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56 돼지와 후추
"날씨 좋네."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콜린은 중얼거렸다.
푸르릉 하고 말은 그에게 화답하듯 울었다.
물론 그저 혼잣말에 불과했다.
며칠이나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가슴이 술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제후 대리인 모자 장수가 부점 길드에게 수도로의 초청장을 보냈다.
편지 자체만 보면 때마침 수도에 카지노를 새로 지었다며 한 번 와보라는 권유였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결투장이었다.
더욱 엄밀히는 어떤 결투를 할 것인지에 대한 협상, 그것을 위한 초대장이었다.
이동 시간과 수도에서의 체류 시간을 예상해보면 아마 거의 한 달은 펠레이라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사실상 정예만을 추려 비교적 소수 인원이 움직이기로 결정되었다.
길드장 체셔 캣. 길드 최대 전력인 레니 테세오와 마치 헤어. 그리고 불사자 백설.
다른인선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충분히 전력이 될 수 있는경비대의 시안과 까마귀길드의 리온.
"그럼 갈까, 누나?"
"응, 그래."
마지막으로 콜린과 한나까지 모두 8명.
사실 애초에 참모역할인 콜린을 제외하면 이 중에서 최약체에 가까운 한나였다.
그럼에도 콜린이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만약 그녀를 두고 왔다간 한 달 가까이를 그녀 혼자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한 사람의 사냥꾼으로서 어느 정도 자기 몸은 지킬 수 있는 전투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저 시민 A였다고 한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버려두고 왔겠지.
딱히 그런 실력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나는 마차에 훌쩍 뛰어올라선 콜린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을 붙잡고 콜린도 마차에 올라탄다.
안젤리나는 동행하지 않기에 이번에는 평범한 마차를타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마차로 아늑한 여정을 즐기고 싶었지만 아라크네 길드는 전원 잔류하기로 결정됐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완전히 집을 비웠다가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그런단 말인가.
더욱이 안젤리나는 그 권능 탓에 콜린의 주변 인물들 중 가장 기동성이 좋으므로 본진에 남겨두는 편이 좋았다.
아라크네 길드와 까마귀 길드. 더 나아가 다른 반 제후 대리파 길드. 완벽하진 않아도 이 정도면 다짜고짜 펠레이라가 습격당하는 일은 없을것이다.
굳이 하나 덧붙이자면 까마귀 길드의 트위들 자매는 반 제후 대리파의 유통망을 쥐는 것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이 나라의 경제를 잠식해나가는 중이었다.
혹시나이번 협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정말로 내전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대비책이었다.
"왔어요─?"
천막을 살짝 들추고 마차 안에 들어서자 먼저 와있던 마치가 살짝 손을 들어 반겨준다.
언제나와 같은 다정한 미소였다.
"콜린 님!"
반대로 안쪽에 있던 백설은 팔짱을 끼고 얼굴을 찌푸린 것이 조금 심통이 난 듯 보였다.
그러나 콜린이 온 것을 확인하자 순식간에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시안 씨는요?"
"짐 옮기는 거 도와주고 있어요."
한 사람이 없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으니 마치가 답해주었다.
"한 명 더 탄다고?"
하지만 반대로 이번에는 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보통은 마차 두 개에 네 명씩 나눠서 타는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거기 어깨를 생각해봐. 네 명이 탈 수 있겠어?"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콜린이 말하자 그녀는 수긍했는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 중에서 수인 두 사람, 체셔와 리온은 결코 덩치가 작지 않았다.
체셔는 그야말로 인형탈을 쓴 것처럼 통통한 고양이였고, 리온은 어깨가 떡 벌어진 근육질의 대장부였다.
그나마 체셔 쪽은 한 명이 옆에 앉을 수 있을 정도인지라 레니가 그 자리에 타기로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레니와 마치가 나눠서 타야 하는데 그녀가 아니면 마치가 저쪽에 가야했다.
"어… 콜린?"
그런데 뒤이은 콜린의 움직임에 한나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콜린이 마치의 무릎 위에 앉은 것이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와 가슴의 감촉이 옷감 너머로 전해져왔다.
참고로 그를 위하여 변명해주자면, 딱히 스킨십을 노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차 여행이라는 것이 얼마나 볼기짝에게 가혹한 일인가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마치의 몸은 몹시 여성적이고 풍만하다. 삿된 말을 쓰자면 육덕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른바 천연 쿠션인 셈이었다.
더욱이 마치는 콜린이 전력으로 후려쳐도 오히려 그의 손이 다칠 정도로 튼튼한 신체의 소유자다. 지난번에 마차를 탈 때도 전혀 힘들어보이는 기색이 없었다.
따라서 콜린은 몹시 합리적인 지성인의 판단에 따라 이번에는 안락한 마치 여행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콜린은 그러한 점을 한나에게 설명했다.
"이러면 사실상 엉덩이와 허리에 가는 충격은 0에 수렴하니까……."
"…응기잇?!"
"……어?"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멀쩡히 의자에 앉아 있던 백설이 비명과 함께 몸을 움찔거렸다.
그것도 어째선지 쾌락에 잔뜩 젖은 비명이었다.
"어… 그러니까, 0에 수렴……."
"흐그윽♥"
또다시 그녀의 허리가 튀어오른다. 몸에 힘이 빠졌는지 의자를 따라 주르륵 미끌어지고 마는 백설이었다.
"…아, 저번에 그거 아직 취소를 안 해줬던가."
그제야 콜린은 무엇이문제였는지 깨닫고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백설은 0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절정해버리는 상태였던 것이다.
"좋아. 숫자로 가버리는 건 취소. 알겠지?"
"네, 네헤엣…♥"
잔뜩 풀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이 세상에 휴대전화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전화번호를 듣다가 절정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니까.
백설은 주섬주섬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슬슬 출발해도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시안이 마차에 올라탄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녀는마치 위에 앉아있는 콜린을 흘끔 보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음… 시안.뭐라고 안 하네?"
"아니, 솔직히 엄청 편할 거 같다고는 생각했는데요."
그 점을 한나가 지적하자 시안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다가 말했다.
딱히 콜린의 행동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그녀이기도 했고, 마차와 비포장도로의 합동 공격을 당해본 적도 있기에 납득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
아마 유일하게 이곳에서 마차 경험이 없을 한나만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콜린은 그저 시선을 피했다.
×
정신이 혼미해진다.
엉덩이에 내달리는 격통에 한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차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말로만 들었지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
"누나, 괜찮아?"
"…안 괜찮아."
그 모습을 콜린은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평소였으면 애써 괜찮은 척이라도 했겠지만 정말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신체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눈앞에 있는 여성, 시안의 존재였다.
"읏……."
더 정확하게는 난쟁이에게 애무를 받고 있는 시안의 모습 때문이었다.
마차 여행이 한 시간을 넘어갈 즈음 한나와 시안은 반쯤 죽어가는 상태였다.
결국 보다 못한 콜린이 그가 마치에게 안겨가듯 난쟁이들에게 쿠선 역할을 부탁했다.
크기에 비해 꽤 육감적인 몸매의 그녀들이니 충격 흡수의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었다.
물론 당연하지만,협상 결과는 참담했다.
난쟁이들이 그럭저럭 살집이 있다곤 해도 비포장도로가 고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데미지를 받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거였다.
…돌이켜보면 네 사람─마치, 레니, 체셔, 리온─이나 되니 절반이 마차 여행의 피해를 받고 있지 않은 셈이었다. 그만큼 이번 일행이 정예 중의 정예라는 것이겠지.
아무튼 난쟁이들도 고통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누군가의 의자가 되어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건부로 그 자리를 받아들인 난쟁이가 하나 있긴 했다.
"읏… 너무 만지지 마……."
"역시 운동을 해서 그런가 탄력이 좋네요──."
그리고 그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 지금에 이른다.
난쟁이 아이쉬마는 이름을 색욕의 악마에게서 따왔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무릎 위에 시안을 올려두고 그 몸을 주물렀다.
그것도 우악스럽게 쥐는 게 아니라 요염한 미소를 지은 채 살살 간질여온다.
시안이 수긍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엉덩이와 허리에 안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유혹이 너무 크기도 했고, 시안 본인부터가동성의 스킨십에 그리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 콜린이 이런 것에 흥분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치 누나……."
"후후, 여기를 만지면 어떤가요?"
이런 분위기가 되었는데그 마치 헤어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난쟁이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릎에 앉은 콜린을 애무해대었다.
어느새 그의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간 지 오래였고, 그녀의 손길을 따라 페니스에서 투명한 쿠퍼액이 울컥울컥 스며나왔다.
꽤나 야릇한 장면이 아닐 수없었지만… 한나는 흥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윽?!"
덜컹. 마차가 돌부리 위를 지나갔는지 흔들리며 또다시 꼬리뼈를 가격한다. 한나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누나. 차라리 누워있을래?"
그러자 콜린이 제안을 해온다.
확실히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허리와 엉덩이도 훨씬 편해지리라.
"아니, 셋이서 앉아가기에는 좀 좁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마주보는 자리 중 하나를 그녀 혼자 차지하게 되어버린다.
나머지 인원은 반대쪽에 서로 끼여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시안은 난쟁이의, 콜린은 마치의 무릎에 앉아 간다고 해도 세 사람이다.
"둘이서 앉으면 되잖아?"
그러나 콜린은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턱짓했다.
"어… 저요?"
그 시선 끝에는 백설이 있었다.
그녀도 마차에서 전해져오는 충격 탓에 결코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사의 신체를 가진 여자였다. 지금 상황은 나름 견딜 수 있을 정도리라.
"우리 누나 말대로 셋이서 같은 의자에 앉기에는 너무 좁지 않을까?"
"아, 넷!"
잠시 멍하게 있던 백설이었으나 이내 콜린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콜린 님이 원하신다면야 얼마든지!"
그리고는 자리와 자리 사이… 그러니까 마차의 통로이자 승객들이 발을 놔두는 자리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이어서 콧김을 흥흥 내뿜는 것이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모습이었기에 콜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배 위에 발을 올렸다.
'…이렇게까지 하란 소리는 아니었는데.'
사실 콜린은 백설이 저쪽 자리에서 한나에게 무릎베개를 해주는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본인이 너무 기쁜 모습으로 발깔개가 되기를 자청하고 있으니 그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묘한 상황이었다.
"콜린, 당신은 정말로 간사한 남자네요──."
마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더니 콜린의 페니스를 문지르는 손을 더욱 빠르게 했다.
확실히 한 여자를 짓밟으며 다른 여자에게 애무를 받고 있는 이 모습은 마치 폭군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이쪽 세계 관점으로 보면 팜므 파탈 같은 느낌이려나?'
남자 쪽은 옴므 파탈이라 불러야 하지 않나 싶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무언가 깊게 생각에 잠기기에는 당장에 사정감이 몰려온 탓이었다.
마치는 그 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교묘하게 페니스를 몰아붙였다.
"윽… 쌀 것 같……."
그리고 그것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을 즈음, 갑자기 시안이 몸을 불쑥 들이밀며 그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터져나오는 사정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녀의 입 안에 정액이 왈칵 쏟아졌다.
"하아, 시안 씨……."
콜린은 그의 페니스를 물고서 눈만 치켜뜬 채 올려다보는 시안의 머리를 살짝 붙잡았다.
몇 번의 맥동과 함께 사정이 끝나고 그녀는 입에 정액을 머금은 채 다시원래 자세로 되돌아간다.
"베에──."
시안은 입을 오물거리며 콜린의 맛을 즐기는 듯 하다가 입술을 벌려 침과 섞인 정액을 손바닥에 토해내었다.
"우읏…?!"
그리고는 상체를 살짝 숙여 바닥에 있는 백설의 얼굴에 슥슥 처발랐다.
"…시안?"
그 아스트랄한 광경에 한나는 벙쪄서 시안의 기행을 쳐다보았다.
"어… 좋아할 줄 알고 했는데……."
"아뇨! 좋습니다! 최고에요!"
"그렇지? 발로 밟고 있으려니 미안해서 선물이라도 해줄까 싶어서."
그리고 한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백설은 코를 킁킁거리며 지금의 상황을 만끽하고 있었다.
사실 이쯤 되니 다른 사람들이 정상이고 자기 혼자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고 마는 한나였다.
"……."
물론 건너편에 있는 콜린의 나신을 바라보며 조금흥분하고 있었던 점에서 실제로 그녀가 평범한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나머지 사람들이 정상이라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문란한 새끼들… 그냥 죄다 뒤져버렸으면.'
…유감스럽게도 이 장소에 있는 정상인은 까마귀 길드에서 파견된 마부 한 사람뿐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