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991화 (990/1,009)

***

“독에 주의해라! 뇌신도 저놈의 맹독에 죽었다!”

사납게 외친 오그마는 자신의 권능을 사용했다.

마법사로서의 능력은 얼마나 많은 마법을 알고, 능숙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오그마는 오감 문자의 개발자이며, 얼스터 주신의 대전사이기도 했다.

─퉁퉁퉁퉁퉁!!!!

땅에 내리꽂힌 널돌이 흑사(黑蛇)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요르문간드는 오그마가 깐 방패를 가뿐히 파괴했다.

신의 권능이 담긴 방패라도 옛 지배자의 권능이 스며들자 널빤지라도 된 것처럼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알이 다닥다닥 붙은 아가리가 한층 벌어졌다.

“힘으로 막을 상대가 아닌가! 알아서들 피해!”

오그마는 분함을 참고 소리치며 물러났다.

우둔한 거신, 신 중의 신 이미르.

그의 시체로 만든 세계수에 달라붙어 이미르의 혈육을 빨아먹고 얻은 요르문간드의 권능이 바로 【허무의 시독(屍毒)】이었다.

토르마저 죽인 극독! 문무를 겸비한 그도 힘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지 못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강건한 사내였지만, 저 뱀을 상대로 힘 자랑을 할 수는 없었다.

웅웅….

그리고 그 순간, 신들은 공간의 변질을 느꼈다.

“차원이 요동친다!”

어둠의 그림자에 숨은 옛 지배자들이 시공간의 끈을 붙잡아 당기고 있었다.

사티스는 기척을 감지한 곳에 화살을 발사했다. 각다귀 같은 기척은 기민하게 화살을 피했다.

‘우리를 분단할 생각인가? 각개격파를 노리고?’

막을 수 없는 맹독의 질주를 첫 수로 배치하고, 요르문간드를 피하고자 흩어지면 공간을 찢어발겨 옛 지배자들에게 유리한 무대와 대전표를 짜려는 속셈이었다.

사티스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었다.

적들의 약점을 다 알고 있는 그들이라지만, 그 약점을 찌를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 아니던가.

당장 저 요르문간드만 해도 시공간을 지배하는 라리루라나 마법을 무한하게 쓸 수 있는 티르시, 그리고 독의 침범보다 빠른 화살로 비늘을 관통할 수 있는 사티스밖에 없다고 여겨졌으니까.

더군다나 저들은 까마득한 시간을 군림해 왔던 지고의 악신들.

자신의 약점을 숙지하고, 단점을 극복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별의 바다에 군림할 자격을 갖지 못하리니.

‘심해의 군주’의 13 사도는 차세대의 외신으로 꼽힐 만한 초월자들이었다.

“전열 무너트리지 마세요.”

그래서, 노르드는 전방으로 뛰쳐나갔다.

─콰아아앙!!!!

【힘의 허리띠】를 발동시킨 그가 요르문간드의 돌진을 멈춰 세웠다.

요르문간드는 인간의 몸으로 막는 게 불가능할 크기였지만, 그는 달려드는 짐승을 밟듯 주둥이를 발로 짓밟고 자기 몸보다 10배는 큰 눈알 이빨을 붙잡았다.

계책을 성사시키고자 움직이던 옛 지배자들조차 순간적인 동요를 보였다.

“이 무슨 무식한……?!”

경악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앙구스의 혼잣말이 그들의 놀람을 대변했다.

미래의 베로니카가 가져다준 계획대로라면 요르문간드는 그의 약점을 찌르기 쉬운 이가 도맡아야 했다. 그리고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노르드는 후보에 없었다.

그가 새 권능을 얻기 전까지는 말이다.

─쿠오오오오오!!

침범하는 허무의 시독을 벼락불이 불태운다.

성뢰신의 권능으로 방호복처럼 두르고 요르문간드의 독을 불태웠다. 하지만 그건 대처로는 매우 허술한 힘이다. 벼락불조차 허무에 물들기까지는 몇십 초 걸리지도 않으리라.

하지만 그 몇십 초면 충분했다.

쿠구구그그그그궁…!! 급 브레이크를 밟은 차량처럼 요르문간드의 뱀 몸통이 중간에서 휙 천장에 치솟았다.

믿어지지 않는 힘이 주둥이를 붙잡은 탓이었다. 관성을 억제 못 한 요르문간드가 몸을 추스르며, 역겨우리만치 가득한 눈알들이 동공을 수축시켰다.

허무의 독이 망치는 건 적뿐만이 아니다. 독을 품은 요르문간드야말로, 우둔한 거신의 힘을 탐한 대가를 가장 톡톡하게 치르고 있다.

이미르의 혈육에서 채취한 독성은 요르문간드의 뇌를 침범한지 오래였다.

인간들보다 한층 고등한 존재가 지녀야 할 사고능력은 소멸하고, 그 지능은 뱀과 같은 미물들에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요르문간드라도 이해할 수 있다.

“눈깔로 땅바닥을 기어다니면 안 아프냐? 보는 내가 다 눈이 가렵네.”

그를 멈춘 인간의 힘이 뇌신보다 강하다는걸.

목성의 지표면을 방불케 하는 번개를 뿜어내던 오딘의 전사신에게 목을 졸렸을 때보다, 인간에게 턱을 붙잡힌 지금이 더욱 죽음의 위기로 느껴졌다.

촤르르륵─ 패앵!!

노르드가 독이 나오지 않는 아가리의 윗부분을 마나의 사슬로 낚아챘다.

사슬이 팽팽해지자 그는 등에 힘을 불어넣었다. 무쇠 밧줄 같은 근섬유가 가죽 갑옷 위에서 보일 만큼 돋궈졌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일련의 동작은 해체 도구로 뱀의 껍질을 벗겨내는 도축의 한 장면, 혹은 죽은 뱀을 부검하는 의사의 손속 같았다.

【■■■■!!】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에 요르문간드의 동요는 싹 사라졌다.

죽이지 않으면 죽임당한다.

온몸의 눈을 떤 요르문간드는 독을 분출하려고 했다. 그는 전신의 비늘을 눈으로 삼으며, 전신의 눈에서 허무의 독을 뿜는 옛 지배자였다.

찌지지지지직…!!

그러나 요르문간드의 아가리가 한층 벌어지면서 두 쪽으로 찢어지는 듯한 격통을 동반해도, 그의 몸에서는 일체의 독이 뿜어지지 않았다.

고통 속에 다급하게 재촉해도, 그의 독샘은 묵묵무답이다.

마치 그럴 운명이 아니라는 것처럼── 거대한 침에 못 박힌 것처럼.

팔랑─. 흑백의 까마귀 털이 흩날렸다.

“【미래정언】.”

노르드가 본 운명을 확정하는 궁니르의 힘.

궁니르는 공격에만 사용되는 무기가 아니다.

이 짧은 9초 동안의 예지에서 자신이 문제없이 요르문간드를 저지하는 걸 예지한 노르드는, 즉시 그 미래를 궁니르의 힘으로 고정했다.

요르문간드는 독을 뿜을 수 없다. 그러지 못하는 운명으로 고정됐기에. 운명을 거스를 힘이 없기에.

정지 비디오처럼 궁니르의 효과범위─노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어떤 수단으로도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 창이야말로 신을 죽이는 무기.

외신을 물리치고 우둔한 거신에게 영면을 내린 오딘의 창이었다.

【Syyyaaaaaaaaaaqq──?!】

노르드를 중독시키지 못하는 운명인 채, 요르문간드는 반항에 성공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 당했다.

코앞의 미래를 엿보는 노르드의 권능과 운명을 고정하는 궁니르의 조합. 전투에서는 원래 주인도 한 발짝 양보해야 할 만큼 완벽한 궁합이었다.

“뱀은 닭고기 맛이 난다지. 예언 하나 해 줄까?”

원래 주인보다 궁니르의 힘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면서 노르드는 요르문간드의 입을 상하로 벌렸다.

“너는 썩은 양념 통닭이 될 거다.”

요르문간드는 온몸의 눈깔 비늘을 지리멸렬하게 움직이며 저항했지만, 그는 아래턱을 밟고 놔주지 않았다. 태산도 깡통 으깨듯 뭉갤 힘이 순식간에 넘쳐흘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노르드의 팔이 요르문간드의 턱을 상하로 찢고, 머리를 아래턱에서 뽑아냈다.

장기이자 최대의 무기인 독을 거의 발휘하지도 못한 채, 과거에 그를 찢어죽인 신보다 강한 힘에 노출된 결과였다. 자명하기까지 한 최후다.

아무리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그들이라도 머리와 육체가 분리되고도 따로 움직일 만한 능력을 가진 존재는 희소했다.

버둥버둥…!

그러나 요르문간드는 바로 그 희소한 지배자의 한 마리였다.

대가리가 뜯겨나간 채로도 요르문간드의 의식은 윗턱과, 거기 부착된 뇌에 대응하는 기관에 남아 있었다.

사고기관을 뜯겨나간 요르문간드의 몸통이 검은 소용돌이로 바뀌었다.

눈알이 바람이 불지 않는 소용돌이에 뛰어들며 그의 몸을 외신조차 접촉을 꺼릴 시독의 덩어리로 변하려던 순간.

“아, 밑간한다는 걸 깜빡했네.”

─뿌직!!!

미래를 본 노르드가 뜯어낸 눈알 이빨을 그 몸 깊숙이 박아넣었다.

저택 정도로 큰 뱀의 윗턱이 눈알 비늘에 쑤셔 박혔다. 쭉─! 이빨 속에 있는 독샘에서 요르문간드의 뇌까지 망가트렸던 허무의 독이 분비됐다.

자신마저 망치는 지독한 독성을 몸에 주입당한 요르문간드는 장장 아홉 번에 걸쳐서 경련하고서, 모든 비늘의 눈에서 백안을 벗기며 즉사했다.

뚜껑을 떼어내는 것처럼 가뿐하게, 노르드는 옛 지배자 한 마리의 전투능력을 제거한 것이었다.

주륵….

요르문간드의 아가리에서 원형을 간직한 여인의 시체가 빠져나왔다. 살아생전에 악신을 신봉하던 신도이리라.

─삐에에에!!!

찰나, 노르드의 내면에서 브류나크가 외쳤다. 그 즉시 뱀 머리를 놓은 그가 백 플립을 시전하면서 후퇴했다. 보이지 않는 권능이 빈 공간을 강타했다.

바스락….

‘공격 범위’에 휘말린 그의 옷자락이 바스라졌다.

주인의 위기를 감지하는 궁니르의 효과로 몸을 빼낸 노르드는 옷자락을 집었다. 그의 방어능력의 일부를 차지하는 가죽 갑옷이 무너져 있었다.

“이거, 우신 놈들 껍데기인데 개같이 무너지네?”

【엘든 링】과 야수회귀를 조합한 권능 코팅을 감고 있기에 즉사하진 않았겠지만, 마냥 맞았다면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시간에 유래한 권능.’

공격을 인지한 노르드는 오딘의 눈으로 어둠을 꿰뚫어봤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번데기와 인간 어린 아이를 합쳐서 머리만 3배로 키운 듯한 존재였다. 강대한 옛 지배자로서는 작지만, 그가 갖춘 힘까지 작진 않았다.

“그 뭐더라, ‘땅거미의 발걸음’ 씨였나? 시간을 가속해서 늙거나 썩거나 바스라지게 만든다는?”

몸에 튄 시독이 벼락불과 야수회귀의 마나마저 넘어서 육신을 침범하려는 걸 튕겨내며 노르드는 손을 털었다. 베로니카의 수첩 내용을 복기하면서 그는 뇌까렸다.

“댄디하게 나이를 먹은 40대 후반의 내가 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나는 디지몬이 아니라 한 번 진화하면 원래대로 못 돌아오거든. 댄디 노르드로 진화하면 애를 만들기도 힘들어질 거 아냐.”

─스릉. 팔찌가 그의 창으로 바뀌었다.

“오딘의. 유산. 예어(囈語)에 답할 이유. 없으리.”

“너무 어려운 말은 쓰지 마. 멍청해 보이니까.”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음역과 크기를 건드려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편집한 듯한 목소리였지만, 엄연하게 인간의 육신에 기반한 성량이었다.

그럴 수밖에. ‘땅거미의 발걸음’의 육신은 한참 창창한 미래를 가지고 있었을, 의지력이 뛰어나며 재능도 넘치던 은행가의 후계자였으니까.

“……중2병에 걸리기에도 한참 모자라 뵈는데. 이런 음습한 백룸을 좋아하는 잼민이를 데려와서 쓰고 버릴 일회용 몸뚱이로 삼으셨다?”

노르드의 눈이 얼어붙을 듯한 분노를 머금었다.

“너희의 방문에. 합당한 대응. 증오스럽거든. 네 선택을 원망하라.”

“병신이 좆도 없이 가스라이팅을 갈기네. 남의 멘탈을 흔들려면 빌드업을 충분히 쌓아야지. 니들 실은 머리 나쁘지? 하긴, 포켓몬 도감은 현실이랑 좀 다르긴 하다더라.”

우주에 손꼽히게 지혜로운 존재라도 힘과 시간, 그밖에 모든 여건이 지혜를 발휘하기엔 부족했다. 언변이나 악의 정도로 흔들릴 그들이 아니다.

도발을 받아치면서 노르드는 정황을 살폈다.

요르문간드를 완봉하면서도 소모는 크지 않다. 단지 저들을 전부 상대하려 할 경우, ‘심해의 군주’에게 무탈하게 이길 가능성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미래의 그가 맞이한 결말도 동귀어진이었으니까.

그렇게 사고하는 걸 빈틈으로 여긴 옛 지배자가 시공간을 조작했다. 사티스가 눈치챈 대로, 전투의 양상이 그들에게 유리해지도록 하려는 수작이었다.

그들이 다시 분할을 꾀하는 때를 노리던 로키가 픽 웃었다.

“그렇게 팬 사인회가 하고 싶은 거라면 이름 좀 날렸던 재주꾼으로서 거절할 수만도 없겠는걸.”

“무대 분할이라면 저희도 찬성이에요♡!”

적이 권능을 펼치려 하자, 1대와 2대 유희신은 등을 맞대고 춤사위를 추듯 손을 당겼다. 룬이며 권능이 기다란 악보를 뽑아내듯 시공을 장악했다.

“공연비는 목숨, 중도퇴장은 엄금♡ 긴 기다림 끝에 돌아온 라그나로크의 속편이 지금 바로 상영됩니다~♬”

위기를 직감한 옛 지배자들의 공격을 동료들이 막았다. 라리루라는 그들을 믿고, 감히 구천세계를 누비는 유희신에게 차원조작으로 덤빈 상대에게서 시공간의 그물을 낚아챘다.

무대에 난입한 청중에게 대처하는 기술과 하등 다르지 않다.

얼기설기 엮인 시간과 공간이 차원을 덮어썼다. 라리루라와 로키는 그물낚시에 걸린 문어를 갑판 위에 엎어치듯 시공간의 그물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피아를 불문하고 공간이 재배치된다.

로키는 이빨을 드러내며 늑대처럼 웃었다.

“만나서 반가웠다, 빌어먹을 단골손님들아! VIP 룸으로 안내해줄게!”

적이 일으킨 시공간의 난류를 강탈해서 ‘심해의 군주’가 만든 이계의 궁전을 쪼개는 데 성공했다.

“흡!”

노르드는 차원의 난류를 벼락불로 딛고 구름의 길을 만들며 달렸다.

신과 인간, 두 종류의 예언자가 맞서는 무대를 향해서.

“가렴, 울프헤딘.”

로키는 본분을 마치고 중얼거렸다. 그에게 들리지도 않을, 혼잣말에 가까운 감흥을 담아서.

“지금의 너라면 분명 언니보다…… 어떤 신보다 강할 테니까.”

로키를 넘어서, 토르를 넘어서, 오딘을 넘어서, 로키가 흠모하던 주신의 후계자는── 로키의 첫 가족이 남긴 안배는 이 시대에서 으뜸가는 사내로 성장했다.

그래서 늙은 광대는 왕이 되길 거절하는 왕자가 향할 길을 대신 밝혔다.

일류 광대의 신념은 잠시간 접고, 그녀는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압승을 기원했다.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으리란 걸,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소원은 소원이고, 현실은 현실이지.”

로키는 그럼에도 이젠 없는 언니에게 소원하고, 자신의 현실을 직시했다. 그녀가 고른 후계자에게 끔찍하게 생긴 털복숭이 해골 거인이 달라붙으려 드는 중이었다.

“소란스럽다. 침묵하라. 저주받으라. 저주받으라. 저주받으라.”

“꺄아아아아악!! 정열적이신 건 좋은데 냄새랑 생김새랑 말뽄새를 스스로 돌아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물에 빠져도 입만 뜨겠어요, 라리루라.”

─쩌엉!! 얼음 송곳이 해골 거인을 후려치면서 티르시가 라리루라를 도왔다.

그녀에게 향하려던 로키는 멈칫하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땅거미의 발걸음’을 상대했다.

차원의 난류를 예지한 프랑이 그런 ‘땅거미’에게 단검을 투척했다.

“쇄말(瑣末). 무가치. 번잡하도다.”

시간의 흐름이 단검을 분질렀다. 그 사이 로키 앞의 난류에 빈손으로 착지한 프랑이 물었다.

“당신들을 쓰러트리면, 빙의된 사람은 돌아와?”

“옛 지배자의 권능. 인간의 몸에. 과분할진저.”

“……그래. 역시 그렇구나.”

─챠릉!! 프랑의 몸에서 골렘의 팔이 자라나며 아수라처럼 대검과 창, 망치와 도끼와 같은 암석 무장을 장비했다.

“조금, 화나네.”

그녀의 한쪽 눈에서 지엄한 예지가 피어났다.

─꽈릉!!!!

‘땅거미’의 권능이 라리루라의 통제마저 넘어서 시공간을 낚아채려 했을 때, 무정한 번갯불이 그 손을 불살랐다.

묠니르에서 발사된 번개의 철퇴가 꽂힌 것이다. 무대가 전환되길 막으려는 ‘땅거미’의 시도가 즉시 실패로 돌아갔다.

“인간의 몸에 신좌와 신물. 이 또한 과극(過極). 원대한 힘. 하찮은 육신에 걸맞지 않을진저.”

묠니르를 알아본 ‘땅거미’는 거의 주름에 가까운 눈초리를 좁혔다.

“방만(放漫). 과신. 오만. 죽음으로 속죄하라.”

“고마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줘서.”

그렇게 그들과 옛 지배자가 한둘씩 붙었을 때, 마침내 차원의 인장력이 한계에 달했다.

─쨍그랑!!!!

고무의 탄성에 날려지는 것처럼, 그들은 각자의 전쟁터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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