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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29화 (29/126)

〈 29화 〉 현실

* * *

그냥 이대로 헤어지면 아무 생각 없이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사례를 하겠다고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나는 성욕의 눈을 사용했다.

‘성욕의 눈’

이름: 박한솔

나이: 24

신장: 167cm 몸무게: 57kg

가슴: C컵

성감대: 허리, 보지

처녀유무: 무

성 취향: 개처럼 뒤로 박히는 플레이

성욕: 중

상태: 처음 만나는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에 호감을 가진 상태

‘???’

그녀가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얼굴이 바뀌었다고 처음 본 여성이 이렇게 빠져버리는 것에 의아함이 생겼다.

‘잘생기면 원래 이렇게 되는 건가?’

처음 본 여성이 한 눈에 반하는 일이 정말 있나 싶었지만 태어나서 잘생긴 얼굴로 살아 본 적이 최근이라 그저 얼떨떨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변하기 전에는 이런 일은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그냥 강아지를 잡아줘서 고맙다고 헤어졌겠지만

키도 커지고 잘생겨지니 이렇게 여자들이 다가온다는 것에 나는 씁쓸함과 기분 좋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여기 자주 오시나요?”

“네, 자주 오는 편이죠.”

지금도 보라 걸어오는 동안 대화를 꽤 나누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대화가 멈춰갈 때쯤 새로운 주제를 꺼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럼 몇 시쯤 나오시나요?”

노골적으로 의도가 담긴 그녀의 물음에 웃은 나는 정말 내 몸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말을 이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저는 7시에 자주 나와요.”

박한솔이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판타지 세계의 용사를 하면서

이미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은 나는 마치 현자타임과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눈에 훤히 보이는 행동에도 그냥 저냥 대답하면서 넘어갔다.

‘한 번 박아보고 싶은 몸이기는 한데 뭔가 건들면 귀찮을 것 같다.’

저 정도로 골반이 큰 여자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하는 행동이 딱 봐도 사귀어 달라고 할 것 같아 아직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여러 여자를 만나보고 싶었던 나는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뒀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음료수 잘 마실게요.”

“어…혹시 전화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전화번호요?”

“네, 시간이 맞으면 같이 운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혼자하면 심심하잖아요?”

이제는 아예 직접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박한솔의 행동에 잠깐 고민한 나는 결국 전화번호를 받기로 했다.

“이게 제 번호에요.”

“그런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4살이요.”

“어! 저도 24살인데!”

성욕의 눈으로 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떠날 각을 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생각보다 끈질기게 나를 물고 늘어졌다.

‘아 이제 귀찮은데.’

“그래서 제가 그때….”

옆에서 주인이 좋은 강아지처럼 조잘조잘 거리는 그녀가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하자 최대한 그녀가 떨어지게 하기 위해 건성건성 대답했지만

내가 대답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박한솔은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갔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 좋은 타이밍에 전화가 왔다.

­웅웅웅

“여보세요?”

[진석아 언제쯤 집에 들를 거니?]

“아 곧 갈게 엄마.”

[빨리 와서 얼굴 좀 비춰라 어떻게 전역하고 나서 얼굴 한 번을 못 보니?]

“금방 갈게.”

그렇게 전화를 끊자 무슨 일이냐고 쳐다보는 박한솔에게 나는 웃으며 답했다.

“어머니가 빨리 집에 들어오라고 하시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아쉬움이 팍팍 남는다는 말투로 말한 박한솔을 뒤로 한 채 나는 집이 있는 방향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났고

혹시라도 휴대폰에 연락이 오면 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봐 그녀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어우 너무 질척거리는 여자도 별로구나.’

옆에서 불편하다는 눈치를 주기도 하고 빨리 가고 싶은 티도 냈는데 진짜 눈치 없는 강아지처럼 주인이 있어 좋다고 달려드는 그녀가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이제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앞으로 운동할 생각도 쏙 들어간 나는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특별한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평소와 같이 게임에 접속하려고 준비하던 찰나 전화가 왔다.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요새 자주 울리네.’

학교에서도 저번에 만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아싸로 지낸 터라 연락 올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몸이 바뀌고 나서 최근 연락이 자주 오는 것 같았다.

쓸데없는 광고 전화면 바로 수신차단 박고 게임을 할 생각이었던 나는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했고 학교라고 적혀져 있는 이름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이진석 학생 맞나요?]

“네, 저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진석 학생 다름이 아니라 군 휴학 기간이 끝났다고 알려드리려 전화했습니다.]

“네.”

[이번 학기에 휴학을 신청하지 않으시면 제적이 되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번 학기에 복학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나는 복학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달력을 확인하자 다음 주부터 복학 신청기간이었다.

다음 주에 복학신청을 가야겠다, 생각한 후 이제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고 캡슐로 걸어간 내가 막 캡슐의 뚜껑을 열 때 또 전화벨이 울렸다.

“하...”

게임하기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쉰 나는 다시 책상으로 가 휴대폰을 들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진석아 지금 빨리 준비하고 씻고 나와라.]

“왜.”

[나 지금 건대에 있는데 오늘 여기 밤에 축제한대!]

“뭔 축제 하는데.”

[몰라 오늘 연예인들도 온다는데 같이 와서 여자나 헌팅하자.]

이 잘생긴 얼굴로 다가가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나에게 넘어올까 잠깐 궁금하기는 했지만

저번 사건으로 인해 아직 다수로 헌팅하는 것은 반겨지지 않아 나는 한울이의 제안을 거절했다.

“안 가.”

[아 왜 저번에 그년들이 썅년이었던 거지 이번에 만나서 제대로 놀아보자.]

고한울은 나를 정말 부르고 싶었는지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그런 축제에서 여자들을 헌팅하는 것보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복학기간 전에 최대한 게임들을 공략해야해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무튼 안 갈 거니까 연락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 휴대폰을 그냥 소파에 던져버린 후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가 판타지 세계의 용사를 고르자 접속되려는 찰나 시스템의 안내가 들렸다.

[사용자님 현재 사용자님의 집에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뭐? 누가 우리 집에 들어와.”

[사용자님의 안전을 위해 게임을 강제 종료합니다.]

시스템의 말과 함께 눈앞에 있던 풍경들이 암전되며 접속이 끊어졌고 도둑이 들었다 생각한 나는 헤드기어를 벗어던지며 캡슐에서 나왔다.

“어떤 미친놈이 아침부터 남의 집을 들어와.”

그렇게 말하며 도둑이면 필히 사지를 분질러버릴 각오로 방 밖을 나간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쨔잔~”

“너 진짜 미친놈이냐?”

내 집에 아침부터 허락도 없이 들어온 녀석은 방금 전까지 연락을 했던 한울이었다.

“네가 안 온다고 하니까 억지로 끌고 갈 수밖에 없지.”

그런 한울이의 모습을 본 나는 혹시라도 그가 바뀐 내 몸을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시스템이 말했던 대로

원래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는지 한울이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나를 대했다.

“뭔 개소리야 나 안 갈 거니까 빨리 그냥 나가.”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밖에 가주지 않으면 절대로 이 집에서 안 나간다.”

무조건 오늘 축제를 함께 놀러가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얼굴로 고한울은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 좀 꺼지라고 미친놈아 나 오늘 할 거 많아.”

“이제 막 전역한 놈이 뭘 할 게 많아 그냥 게임이나 하겠지.”

“잘 알고 있네, 그러니까 빨리 꺼져라 공략 찍어야 되니까.”

아무리 뭐라 말해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 고한울을 보며 나는 결국 무력을 쓰기 위해 누워있는 놈의 다리를 잡았다.

“어,어? 뭐하는 거야 지금?”

“네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게 해줘야지.”

그렇게 말하며 놈의 다리를 잡고 질질 끌고 가려 하자 내가 정말 가기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는지 금세 포기하며 나에게 제안을 했다.

“다리 놔주면 축제 가는 거 포기하고 내가 아는 정보하나 말해줄게.”

평소에 친근한 성격으로 인해 여기저기 인맥이 많은 놈은 좋은 정보를 많이 물어다 줬었기 때문에 나는 녀석의 다리를 놓아주었다.

“뭔데.”

“이번에 엄청 예쁜 여자애가 우리과로 편입 온다는 소식 알아?”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이제 전역했는데.”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하자 나를 비웃으려 하는지 한쪽 입꼬리만 올린 상태로 입을 열려 했지만 다시 다리를 잡아버리자 곧바로 표정을 수정했다.

“아무튼 이번 주에 학교에서 봤다는데 엄청 예쁘다고 하더라.”

“그 정도라고?”

“거기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도 예쁘다고 말했으니까 말 다했지.”

“그래? 알았으니까 이제 꺼져.”

정보를 모두 듣자마자 나는 한울이의 다리를 다시 잡은 후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내보냈다.

[현실에서 공략할 여성이 생기셨군요.]

“그러게 얼마나 예쁘길래 저놈이 저런 말을 할까.”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경솔하게 말하지 않는 놈이기에 어떻게 생겼을지 잠깐 호기심이 생기자 게임을 하고 싶은 흥이 사라져 잠깐 커뮤니티를 확인해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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