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나는 카오리의 전화에 어딘지 모르게 납득이 되지 않은채로 아파트 앞에 들어섰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우편함을 열어서 안의 우편물을 확인하였다.
그속에 한 개의 물건이 손에 닿았을 때 새로운 감각이 전해져왔다.
거기에는 언제나와 같은 발신인으로 "K"라고 씌여진 서류봉투가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컴퓨터 스위치를 눌렀다. 부팅음을 들으면서 봉투를 열었다.
속에서 한 장의 DVD... 그리고 A4 용지...
문구도 또, 언제나와 같이 정중아에 한줄.
~ 홀로 잠들 그대에게 ~ 『 프로모션용입니다.』
( 홀로 잠든다... 홀로 잠든다... 홀로 잠든...)
( 그렇게 말한 것은 그 야쿠자도...)
머릿속에 2일전 아침 이 아파트앞에서 야쿠자가 나에게 말한 아무 의미없는 말이 떠올랐다.
『 ... 형씨, ‘혼자자는 것’이 적적하다면 나에게 얘기해봐, 좋은 여자 소개시켜줄테니까.』
( ...)
나는 무어라 말할수 없는 이상한 감정으로 손에 DVD와 복사용지를 쥐고 있었다.
잠시후에 컴퓨터 바탕화면이 나타난 것을 보고 바로 메일박스를 클릭했다. 거기에는 생각대로 언제나처럼 메일이 있었다.
제목은 ‘K"
본문은 한줄...
《 데뷔하기 전의 것입니다. 》
(...)
지금까지 보내져온 3장의 CD는 아내 카오리를 항상 의식하게 만든 것이었지만 그것들은 어딘지 자신의 망상과 치환되어지는 것이 가능했던 것들이었는데 이번의 이 DVD를 보고나자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나의 ‘감’이 그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나는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그 DVD를 컴퓨터에 세팅했다.
오른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DVD가 기동하여 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어딘가의 시내호텔의 방인것인지 싱글사이즈의 침대에 비교적 넓은 창, 그리고 왜인지 침대앞에 한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카메라쪽을 향하여 놓여져있었다.
화면에는 나오지 않은 주변에 사람의 인기척이 전해져왔다.
이윽고 화면 오른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나는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마음 어딘가에서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화면 중앙에는 아내 카오리가 서있었다.
밝은 핑크의 여름용 세타에 차콜그레이이 플릿스커트, 내가 아내의 이 복장이 기억나는 것은 보내어진 CD화면속에서 봤기때문이었다.
의자 앞에 잠시 서있던 아내가 왼쪽방면에 눈을 향하여 가볍게 인사를 하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 방향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이라고 형용할수 없는 기분으로 일련의 카오리의 동작을 쫓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한 카오리는 천천히 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은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눈 앞에서 카오리는 조용히 이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언제나 나의 곁에 있는 카오리의 모습과 하나도 변함이 없었고 자신을 상징하는 팽팽하게 부푼 가슴이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때 까칠한 기분으로 심란해있을 때 차분한 느낌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럼 시작할까,,,,,,,, 이름부터.”
( ? ... 이 목소리는...)
“ 네, 이름은 킨토 카오리 39세입니다...”
나는 아내의 그 목소리에 정면으로 향하여 몸을 일으켰다. 정면에서 귀에 들어온 목소리는 방금전 전화로 이야기한 아내의 목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이어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가족은...”
“ ... 남편 유우지 41세와 장남 아츠시 16세, 차남 타쿠미 13세로 4인 가족입니다.”
이 카오리에게 질문을 하는 침착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K"인 것일까, 나의 의혹에 상관없이 그 목소리는 다음 질문을 차례로 이어나가고 있었다.
“ 부부의 직업은...”
“ 남편은 일반 회사원입니다. 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하고 알게 된 것은 언제이고... 결혼한 것은 언제...”
“... 남편과 학창시절부터 알게 되었고 내가 23세, 남편이 25세때에 결혼했습니다.”
“ 지금 사는 곳은...”
“ ... 집은 도쿄의 외곽에 있는 단독주택입니다...”
“ 결혼하고나서 남성경험은...”
“ ... 결혼후 남성경험... 말입니까... 남편 한사람입니다...”
“ 후후 그런가... 거짓말이지.”
“ 아, 저기... 결혼후의 남성경험은... 저기... 네... 네사람... 입..니다...”
( 뭐, 뭐라는거야...)
( 그것은... 어떤 의미야...)
나의 가슴에 번개가 치고 심장의 고동이 단숨에 가속되기 시작했다.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고 나는 카오리의 입술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놀람에도 비디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가고 있었다.
“ 일어나세요...”
“ ...네...”
비디오 속 아내는 그곳 의자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