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6화 〉 476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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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힐다 클린턴은 여장부였다. 빌리 클린턴이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뒤에서 그녀 또한 어마어마한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그녀는 간단히 외교부를 통해 한국 정부에 연락을 했다. 호사카는 미국 정부가 신경을 쓰고 있는 VIP이며 그가 한국에서 어떠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미국 대통령도 신경을 쓰는 외교적인 문제가 될거란 것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의향을 즉시 김영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영수 대통령은 백악관이 일개 포르노 배우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뜻은 명확했고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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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든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직장인도 회사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호사카의 방한과 반대 시위는 큰 화제였다. 공중파의 모든 방송이 중단되고 생중계로 이것을 보도하고 있었다.
“김 부장님. 보고서 입니다.”
“아니. 이 사람이. 일도 중요하지만 나라가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지.”
이 대리는 회사 휴게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았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조선인 포르노 배우가 한국에 입국을 했다는게 떠들썩하게 뉴스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김 부장은 흔히 말하는 꼰대였다. 그리고 이 대리는 사회초년생이었다.
이 대리는 상사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가져도 된다고 하니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같이 텔레비전을 봤다.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 회사원이라 쉴 수 있을때 쉬어야 했다.
그리고 이 대리는 몸은 잠깐 편해졌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그는 20대 중반의 남자였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빠르게 취업을 했다. 막상 취업을 하고 나니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느라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1990년대 한국은 그런 시절이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서 일거리는 넘쳐났고 모든 회사가 회사원을 정년까지 책임졌다. 대신 회사원은 매일 같이 야근을 해야 했고 상사의 말은 군법처럼 따라야했다.
이 대리는 김 부장이 미국에서 온 포르노 스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한국에는 들어오면 안되는 해충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대리의 생각은 달랐다. 매일 같이 야근을 하니 힘이 들어서 여가 시간도 없었다. 당연히 결혼은 해야 했고 선을 보고 적당한 여자와 결혼을 하거나 적당한 여자와 짧게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해야 했다.
그건 모두가 그렇게 사는 당연한 규칙 같은 것이었다. 다만 결혼을 한 이후에도 집보다는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남자에게 여자를 애무하고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체력이 남아 있을리 없었다. 적당히 자식을 낳기 위해 질내에 정액을 남기는 섹스만 할 뿐이었다.
이 대리는 청계천 상가에서 외국에서 몰래 수입해온 포르노 비디오를 구매해서 자위를 하는게 그의 성욕을 해소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 무렵에 청계천을 걷고 있으면 이상한 아저씨 하나가 나타나서 좋은게 있다고 말을 걸어왔다. 그를 따라가면 불법으로 복사하여 수입해온 해외의 성인 비디오가 많았다. 대부분은 부산이나 인천을 통해 빠르게 가져올 수 있는 일본 AV였다. 그리고 가끔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다시 한국까지 오게된 서양 포르노도 있었다.
이 대리는 호사카를 알고 있었다. 대학 시절에 일본 AV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는 한국인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게 호사카였다.
한국 남자들은 머리는 반일이지만 하반신은 친일이었다. 익숙하지 않는 서양 포르노보다 겉모습은 비슷한 일본 AV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한국인이 일본 여자를 마구 따먹고 다니는 것은 묘한 대리만족감을 주었다.
이 대리는 호사카를 좋아했다. 지금도 그의 자취방에는 호사카의 AV 비디오가 있을 정도였다.
“이 대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입국을 막아야죠.”
“역시 그렇지? 요즘 젊은이들은 포르노 비디오인지 뭔지 보면서 음란한 짓만 한다는데 그래서 쓰겠냐 말이야. 모름지기 남자라면 자신의 배필을 만나서 한 여자만 바라봐야 하는거야.”
이 대리는 어이가 없었다. 김 부장은 보너스만 나오면 자신이 단골로 있는 주점의 마담에게 달려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마담과 부장의 관계가 무엇일지는 안봐도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안볼수가 있을까요. 그래도 미국은 우방이고. 미국 시민권자를 폭력이나 다른 수단으로 쫓아내는건.”
“그래도 한민족의 얼은 지켜야지! 아무리 미국이 우리나라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나라도 이제 곧 선진국이야. 안되는건 안된다고 명확하게 말해야지!”
“맞습니다. 역시 부장님의 남자다우시네요.”
이 대리의 가짜 칭찬에 김 부장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가면 얼굴 가죽은 두꺼워지고 고집은 세지고 아랫 사람의 변화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호사카는 다른 남자에게서 부자들만 사용한다는 휴대폰을 받았다. 그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대치 상황이 일어났다. 시위대는 호사카보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라며 온갖 욕설과 협박을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폭력 사태가 일어날 것 같았다. 호사카라는 남자는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다. 겁에 질리지도 호승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시위대를 보고 있었다.
“아…”
이 대리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갑자기 어디선가 군인들이 출동을 했다. 공항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 상주하고 있는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진짜 총을 들고 있었다.
혹시 한국 정부가 군인들까지 동원하여 호사카를 핍박하려는 것일까. 그런 걱정이 되었다. 김 부장은 기분 좋게 이죽거렸다.
“그렇지! 저 정도는 해야지! 그래야 미국 놈들이 한국남아의 의기를 보여주는거지!”
이 대리는 자신의 입 밖으로 욕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그는 사회 생활을 위해서 간신히 욕 하는 것을 막았다.
시위대에서도 신이 나서 떠들어대었다.
“저 양놈! 쪽바리! 아니! 저 놈을 쫓아내자!”
“미국으로 돌아가라!”
“한국에 섹스 비디오 배우는 필요 없다!”
야유는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호사카는 그걸 무시했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 그의 한 걸음은 그 느낌이 뭔가 달랐다.
“어? 어?!”
“저 놈이?!”
“군인 양반! 빨리 저 놈을 잡아서 감옥으로 보내시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 다르게 군인들은 시위대를 향해 돌아섰다. 마치 호사카를 보호하는 듯한 형국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명령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해가 안가는 명령도 따르도록 교육 받는게 군인이었다.
군인들 중 소대장이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얹고 위협적인 자세로 시위대에게 걸어갔다.
한 용감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시위대에 있다가 소대장의 말을 생중계하는데 성공했다.
“물러나세요.”
“아니, 이게 무슨 짓이요?!”
시위대는 성난 원숭이 무리처럼 아우성을 쳤다. 잔뜩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대장은 시위대가 실컷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들도 인간인 이상 체력의 한계는 있을 것이었다. 시위대는 얼마지나지 않아서 목소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침착한 소대장은 그제서야 말을 했다.
“저기 있는 사람은 미국의 외교관 신분으로 한국에 방문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모든 공격 행위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서 보호될 것입니다. 위법으로 처리될 것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시위대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호사카도 이런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다만 그는 티는 내지 않으면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찌되었건 그에게 나쁜 일은 없었다.
한국에서 미국 시민권자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교관 신분을 받는 것이었다. 외교관은 각국에 미국을 대표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보다 훨씬 중요하게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중동의 테러리스트도 미국 외교관은 건드리는 것을 눈치보았다.
이 대리는 속으로 환호했다. 지금 정부가 군부독재 이후에 민주를 뜻으로 받들고 있지만 포르노를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오히려 민주 정부이기 때문에 포르노를 허용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면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 한국으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는 호사카의 모습은 그런 바램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호사카는 한국의 시위대나 정부나 군인이나.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저 행할 뿐이었다.
호사카는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 밖으로 빠져나왔다. 시위대는 군인들의 총구에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밖에는 K111이라고 레토나라고 불리는 군용 차량 이전에 사용되던 차량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 호사카와 그의 가이드, 소대장, 운전병이 탔다.
소대장은 품에서 서류가 들어가 있는 봉투 하나가 나갔다. 소대장도 호사카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지 필요한 용건만 딱딱 말했다.
“미 외교관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 있을시 사용할 수 있는 청와대 핫라인 번호도 동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군차량은 종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호사카와 가이드를 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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