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80화 (179/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80화

하성은 꽤나 심각한 고찰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어째서 인간들은 바나나 위에 초코 를 묻힌 다음 그걸 또 얼려서 먹는 가. 유니콘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바나나는 달달한 과일이다. 또한 초코 역시 오로지 달달함을 추구하 기 위해 만들어진 과자이다.

그런 바나나와 초코를 굳이 합쳐봐 야 무진장 달콤한 바나나밖에 더 되 겠는가?

바나나와 초코에는 각각의 개성이 있거늘 더욱더 단 것을 먹고 싶다는 욕심 하나 때문에 결국 두 개의 개 성은 합쳐져 볼품없는 간식거리가 될 뿐이다.

‘불평불만은 질리게도 하면서 잘만 먹는군.’

연구 소장은 하성이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초코 바나나를 음미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꽤나 독특한 유 니콘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특이했 다. 과연 서천영이 데려온 유니콘다 웠다.

“그나저나,간식은 그만 드시고 좀 말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응? 뭘 말려?”

“저 사람들 안 말릴 겁니까?”

연구 소장이 사무실 구석을 가리켰 다.

그곳에는 백하란이 자신의 누나인 백화연과 랭 스토린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2인이 모 여서 뭔가 무거운 분위기를 뿜어대

고 있자,다른 연구원들은 이미 대 피한지 오래였다.

“에이,말리면 재미없지. 난 저거 구경하려고 온 거였는데.”

어쩐지 평상시엔 금색 별 마법 연 구소에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웬일 로 찾아왔나 했다. 비단 하성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금색 별 마법사들 은 이 연구소에 찾아오지 않는다. 오로지 수석 연구원인 하성과 연구 소장만이 금색 별 마탑 소속일 뿐이 다.

“에휴. 당분간 또 시끌벅적 하겠구

중후한 인상의 중년 신사라는 이미 지를 갖고 있는 그는 백하란의 앞에 서 그저 작은 난쟁이일 뿐이었다. 백하연이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백하란을 쳐다보았다.

“하, 하란아……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야.”

“절대 안 돼. 저 아저씨랑 누나의 나이 차이를 생각해야지.”

백하란의 누나,백하연은 너무 순

박하고 또 어렸다. 그녀의 나이는 고작해야 20대 초반. 게다가 저주의 여파로 한참 앓아누운 뒤로는 피부 도 더 창백해지고 몸이 말라서 더 어린 외형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랭 스토린의 겉모습은 척 봐도 40 대의 중년 남자였다.

20년.

띠동갑을 넘어서는 띠띠동갑이었 다.

“그게…… 스토린 씨랑은 나이 차 이가 물론 200살 이상이나 나긴 하 지만……

20살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랭 스토린 역시 이종족 으로서 굉장히 오래 살아온 존재. 그의 겉모습은 40대일지라도 실제 의 나이는 그보다도 5배 이상 많았 다.

‘20살이 아니라 200살 차이라니!’

“절대 안 돼! 날 죽여! 죽이고 결 혼해!”

으아아아!

백하란의 절규가 금색 별 마탑에 울려 퍼졌다.

마탑과 5대 교단이 교류하기 시작 한 것은 고작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교류를 하 지 못했던 것에 대해 설움이라도 쌓 였다는 듯, 댐이 무너진 뒤 억제되 어있던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 럼 그들은 수많은 기술력을 공유하 였고,또한 문화를 교류했다.

“출력 가동률 78%입니다. 굉장한 수치군요. 이전보다 2배 이상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신성결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디 아주 오래 전 마법사들과 성 직자들이 힘을 합쳐 만든 이 신성결 계는 그 이후로 발전 없이 그대로 방치되어왔다. 아주 먼 과거, 대규모 의 전쟁으로 인해 마법사들과 성직 자들의 사이가 나빠진 이후로 전혀 발전이 없다고 봐야만 했다.

그러니 차원 결계를 찢으려는 특정 세력에 의해 신성결계가 간단히 무 너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신성결계는 몇 백 년이 넘도록 발전 이 없었고 그들은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니까.

하지만 지금 칼라할 교단을 선두로 마탑과의 교류가 활발해지자 그런

걱정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맥골라스 머치팽은 계기판에 나타 나는 수치를 체크하며 고개를 끄덕 였다.

“써클 메이커에게 가서 보고해. 이 정도면 우선 11개의 핵심 포인트에 설치가 가능하다고.”

이전에 설치되었던 신성결계의 출 력 가동률이 50%가 채 되지 않고 또한 그 내구성 자체가 굉장히 취약 하여 5서클 정도의 마법사가 찾아오 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한 채 무너 졌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새로운 신성결계는 이전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게 미완성품이라니.’

미완성이라는 뜻은 여전히 발전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 이 맥골라스 머치팽의 가슴을 두근 거리게 만들었다.

“우선 도시 투할과 17c 의 세 갈래 도로에다가 새로운 결계를 설치한다 고 합니다.”

“풍수지리로 따진 위치입니까? 거 긴 위치가 좋지 않아요. 이쪽,여길 살펴보면 마나가 흐르는 맥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 설치합니까?”

“아뇨,그곳은 최대한 피합니다. 신

성결계에는 맥이 필요치 않아요. 오 히려 침입자들을 도와주는 꼴이죠.”

“아…… 그럼 반대쪽이 제일 낫겠 군요.”

“예,겹치는 부분의 도로는 과감히 치워버리라고 해주십시오.”

현재 맥골라스 머치팽은 무려 마탑 과 교단의 교류를 담당하는 ‘외교 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 실 외교관이라는 단어보다는 중재자 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마탑과 교단의 사이에서 그들을 중 재하며 적절한 타협안을 내놓는다. 1년 전에는 고작 마탑 안에서만 활 동하던 마법사이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한 발전이었다.

“그나저나 사흘째 금색 별 마탑에 서 메시지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알아봤습니까?”

맥골라스 머치펭이 묻자 후임 마법 사가 대답했다.

“예,신성결계 총괄담당자인 마법 사가 현재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더군요.”

“총괄 담당자면 메이지 백하란이 아닙니까? 그분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뭐 큰일이라면 큰일이죠. 애지중 지 보호해왔던 자기 누나가 200살

이나 많은 노인네랑 결혼한다고 선 언했거든요. 거의 앓아누웠다는데

요.”

“……앓아누울 만 하네요.”

그나저나 백하란의 멘탈이 흔들려 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니. 굉장히 곤란했다.

메이지 백하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발명가 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로 그의 창의력과 기술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났다. 지구에서 살던 시 절에도 백하란은 촉망받던 인재로 서,과학도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백하란이 우연히 넥스트를 플 레이하게 되었고 우연히도 그리픈으 로 넘어오게 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 력이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아마 서천영보다도 더욱 큰 영향을 대륙 전체에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 다.

지구에서 존재하던 수많은 테크놀 로지는 이미 그리픈에서 꽤나 유명 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직접 만들고 다룰 수 있는 기술자는 별로 없다. 그런 점에 있어서 백하란은 아주 뛰 어난 인재였다. 많지는 않지만 중요 한 기계들의 설계도가 이미 머리에 저장되어있었고 그것에 마법까지 접

목시키니 굉장한 물건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뿐이랴 백하란 본인의 창의력도 굉장히 뛰어나 사람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발명품들이 튀어나오기 도 했다.

“천하의 백하란도 집안일에는 별 수 없나보군요.”

“허허,뭐 그렇죠.”

맥골라스는 땀을 식히며 자리에 앉 았다. 창밖으로 수많은 마법사와 성 직자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 다. 그리고 그 사이로 천사와도 비 숫한 형상의 새하얀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저것이 바로 신성결계.

신성결계는 단순히 방패가 아니었 다. 그것은 일종의 ‘평화의 상징’이 었다. 적들에게서 평화를 수호하겠 다는,그런 방패이자 상징. 그렇기에 굳이 필요도 없는 석상을 저렇게 세 워놓은 것이었다.

이미지를 본뜬 것은 역시 서천영이 었다. 세계 제일이라 불리는 조각사 들을 불러 모아 서천영을 조각하게 시켜,신성결계를 장식해놓은 다음 5대 교단의 성녀들이 신성결계가 설 치되어있는 ‘아흡 별자리’를 순회한 다. 그것으로 이미 민중을 안심시키

는 데에는 충분했다.

‘사실 아흡 개가 아니지만……

이번에 만들어진 것까지 추가해서, 총 서른 개의 신성결계가 대륙 곳곳 에 설치되어 있다. 다만 저 아흡 개 의 신성결계는 일곱 다리의 연결자 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미끼였다.

여러모로 현재 완성되고 있는 신성 결계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 다.

“그나저나 메이지 맥골라스. 신문 보셨습니까?”

“아,그러고 보니 오늘이던가요.”

“예,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고 합

맥골라스는 후임 마법사가 건네준 신문을 읽었다. 가장 먼저 그의 눈 동자가 본능적으로 찾은 것은 역시 나 서천영의 사진이었다. 수많은 늙 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어린 소년 하 나가 씨익 웃고 있는 모습은 꽤나 이질적이었지만 썩 잘 어울렸다.

“여전히 아름답군요.”

“……역시 그렇죠?”

그에게는 ‘멋있다’라는 단어보다는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표정이 많이 풀렸네요. 일 년 전, 그 사건 이후로 워낙 무표정으로 다

녀서 조금 무서웠는데 말이죠.”

“아……

일 년 전,록 제국이 멸망했고,드 래곤 슬레이어가 서천영에 의해 퇴 치되 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서천영은 마치 죽은 듯한 눈빛을 한 채로 다른 사 람들과 일절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누구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 으나 머나먼 타지에서 탐험을 하던 나이아가라 헬스장이라는 클랜의 리 더,요하엔이라는 여인이 찾아와 대 화를 나누었고 그 이후로는 표정이 다시금 활발하게 풀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마치 울 것 같았던 그 표정도 꽤 나 매력적이었지만,그래도 역시 웃 는 게 예쁘군요.”

신문을 읽으며 마법사가 그리 말하 자 맥골라스가 멈칫했다.

“……울 것 같았다구요?”

“예,아. 저만 그리 생각했나요? 그렇지 않습니까? 요 몇 달 간의 사진 보면 거의 항상 똑같은 표정이 었어요. 뭔가를 굉장히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이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엄청 슬퍼보여서…… 고작 사진인데

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 어지거든요.”

아니다.

그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 니었다.

맥골라스 머치팽도 심지어는 신문 을 읽었던 대다수의 사람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야. 하지만 왜?’

서천영이 그 싸움에서 승리한 뒤, 슬퍼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알 수 없다.

“뭐 아무튼 저는 다시 가보겠습니 다. 자꾸 팀장님이 부르시네요.”

“예,저도 가봐야겠군요.”

맥골라스 머치펭 또한 자리에서 일 어났다. 다시 신성결계를 살펴보러 복도를 걷고 있는데 웬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맥골라스를 바라보더니 손 을 흔들었다.

“메이지 맥골라스, 여기 계셨군요.”

“예,무슨 일이죠?”

“급히 알려드려야할 일이 있어서 요. 이거,회색 바위 마탑주께서 직 접 보내신 편지입니다.”

편지를 받은 맥골라스는 즉시 그것 을 펼쳤다. 그리고 두 눈을 휘둥그 레 뜬다.

“편지에 전부 적혀있습니다만 제가 입으로 부연 설명을 하자면 그 편지 에 적혀있는 마을은 이곳에서 3시간 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 다.”

“……이거 전부 사실입니까?”

“예.”

굳은 표정으로 편지를 읽던 맥골라 스가 묻자 정장의 사내가 끄덕인다.

“마을 하나가…… 정확히 30분 만 에 지도상에서 사라졌다고……?”

어찐지 정장의 사내들이 꽤 창백한 얼굴이더라니 이런 끔찍한 일이 바 로 근방에서 벌어졌을 줄은 몰랐다.

고작 3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리다. 그곳에 있는 마을이 깔끔하게 사라 졌다니. 그 어떤 소란도 일어나지 않고,그 어떤 생존자도 이곳에 찾 아오지 않은 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고,모두 죽었다는 의미였다.

“범인으로 특정 하는 자가 있기는 합니다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하더군

요.”

“……이름이 뭡니까?”

“예런. 과거 로드웰 아카데미의 천

재 마법사로 주목받던 인물이었습니 다. 현재는 일곱 다리의 연결자의 소속이 되었다고 하던데,왜 독자적 으로 행동하는 진 모르겠군요.”

“예런이라……

들어본 적은 있었다. 다만 그의 행 방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위험하군. 이 근방에는 마을이 7 개나 된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인 물이 저렇게 함부로 활동했다가는 신성결계도 무사하지는 못해.’

편지에는 지원군이 빠른 시일 내에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적혀있었지 만,그것도 족히 사흘은 걸릴 것으

로 보였다. 이 근처에 있는 군대의 대부분이 ‘정체불명의 게이트’를 처 리하기 위해 움직임이 묶인 상태라 그들에게 지원을 힘들었다.

‘젠장. 일단 정찰대라도 꾸려서 보 내야 하나?’

군대는 없더라도 신성결계를 수호 할 목적으로 파견 나온 성기사단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였다 가 일곱 다리의 연결자가 급습이라 도 했다가는 도리어 함정에 빠진 꼴 이 될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맥골 라스가 심각한 얼굴로 편지를 읽고 있을 때 정장의 사내들이 품에서 단

검을 꺼내들어 그의 뒤쪽을 겨누었 다.

“누구시오?”

“여긴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정장의 사내들이 갑작스레 무기를 겨누자 맥골라스 역시 뒤를 돌아보 았다. 거기에 방금 전까지는 없던 웬 사내가 서있었다. 첫인상은 굉장 히 유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꽤나 무거 운 인상이었다. 그 남자가 입을 열 었다.

“방금 전의 이야기,다시 해줘.”

“예? 무슨……

“예런이라고 말했잖아.”

분명 그렇게 말하기는 했다. 다만 그 단어를 대체 어디에서 듣고 찾아 왔단 말인가?

‘여긴 분명 12층 건물인데…… 설 마 아래를 지나가다가 우리가 이야 기하는 것을 엿들었다고? ……그럴 리는 없지.’

정장의 사내들은 그를 내쫓으려 했 지만 맥골라스가 저지했다. 느낌상, 저 남자는 굉장히 위험했다. 하지만 그 표정으로 보건대 이곳 사람들에 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예런이 찾아왔었다고 하더군

요.”

“메,메이지 맥골라스!”

“그런 정보를 함부로……

“뭐 어떻습니까? 조만간 신문 한 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내용인데.”

“크흠,그건 그렇지만……

맥골라스가 어깨를 으쪽하며 말하 자 상대방이 피식 웃었다.

“고지식한 다른 마법사들과는 다르 게 넌 유쾌하네.”

“제가 많이 싸구려거든요.”

“좋아,그럼 안내해줄 수 있겠어?”

“……그건 곤란하군요. 제가 많이 바쁘거든요.”

그러자 사내가 턱을 긁적이며 고민 했다.

“좋아. 그럼 대가를 줄게.”

“대가 말입니까? 돈은 소용없습니 다.”

“아니,그런 거 말고.”

붉은 번개 스타일의 헤어를 가지고 있는 그 사내는 이를 드러내며 쾌활 하게 미소지었다.

“그 개자식의 목, 너 줄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