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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46화 (14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46화

달이 뜨는 밤,심지어는 보름달이 뜬 밤이라면 그 힘이 증폭되는 사기 성 짙은 종족을 가진 실버 웨어 울 프였다. 거기에 이형(異形) 마법사 5명. 다른 차원의 힘을 가져다가 자 신의 마나로 바꿔 독특한 마법을 구 사하는 그들의 힘은 마법사의 경지 를 좌지우지하는 ‘서클’과 ‘클래스’ 를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 다.

그런 그들이 힘을 합쳐서 단 한 명의 여인을 상대한다.

고작 얇은 검 한 자루를 들고 있 을 뿐인 여인,백화연.

1대 6이다. 숫자가 많은 쪽이 우위 를 점하는 것은 당연했다. 심지어 그들이 보통내기던가. 내로라하는 강자 반열에 든 마법사와 늑대 인간 이 속공을 펼치자 백화연도 처음엔 맥없이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백화연이 입을 열었다.

“……천영이 그랬어. 나쁜 놈들은 꼭 주둥이가 문제라고.”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잔뜩 경직되어있던 근육에 힘이 들 어갔고,날카로운 감각이 곤두섰다. 그와 동시에 머리는 냉정해진다. 그 것은 백화연이 특히나 열이 받았을 때 나오는 증세였다.

주둥이가 문제다.

백화연은 말이 없지만 천영은 심심 해지면 입을 자주 열어서 그녀에게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물론 영양가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헛소리만 줄줄이 늘어놓으면 파트라 슈가 튀어나와서 맞장구를 치는 형 편이다.

백화연은 단답형의 대답을 할 뿐이 었으니까. 그런 천영이 했던 말 중 어떤 것이 떠올라버렸다.

‘영화 보면 악당 새끼들은 꼭 지들 이 유리하다 싶으면 갑자기 말이 존 나 많아지거든?’

‘그게 왜?’

천영이 스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거 사망 플래그야. 곧 주 인공이 어디선가 힘을 얻고 겁나게 강해져서 악당을 짓밟거든. 꼭 마지 막 순간에 주댕이 나불거리다가 털 리는 게 조연 특징이지.’

‘우와. ……그거 겁나 개연성도 없

고 감동도 없는 전개인데.’

‘모든 소설이랑 영화가 다 그래. 그러면 재미있거든.’

그랬다. 그러면 재미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그런 전개를 넣는다.

하지만 그 작가들은 모를 것이다. 현실에서 정말로 악당과 선한 자가 마주하게 되면 똑같은 전개가 펼쳐 지리라는 사실을.

루즈벅은 말이 너무 많았다. 그의 말에는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한 씨앗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하지만 루즈벅은 백화연을 자신과 동일시했 다. 그는 그녀를 ‘살인자’로 취급하

여 죽이려고 들었다.

하지만 백화연은 정신없이 싸울수 록 깨달아간다.

정말로 자신이 살인자인가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본능이 깨달았다. 눈앞의 사내 그 리고 자신도 살인자. 그와 본인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였 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루즈벅은 강해지기 위해 범죄자를 찾아다니며 살인했다.

백화연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노 리고 달려드는 범죄자들을 살인했 다.

루즈벅은 그들을 찾아다니며 ‘사 냥’한 것에 비해,백화연은 살릴 사 람이라 판단되면 얼마든지 살렸고 정말 위협이 된다 싶은 적들만을 죽 였다.

즉 그녀는 자기 합리화가 가능해졌 다. 나는 살기 위해 살인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의 사내와 나는 비슷하지 않다.

루즈벅이 현재 백화연을 멘탈로써 압도하는 이유. 그것은 자기 합리화 였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아 야만 했던 그들은 여타의 다른 넥스 터들과는 달리 그들은 살아남으며 심신을 더욱 단단히 굳혔다. 더 강

한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 드시 자기 합리화를 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자기 합리화는 비참하고 창피한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그 들이 강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백화연은 자 기 합리화에 성공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속 주 인공처럼 백화연의 힘이 갑작스레 강해졌다거나,본인도 모르고 있었 던 숨겨진 기술이 해방된다거나,하 늘에서 수호천사가 내려와 축복을 내려준다거나 하는 기연은 없었다.

다만 백화연의 손속이.

째앵!!

“끄아아악!”

“젠장. 캐스팅을 멈춰! 형님을 방 패막이로 쓰잖아!”

“부,불가능…… 안 돼!”

잔인해졌다.

마법진이 구현되자마자 발사되는 유도 마법은 허공을 가로질러 백화 연에게 정확히 명중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백화연은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마법사의 배후로 이동하여 그 들을 방패막이로 썼다. 침착하고,냉 정하게. 판단을 내린다. 베어낼 수 있는 마법이 있고 막을 수 있는 공

격이 있으며 회피할 수 없는 유도 마법이 있었고 뒤로 물러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넓은 범위의 광역 마법 또한 있었다.

5인의 마법사. 마법사들은 소수로 도 다수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 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으나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도리어 불리해 진다.

많은 마법사가 소수의 대상을 공격 하게 되면 광역 마법을 사용하기가 꺼려진다. 특히 백화연처럼 몸놀림 이 유연하고 잽싼 대상일 경우 더욱 그렇다.

광역 화염 필드가 형성되어 자신을

따라오면 집요하게 실버 웨어 울프 와 붙어서 그 불꽃이 옮아 붙도록 만든다. 자신을 향해 마법이 날아오 면 그것을 튕겨내 바로 옆쪽에 있던 마법사에게 날리거나 몸을 던져 다 른 마법사에게 피해를 입히도록 유 도한다.

그러면서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목을 베어냈다.

“망할! 너희 마법사들은 차라리 꺼 지라고!”

루즈벅의 입이 거칠어졌다. 차라리 혼자 싸울 때가 나았다. 그때도 솔 직히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었는데 백화연이 마법사들의

공격을 역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자 루즈벅의 공격 타이밍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말 귀신같은 눈치를 가지고 있었 다. 어떻게 알았는지 후방에서 날아 오는 공격을 끝까지 피하지 않다가 지척에 다다른 순간 몸을 숙여서 루 즈빅에게 피해를 입히는가 하면,일 부러 마법의 공격 궤도로 루즈벅을 유인해 그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벌써 마법사들은 2명이나 죽어나갔 다. 처음의 그 멘탈이 흔들리던 모 습은 어디로 갔는지 잠깐의 고민조 차 없이 제일 귀찮았던 마법사들을

베어냈다. 그러면서도 유도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마법사는 목숨을 끊을 기회가 왔음에도 죽이지 않은 이유는 그 마법사의 마법이 제일 이 용하기 쉽다는 탓이 클 것이다.

검은색의 파도가 몰아치고,붉은 핏빛의 식물이 자라나 백화연을 옭 아매려 했으며 보라색의 반투명한 꽃이 피어올라 포자를 퍼뜨려 그 일 대를 중독지대로 만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군에게조차 피해를 줘서 결국 마법을 취소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사들의 장기인 일 대 다수의 상황이 오히려 역전되 자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

다.

신출귀몰. 루즈벅이 마치 태풍처럼 그 자리를 휩쓸고 다니는 움직임을 지니고 있다면 백화연은 살살 흩날 리는 꽃잎처럼 느린 둣 하면서도 어 느 순간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있었 다. 그리고 느린 것 같지만 사실 루 즈빅보다도 잽싼 그 몸놀림에 그들 은 그녀를 제대로 포착할 수가 없었 다.

오로지 루즈벅만이 백화연을 제대 로 타격할 수 있었건만 그마저도 마 법사들이 방해해서 입은 타격이 너 무 컸다.

‘무슨 뭐가 이렇게 강해……

믿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을 오 로지 강해지기 위해 죽여 왔던 루즈 벅조차 순수한 강함만으로 따지면 백화연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는 결 국 이를 악물고 외쳤다.

“대체 얼마나 죽이고 다녔지?”

그 질문에 백화연이 냉소로 답했 다.

“그냥 네가 약한 거야. 핑계거리 찾지 마.”

“크윽!”

격투가이자 늑대 인간. 그는 백화 연의 도발에 걸려 들어버렸고 그 대 가는 목숨이었다.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서천영은 놀 라지도,겁먹지도 않은 채 싸늘한 눈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천영을 뒤 따라온 2황자 일행은 잔뜩 당황한 채였다.

2황자 러셀 리가 말했다. 자신의 동생이 어디론가 도망쳤는데 찾아서 데려가야만 한다고. 천영은 흔쾌히 수락했지만 인근에서 벌써부터 3황 자라는 놈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결국 한참을 찾다가 베이스캠프로

데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네청과 백화연과는 나중에 따로 베 이스캠프에서 만나면 된다고 생각하 여.

그렇게 판단하고 베이스캠프로 귀 환했더니.

“……한 명도 남김없이 싹 다 죽였 군.”

러셀 리는 천영의 싸늘한 말이 튀 어나오자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눈물이 찔 끔 나올 것만 같은 본능적인 공포감 이 휘몰아쳤다. 말 그대로 그것은 아주 강한 자가 내뿜는 투지에 의한

공포. 그 투지가 향하는 방향이 전 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운이 느껴질 정도라니.

러셀 리는 저 자그맣고 귀엽게 생 긴 소년에게서 이런 투지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붉은 번개 모양의 머리 스타일을 한 사내는 그런 기운을 정면으로 받 아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 깨를 으쪽한다. 그는 원정대장 셜론 의 시체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거 원,여기서 예상외의 인물을 보네.”

그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목표 대상 : 서천영.

그의 사진이 있었다. 검은색의 찰 랑거리는 머리칼에, 금색의 눈동자 를 가진 귀엽게 생긴 소녀. 사진 속 인물과 쏙 빼닮았다. 웨지스턴은 빙 글빙글 웃으며 천영에게 말했다.

“너, 그때 서천영이 맞는 거냐? 왜 그렇게 작아졌대? ……흐음,드래곤 이 된 기념으로 외형 수정이라도 했 나?”

그것이 거의 5~6년 만에 만난 마 검사 웨지스턴이 천영에게 처음으로

내뱉은 인사말이었다. 당시 마법사 서천영을 처참히 무너뜨렸던 마검사 웨지스턴에게는 여유가 한가득했다.

저런 질문에 친절히 답해줄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웨지스 턴의 말에 천영이 흠칫 몸을 떨었 다.

“아,혹시 ‘외형 변경권’ 같은 캐쉬 아이템이 개편됐나? 오호라. 역시 그렇군! 어디서 샀어?”

“……뭐?”

“그렇잖아. 안 그러면 덩치가 산만 하던 남자가 너처럼 작은 여자가 될 수는 없으니. 성별 변경권도 있는

건가? 크으,이 게임 갑자기 이상한 캐쉬 아이템 내놓기 시작하네. 게임 이 망할 징조인데 이런 걸 돈 받고 팔아먹으면.”

외형 변경권이라는 아이템 자체는 사실 넥스트가 아닌 다른 게임에서 는 흔했다.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 넥스트는 탈태로 인해 외모가 임의 로 변경되는 것이 아닌 이상 외모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존재하 는 외형 변경권도 고작 문신이나 흉 터,점 등을 만들거나 지우거나 하 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저런 얘기는 이런 장소에서 꺼낼 말이 못 된다. 이전에 만났던

렌디 역시 ‘커스텀마이징’ 운운하며 천영에게 능담을 건넨 적이 있지만 말 그대로 농담일 뿐이다.

렌디는 이 세계가 현실이라는 사실 을 인식하고 그걸 알기에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꺼냈을 뿐이고.

눈앞의 웨지스턴은 진심으로 저 말 을 꺼냈다.

“……너 뭐하자는 거야?”

“응? 아 이 NPC들 죽인 거? 미안 해. 퀘스트 중이었나? 흠흠. 뭐 어 때. 피차 싸워야하는 입장인데 방해 물이 있으면 곤란하기도 하고. 보상 못 받은 건 쏘리!”

능글맞게 웃으며 그리 말하는 웨지 스턴을 보며 천영은 소름이 쫙 돋았 다. 당장 웨지스턴이 깔고 앉은 셜 론의 시체만 해도 흥건한 피가 축축 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천영은 그리픈 차원으로 이동하고 단 몇 분 만에 이 세계가 현실이라 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리 고 웨지스턴은 1년이 넘도록 아직도 이곳이 게임인 줄 알고 있었다.

“정신이 나갔군……

싸이코 중, 가장 귀찮은 부류였다. 자신이 믿는 것이 전부라고 알고 있 는 싸이코. 심지어 웨지스턴은 아주

강한 싸이코였다. 그 누구도 웨지스 턴에게 그리픈이 현실이라는 것을 설명하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 니면,설명하다가 웨지스턴에게 칼 침을 맞았거나.

웨지스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러고선 그가 검을 빼드는 모습을 보 며 천영이 러셀 리에게 말했다.

“2 황자.”

“예,앱

“튀어. 아주 멀리. 멀고 높은 곳으 로.”

“아,알겠습니다……

척 봐도 웨지스턴에게서 엄청난 기

운이 느껴진다. 그와 싸울 때,2황 자 일행은 방해만 될 뿐이었다. 러 셀 리를 보낸 다음 천영 역시 인벤 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들었 다.

그것은 천영이 진지하게 싸울 때는 절대 쓰지 않는 것.

아주 오래 전 웨지스턴과의 싸음에 서 허무하게 패배한 뒤 잃어버린 저 레벨용 (마법)몽둥이였다. 천영이 그 것을 한손으로 가볍게 빙글빙글 돌 리자 웨지스턴이 꼭꼭대며 웃었다.

“그거 내가 팔아먹은 건데,용케도 얻었네? 또 그거 들고 나한테 털리 려고? 걱정 마. 이번엔 안 죽일 테

니까. 경험치 다운은 걱정 안 하셔 도 됩니다!”

아주 오래 전,천영은 이 지팡이를 들고 웨지스턴에게 처참하게 무너졌 다. 그것은 천영의 마법사 인생에게 있어서 아주 큰 전환점이자 끝내는 ‘드래곤’으로 탈태를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심 웨지스턴에게 고마운 마음도 품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고마웠던 존재가 싸이코가 되어있었으니.

천영은 손수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 여,

“이건 지팡이가 아니야. 너를 겁나 게 때릴 사랑의 야구 빠따지.”

웨지스턴에게 자신이 받았던 ‘고마 움’을 그대로 돌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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