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3화 〉 423화 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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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를 불렀다. 그녀는 호사카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호사카가 투자하라는대로 해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 와타나베 카야노는 자신의 월급을 호사카의 방식대로 투자를 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녀가 호사카를 배신하지 않고 떠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금 당장 떠나는 것보다 호사카의 옆에 붙어 있는게 훨씬 많은 이득을 보장하기 때문이었다.
와타나베 카야노는 호사카가 또 어떤 것으로 황금을 만들어낼지 기대하며 호사카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호사카 사장님.”
“요즘은 크게 재미볼게 없지?”
“네.”
“조금만 있어봐. 앞으로 큰거 하나가 오니까.”
이제 호사카 입장에서 겨우 백만달러 천만달러 정도로는 큰거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와타나베 카야노는 눈을 반짝였다.
‘IT 붐이 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
IT 붐. 흔히 닷컴 버블이라고 불리는 사태가 곧 찾아온다. 인터넷이 전세계에 깔리고 수많은 IT 관련 벤처 회사에 투자금이 몰렸다. 주식은 폭증하고 거품이 낀다. 그리고 그건 한번에 꺼진다.
호사카에게 기회는 두 번이었다. 언제 인터넷이 활성화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호사카는 지금도 매일 뉴스를 보며 인터넷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이 등장하면 즉시 대부분의 자산을 닷컴 버블에 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닷컴 버블이 꺼지는 시점은 기억하고 있었다. 2000년이었다. 새천년이 시작했을때, 갑자기 폭탄처럼 터진 뉴스라서 그 시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호사카가 할 일은 1999년부터 천천히 거품이 낀 주식을 팔아넘기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호사카에게는 두번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바로 선물이라고 하고는 주식의 도박이었다. 선물은 주식이 떨어지는 것에도 베팅할 수 있었다. 언제 떨어질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이는 상대방의 패를 보면서 치는 도박이나 다름 없었다.
‘이 두번의 기회로 또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이제 1991년이었다. 닷컴 버블로 떼돈을 벌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호사카는 지금 당장 돈이 필요했다. 기존 포르노 제작사들의 여배우를 빼았기 위해서는 돈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다양한 포르노 제작사도 지금 당장은 돈 먹는 하마나 마찬가지였다.
호사카의 사재를 털어서 이 일을 진행해도 되지만 돈이 더 많이 있으면 자신만의 포르노 세계를 건설하는데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에게 말했다.
“영어는 이제 잘하지?”
“네.”
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를 투자 전문가로 훈련 시켰다. 일본의 버블 붕괴를 알고 있었고 나중에 그녀를 미국에서 활동시킬 생각으로 영어와 다른 전문적인 교육도 시켰다.
“내가 헐리우드 영화계와 연결을 시켜주지. 와타나베는 영화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봐.”
호사카는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했다. 회귀를 하기 전에 실패한 AV 배우였을때, 그에게 유일한 안식이 되어주던 것이 영화였다.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던 여배우들은 포르노나 AV 배우 이상의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
호사카는 와타나베 카야노에게 실베스타 몬디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미국의 상류층은 폐쇄적이었다. 하지만 아는 지인이 있다면 얼마든지 파고 들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실베스타 몬디는 호사카에게 도움을 받았고 호사카를 좋아했다. 연줄을 마련해주는 것쯤은 들어줄 사람이었다.
그리고 실베스타 몬디는 여전히 헐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액션 스타였다. 그의 말이라면 인맥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영화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를 만들어. 이름은 적당히 하고. 그리고 지금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모든 영화의 목록을 나에게 가져와. 거기서 내가 성공할 영화를 뽑아주지. 와타나베 네가 할 일은 그 영화사에 최대한 투자를 하는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영화는 주식과 다릅니다.”
호사카는 피식 웃었다. 호사카는 무슨 영화가 성공할지 잘알고 있었다. 영화관에 갈때마다 보는 것이 박스오피스였다. 그의 뇌리에 남아 있는 영화는 곧 성공할 영화였다.
하지만 와타나베 카야노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자신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 이상 그녀를 설득시킬 말도 없었다.
“와타나베. 포르노나 영화나 비슷해. 내가 포르노에서 실패하는 것을 보았나? 믿음을 가지라고 믿음을.”
“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와타나베 카야노는 현재 제작 중인 영화 목록을 죽 뽑아 왔다. 호사카는 붉은 펜으로 그 목록 중에서 눈에 띄는 영화만 표시를 했다.
알라알라딘.
경호원.
본능적인 원초
…
호사카의 눈에 들어오는 노다지가 한가득이었다.
“와타나베. 영화는 보통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아나?”
“자세히는 모릅니다.”
“내가 찍어주는 영화는 기본이 2루타야.”
주식에서는 수익률 100퍼센트를 1루타, 200퍼센트는 2루타라고 했다.
“어떤 영화는 10루타를 칠지도 모르지.”
호사카는 정확한 수익은 몰랐다. 다만 그 중에 적은 제작비로 큰 수입을 올리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손해는 하나도 보지 않고 많으면 10배까지 회수할 수 있는 돈 놀이.
지금까지는 일본의 버블을 이용하는 것이 더 수익률이 좋았지만 이제부터는 영화에 대한 수익이 더 좋아질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영화사에서 내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할거야.”
알라알라딘 같은 경우는 재정이 튼튼한 디즈니에서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의 투자자들이 있으니 다른 투자자를 받는데 소극적일 것이다.
그리고 나 홀로 집 2 같은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1이 워낙 대성공을 거두어 2에도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내 돈을 받지 않으려는 영화사는 투자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야. 내가 그 영화의 성공을 예상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모두에게 알려줘. 그리고 내가 어디어디에 투자를 하고 싶어했는지도 소문을 뿌리고.”
“투자 정보를 노출한다라. 오히려 역효과이지 않을까요?”
“하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지금 내가 찍어준 영화는 곧 개봉을 해. 그리고 내가 찍은 영화가 대성공을 거둔 것을 모두가 보겠지. 그 중 몇 명이 내가 그 영화를 찍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괜찮아.”
“아…!”
그렇게 되면 이제 영화사에서 먼저 호사카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호사카는 포르노 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눈도 뛰어나다는 소문이 날것이다. 롬보 3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흘러나올 것이다.
영화사에서는 미래의 성공을 보장 받고 싶어서 호사카의 투자를 바랄 것이다.
그럼 호사카는 그걸 보고 성공할 작품에 돈을 넣고 배당금을 챙기면 그만이다.
포르노 업계는 분명 돈을 많이 버는 업종이다. 하지만 그래도 헐리우드 영화보다 돈을 많이 벌지는 않는다.
호사카는 이미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헐리우드에 투자하여 돈을 불리면 그 몇 배로 불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 돈으로 포르노 업계를 좌지우지 한다면?’
결국 모든 것은 호사카의 뜻대로 만들어질 것이었다.
호사카는 일본에서 대성공을 하고 도쿄 섹스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에서 성공을 하고도 그 별명은 계속 사용되었다.
그건 호사카를 칭찬하는 뜻도 있지만 결국 그가 일본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호사카가 결국 AVN의 일원이 되지 못한 것처럼.
‘내가 모든 것을 지배하면 어떤 소리를 하는지 궁금해지는군.’
호사카는 마치 악당 대장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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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사카가 자신만의 포르노 세계를 만들고 있을때, 그의 부하들도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각자 제작사를 만들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첫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호사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고 했지만 옆에 경쟁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오시마 타케시나 세실 스피넬리처럼 고인물도 있었다.
고인물은 고인물대로 경쟁이 붙고 젊은이들은 젊은이대로 경쟁이 붙었다.
그리고 호사카를 가장 먼저 찾아온건 찰스 신이었다. 그는 날이 갈수록 공손해졌다. 그도 이제 한 제작사의 사장이지만 그 투자는 호사카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
“호사카 사장님. 이 대본을 한번 봐주시죠.”
호사카는 찰스 신이 가져온 대본을 보았다. 찰스 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밑의 작가들이 노력해서 만든 대본이었다.
호사카는 다양한 부분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대본을 만들기도 했지만 찰스 신은 팔릴만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으로 자기 할 일은 충분히 한 셈이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조심성도 갖추었다.
“좋네.”
호사카가 간단히 칭찬을 한것만으로 찰스 신은 크게 웃었다. 포르노 업계에서는 호사카의 말이 곧 법칙이나 다름 없었다. 그가 잘될거라 말하면 그 포르노는 진짜 잘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 취향이 있었다니. 또 몰랐네.”
“흠흠.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자기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는다면 포르노 업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하셨죠.”
“당연하지. 포르노는 욕망의 산업이야. 그것도 드러내지 못하면 다른 일을 하는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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