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복학신청
* * *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나온 나는 학교를 가기 전까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커뮤니티를 정독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루이와 에리카를 공략하느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커뮤니티에는 상당히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운영자가 쓴 글부터 클릭해 들어갔다.
‘공지는 언제나 확인해야지.’
[제목: 항상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 N사는 신이야]
반갑습니다, 베타테스터 여러분들 언제나 정보를 물어다주는 파랑새 N신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마음껏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베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희 N사에서는 이번 베타테스터 여러분들 덕분에 버그들과 많은 에로사항과 수정사항을 거쳐 더 완벽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희 게임에 관심을 주시고 플레이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의미를 전하며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좀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하실 수 있도록 선택 스킬 레벨업 쿠폰을 드리고자 합니다.
선택 스킬 레벨업 쿠폰은 일괄적으로 이 글이 올라온 다음 주 금요일 날 보내드릴 예정이며 베타테스트가 끝난 이후 일괄 삭제 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저희 N사의 게임의 많은 이용을 부탁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나이스!!”
공지사항에 적힌 글을 읽은 나는 선택 레벨업 쿠폰을 하나 더 준다는 내용에 두 손을 들며 소리쳤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이제 구할 수 없는 쿠폰을 공짜로 주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시스템 덕분에 영구히 이 스킬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기뻤다.
한동안 기쁨에 몸부림치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의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창에 스킬 이름을 검색했다.
가장 먼저 아직 혼자 레벨업 시키지 않은 각인사 스킬에 대해서 검색했다.
[제목: 각인사 스킬은 최소 2렙까지는 찍어주세요.]
[작성자: 황야의 사정보이]
안녕하십니까?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시는 여러분 이번 처음 공략을 써보는 황사입니다.
저는 처음 랜덤 스킬을 굴렸을 때 쓰레기 스킬들이 떠서 선택 스킬 쿠폰을 고를 때 심사숙고하며 각인사 스킬을 골랐습니다.
일단 스킬 내용부터 보고 가시죠.
각인사 – 당신은 이성을 조련할 수 있는 최고의 음문을 새길 수 있습니다. 당신이 물리적으로 굴복시킨 이성에 한해 음문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은 한번 새겨진 이성에게 중복사용 할 수 없습니다.]
복종의 음문 단 한번 굴복시킨 이성의 육체에 약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정신의 음문 단 한번 굴복시킨 이성의 정신에 약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중독의 음문 단 한번 굴복시킨 이성의 육체에 당신의 채액을 한 가지 선택해 중독시킬 수 있습니다.
피학의 음문 단 한번 굴복시킨 이성의 성 취향을 피학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성감대 음문 단 한번 굴복시킨 이성의 성감대를 임의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각인사 스킬은 무조건 적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저희가 누구겠습니까.
21세기의 문명을 사용하는 인간이 아닙니까. 현대 배경의 게임을 플레이 하실 때 그냥 전기충격기 하나 사시면 조건은 깔끔하게 해결 가능합니다.
스킬은 총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한 번 사용할 때 하나의 음문만 각인이 가능합니다.
음문은 상대의 몸에 새기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1레벨 때 단 하나의 음문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건데 2레벨로 올리면 두 가지의 음문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용할 때 효과가 더 좋은 음문들을 동시에 사용해 더 쉽게 여성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죠.
대신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독의 음문 같은 경우 침이나 정액 땀 등으로 종류가 나눠져 있는데 두 가지를 중독시키고 싶으면 다른 음문은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입니다.
물론 중독의 음문과 같이 여러 신체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 성감대의 음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할 정도로 두 가지 음문의 효과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더 상당하기 때문에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무조건 찍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베타기간 동안 다들 즐거운 게임하시길 바랍니다.
‘꼴리는데 지금 올려야하나?’
모든 내용을 읽은 나는 지금 각인사 스킬을 레벨업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직 정신이나 복종의 음문을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외 다른 능력들은 모두 사용해본
경험으로 하나 보다는 둘을 사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꽤 갈등이 됐다.
[지금 사용하셔도 사용은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한데...”
한창 고민하고 있자 답답했는지 시스템이 조언을 해주었고 필요할 때 사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지.’
시계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기에 슬슬 출발할 시간이 되자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전화했어.
“나 오늘 학교가려고 하는데 얼굴 좀 보자고.”
네가 웬일로?
“복학 신청하러 간다.”
오 그래? 그럼 또 이 형님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언제 올 건데.
“형님은 무슨, 20분 있다가 도착할 거 같아.”
알았어, 도착하면 전화해.
대학교 근처에 살고 있는 동기 한울이에게 전화를 마친 나는 간단하게 셔츠를 입고 그 위에 가디건을 걸친 뒤 베이지색 슬랙스를 하나 입었다.
이후 집밖으로 나와 버스를 탄 후 한울이의 집 앞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다.
“도착했다.”
바로 왔나보네? 금방 나갈게.
이미 씻고 준비를 마쳤는지 한울이는 금방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에서 나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긴 한데 너는 왜 살았다 죽었다 연락이 없냐?”
“남자끼리 안부전화해서 뭐 할 건데.”
“그렇긴 해 전화를 할 거면 여자애들한테 해야지.”
그렇게 서로 농담을 던지며 걷던 우리는 어느새 행정실 앞에 도착했다.
행정실을 들어가기 전 학교를 둘러보면서 방학인데도 전과는 달리 학생들이 많이 보여 한울이에게 물었다.
“야, 우리 학교 방학 아니야?
“방학 맞지.”
“그런데 왜 이리 학생들이 많아?”
“계절학기 다니는 애들이 있으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 많다고?”
“곧 새학기라서 새내기들이 구경 올 수도 있고.”
“그런가? 군대 가기전이랑은 다르게 엄청 많이 보이네.”
“야,야 이제 막 전역한 군인인거 티내지 말고 그냥 조용히 들어가자.”
군대 가기 전과는 다른 상황에 의아하며 나는 행정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휴학에 관련된 곳으로 가 따분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자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군 휴학 끝내고 복학 신청하려고 왔습니다.”
“성함이랑 학번이 어떻게 되시죠?”
“이진석 2016xxxxx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름과 학번을 알려주자 기다려 달라 말한 직원이 곧 어떤 서류를 나에게 건네줬다.
“일단 군 휴학이 끝나신 거 확인서류부터 작성해주세요.”
“네.”
옆에 있는 볼펜을 집어든 후 간단하게 서류에 기입된 글을 읽어본 나는 곧 서명을 마치고 다시 서류를 넘겼다.
“여기 복학서류 신청서입니다. 이름이랑 학번 확인해주시고 서명해주세요.”
복학서류를 받아 이름이랑 학번 그리고 옆에 나와 있는 과까지 모두 맞는 것을 확인한 후 서명을 했다.
“지금 신청이 좀 밀려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점심시간 끝나고 다시 와주시겠어요?”
“바로 되는 게 아닌가요?”
“네, 혹시 다른 과로 신청될 수도 있어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직원과 모든 대화를 마친 후 뒤에 앉아 있던 한울이에게 다가가 1시까지 할 일이 없어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말했다.
“어떻게 됐냐?”
“신청 밀려서 기다려야 한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밖으로 나와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서 어떤 여자 목소리가 한울이를 불렀다.
“한울 오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아보자 뒤에 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 두 명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 명은 약간 작은 키에 얼굴이 동글동글해 귀여워 보이는 여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비율이 좋아 꽤 길쭉해 보이는 무뚝뚝한 인상의 미인이었다.
“뭐야, 너네 계절학기 듣냐?”
“당연히 들어야지 이번에 노느라 점수다 망했는데.”
“저도 얘 따라다니느라 점수 망쳐서 같이 다니고 있어요.”
“뭐? 왜 내 탓해! 너도 즐겼잖아!”
“네가 공부도 못하게 방해하면서 같이 놀자고 끌고 다녔잖아.”
갑자기 둘이 말다툼을 시작하자 한울이가 그들을 중재했다.
“왜 싸우고들 그래 일단 진정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좋아요! 그런데 여기 오빠 옆에 있는 분은 누구에요?”
“내 동기 진석이 이제 막 군대 전역해서 복학 신청하러 왔어.”
“안녕하세요! 19학번 하수정입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같은 19학번 박이현입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16학번 이진석입니다.”
“선배님이신데 말 편하게 하셔도 괜찮아요!”
첫 만남부터 상당히 텐션이 높은 하수정이 말을 편하게 하라고 말하자
옆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이현을 쳐다본 나는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말을 편하게 놨다.
“그래 알았어. 너희들도 그냥 선배님 말고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괜찮아.”
“정말요?”
“응, 한울이가 아는 동생들인데 뭐 괜찮아.”
“알겠습니다. 오빠!”
“네, 오빠.”
게임 능력을 얻기 전 얼굴이었으면 처음 보는 사이에 오빠라고 부르라는 순간 모두 눈살을 찌푸리거나 했겠지만.
지금은 첫 만남에 모든 여성들의 호감을 살 정도의 얼굴이라 그런지 둘 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모두 나를 오빠라 불렀다.
“한울 오빠 어제 왜 연락 안 받았어?”
“바빠서 그랬어….”
앞에서 한울이와 하수정 그리고 박이현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새로 본 후배들의 몸을 훑어봤다.
밝은 성격이 특징인 하수정은 동글동글한 얼굴과 함께 통통 튀는 귀여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커다란 결함이 있었다.
바로 옷을 입은 가슴 부분이 상당히 평평하다는 것.
‘어우 저건 좀...’
얼굴은 화장을 해서 그런지 꽤 봐줄 줄만 했지만 거유가 취향인 나는 그대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하수정을 살짝 훑어보면서 살펴본 나는 그 옆에 있는 박이현에게 눈을 돌렸다.
박이현은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을 제외하고는 하수정보다 모두 상위호환이었다.
표정은 무뚝뚝하지만 얼굴 자체는 옆에 있는 하수정과 비교해서 더 아름다웠으며 몸매 또한 나쁘지 않았다.
몸에 달라붙는 흰색 긴소매 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중앙은 여성상을 강조하듯 크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그래도 좀 아쉽단 말이지.’
현실에서는 그녀들보다 농익은 매력과 커다란 가슴을 지니고 있는 이세연이 있고.
게임에서는 그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히로인들이 있어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아는 여자 후배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한 나는 간단하게 그들의 외모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이제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