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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어장에서 탈출하겠습니다 (58)화 (58/90)

<58화>

조금만 더 들었다간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사람이 죽기 전에 끝나서 다행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갔다가 빠져나올 거니 데려가는 겁니다. 다음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니, 이것들이 있으면 나 혼자서 성 하나도 궤멸시킬 수 있다면서요.

하지만 나는 다미안 마탑주의 설명 폭격에 질린 나머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영애를 먼저 돌려보낼 겁니다. 아시겠지요?”

“네에,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인질이 잡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인질이 잡혀 있는 집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민가였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부조화스러운 점이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척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은 묘하게 훈련받은 태가 났고. 지나치게 건장했으니까.

언뜻 보면 느슨한 감시처럼 보이지만, 다미안 마탑주는 집 안에 있는 사람에겐 조금도 나갈 틈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철통같은 경계가 아니니, 적당히 인질만 데려오면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에게 위험한 일은 없을 듯해 다행이군요.”

그럼 방금의 엄청난 과보호가 허사가 되는 건데, 다미안 마탑주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 보였다. 아깝지도 않나?

어쨌든 굳이 큰 소란을 만들 필요 없다는 말에 나도 동의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미안 마탑주는 곧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손끝에서 작은 빛이 일었다.

환상 마법이었다.

“벌은 왜 또 귀찮게 굴고 난리야.”

감시자의 주의를 잠깐 빼앗을 뿐이었지만, 다미안 마탑주에게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그는 순식간에 집을 감싸는 결계를 쳤다.

“이 집에 무슨 일이 있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까 전 모습 그대로 비칠 겁니다.”

다미안 마탑주는 나와 함께 감시자가 지키는 길을 걸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금 마법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해제했다.

찰칵, 깔끔하게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나와 다미안 마탑주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안에 있던 통역사의 가족들이 당황스러워했다.

“누…… 누구세요?”

여태 다른 사람에게 당해서, 구금당한 상황이니 경계를 안 할 수가 없겠지.

“으음.”

누군가가 이곳을 습격할 거라 생각하지 않은 덕분에 경계는 집 안에서 뛰쳐나가는 걸 막는 정도였다.

하지만 집 안에서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한 건지 목에 구속구를 채워 놨는데……

어린아이한테까지 무거운 걸 똑같은 걸 해 놔서 목을 잘 못 가누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구하러 온 사람.”

다미안 마탑주는 그렇게만 간단히 말했다.

대답이 그걸로 끝? 옆에 있던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내가 오길 잘했다……’

나는 다미안 마탑주의 말에 더욱 겁을 먹은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말 그대로 저희는 여러분을 구하러 온 사람이니까요. 우선 몸에 달린 장치를 풀어 드릴게요. 그동안 힘드셨죠?”

나는 그들에게 친근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다미안 마탑주는 손가락을 몇 번 튕기더니 사람들의 몸에 아프도록 둘리어 있던 구속구를 해제시켰다.

“이, 이건!”

“통역사님에게 부탁을 받았어요. 아내이신 레나 씨, 아들인 베엘 씨 두 분 맞으시죠?”

“흐읍…… 우리 남편이 보냈다고요?”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우선 나가서 이야기하죠.”

결계가 사라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지만, 그렇다고 굳이 이 집에서 미적거릴 이유도 없었다.

나는 어린아이를 토닥이며 일으켜 세웠다. 내가 온화하게 이끌자 겁에 질려 있던 인질들도 다행히 잘 따라왔다.

그 뒤로는 어려울 거 없었다.

환상 마법이 아직 둘리어 있었고, 내가 인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시간 동안 다미안 마탑주는 몇 가지 설치를 순식간에 끝냈다.

파앗!

파아앗!

다미안이 손을 튕기거나 작게 박수를 칠 때마다 빛이 번쩍번쩍 튀었다.

“우와아……”

고개도 잘 가누지 못하고 겁에 질려 있던 어린아이가 빠르게 기력을 되찾은 건 순전히 마법 덕분이었다.

“인원수대로 ‘더미’를 만들어 놓았으니 다른 사람이 보면 그 자리에 이 사람들이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지금 나온 가족분들이 있는 것처럼 환상 마법을 걸어 놓으셨다는 뜻이죠?”

나는 궁금해하면서도 차마 못 물어보는 가족을 대신해 친절하게 풀어 질문했다.

“그렇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집에 있는 것 정도만 보이는 게 아니라,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설계해 놓았다고 했다.

옆에서 크게 놀라워하는 감탄사가 들렸다.

“대, 대단해…… 두 분은 요정님이에요?”

“요정족은 이런 마법을 쓸 수 없……”

아하하, 아직 불안할 터인 아이의 동심을 깨부술 필요가 있나.

나는 중간에 끼어들어 다미안 마탑주의 말을 끊으며 싱긋 웃었다.

“맞아. 이분은 요정님이야.”

졸지에 요정이 된 다미안 마탑주의 표정이 해괴해졌다.

“저는, 저는! 요정님이 데리러 올 줄 알았어요.”

“그래, 착하구나. 무서웠을 텐데 정말 잘 견뎠어.”

아이는 칭찬에 잠시 기뻐했다가도 여기에 있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를 걱정했다.

“아빠는…… 그럼 아빠는요? 나쁜 아저씨들이 협박했는데.”

“걱정하지 마. 눈을 감았다 일어나면 아빠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이만 쉬어야 할 것 같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미안 마탑주에게 입 모양으로 ‘수면 마법’이라고 속삭였다.

다행히 다미안 마탑주에게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서, 아이는 곧 눈을 감고 잠들었다. 편한 얼굴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옆에서 통역가의 아내가 몇 번이고 감사를 표했다.

우리는 마차에 옮겨 타서 얼마간을 달렸다.

인질로 있는 동안 힘들었을 가족들을 쉬게 해 주고 싶었지만, 그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여보!”

“무사하다니……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우리가 만나기로 한 사람은 통역가였다.

인질을 구출하고 난 뒤 만나기로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통역가는 가족의 무사한 모습을 보더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가족이 잡혀 있다는 말을 듣고서 하루도 밤잠을 편히 이룬 적이 없었습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 괜찮겠지.

나는 가족 간의 해후가 다 끝난 것을 보고, 다시 아이가 잠들어 있는 것을 체크했다.

“사실 잉그다 후작이……”

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통역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 역시 잉그다 후작 옆에서 있으면서 느꼈던 것이 있어서 대화는 빨리 진행됐다.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 있어서 황실을 모욕하는 걸 알면서도 두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역가님. 후작이 벌이는 일들을 증거로 남겨 주실 수 있나요? 그편이 통역가님에게도 안전할 거예요.”

다미안 마탑주가 옆에서 말을 보탰다.

“이 일이 발각되었을 때, 한패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통역가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증거를 남기는 게 좋다는 일을 이해했다.

우리는 통역가에게 증거를 남기는 방법, 후일 연락하는 일정 등을 이야기하고는 헤어졌다.

나는 통역사 가족과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를 나섰다.

“오늘은 고생 많으셨습니다.”

“네, 마탑주님도 설명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사실 인질을 구하는 시간보다 나한테 설명하는 시간이 더 길지 않았나?

이에 대해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도 다미안 마탑주는 나름 나에 대해 걱정해서 그런거고…… 여기서 따지고 들면 난 인간이 아니라 개구리다.

“클로틸드 대표님의 몸은 어떻습니까?”

“아티팩트가 무겁긴 했죠.”

내가 공작 영애긴 한데, 태어나서 이렇게 주렁주렁 무언가를 찬 건 처음이다.

그것도 일반 장신구와는 달리 효능을 위해 마력석이 큼지막하게 박힌 것들이라……

“그래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솔직히 인질 구출도 너무 쉽게 끝났고, 이럴 거면 굳이 그렇게까지 나를 걱정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뭐, 박혀 있는 마력석만 봐도 얼마나 귀한 건지 잘 알겠다.

마탑의 가보를 쓸어 올 정도로 나를 신경 써 준 거 아닌가. 내가 하겠다는 일은 막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 안전은 지키면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하게 해 주다니.

새삼스럽지만 엄청난 능력자란 말이야.

‘역시 계약 약혼 상대는 내가 참 잘 골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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