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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55 슈프레히펜스터(3) (55/89)



〈 55화 〉55 슈프레히펜스터(3)

사람의 숨소리와 축축한 음향. 그리고 가벼운 침음성.

그러나 무언가 사탕이라도 빨고 있는가 짐작하기에는 너무나도추잡한 소리였다.

"츄읍… 하앗……."

레니 테세오는 눈앞에 있는 페니스에혀를 기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의 맛이 뒤섞인 점액을 꼼꼼히 핥아먹는다.

코를 범하는 것만 같은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런 추잡하고 굴욕적인 상황임에도 레니 테세오는 흥분하고 있었다.

"잘 하셨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즈음, 그녀의 머리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콜린은 페니스를 청소하는 레니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아……."

그것이 종료 선언이라는 걸 알아차렸는지 레니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을 떼어놓았다.

여전히 입에서는 콜린의 냄새가 진하게 남아있었다.

"흥분했어요?"
"…응."

그리고 짖궂은 물음이 날아온다. 레니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의식적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피하다가 이번에는 마치와 눈이 마주쳤다.

"무진장 꼴리네요."

…딱히 감상을 바란  아니었는데.

추잡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다가 엄지를치켜드는 마치의 모습에 레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사고회로를 이해할 수 없는 여자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콜린이 팔을 잡아당겼다.

레니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싱긋 웃은 콜린이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을 때, 레니는 눈앞에 있는 침대를 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짐작했다.

콜린이 이끄는 대로 침대를 향해 걸어가면서도 그녀는 시선을흘끔 돌려 마치를 바라보았다.

일단 마치의 침실이었고, 마치의 침대였다.

"……."

그러나 마치는반대쪽 손까지 들어 엄지를 치켜세울 뿐이었다.

레니는 그냥 그녀를 이해하길 포기하기로 했다.

털썩. 레니는 침대에 걸터앉아 옷을 한꺼풀씩 벗어나갔다.

콜린이 보내오는 매혹적인 시선에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누워주세요."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레니는 저항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자신의 위에 올라타는 콜린을 마주본다.

"으응……."

콜린은 양손으로 그녀의 아담한 가슴을 감쌌다. 그리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레니 씨."

가슴을 만져대면서 엄지와 검지를 움직여 유륜을 살살 간질이자 멋대로 비음 섞인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러다가 그는 미소와 함께 말을 걸어왔다.

"레니 씨가 오기 전에 마치 누나랑 뭐하고 있었을  같아요?"
"세, 섹스…?"

뒤이은 콜린의 질문에 레니는 머뭇거리면서 답했다.

그녀의 뇌는 콜린이 마치와 몸을 겹치는 모습을 멋대로 상상했다. 그것을 입 밖으로 내어 말하니 무언가 가슴에 먹먹한 것이 쌓이는 것만 같았다.

"흐읏…♥"

콜린은 답하지 않고서 레니의 유두를 가볍게 비틀었다. 짜르르한 쾌감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훈련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레니에게 정답을 알려준 것은어느새 침대 맡에 다가온 마치였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한  핥더니 레니와 눈을 마주쳤다.

"여성을 애무하는 훈련을 말이죠."
"흐아아앗?!"

그녀의 말과 거의 동시에 콜린이 레니의 가슴에 달라붙었다. 가슴 끝을 입에 머금고 유두를 혀로 빙글빙글 돌렸다.

이런 자극에다 가볍게 빨아들이는 힘까지더해지자 절로 교성이 터져나왔다.

한쪽 가슴을 입에 맡기며 여유가 생긴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 한참 전부터 젖어있던 레니의 비부를 찌걱찌걱 문질러대었다.

"흣♥ 잠까안…♥"

레니는 이상야릇한 쾌감에 몸을 배배 꼬았다. 뭔가 머릿속이 이상해진 것만 같았다.

"모처럼 콜린이 노력하고 있는데 방해하면  돼요──."

조심스럽게 콜린의 움직임을 막으려 했지만 그 순간 마치에게 팔을 붙잡히고 말았다.

쾌감이 다른 곳으로 발산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여간다.

움찔움찔 떨리는 자신의 신체에 레니는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엄밀히 말해서 콜린은 기술이 유달리 뛰어난 남자는 아니었다.

어쩐지 매혹적이게 다가오는 분위기, 살갗이 맞닿는 거리에서 겨우 느껴질 법한 달콤한 항기. 그리고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크기의 양물과 어마어마한 정력.

이른바 압도적인 피지컬로 비교적 부족한 테크닉을 커버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체를 뒤흔든 쾌감 속에서 레니는 겨우 시선을 돌려 마치를 바라보았다.

그런 인간에게 테크닉을 가르쳐줬다고? 그것도 그 마치 헤어가 직접?

레니 테세오는 리온이 자신과 맞설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흐그으으으윽──♥"

물론,  침대 위에서 그녀는 리온이 아니라 병사 A였지만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레니 테세오는침대에서 아주 약한 여자였다.

×

"흐극…♥ 으흐읏♥"

축축하게 젖은 침대 시트 위에서 파들파들 떨고 있는 금발의 여성.

쾌락에 벌어진 입술은 침은커녕 혓바닥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고,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은 공허하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레니 테세오가 이 정도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것이라 대체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좌우로 열린 다리 사이에서 그녀의 음부가 벌름거리며 안에 들어있던 정액을 꿀렁꿀렁 토해내었다.

'…조금 과했나?'

침대에 걸터앉아 물을 들이키면서 콜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흘러나오는 정액의 양만 보면 일반적인 관점으론 많아보일지 모르나 상대가 콜린이었던 점을 감안해야 했다.

실제로 그가 레니에게 사정한 횟수는 두 번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저렇게 만신창이가  이유는, 콜린이 익힌 기술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쉴새없이 절정으로 이끌었던 탓이었다.

레니의 반응이 재미있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하여 잔뜩 괴롭히느라 그녀의 수준을 제대로 신경 쓰질 못했다.

백설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레니 역시 꽤나조루끼가 있는 여자였으니 말이다.

콜린은 조금 정도는 자중하기로 마음먹은 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스승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헤어는 콧노래를 부르며 옷을 입고 있는 중이었다.

"…더 안 하시게요?"

그 모습에 콜린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고 있는 마치 헤어였으면 지금쯤 자기 차례라며 콜린을 눕히거나, 아예 레니까지 끌어들여 3P를 즐기거나 했을 테니 말이다.

"혹시 편지가 신경 쓰여요?"
"뭐… 그렇죠."

그리고 그 이유는 금세  수 있었다.

"우선 체셔와 잠시이야기를 나누고 올게요."

요컨대 지금은  기분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마치 헤어는 좀 과하게 방탕한 모습을 보이긴 해도 우선순위는 지킬  아는 여자였으니까.

…사실일반인이었으면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겨놓고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상대는 그 마치 헤어였다. 질내사정  번쯤은에피타이저 취급이리라.

제후 대리의 초청장.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모르는 인간은 여기에 없었다.

하다못해 저기 자빠진 레니도 상황을 대충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외세가개입하기 전에 각자 끝장을 보자──. 그것이 제후 대리가 말하는 바였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판의 노름이  것이다. 이것은 그 게임을 위한 사전 준비였다.

수도로 가면 최후의 결전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다시 집에 돌아오기 전에 모든 싸움이 끝나겠지. 콜린은 고개를 살짝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제후 대리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비유하자면 일족일도(一足一刀)의 거리.  걸음 나아가며 휘두르면 검이 닿는 그 자리에 모자 장수가 서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품에 파고들어 그에게 칼을 꽂아넣는 것뿐.

하지만  거리에 있다는 건 자신 역시 상대에게 충분히 찔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콜린은 시선을 마치에게로 옮겨 입을 떼었다.

"마치 누나. 너무 조급해지지는 마세요."
"…알아요. 여기까지 와서 일을 망칠 생각은 없으니까."

마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시간 복수심을 억누르고 있던 것만 보더라도 결코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었다.

"물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지만… 참을  있어요, 충분히."

그녀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괜찮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콜린은 화제를 돌렸다.

"모자 장수의 권능은……."
"시간을 멈추는 거예요."
"…역시나."

마치의 답을 듣고서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앨리스의 모자 장수… 정확하게는 미치광이 모자 장수(Mad Hatter)에게는 다른 캐릭터들이 그러하듯 그를 설명하는 여러 키워드가 있었다.

모자, 광기, 수은, 다과회, 음치, 수감자…….

그러나  가운데서 제후 대리라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법한 권능을 골라내라고 한다면 물론 '멈춘 시간'일 것이다.

모자 장수는 시간 죽이기에 적합한 노래를 부른 나머지 시간에게 미움을 받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의 시간은 항상 6시에 고정되어 있으며 그의 광기 어린 다과회는 영원히끝나지 않는다.

참고로 마치 헤어 역시  다과회의 참가자  한 명이다.

"콜린도 지금 같이 갈래요?"
"아뇨. 일단 레니 씨가 멀쩡해질 때까지는 옆에 있으려고요."

저렇게 맛이 가 있는데 혼자 내버려두고 가기엔 양심이 찔렸다.

"콜린… 갔다와……."

그러나 이내  죽어가는 목소리로 레니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 지친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급한 일은 아닌데요? 영주님이랑 상의하는 것도 나중에 시간을 내면 되고."
"내가 누군데…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 거야."

하긴 그녀의 신체는 상식의 시선으로 봐선 안 된다. 아득히 인외의 힘을 가지고 있는 레니였으니 말이다.

"레니 씨가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잠시 침대 써도 괜찮죠?"
"문제없어요."

애초에 그걸 트집잡을 거였으면 섹스할 때부터 막았을 거라며 마치는 킥킥 웃었다.

 탓에 직전의 행위가 떠올라 레니는 또다시 얼굴을 붉힌다.

"아무튼,다녀올게요."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콜린은 미소를 지으며 레니의 이마에입을 맞추었다.

"으……."

조금 부끄러운지 고개를 슬쩍 돌리는 레니였다.

그런 그녀의 뺨에 다시 입술이 닿는다.

…다만이번에는 조금 감촉이 달랐다.

"만약에 돌아와서도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때는 제가 직접 범할 테니까요."
"흐윽?!"

깜짝 놀라며 얼굴을 돌리니 마치가 싱글벙글 웃으며 이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차오른 질척한 욕망은그녀의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먼저 간 콜린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방을 떠나는 마치였다.

문지방을 넘어서니 복도에서 콜린이 팔짱을 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 연인을 유혹하는 건 좀 어떤가 싶은데요."
"연인이 있으면서 저를 유혹하는 건 어떻고요?"

그러나 콜린이 정말 이런 걸로 화를 낼 리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마치는 콜린을 끌어안았다.

이어서불그스름한 그의 입술을 빼앗고 부드럽게 혀를 섞는다.

"돌이켜보면 딱히 제가 유혹한  아니지 않아요? 마치 누나가 먼저 건드렸지."
"그런 미소에 그런 눈으로 봐놓고요? 콜린은 농담도 잘 하네요."

그렇게 마주보며 대화를 주고받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

약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콜린은 마치의 팔을 풀고 거리를 벌렸다.

"그래도 레니 씨 너무 괴롭히지 마요."
"그거야말로 콜린이 먼저 시작했잖아요."

이번에는 콜린도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레니는 왠지 모르게 약간 괴롭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어쩌겠는가.

그런 의사를 담아 마치의 눈을 바라보았더니 그녀도 같은 생각이라는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렇다곤 해도 레니 씨는 남자 쪽이 취향일 테니까요."
"콜린 치고는 조금 불확실한 표현이네요?"
"뭐… 확단하기 힘든 요소가  있어서."

예를 들어 안젤리나와같이 섹스할 때만 봐도 그녀의 스킨십에 거부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이전에 봤던 글에서는 네토라레 성벽이 과하면 연인뿐만이 아니라 자신도 굴복하고 싶어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성향이 얼마나 드러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벽이라는 것이 원체 개인차가 크다보니 누군가는 그런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역시 콜린을 끼고하지 않으면 거부감이 있으려나요……."
"애초에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떠나서 저랑 사귀는 중에 남이랑 하는 것 자체를 꺼릴 수도 있고요."
"흠흠,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마치는 깨달았다는 듯이 턱에 손을 가져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음 하렘 멤버는 언제라고요?"

그러면서 엄지를 척 치켜드는 마치였다. 콜린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쓴웃음을 짓고 만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그녀의 취향은 남자보다 여자 쪽에 가깝다고 하던가.

다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 과하게 경박한 태도이긴 했다.

"본래 사람이라는  술과 여자만 있으면 대체로 행복하게……."
"마치 누나.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

콜린은 그런 그녀의 허리에 팔을 휘감아 끌어안았다.

과장스러운 동작과 함께 열변을 토하던 마치의 입술이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침묵한다.

마치는 꽤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복수가 거의 눈앞까지 왔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하면 오히려 자신이 파멸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평소보다 쾌활하고 방탕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것이리라.

"미안해요. 괜히 신경 쓰게 했나봐요."
"그 정도야 괜찮아요."

마치는 콜린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방금 전보다는 평정을 되찾은  같았다.

"아, 그치만 방금 했던 말 중에 본심이 아닌 건 없어요."
"…뭐,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마치의 불안과 별개로 그녀가 몹시 방탕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저 방금처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드물 뿐.

"그럼 어서 가죠."

그리고는 이내 콜린에게로 손을 뻗는다.

콜린은 미소와 함께 그것을 붙잡고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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