”
얼굴이 달아오른 다나는 투덜거리며 내 손을 툭 쳐냈다. 흐흐, 튕기기는.
낄낄댄 나는 천공성의 경치를 관찰했다.
오딘의 눈을 손에 넣었을 때, 셰이드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랑 비슷한 공간이었다. 웅장한 성채가 자리잡은 탓에 느낌은 확연히 달랐지만 말이다.
“저거, 아스가르드의 성 같은 건가?”
“모르겠구나. 하지만 다나 덕분에 여길 방문할 자격은 갖춘 모양이야.”
낮게 중얼거린 베로니카가 손을 들어서는 성의 정문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이제, 시험을 치르는 것만 남았겠지.”
정문에 하얀 날개옷을 입은 여신이 서 있었다.
그녀는 투구의 페이스 헬름을 올렸는데도 얼굴 윗부분이 어둠에 삼켜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숨을 삼키고 말았다.
방금 다나한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말한 건 내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진실의 입에 쥬지를 박고서 테스트해도 100% 통과하겠지. 하지만 내 개인적인 심미관과는 전혀 별개로, 그 여신의 아름다움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격절된 것이었다.
사람의 이상형이나 인종의 호불호 따위는 전혀 묻지도 않는다.
살짝 스쳐지나가듯 보기만 해도 심장이 가빠질 정도의 미모였다. 얼굴의 절반이 없고, 여기선 코 아래밖에 볼 수 없는데 말이다.
얼굴이 완전히 존재했을 무렵엔 대체 어땠을까. 상상도 안 간다.
“……윽!”
라리루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귀까지 붉어졌다.
마나가 많고 적은 것도 그 미모에 저항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걸까.
그 다음으로 마나량이 적은 프랑은 불안한 듯 내 손을 붙잡았다. 그걸 본 라리루라도 허겁지겁 내 뒤에 숨었다. 나는 숨을 길게 뱉으면서 눈을 반개했다.
신적 존재를 만난 경험은 몇 번 있다.
하지만 눈앞에서 레티티아와 같은 장비를 걸친 여신 사티스랑은 조금 달랐다. 위압감이나 전사의 감으로 느껴지는 강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다.
물론 감만 가지고 맹목적으로 믿은 건 아니다.
─키잉!
오딘의 눈이 실체를 갖춘 성을 분석했다.
마법의 술식이 읽힌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공간을 만들고 후세에 전하려면 마법이 필요하다. 창세의 권능은 신이 사망한 뒤에는 힘을 잃는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신대에서 가장 마법의 진리를 손에 넣은 자는, 다름 아닌 내 사수 겸 맞선임이다.
“좀만 기다려. 해석에 시간이 걸리네.”
하지만 그만큼 고등한 술법이었다. 마치 컴맹이 포맷 과정에서 떠오르는 문자열을 보는 것처럼, 저 술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낼 자신은 없었다.
…파아아앗!
단지, 그게 아무 소득도 없다는 건 아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폼을 수백 수천 번 돌려본 조기축구회 회장처럼, 내 마법적인 감각은 엄청난 영감으로 쉴새없이 자극받는 듯 했다.
예술가가 천재의 그림을 보고 감명받는 것처럼 말이다.
“…………흠.”
그런 감흥과는 별개로, 냉정침착한 나의 엘리트 대갈통은 분석결과를 차분하게 정리했다.
이 공간의 시련을 게임에서 도움말 읽듯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흐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심코 기쁨에 찬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흐흐흐흐! 크크크크! 크흐흐흐!! 크헤헤헤헤헤!!”
“……노르드, 어디 아파?”
“씨뺫!”
못난 브류나크 아빠의 웃음에 어안이 벙벙한 듯 입을 벌리는 네페르티티 모녀.
나는 약간 뻘쭘한 느낌에 머쓱해졌다. 아니 거 사람이 좀 웃을 수도 있지. 누가 사차원 엄마랑 그 자칭 딸내미 아니랄까 봐 아싸식 화법으로 팩트만 때리네.
“으흠. 다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나는 아내들을 기다리게 하고 프레이야의 분신 쪽으로 걸어갔다.
보폭으로 길이를 가늠하듯 발을 움직이는 걸이를 동일하게 맞췄다. 눈으로 보이는 감각과 영감으로 느껴지는 경계선을 조율하려는 시도였다.
‘1, 2, 3…… 여기.’
─절그럭!!
내가 예상한 지점에 발을 디뎠을 때, 날개옷을 입은 여신이 호령하듯 팔을 휘저었다.
그녀와 내 주변에 엄청난 숫자의 발퀴리에들이 치솟았다. 마나는 기본 풀 충전 상태. 자각몽처럼 꿈을 조종해도 사라지지 않는, 내 꿈의 이물질이다.
다시 말하자면, 저거한테 덤비면 뒤진다.
내가 폭주 모드여도 승산은 10%대일 것 같다.
“역시.”
사실을 확인한 나는 아내들이 간 떨어지기 전에 냉큼 뒤로 물러났다.
─철그럭.
그러자 프레이야의 분신도 팔을 내렸다. 하늘을 메울 기세로 솟아나던 발퀴리에들도 어그로 리셋 상태에 들어간 몬스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의 그대여. 어떻게 된 것이냐?”
“신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건가 봐.”
아내들한테 돌아간 나는 오딘의 눈으로 해석한 내용을 읊었다.
“도전자의 실력에 맞춰서 숫자가 늘어나는 구조 같애. 근데 우리는 자격 없이 다나를 응원하러 온 외부자 같은 거잖아?”
“그, 그래서 우리가 도전하면 큰일 나는 거야?”
심장이 벌렁벌렁하다는 듯 묻는 프랑이었다. 난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가 보더라. 자격 없이 덤비면 꿈속이라는 조건에서 생전의 군대를 완전히 꺼내는 모양이야. 솔직히 어떻게 대처할 레벨이 아닌 건 봤지?”
“……나 혼자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네.”
설명을 들은 다나의 표정이 절로 심각해졌다. 좀 생각하던 라리루라가 말했다.
“발퀴리에의 수는 도전자 나름이죠? 그러면……”
“아니, 도전자에 맞춘다고는 해도 최소 10명은 꺼낼 거야.”
“히엑…….”
“시, 신좌를 이어받으려면 기본은 해야 한다는 거구나. 조금 살벌하다.”
“최소한의 자격인 거겠죠. 좋지 않은데요.”
대화를 나눌 수록 다나만이 아니라 아내님들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그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다나 혼자선 절대 못 깰 시련이다. 미스릴 클래스가 10명이나 동시에 덤빈다면 인간 세상에선 거의 무적이다.
극히 일부의 마스터 클래스가 나오거나, 숫자로 찍어 눌러야 한다.
그런데 프레이야의 신좌에 도전할 권리를 가진 미스릴 클래스가 10명?
그런 걸 어디서 구하겠는가. 그렇게 데려온다고 쳐도 프레이야의 분신이 그걸 반칙으로 보거나, 또 추가 인원만큼 시련의 난이도를 높이면 끝장이다.
“크흐흐흐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다나가 눈을 빛냈다.
“야, 남편놈. 웃는 꼴을 보니 뭔가 방법이 있나 보다?”
“아암.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나는 천하의 비할 데 없는 미녀들의 시선을 만끽했다. 귀족이고 뭐고 우리 아내님들이 스고이─! 해 주는 게 백 배는 기분 째지는군.
“누나, 그거 알아?”
손가락을 들어서 천공성의 밖을 가리켰다.
다나는 그쪽을 바라보았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저거 혹시?”
“맞아.”
우주 같은 하늘에 흰 점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퓨우우우우웅─!!
모여든 하얀 갑옷의 여기사들이 하늘에서 일렬 횡대로 정렬했다. 프레이야의 분신이 천공성으로 날아든 그녀들을 슥 올려다보았다.
─철컥! 절그럭! 철컥!
발퀴리에들이 다나를 지키듯 내려섰다.
그 위치는 누가 봐도 내가 좀 전에 발을 디뎠던 경계선보다 안쪽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의 신좌는 아무런 반응을 않았다.
그럴 수밖에. 발퀴리에는 인공적인 혼백이다.
미희신의 신좌에 앉을 자격이 없다.
──즉, 시련의 난이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꿈에 들어오기 전에 준비해 두길 잘했군.”
오딘의 눈으로 해석한 결과가 증명되자 만족한 나는 왼팔을 벌렸다.
“까악깍──!!”
브류나크가 울부짖고서 팔에 와서 앉았다. 당연하지만 이 녀석도 신좌에 앉을 자격은 없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분신들한테도 그럴 자격이 있으면 〈편찬대대〉가 분신 마법부터 연구했지, 왜 애들이나 납치했겠는가?
“역시 사람은 발이 넓고 봐야지.”
나는 브류나크를 다나의 어깨에 얹어주었다.
다시 아니꼬운 예법을 지켜 봤는데, 다나도 내 정답지를 보고도 투덜대지는 않았다. 대신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남편이 친구 많은 건 감점 포인트라던데.”
“이 녀석들이랑 술 마시러 나가서 뺀질댈 일은 없잖아? 그럼 참아 주셔야지.”
“집에서 마실 때 술잔이나 따라달라 그래. 밖에 나갈 일 있으면 데려가고.”
시발, 이 누나야. 그럼 완전히 감시원이잖아. 내 얼탱이가 나가려 하자 베로니카가 대신 외쳤다.
“다나! 몇 개체 쯤 잃어도 어쩔 수 없느니라! 네 안전을 최우선시하거라!”
“걱정 마. 이제 그 엘프 늙은이 때 같은 실수는 안 할 거니까.”
브류나크를 어깨에 얹은 다나가 허공에 마법을 새겼다. 픽트의 마법이 꿈속까지 찾아와준 발퀴리에들을 한층 강화했다.
“이렇게 떠먹여주기까지 했는데, 못 받아먹으면 쪽팔려서 못 살지.”
다나는 차갑게 미소지으면서 경계선을 밟았다. ─절그럭! 프레이야가 10체의 발퀴리에를 소환해 공격진형을 갖추게 시켰다.
하지만 그 모습에 조금 전 같은 위엄은 없었다. 나는 그게 지당하다는 듯 웃었다.
“시험에 합격할 녀석은 말이지. 시험장에 오기 전에 이미 붙을 실력을 쌓고 오는 거야.”
그렇지 않고 운에 맡기는 식으로 시험을 친다? 우리들 같은 먹물쟁이가 그러면 못 쓰지.
발퀴리에의 숫자 차이는 2배.
내 어둠과 음의 마나를 관리해주는 자산관리사 브류나크 양도 있다.
승산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나는 다시 웃음을 못 참고 낄낄댔다.
“얘야. 시험이란 원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그러니까 인생이 더 재밌는 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