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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니아 공화국(가칭)의 첫 공식행사이자 축제.
이름 붙이길 〈은애절〉이 시작하기 하루 전날.
“죽음은 신의 완성이잖아!! 그렇지 않아?!”
저택 뺨치는 수도 여관에서 로키는 원하지 않는 수술을 받아들이는 안아키스트의 5단계를 거쳤다. 지금은 대충 수용 단계 직전일 듯 하다.
“수술 받고 쉬면 상처도 낫는다는데 뭘 그렇게 죽상이야?”
“인성 파탄난 배신자쉑 어서 오고.”
분풀이처럼 셰프가 정성을 다해서 만든 요리를 우걱거리는 로키.
그녀가 말하는 ‘치료받기 싫은 이유’란 이러했다.
“걔들이 날 치료해주겠다는 이유가 뭔지 알아? 자기들이 간섭 못 하는 동안, 【중간 가지】를 나 혼자 둘러보고 관리하고 수습하라는 소리라고!”
“좋네. 인간세계의 관리자. 타이틀 끝내주는데?”
“죽을래? 이미 인간의 시대는 밝았어. 예언과는 다른 형태라지만 이렇게나 사람이 사람을 이끌게 된 시대에 뜬금없이 ‘나 로키다’ 라고 등장한다고 내 말을 따라줄 것 같애?”
찡찡대며 스트레스성 폭식 증세를 보이는 로키. 할망구의 주책은 봐 주기 힘들군.
나는 적당히 술잔을 입에 댔다.
“거 걱정도 팔자셔. 신앙과 권력의 중재하는 게 왜 니 일이냐?”
“내 일이 아니라고? 왜?”
“이 치매할매야. 내가 로키 코인에 꼴박한 돈이 얼만데 상폐되게 두겠냐고.”
이 잼민이 비쥬얼의 신이 잠자는 숲속의 여신님 모드에 들어가 있는 10년.
나는 포모나 교단을 시작으로 로키 신앙을 부흥시킬 예정이었다.
“인간의 시대라지만 종교의 힘은 강력해. 저기 하늘 위의 신들이 언젠가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면 인간이 신을 깔아보는 풍조가 생겨도 곤란하고.”
신의 실존을 증명 못했던 지구에서도 종교계의 파워는 강력했다.
그리고 그건 신의 위엄 때문이 아니다. 종교를 뒷받침하는 신도들, 기부금, 법률, 향수병의 혼종 칵테일 정책 덕분이지. 나도 가능한 것들이다.
“언제고 재림 로키가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면서 평화를 기원하는 종교가 되겠군. 10년 정도면 기틀을 다지기엔 여유로운 시간이야.”
─찰랑. 나는 와인을 들이켰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소일거리로는 적당하지. 이후의 통치는 너를 따르는 종교를 써서 해나가면 될 일이고. 자고 일어났을 때 놀라지나 마.”
마흔살 찍고 댄디 마초가 된 노르드의 잘생김에 지려버려도 책임은 지지 않을 것.
“……그, 그런가? 그게 그렇게 되나?”
로키는 이상한 표정으로 음식을 우물거리다가, 슬쩍 내 눈치를 봤다.
“음, 뭐, 그 정도라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네.”
“알아들었으면 수술하기 전에 축제나 실컷 즐기다가 가셔.”
“네, 네. ……그나저나, 넌 몇 년 정도 살까?”
대화의 주제가 널을 뛰는군. 가상화폐로 취급해 줬더니 진짜 뇌가 코인판이 됐나.
“뭔 소리야, 갑자기?”
“수명 말이야! 수! 명! 마스터 클래스? 라는 게 된다고 종족의 한계를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넌 얘기가 좀 다르잖아? 다른 인간처럼 100년도 못 살진 않을 거라고.”
“호기심이 솟는 의문이지만 내 일이 많이 밀려 있어서 당장 관심을 갖긴 힘든데.”
SF 영화처럼 평균 수명이 200살을 훌쩍 넘기는 건 몰라도, 그런 게 가능하다면 아내님들의 수명 역시 늘려주고 싶은 게 꼴마초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하는 고민으로는 사치였다.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집에 돌아오지도 않고 일만 하는 가장 같은 것이지. 눈앞의 행복을 만끽하진 못할 망정 나중 일부터 생각하다니? 그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됐으니까 잠이나 자셔. 라리루라랑 공연 무대도 돌아볼 거라며?”
“제길. 전에 네 프로포즈 때 혼자 쌩쑈하던 게 내 마지막 공연일 줄 알았는데.”
“만언신 로키 님이 되고 나서는 하고 싶어도 할 기회가 없어질 걸. 우리 후배님도 너랑 같이 공연하는 걸 기대하는 모양이고, 잘 해 봐.”
“어차피 본격적인 공연은 3일째부터거든?”
“알아. 관광 오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이틀은 놀 거라며.”
예고도 없이 개최된 것이다 보니까, 놀러 오는 사람들의 페이스를 생각하면 첫 며칠은 국내에서 내수용으로 소비되는 정도일 거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원로원은 황제의 비상용 탈출 포드였던 워프 게이트를 ‘텔레포트를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팔아먹고 있다.
먼 나라의 귀족들이 축제에 놀러 올 수도 있고, 고대문명의 기술도 체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란 논리다. 하여튼 돈미새들. 잔머리 하고는.
─꼴꼴꼴. 나는 병에 술을 다시 따랐다.
“그러는 너는 왜 술이나 마시고 있어? 안 자?”
“푹 자려고 마시는 것.”
물론 이런 알코올중독 수전증 환자 같은 발상은 다나한테나 어울리는 발살.
나처럼 새나라의 침착한 꼴마초는 잠들기 전에 술을 마시는 몹쓸 버릇은 없다.
정작 그 눈나는 지금 잠도 안 자고 여신-월화수목금금금 상태긴 한데.
“오늘은 꿈에서 브류나크랑 놀아줄 거야. 내일, 축제 첫날에는 프랑이랑 돌아다닐 거고. 이튿날엔 라리루라. 그다음은 베로니카. 그다음은……”
“듣기만 해도 엄청나네. 그러게 여자는 좀 작작 늘리지 그랬어?”
“이쯤이야 체력만 받쳐주면 힘들 건 없음.”
정신적으로 안 지치냐고? 눈만 돌리며 꼴릿하고 귀여운 아내님들께서 웃고 계을 텐데 웨 지치지? 저에게 권태기 따위는 오지 않읍니다.
우리 아내님들이 귀족식 화법마냥 귀찮은 어필 같은 걸 하는 성격도 아니고.
“낮에는 아내들이랑 데이트고, 밤에는 네 양녀 까마귀랑 데이트인가. 으히히! 이거 내가 일벌레 앞에서 바쁜 거 싫다고 투정한 건 아닌가 몰라!”
“싸우는 것보다는 낫지. 일상이 충실하다는 건 행복하다는 증거인 것.”
이렇게 말하는 나도 상당히 기대된다.
‘왜냐고? 데이트 코스는 내가 짜는 게 아니거든.’
나는 누워서 놀다가 아내님들이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갖고 오면 손 잡고 돌아다니는 게 일이다. 그야말로 데이트에 있어서의 슈퍼 갑인 것이다.
‘이게…… 인기남의 삶……?’
여행 온 기분으로 놀러 다니기만 해도 즐겁겠지.
내가 실실대자 로키는 짧은 잼민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
“좋네. 그럼 이 만언신님의 가호를 받은 후계자님께 응원의 축복을 더해주지.”
“뎃?”
로키는 일어나서는 내게 손바닥 키스를 날렸다. 흐물거리는 황금색 뭔가가 날아오길래 브류나크를 뽑아서 베어버릴 뻔 했다.
─스륵.
이마에 스며드는 축복! 나는 눈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뭔데? 별로 대단한 가호가 아니리라는 건 알겠다만은.”
유용한 가호라면 진작에 주던가 하지 않았겠나. 로키는 낄낄대며 배를 잡았다.
“만언신의 권능은 사실 권능이랄 수준이 못 돼. 내게 잠재된, 하지만 갈고 닦지 않은 포텐셜 중에 하나일 뿐이지. 그치만 네 이런저런 협잡 덕에 꽤 사정이 나아졌걸랑!”
“협잡은 시발, 내가 해준 게 얼만데 협잡이래?”
아무리 내려치기를 해도 내 업적은 로키 교단의 베드로 쯤은 될 건데. 성 로키스도는 라리루라고. 나는 이마를 쓰다듬으며 혀를 내둘렀다.
대충 들어보니까, 유희신일 때는 보조 스킬이던 만언신의 권능을 키워나갈 모양.
‘신앙심의 회수는 계속되고 있고, 뭐 해볼 만해.’
그녀에게 모여들고 있는 신앙을 흡수하는 것은 원래는 수명을 줄이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제 그 상처를 치료해나갈 수 있게 된 지금, 역경을 딛고 일어설 준비를 하려는 것일까. 나는 하품을 하는 로키에게 말했다.
“무슨 권능인지는 안 알려주냐?”
“너라면 머잖아 알게 될 거야. 으헤. 싫단 말은 못 할 걸? 기쁘게 여기려무나. 이 로키 님의 축복이라니, 신대에도 누구 하나 받아본 역사가 없는 호사란다?”
그야 트릭스터의 대표인 로키한테 예쁨 받은들 뭐가 좋았겠냐.
“자라. 늙은이한테는 보약이 필요하다잖아. 잠은 최고의 보약임.”
“썩을 놈. 데이트 하다가 머리에 새똥이나 떨어져라. 메-롱.”
혀를 쭉 내밀고 자러들어가는 로키를 배웅하고, 나도 술잔을 들이켰다. 상 정리는 어차피 호텔 사람들이 해 줄 거니까, 브류나크랑 놀러나 갈까.
─웅웅!!
나는 그렇게 즐거움이 전해지는 팔찌를 만지며 잠들었다. 그날은 아침이 밝을 때까지 브류나크와 꿈속의 유아용 TV프로 등을 보며 놀았다.
“……이렇게 같이 보고만 있어도 되냐?”
“삐엑! 뺘뺘!”
“아니 뭐, 그래. 네가 재밌으면 됐고.”
사촌이랑 놀아 줄 때도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좋아했던가. 애는 애구만.
엄마아빠가 일하는 동안 집을 보며 만화나 인터넷에 빠져 버리다니. 맞벌이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전형적인 테크트리를 타는 브류나크였다.
***
이세계에는 얼마나 놀 거리가 없는가.
그에 대해 얘기하자면 내 노예 시절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돈만 있다면 인생을 탕진시킬 멀티미디어와 놀 거리가 넘쳐나던 21세기 한국.
그 풍족한 세상에서 살다가 뜬금없이 이 판타지랜드를 떨어진 내가, 이 세상을 가장 극혐했던 건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노예 시절? 아니다. 극초반에는 몰라도 그때는 일이 빡세고 좆 같긴 했지만 희망을 갖고 버틸 만 했다. 복역이 끝나면 자유인이 되는걸?
내가 이세계 라이프에서 가장 강렬하게 현타에 직격당한 건, 놀랍게도 그 3년 간의 노예 신분을 빠져나왔을 때다.
“정말? 으음…… 그 대학원생이라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
프랑이 내 옷을 입혀주면서 물었다.
발퀴리에를 시켜도 될 일인데 굳이 자기 손으로 하는 것이다. 이게 프랑의 삶의 낙이라면 억지로 빼앗는 건 게이머가 기대한 콘솔겜을 매크로로 다 깨놓는 듯한 짓일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프랑의 손길대로 셔츠를 입고, 그 뺨에 키스를 해 줬다.
“아니. 대학원 생활이 빡셌던 것도 있지만, 내가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던 건 반대로 생활에 시간 여유가 남았을 때였어.”
“……앗. 나 왠지 알 것 같애. 지루해서구나?”
“응. 그때는 기껏 시간이 남아돌아도 진짜 진짜 할 일이 없었거든.”
핸드폰이 없는 군대의 휴일 같은 것이다.
자고, 다나랑 술 먹고, 동기들이랑 가끔 카드로 술 내기나 하는 게 끝.
맛집 투어요? 내가 졸업한 대학 위치가 어디다? 뻐킹 브리타니아다.
맞다. 하다 못해서 딸을 치고 싶어도 볼 만한 게 국어지문 같은 야설밖에 없었다. 춘화도? 당신은 고구려수박도로 딸칠 수 있는가?
카르미네 대학이 있던 브리타니아의 아인히르는 품위가 넘치는 꼰대도시였다.
로마니아처럼 비교적 성적으로 개방된 나라랑은 다르다.
베로니카가 읽는 책은 현대인의 감수성으로도 ‘오 꼴잘알’ 소리가 종종 나오지만, 내가 3년이나 살았던 그 동네엔 그런 책이 없었다.
“그때 생각했지. 아, 내가 이 세상에 정착했다간 지루해서 미쳐버리겠구나 하고.”
“에헤헤. 확실히 노르네 세상에서 살다 왔으면 그럴 만 했겠다.”
꿈속 세상을 즐겨봤던 프랑은 헤실대며 웃다가 은근히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럼…… 혹시 지금도 많이 지루해?”
“전혀. 견식이 짧았던 아다 강북호의 중2병스런 발상이었지. 우리 귀염뽀짝 여신님을 만난 뒤로는 평생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겠더라니까.”
“……에헤. 헤헤헤헤♡”
느끼하다 못해 사람에 따라선 질색하고도 남을 애정과시였는데, 프랑은 아주 그냥 뺨이 사르르르 녹아내렸다. 감수성의 차이란 게 이렇게 크다.
사실 다나한테 똑같이 말하면 좋아하면서도 내 앞에서는 질색하는 척 할 테니, 이세계인들의 특징이라기보단 개인의 차이겠지만 말이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어느새 태도만은 어엿한 메이드가 다 된 발퀴리에의 인사를 받으며 집을 나섰다.
당연히 평범하게 돌아다니면 내 옐로-페이스를 알아보고 덮쳐올 게 뻔한 일! 그렇기에 나는 만능 해결사인 바이콘들…… 대신 만능흑우 로키 씨를 갈궜다.
─로키=로두르! 거래를 하러 왔다!
─뭐야 시발 살려줘요! 시키는대로 다 할게!
나는 원만한 합의 끝에 받은 반지를 주물거렸다.
오른손 검지에 낀 구리 반지.
변신 마법의 대가, 환상의 달인 로키의 솜씨가 깃든 매직 아이템이었다.
─검지의 반지는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이거든? 그러니까 여기에 적당히 요래요래 조래조래 해서 이렇게 하면…… 짠! 낯선 사람은 너희 얼굴을 못 알아보게 될 거야!
─낯익은 사람은 알아봄?
─첫인상이랑 얼굴 생김새를 흐트러트리는 거라 네 얼굴이 익숙한 사람한테는 안 통해! 헤, 헤헤. 이제 살려줄 거지?
─여기 수술 일정표와 견적임미다.
─시1발럼아!! 사기꾼!! 인간 쓰레기!! 울프헤딘!!
아무튼 원만한 합의였다. 안아키스트 말박힘이 주제에 수의사한테 깝치면 쓰나.
“기대된다! 술 축제는 첫날부터 열린대!”
프랑은 내 손을 꼭 잡고 신난 것처럼 흔들었다. 뭔데 귀엽지.
나는 산뜻한 옷을 입고 방방 뛰는 그녀의 뽀얀 허벅지에 눈길을 뺏기며 말했다.
“그렇네. 저번에 그, 비조페스트? 였나 하던 술 축제에는 못 갔었으니까.”
“……앗, 그렇네?!”
그야말로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는 듯한 리액션.
하긴, 그때는 프랑의 부모님과 관련해서 사건이 많았잖은가. 도저히 돌아가서 축제를 즐길 상황이 아니었기에 무를 수밖에 없었다.
‘정작 프랑은 완전히 잊고 말았던 모양이지만.’
그녀의 성격을 보면 그럴 만 하다. 놀랍진 않다.
“오늘은 그 축제에서 우승한 맥주를 만든 양조 길드도 온대. 대회가 열리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귀빈 손님으로 참가해서 즐길 수 있을 거야.”
TV 요리 프로의 심사관처럼 참석해서 대접받는 것이다.
여기서 귀족들을 만족시키면 정기 계약을 딸 수 있는 프로모션이다.
당연히 좋은 술이 잔뜩 나올 것이고 말이다.
“정말?! 그냥 가서 마시기만 해두 돼?!”
“시음회니까. 평점만 남겨주면 충분하지.”
“와아♡!”
술을 좋아하는 프랑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이제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술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아. 앞으로는 ‘어떤 술이 있는지’를 전문가를 초청해서 알아가는 세레브한 음주 라이프가 될 것.
원래 돈이란 것도 인맥을 터 둬야 쓸 만한 곳을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중간 가지】에는 술의 세계는 끝없이 깊으니 세상의 모든 술을 한 입씩만 맛봐도 그전에 늙어 죽을 거라는 말도 있다던가. 직접 발로 뛰어가며 찾기엔 우리 시간이 아깝다.
“단.”
나는 프랑의 어깨를 감으며 웃었다.
다정하지만 단호한 미소였다.
“시음회는 마지막의 마지막이야. 오늘은 취하는 순간 데이트도 그냥 쫑이다?”
“……이, 이제 나 취기 쯤은 해독할 수 있어!”
“해독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글러먹었다는 걸 깨달아 줬으면 좋겠네.”
달인의 신진대사로 독소의 분해를 촉진시킨다?
맹독의 대처법을 알코올 상대로 쓰지 마, 욘석아.
아즈위시아의 맹독 몬스터 사이에서도 눈 하나 꿈쩍 안 했으면서, 정작 물 탄 맥주 몇 잔에 간의 해독능력을 부스트해야 한다니.
프랑의 신체구조는 어떻게 돼 먹은 걸까. 아주 연구 감이다. 내일부턴 생각날 때마다 침대 위에 홀딱 벗겨놓고 안팎을 차분하게 연구해 봐야겠다.
“으……! 두고 봐! 오늘은 술 따위에 지지 않을 거니까!”
할 말이 없는 게 분한 것처럼 프랑은 앙증맞은 주먹을 부르쥐며 총총 뛰었다.
자지에는 이길 수 없어도 술에겐 이기고 싶다는 그 갸륵한 마음, 이해하고 말고.
“나도 이제 어엿한 어른이라는 걸 보여줄 거야! 맥주든 럼주든 덤비라구 그래!”
“술을 잘 마시는 게 어른의 기준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치면 다나는 베로니카조차 나이로 압살하는 최연장자가 될 걸.
하늘에서 빛의 검이 내려꽂힐 생각을 하며, 난 축제 현장으로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