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135화 (135/200)

< 너무 까불어 >

역대 최고의 F1 드라이버 슈마허. 그의 전성기 시절 순수 연봉은 무려 8000만 달러(약 950억 원)였다. 당시 슈마허는 타이거 우즈(골프), 알렉스 로드리게스(야구), 샤킬 오닐(농구), 지네딘 지단(축구) 등 각 종목 최고의 스타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았다.

이처럼 F1 드라이버들의 연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이유는 다른 스포츠들과 달리 전 세계 단 24명만이 콕핏에 앉을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게다가 F1은 자동차의 성능, 최첨단 과학 기술력을 경쟁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페라리 팀이 F1에서 1등을 한다는 것은 페라리 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세계 부호들의 콜렉션 1순위에 들어 실제 페라리의 자동차 판매율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F1 드라이버들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2017년 F1 드라이버 연봉]

[1. 알론소(맥라렌): 474억]

[2. 해밀턴(메르세데스): 368억]

[3. 페텔(페라리): 356억]

[4. 보타스(메르세데스): 101억]

[5. 리카르도(레드불): 77억]

[6. 서준하(페라리): 68억]

F1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전해졌던 서준하의 연봉 소식이 공식화됐다. 소식을 접한 한국 언론들은 서준하를 비롯한 다른 F1 드라이버들의 연봉 정보가 담긴 기사를 내보냈다.

“68억?!!!”

아직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지도 않은 루키라는 사실과 98년생이라는 나이. 하지만 68억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신문을 읽던 장철이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아빠 저 레이싱을 다시 시작해볼게요. F1 드라이버가 대단한 직업인 줄은 알았지만, 연봉도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어요...”

“...”

“저 진지해요...”

국내외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30억가량의 연봉을 받는 걸 감안하면 68억은 실로 엄청난 금액. 특히나 2017년 현재 엄청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홍민과도 견줄 만했다. 카트 레이싱을 접고 수험생의 길을 걷는 윤호에게 오늘 신문 기사는 접었던 꿈에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되살릴 만큼 강렬했다.

“...윤호야, 근데 모든 선수가 준하처럼 받는 건 아니야. F1 드라이버들의 연봉은 양극화가 엄청 심하거든.”

F1 드라이버의 연봉은 톱3을 넘어가면 확 줄어들고, 11위부터는 다른 유명 스포츠에 비하면 훨씬 팍팍한 연봉을 받는다. 6명의 선수가 30억 아래, 5명의 선수가 3억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며 목숨을 건 레이스를 벌인다.

“정말 그러네요. 10위 아래론 국내 야구선수들 연봉보다 낮아요. 오콘, 구에티에레즈. 이런 선수들 전부 준하랑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걸로 아는데, 준하의 연봉이 30배나 높네요...”

스포츠 선수의 연봉은 그 선수의 가치를 숫자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페라리 결정은 팀이 서준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F1을 잘 몰랐던 사람들도 오늘에서야 서준하가 성공했다는, 선수의 가치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저 포뮬러 원과 페라리라는 타이틀로 그 성공을 짐작했지만, 연봉이라는 객관적인 수치가 그들의 생각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데뷔 시즌에 68억이면... 그다음 시즌, 또 그다음 시즌에는 얼마가 된다는 소리야...?!”

고카트 리그에서 F1 그랑프리에 오르기까지. 모든 레이싱 카테고리의 시작부터 남달랐던 서준하. 시즌 시작을 앞두고 보다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

“역시나 F1이 호주에 왔을 땐, 이 선수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리카르도!”

17시즌 1라운드 호주 그랑프리. 본격적인 대회 시작 전 목요일 오후, 공식 기자 회견장에 앉은 각 팀 드라이버들 앞으로 취재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직 레이스는 시작도 안 했는데, 자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뜨겁습니다. 호주 국민들에게 환영 인사 한번 남겨주시죠...!”

매년 F1의 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호주 그랑프리. 호주 출신 드라이버 리카르도가 F1 무대에 뛰면서부터 호주의 F1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번 시즌 역시 시작 전부터 엄청난 인파가 그의 팬 사인회를 찾았는데,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 무대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호주인들이 그를 반겼다.

“개막전이 호주 GP라는 사실에 매번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즌 출발을 항상 활기차게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응원 열기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즌 최종 순위 3위에 랭크하며 F1 시즌을 통틀어 본인 최고의 기량을 뽐낸 리카르도. F1 데뷔 때부터 호주 GP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이번에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확실히 멜버른 서킷은 리카르도를 위한 곳이지.’

전생 서준하의 경험으로도 호주의 리카르도는 매번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자국민의 응원이 드라이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실제 많은 레이서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GP에서 선전했고, 수차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냈으니까.

서준하 역시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 간절한 마음을 담은 자국민들의 응원 메시지 속에서 모두의 히어로가 되는 기분. 리카르도의 행복한 웃음을 보며 코리아 그랑프리가 다시 개최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추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번 시즌 3위 자릴 두고, 엄청난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많은 언론들도 쉽사리 한 선수를 꼽지 못하고 있는데요.”

로즈버그와 라이쾨넨이라는 쟁쟁한 포디엄 후보들이 은퇴하면서, 확실한 우승 후보는 해밀턴과 페텔만이 남은 상황. 보타스와 서준하라는 팀의 뉴 드라이버들과 프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레드불 팀의 드라이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섣불리 3위 후보 선수를 예측하지 못했다.

“3위 후보로 보타스, 막누스, 리카르도 그리고 서준하 선수. 이렇게 네 선수의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습니다.”

아직 한 시즌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어린 루키와 동일 선상에 놓은 듯한 말들에 기분이 상한 선수는 여럿이었다. 특히나 지난 시즌 종합 드라이버 순위 3위를 차지한 리카르도의 심기는 아주 불편했다. 그밖에도 페레즈, 마싸, 훌켄버그 등 5년 이상 F1 무대에서 활약해온 레귤러들도 자신들의 이름 대신 루키의 이름이 거론된 것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보타스 선수와 레드불 팀, 이렇게 세 선수는 지난 시즌에도 여러 차례 순위권 후보로 지목됐었는데요. 서준하 선수의 이름이 새롭군요. 어떤가요, 서준하 선수. 이번 레이스 3위 자신 있으신가요?”

좀 전의 질문 이후 서준하는 회견장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선수들은 물론, 오랜 기간 이 대회에 참가해온 레귤러들이 현재 어떤 기분일지 서준하는 잘 알았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서준하가 웃으며 기자를 향해 말을 꺼내는데,

“이번 시즌 제 목표는 페라리 팀의 우승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수차례 포디엄에 오를 겁니다. 더불어 다음 시즌엔 우승 후보로 거론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준하의 말이 끝나고 박수와 함께 조용해진 회견장. 가벼운 미소를 짓는 해밀턴, 페텔과는 달리 많은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너무 까불어.”

17시즌 호주 그랑프리 퀄리파잉 시작 전 메르세데스 팀 피트의 대기실. 피트 바깥으로 보이는 한 선수를 두고 보타스가 손을 뻗어 가리켰다.

“고작 그랑프리 하나 치른 꼬맹이가 은근히 거슬리는 말을 내뱉는단 말이지.”

메르세데스 바로 옆 페라리 피트로 들어가는 붉은색 유니폼의 서준하. 올해가 데뷔 시즌이나 마찬가지인 어린 루키의 입에서 포디엄이나 우승 같은 주제넘은 말들이 흘러나왔다. 특히나 지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자신을 겨냥한 듯한 인터뷰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난 저 친구 자신감 하난 끝내준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보던 루키들이랑 좀 다르잖아? ”

팀 메이트와 친하게 지내기로 유명한 해밀턴. 그의 말을 들어주며 인상을 찌푸리는 보타스와 달리 여유 있는 얼굴로 서준하를 바라봤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해밀턴 역시 서준하와 같은 시기가 있었고, 선배 드라이버들이 놀랄 만한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곤 했다. 화려하게 데뷔한 루키는 원래 투지가 넘치는 법. 설령 그가 연이은 이변을 만들어내는 선수라고 해봤자, 전성기를 맞은 챔피언의 눈엔 그냥 또 다른 루키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봐. 보타스, 너 지금 떨리냐?”

“오우 그럼, 떨리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경주차로 레이스를 하고 싶었는데.”

F1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강팀의 콕핏. 데뷔 5년 차 레귤러 레이서에게 레이스를 앞둔 지금 이 순간은 마치 꿈속의 어느 한 장면과도 같았다.

“마치 데뷔전을 새로 치르는 기분이랄까.”

“그래, 간절했던 만큼 멋지게 타보자.”

자신의 경험상 팀 메이트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그만큼 챔피언이 되는 길이 험난하다. 팀의 퍼스트 레이서로서 해밀턴이 팀메이트와 함께 의지를 굳게 다졌다.

‘첫 그랑프리부터 네 위치가 어딘지 확인시켜줄게, 꼬맹아.’

걸음을 옮겨 자신의 경주차 앞에 다가서는 보타스. 걷는 동안 페라리 팀 피트로 다시 한번 서준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타스, 우린 시작과 동시에 나간다. Q3까지 계획대로 움직여주길 바란다

출발 전 점검을 마친 메르세데스의 실버 애로우. 콕핏에 오른 보타스가 퀄리파잉 시작 오더를 기다리며, 전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2017 F1 World Championship]

[Qualifying 1]

[17 분: 59 초]

[Pit Lane Open]

자신이 그토록 열망했던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 데뷔 5년 만에 그 꿈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경주차에 올라탄 보타스. 흥분과 설레는 감정을 달래며 자랑스러운 팀의 경주차를 움직였다. 앞으로 나오라는 미캐닉의 지시에 천천히 우측 피트레인 출구로 먼저 차의 머리를 틀고,

-출발하자, 보타스.

오더와 동시에 피트를 나서려는 보타스. 클러치 조작에 들어가며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데,

“...!!!”

-XX!! 멈춰!!

갑작스럽게 날아든 무전. 기대감에 벅찼던 보타스의 가슴이 엔지니어의 목소리에 철컹 내려앉았다. 그리고,

부와아아아앙.

훼에엥.

멈춰선 보타스의 경주차 앞으로 포뮬러카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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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가 돌았나. 안 멈췄으면 부딪힐 뻔했잖아...!!

자신을 향해 부딪혀도 상관없다는 듯 달려들었던 페라리 팀의 루키. 자신의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보타스가 분노에 휩싸였다.

“해보자는 거야? XXX!!”

순간 화를 참지 못한 보타스가 욕을 내뱉으며 루키를 뒤쫓았다.

< 너무 까불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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